A Tale Of A Scribe Who Retires To The Countryside RAW novel - Chapter (453)
낙향문사전-453화(453/494)
총괄군사 당화련은 손빈 일행을 영빈관으로 안내해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정작 당화련 자신은 밤새도록 사후 처리에 매달려야 했다. 그리고 쉬지 못하는 것은 노군도 비슷했다.
“곤륜삼선을 넘겨 달라고요?”
총괄군사 당화련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피곤한 표정의 노군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화련은 고개를 저었다.
“저들은 당문을 습격하고 대의사청을 불태웠어요. 저들이 그 죗값을 치르기 전에는 넘겨줄 수 없어요.”
곤륜삼선은 가문을 습격한 원흉이다. 그런 죄인을 내어 달라는 건 중소 문파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하물며 당문이야 말할 필요조차 없으리라.
“저놈들이 죽어서 백골이 진토가 된다 해도 다 못 치르잖아. 그 죗값.”
노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문의 입장에서 곤륜삼선의 죄는 목숨으로도 갚지 못한다. 오히려 빼앗을 목숨이 셋뿐이라는 걸 당문이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걸 아시면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당화련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녀로선 노군이 상식 밖의 요구를 하는 것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노군은 푹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피곤한 얼굴을 들어 당화련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들은 외사다.”
그 목소리는 서늘했다. 당화련의 표정이 굳어지는데 노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상황이야 어떻든 간에, 당문이 외사 셋을 억류하고 있는 걸 외사의 다른 고수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당화련은 침을 삼켰다. 외사 고수 셋이 가지는 의미는 상상외로 크다.
“게다가 당문이 곤륜삼선으로 뭔 짓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역시 떨치기 힘들 게다. 너희가 저 셋을 쥐고 있는 건, 당문으로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야.”
당문의 기괴한 지식과 그 독심(毒心)은 외사의 고수들에게조차 경계의 대상이다. 심지어 전전 대 가주인 맹호는 천외사성의 한 사람이었으니, 곤륜삼선을 쥔 당문에게 외사의 다른 고수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당화련은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노군의 말이 옳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당문을 습격한 원흉을 내어주는 것은 그녀로서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마라.”
노군의 목소리에 당화련은 눈을 들었다. 노군이 온화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문은 이미 두 사람의 외사 고수를 가졌다. 월아만으로도 곤륜삼선을 능히 상대할 수 있고, 나도 있지 않느냐?”
당화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노군의 말은 당화련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노군의 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어쩌면 빈이와도 남이 아니게 될 텐데, 곤륜삼선 내주는 것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잖냐?”
당화련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흘렸다. 노군을 얻는 것만 해도 곤륜삼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일이다. 게다가 손빈까지 생각한다면 이미 계산할 의미조차 없다.
“혹시 오해할까 봐 말해 두는데, 난 무엇보다 빈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건 변하지 않아.”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노군이 말했다.
“하지만…….”
노군이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본 곳은 손빈 일행이 영빈관으로 떠난 방향이었다.
“저 아이들도 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게 내 바람이야.”
당화련의 시선도 노군과 같은 곳을 향했다. 그녀의 눈에도 세 사람의 웃으며 사라지는 모습이 선하게 남아 있었다.
“알겠어요.”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 나서 당화련은 영빈관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님의 뜻대로 따르지요.”
“윽.”
의외의 반응에 당화련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노군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거, 안 하면 안 되냐?”
노군의 그 말이 당화련에겐 어쩐지 유쾌했다. 당화련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원하신다면 그리하지요. 할아버님.”
그 말에 노군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하지만 하지 말라면 더 하는 당문 여인들의 성격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노군으로서는 그저 나직이 투덜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런 쓰레기들 때문에…….”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던 노군은 곤륜삼선을 들쳐 업고 손에 쥔 후 자리를 떴다. 쿠르릉. 불타는 대의사청이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무사들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지만 당화련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번 일로 인해 가문 내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올 것은 분명했다. 사천에 어떤 소문이 돌지도 뻔했다. 하지만 당화련에겐 더 이상 그것들은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이제 자신이 걸어 갈 당문의 미래가, 그녀 앞에 활짝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곤륜삼선을 들쳐 업고 어디론가 떠났던 노군은 새벽녘에야 당문으로 돌아왔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어난 다른 일행들은 노군, 그리고 당화련, 당운영과 함께 차를 마주하고 앉았다.
“후우.”
노군이 뜨거운 차를 마시곤 한숨을 쉬었다. 다른 사람들은 잠깐 쉬기라도 했지만 그는 밤새도록 계속 움직였으니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금 쉬는 게 어때요?”
노부인 당운영이 사뭇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노군에게 말했다. 그 모습에 놀란 사람은 바로 당화련이었다.
‘세상에.’
물론 당화련도 두 사람의 관계는 안다. 하지만 당문 최대 계파의 수장인 당운영이 거리낌 없이 저런 표정을 보이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란 게 저렇게도 사람을 바꿔 놓는 건가 싶었지만, 그게 또 딱히 보기 싫은 것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당운영의 밝은 표정에 조금 부러운 마음마저 들 정도다.
