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ale Of A Scribe Who Retires To The Countryside RAW novel - Chapter (65)
낙향문사전-65화(65/494)
제65화. 역류(逆流)2014.04.15.
후우웅.
폭주를 시작한 당월아의 맹수는 무시무시했다.
마치 고통받은 맹수가 무차별로 날뛰듯이, 당월아의 내면을 휩쓰는 그 격류는 바로 손빈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큭.’
파괴적인 흐름이 손빈을 향해 덮쳐 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런 무모한 놈!”
거친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 손빈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 목소리의 정체를 짐작하기도 전에 손빈의 등에 커다란 두 손이 얹혔다.
“정신 똑바로 차려! 그렇지 않으면 전부 죽는다!”
우우웅.
등에 닿은 손에서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예전 설산에서 사자혁이 기운을 북돋아 주었을 때처럼.
그 기운에 밀린 탓일까? 손빈을 향해 폭주해 들어오던 당월아의 기세가 주춤했다.
“기운을 다스려라.”
그 목소리는 놀랄 만큼 차분했다. 마치 손빈의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조용하게 목소리가 말했다.
“너는 할 수 있다.”
후우웅.
거대한 흐름이 다시 한 번 손빈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손빈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복잡한 변화와 현란한 기교에 눈을 빼앗기지 마라.’
우우웅!
손빈의 현천대강결이 다시 한 번 맥동했다. 그리고 손빈의 손끝을 향해 도도하게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맹수처럼 표효하는 격렬한 당월아의 흐름 사이를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리고 본래 그러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큰 흐름을 따르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열린다.’
손빈의 호흡이 깊게 가라앉고 있었다.
∴
풀썩.
소녀의 가녀린 몸이 무너지듯 모로 쓰러졌다. 그리고 뒤를 잇듯 손빈도 땅에 풀썩 무릎을 꿇었다.
“후우우.”
손빈의 뒤에서 남악노군이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다. 잠시 그렇게 침묵이 흐르고 남악노군의 거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이런 미친놈 같으니. 대체 뭐하는 짓이냐!”
그의 목소리는 화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까 같은 기세는 없었다.
“무엇을 하나 싶었더니 그런 무모한 짓이라니, 제정신인 것이냐? 내가 오지 않았다면 너희는 모두 이 자리에서 한 줌 독수로 변해 있었을 것이다!”
진심으로 화를 내는 그의 목소리에 손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아이가 대체 네게 어떤 의미이기에 네 목숨의 위험까지 감수하는 것이냐?”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손빈이 말했다.
“뭐라고?”
“모르는 사이입니다. 이번 표행에서 처음 만난…….”
저 가녀린 소녀가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불렀다거나, 자신을 흉악한 독의 칼날이라고 지칭했다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건 그녀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일일 테니까.
“그런데 왜…….”
“노군과 마찬가지입니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손빈이 말했다.
자신을 향해 화를 내고 있는 남악노군의 모습이, 손빈에게는 마치 손자를 나무라는 할아버지를 보는 것처럼 정겹기까지 하다.
“뭐라고?”
노군이 눈살을 찌푸린다.
“노군께서 그리운 모습을 제게서 발견하셨듯이, 저도 이 소저에게서 제 마음을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도왔습니다. 그뿐입니다.”
손빈의 말에 남악노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목숨의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는다.”
“노군께서는 하셨잖습니까?”
손빈이 노군을 보며 말했다.
“제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신 것은, 노군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적어도 손빈은 알 수 있었다. 남악노군이 뛰어든 것은 그 죽음의 격류에 함께 휩쓸리는 일이었다는 것을.
만일 손빈이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 위험한 것은 손빈과 당월아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흥. 그 따위가 노부를 위험하게 할 수는 없다.”
남악노군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보던 손빈은 고개를 돌려 쓰러진 당월아를 향했다.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다.”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남악노군이 말을 이었다.
“네가 이 아이의 폭주하는 독기를 제대로 제어했으니까.”
남악노군은 쓰러져 있는 당월아를 보았다. 이런 가녀린 소녀에게 그런 흉악한 독기가 흐르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 고통을 견뎌 내다니, 이 아이도 지독한 아이로고.’
남악노군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야말로 심장이 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가녀린 소녀는 끝까지 그 고통을 참아 냈다.
“헌데 그런 식으로 독기를 다스리는 방법은 대체 어디서 배웠느냐? 그건 독기를 다스리는 데 정통한 자라 하더라도 감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무시무시하게 폭주하던 그 흉악한 독기가, 이제는 그녀의 내기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한 번 봤던 것입니다.”
“봤다고?”
“네. 사천의 맹호라는 사람이 독기공이라는 것을 쓰더군요. 그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만.”
손빈은 조용히 말했다.
“후에 기록을 정리하면서 대략이나마 그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성공한 건 제법 모험이었습니다.”
“독기공이라고?”
남악노군은 눈살을 찌푸리고 질린 듯한 표정으로 손빈을 보았다.
“네.”
“그걸로 이 여아를 살린 것이고? 당문의 여아를?”
“그렇습니다.”
담담한 표정으로 손빈은 대답했다.