“이 정도야 뭐……. 괜찮소. 영매.”
노군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사실 괜찮은 건 아니었지만 노군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 당운영이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부인 당운영은 아직 서원에 가지 못했다. 당문에서 해야 할 일들이 예상보다 많았기 때문인데, 그 탓에 남편인 노군을 맞이하지 못했다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노군은 당문을 구하기 위해 불원천리 달려오기까지 했으니 그녀가 느끼는 고마움이야 오죽하랴? 노군은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제 서원에 남겨 놓은, 영매의 얼굴도 못 보고 떠나서 미안하다는 서찰만 없애면 상황은 완벽해진다. 달칵.
“그래서, 그것들이 맹호의 유산을 찾고 있었더란 말이지?”
“네.”
총괄군사 당화련이 대답했다. 그녀 역시 뒤처리로 밤을 꼬박 지새웠지만 옷매무새 하나 흐트러진 데 없이 완벽했다.
“맹호의 유산이라…….”
노군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당화련의 말에 따르면 공손지가 관심을 보인 것은 마공에 관련된 부분과 천뢰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쯧, 맹호가 손을 댄 분야가 어디 한둘이라야 말이지……. 그놈은 죽어서도 민폐로구만.”
반론의 여지없는 사실이지만 당문에서 할 말은 아니다. 하지만 노군은 거리낌이 없었다. 그리고 불편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너희도 고생이 많다. 정작 너희는 하지도 않은 일인데…….”
“그렇지 않아요.”
당화련이 조용히 답했다.
“결과적으로 당문은 그 과실을 함께 누렸으니까요. 나는 몰랐다고, 내가 하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이 없어지진 않아요. 당문의 이름을 계승한 이상, 영광도 오욕도 함께 짊어지는 건 당연해요.”
그녀의 대답에 노군은 만족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과연 당문이다.”
고개를 끄덕이던 노군이 다시 물었다.
“맹호의 유산은 네가 가지고 있냐?”
“아니요.”
당화련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여기 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있지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노군의 반문에 당화련은 손빈을 쳐다보았다. 손빈이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껌뻑이는데 그녀가 말했다.
“서원에 있어요.”
“네?”
“뭐?”
손빈이 놀란 눈으로 반문하고 노군도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러나 당화련은 그 반응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외사 고수 두 사람과 월인대, 그리고 혁련세가까지 지키는 곳이 안전하지 않다면 세상 어느 곳인들 안전하겠어요?”
당화련의 말이 옳긴 하다. 서원에는 장강어옹도, 화사도 있으니까. 하지만 당문 그 자체나 다름없다는 맹호의 유산을 서원에 가져다 놓는다는 건 절대 쉬운 발상이 아니다.
“괜찮겠나?”
노부인 당운영마저도 물었다. 그러나 당화련은 찻잔을 들어 올리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중요한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어요. 몇 가지는 있어야 할 곳에 돌려놓았고, 남은 건 위험한 것들 뿐이었으니까요.”
필요한 것들은 이미 안다. 게다가 이제는 맹호의 유산에 의지하지 않고도 당화련은 당문을 장악하고 있었다. 물론 외사의 고수인 당월아의 존재와 노부인 당운영의 협조가 컸지만 말이다.
“그건 내 방에 있어?”
당월아가 물었다.
‘그것’이란 맹호의 유산, 정확히는 위험한 것들이다. 당화련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손 공자 방에 있어.”
“내 방에요?”
듣고 있던 손빈은 깜짝 놀랐다.
“아니, 그런 건 못 본…….”
“정말?”
당화련의 반문에 손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서원에 돌아오자마자 혁련세화를 도우려 출발했기에 방은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했다. 그저 청소가 잘되어 있었다는 것밖에는 이상한 점도 없었다. 기억을 더듬는 손빈의 귀에 당화련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옷 함 아래에 이중으로 바닥을 만들어서 넣어 놨어. 불이 나거나 홍수가 나도 안전하고, 당문 특유의 기관으로 잠겨 있으니까 함부로 열 수도 없어. 만일 누가 힘으로 기관을 부수려 들면, 꽤나 아픈 꼴을 당하게 될걸?”
사뭇 즐거운 듯 당화련이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당한 손빈으로선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저, 그런 건 적어도 사전에…….”
“그래서 지금 말하잖아. 네가 없었는데 어떻게 양해를 구하라는 거지?”
당화련은 당당했다. 하지만 손빈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적어도 다른 곳으로…….”
“그래?”
당화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월아 방으로 옮겨야겠네. 위험한 건데, 월아가 괜찮을까? 아니면 아이들 방으로…….”
“……제 방에 두시지요.”
손빈이 얼른 항복했다. 당화련은 빙긋 웃었다.
“고마워.”
그녀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지만 손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며 웃는 당화련에게 당월아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즐거워 보이네, 언니.”