“하.”
문득 남악노군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그 헛웃음은 곧 폭소가 되어 터져 나왔다.
“아하하하! 이거야말로 웃지 않을 수가 없군. 그 맹호가 자랑하던 절정의 독기공을 네가 꿰뚫어 봤단 말이냐? 그걸로 당문의 여아를 살리고? 하하하하! 사천의 맹호여! 네 잔혹함과 깊은 심계가 다 헛것이로구나. 네 거만함과 오만함이 다 헛것이었어! 우하하, 우하하하하.”
남악노군의 웃음소리는 형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새들이 놀라 후드득 날아오르고 덩달아 놀란 짐승들이 이곳저곳에서 울음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남악노군은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잘했다.”
손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남악노군이 말했다. 그의 표정은 정말이지 후련한 모습이었다.
“그가 살아서 이 꼴을 봤어야 하는데. 아마도 꽤 볼 만했을 거야. 하지만 뭐, 이젠 상관없는 일이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손빈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 남악노군과 사천의 맹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보다 짐작할 뿐이다.
“나중에 내가 술 한잔 사마.”
“술이라면 제가 사야지요.”
손빈이 말했다.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 어찌 술 한잔으로 족하겠습니까?”
“말도 참 귀엽게 하는구나.”
남악노군이 가만히 웃었다.
“그래. 나중에 한번 밤새도록 마셔 보자꾸나. 오늘이야말로 내 평생에 다시없이 기쁜 날이로다.”
조용히 웃는 그의 어깨 위로 푸른 달빛이 고요히 내려앉고 있었다.
*
*
*
당월아는 쉽게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이 너무나 편안해서, 의식을 잃었다기보다는 마치 잠들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손빈은 그녀를 편안한 곳에 눕히고 모포를 덮어 준 후에 면사로 얼굴을 가려 주었다.
그녀가 의식을 잃었다는 말에 은초빈과 장 표두가 놀랐지만 남악노군이 괜찮다고 하자 곧 안도했다. 그리고 남악노군의 말대로, 그녀는 다음 날 아침 정신을 차렸다.
표로롱, 짹짹.
귓가로 흘러드는 유난히 청명한 새 소리에 당월아는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생각했다.
‘예쁜 소리……. 저건 무슨 새일까?’
당월아는 눈을 떴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이 그녀를 반긴다.
정말 시리도록 맑고 푸른 하늘. 저렇게 청명한 하늘은 마치 태어나서 처음 보는 듯했다. 가만히 눈을 깜빡이던 당월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락.
가슴께에 덮여 있던 모포와 하얀 면사가 흘러내린다.
‘여긴…….’
어쩐지 기분이 낯설다. 그러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상쾌하기까지 했다.
―깨어났느냐.
어디선가 울려온 거친 목소리가 그녀의 가벼운 기분을 깨 버렸다. 내기를 실어 보내는 전음. 순식간에 긴장이 그녀의 온몸을 내달린다.
당월아는 재빨리 면사를 들어 쓰는 것과 동시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흠. 그 정도면 이상한 곳은 없는 듯하군.
당월아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찬찬히 주변을 살폈지만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시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나 상대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다. 너와 말하는 건 내게도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니 그렇게 티 낼 것 없다.
그제야 당월아는 목소리의 주인이 남악노군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야 오는군.
자박, 자박.
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누군가 당월아에게 다가왔다.
“일어났습니까?”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리자 손빈이 그곳에 서 있었다. 가벼운 안도감이 그녀에게 밀려들었다.
“기분은 어떤가요? 몸은 좀 괜찮습니까?”
그의 한마디에 어젯밤의 기억이 그녀에게 몰려 들어왔다.
그의 손이 자신의 머리에 닿았던 장면이 떠오르자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오르며, 면사를 쓴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난다.
“아, 네…….”
‘그러고 보니.’
이토록 깊이 잠든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이처럼 아무 고통 없이 깨어난 것도.
“제가…… 어떻게…….”
―흘. 어제 그가 네게 어찌해 주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단 말이냐?
남악노군의 목소리가 말했다.
―내기를 움직여 보아라.
‘내기.’
그의 말에 당월아는 가만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에 흠칫 놀라고야 말았다.
‘어, 어떻게, 내기가…….’
내기가 움직이고 있었다.
언제나 맹수처럼 자신의 내면을 파괴하고 내달리던 그 맹렬한 기운이, 자신의 생명을 깎으며 간신히 누르고 있던 그 독기가 마치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떠올려 보아라. 그가 어제 너의 그 독기를 어찌 다스렸는지. 그 흐름이 어떠했는지.
‘흐름.’
정신을 잃을 것 같던 그 고통 속에서, 당월아는 자신의 내면을 흐르던 한 줄기 청량한 시냇물과도 같은 기운이 있었음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그 기운이 자신의 온몸을 흐르며 사나운 독기를 진정시켜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보여 주었을 때, 비로소 그 흉포한 맹수가 잠잠해졌던 것을.
사락.
당월아는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흐름을 떠올리며 천천히 자신의 기운을 움직여 나갔다.
웅.
그건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의 손끝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 투명한 옥색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소저.”
문득 손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그녀를 일깨운다. 고개를 드니 자신을 바라보는 손빈의 눈동자에 염려가 가득하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했더냐?
남악노군의 목소리가 가벼운 웃음과 함께 들려왔다.
―하지만 갚아야 할 것은 아주 많을 것이다. 흘흘흘.
“괜찮습니까?”
손빈이 다시 묻는다.
“나, 나는…….”
하지만 당월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손빈을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고, 손빈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당황해하고 있었다.
*
*
*
바스락.
“헉! 뭐, 뭐야! 거기 누구냐!”
뒤쪽에서 누군가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도문의 조장은 눈살을 찡그렸다.
“누가 가서 저 개자식 입 좀 닥치게 해.”
나지막했지만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그리고 다음부터 저놈은 데리고 나오지 말고.”
“죄송합니다.”
옆에 있던 수하가 나지막이 말하곤 뒤로 물러났다. 소란을 피우던 목소리는 곧 잠잠해졌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수하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마 산짐승 소리를…….”
“알아.”
소도문의 조장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겠지. 지금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먼저 움직이겠어?”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앞을 쏘아보았다. 수풀 사이로 언뜻 옷자락이 비쳐 보인다. 그곳엔 어딘가의 무슨 파가 진을 치고 있다고 했다. 비단 저곳만이 아니다.
“저잣거리보다 더 붐비는군. 제길.”
좀 과장이었지만 그건 그의 심경을 그대로 나타낸 말이었다. 몇 걸음만 걸으면 바로 칼 든 사람을 마주칠 수 있다.
강남 무림에서 칼 든 사람은 모조리 이곳 남악으로 몰려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계심과 긴장감은 말할 것도 없다.
바스락.
이번에 들린 인기척은 진짜였다. 수하가 검에 손을 가져가는데 낮은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다녀왔습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조장의 눈빛이 반짝인다. 곧이어 또 다른 수하가 수풀 사이로 모습을 나타냈다.
“뭐래?”
조장은 다짜고짜 물었다. 수하 역시 바로 대답했다.
“하겠답니다. 분배 비율은 반반, 그 외의 문제는 각자 알아서 하기로 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조장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다행이군. 좋아, 혹시 다른 정보는 없나?”
“그쪽도 대략 세 곳 정도의 문파와 연합 약조를 한 듯합니다. 그런데 그중에 쌍검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괜찮겠냐며 넌지시 말을 흘리더군요.”
“쌍검파?”
옆에서 듣던 다른 수하가 눈살을 찌푸린다. 쌍검파는 소도문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문파다.
“그놈들하고 연합을 하다니,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문제? 무슨 문제?”
조장이 비웃듯 말했다.
“지금은 아무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야. 누가 표물을 먹건 그 다음엔 막장 쟁탈전이 벌어질 게 뻔하다. 그러니 이렇게 허울뿐인 말로라도 연합을 맺어 둬야지. 그리고 쌍검파 놈들하고 손을 잡은 건 우리가 아니야. 한 다리 너머 연합 상대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아니, 오히려 그쪽에서 방심해 주면 우리야 좋지. 적당한 기회가 온다면 바로 친다.”
수하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그 적당한 기회가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일단 다섯 문파하고 약조를 맺은 셈인가?”
“다섯이라. 이렇게 많은 문파들하고 협력하기로 한 건 처음이군요. 이러다 진짜 연합 같은 거라도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그 말에 조장은 피식 웃었다.
“연합? 정파 놈들이 왜 우릴 사파라고 마음껏 업신여기는 줄 알아? 우린 뭉치질 못해. 지금도 서로 뒤통수 칠 생각이나 하는데 누가 연합에 들어가겠어? 아예 잡아먹힌다면 모를까, 정파 놈들처럼 연합이니 맹이니 하는 걸 만드는 건 꿈이야.”
조장의 말에 수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정파 놈들은 벌써 끼리끼리 뭉쳤다고 하더군요.”
“그럴 테지. 그건 그렇고 소은표국, 이놈들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닷새 후라고 했으면 빨리빨리 와야 할 거 아니야? 오늘이 벌써 엿새째잖아.”
“언제를 기준으로 닷새인지 모르니까요. 뭐 어쨌든 소문이 사실이라면 오늘내일 안으로 올 것 같긴 합니다만…….”
그의 말이 끊어진 것은 갑자기 주변이 술렁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모습을 감추는 척이라도 하고 있던 다른 문파들이 허둥지둥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삭.
“조장님! 큰일 났습니다!”
경계를 서던 수하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소은표국이 나타났답니다!”
“뭐? 여기가 길목인데 대체 어디서 나타났다는 거야?”
“그게, 형산 쪽에서 내려온 것 같습니다. 지금 그쪽에서 무언가 소란이 일어났다고…….”
“이런 썅.”
조장이 욕을 뱉으며 벌떡 일어섰다.
“다들 움직여! 늦게 가면 국물도 없다!”
소도문은 급히 일어나 형산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른 문파들의 눈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며칠을 기다리던 당문의 보물이 드디어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탐욕이 순식간에 모두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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