당화련이 움찔했다. 그제야 자신이 지나치게 마음을 놓고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아마도 밤새 쉬지 않고 엄청난 일들이 몰아친 탓일까?
“역시…….”
찻잔을 들어 올리며 당월아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친구는 중요하구나.”
그 말에 손빈과 당화련의 얼굴이 동시에 굳었다.
“친구 아니야. 월아야.”
억지로 웃으며 당화련이 말했지만 당월아는 듣지 않았다. 당화련은 손빈을 노려보았다. 자신 탓이라는 듯한 그녀의 눈빛에 손빈이 억울해했지만, 정작 당월아는 아랑곳없이 호로록 차를 들이키고 있었다.
***
사박, 사박.
어두운 밤, 은은하게 불을 밝힌 정원을 한 여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반짝이는 장신구를 걸치고 부드럽게 일렁이는 붉은 비단옷을 입은 그녀는 바로 단심화 공손지였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요염함을 뿜어내는 그녀의 매혹적인 모습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했지만, 지금 그녀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은 허락된 몇 사람 외에는 발조차 들일 수 없는 금지된 곳이기 때문이다.
사박.
정원을 지난 공손지가 멈춘 곳은 고풍스러운 대전 앞이었다. 대전 앞에는 지키는 사람도 없고 불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만, 이 커다란 대전이 비어 있지 않다는 것을 단심화 공손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저예요.”
공손지가 나지막이 말했다.
“들어오너라.”
대전 안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는 마치 깊은 무저갱에서 울려나는 듯 웅웅거렸다. 공손지는 하얀 손을 뻗어 대전의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피비린내가 왈칵 몰려들었다. 그러나 공손지는 눈썹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불빛조차 없는 대전 안의 짙은 어둠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락.
공손지는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가 몇 걸음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뒤에서 갑자기 문이 닫혔다. 쿵.
그러나 공손지는 놀라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데 문이 움직인 것이지만, 이 대전의 주인에게 그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화륵.
대전 저편에서 작은 불빛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불빛 아래,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사박, 사박.
단심화 공손지는 서슴없이 대전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불빛이 흔들리며 커다란 기둥들의 그림자가 망령처럼 일렁이고 대전에 가득한 피비린내는 더욱 짙어졌다. 공손지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사락.
공손지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화려한 의자에 앉은 사람을 바라보며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보이시네요, 할아버지.”
스륵.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바로 비검 공손극이었다. 온몸이 피로 물든 데다 얼굴과 목의 혈관이 튀어나온 괴기한 모습이었지만 공손극도, 공손지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너의 힘은…….”
비검 공손극이 나지막이 말했다.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고 내가 말하지 않았더냐?”
공손극의 붉은 눈동자는 분명히 공손지를 책망하고 있었다.
“팔 하나뿐이었어요.”
허리에 손을 얹으며 단심화 공손지가 말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이젠 멀쩡하지요.”
사락.
공손지가 가볍게 손을 젓자 대전의 불이 켜졌다. 이전보다 한결 환해진 불빛 아래 공손지의 요염한 모습이 드러났다.
“어때요?”
공손지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보는 사람의 심령을 뒤흔드는 요염한 미소였지만 공손극은 눈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
“네 마기를 회복하기 위해 사용된 마교도가 몇 명인지 아느냐?”
“그걸 제가 왜 알아야 하지요?”
공손지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결국엔 다 저를 위해 죽을 자들인데요.”
비검 공손극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공손지의 말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마기는 더 이상 무한히 솟아나지 않는다. 너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익혀야 해.”
“그 전에 할아버님께서 천하를 손에 쥐시는 게 먼저일 것 같은데요?”
공손지의 말은 비검 공손극의 마음을 유쾌하게 했다.
“후후. 그래, 그렇겠지. 이제 내가 완전한 힘을 얻게 되는 날에는…….”
비검 공손극은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툭 튀어나온 혈관이 내달리는 끔찍한 모습이었지만 그 안에서 숨 쉬고 있는 거대한 힘을, 비검 공손극은 그 누구보다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반드시 그 애송이의 목을 비틀어 버리겠다.”
공손극의 눈동자가 붉은 빛을 뿜었다.
“그 전에 제가 잠깐 가지고 놀아도 되지요? 아니…….”
사뭇 낭랑한 음성으로 공손지가 말했다.
“꼭 한번 보고 싶어요. 눈앞에서 사랑하는 여자들이 죽어 갈 때, 그 멋지다는 남자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말이에요.”
단심화 공손지는 살짝 혀를 내밀어 붉은 입술을 핥았다. 그건 그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본능적인 욕망 탓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후후.”
비검 공손극이 웃었다.
“네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나 다음으로 천하의 주인이 될 사람은 바로 너니까.”
단심화 공손지를 내려다보며 공손극이 말했다. 그러나 공손극의 눈동자는 지극히 메마르고 서늘하기만 했다.
(작가의 말)
어그로는 레전드 탱커 급인데 딜 법사로 몰빵 해서 키운 손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