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mp’s Strategy Guide to Conquer the Tower RAW novel - Chapter (142)
하남자의 탑 공략법 143화(143/145)
해방의 룬 목걸이가 처음 출현했을 때.
광마와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이 아이템을 의도적으로 세상에 푼 교활한 놈들이 있다고.
누구냐고 물어봤지만 자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들이 관리자들이었다.
디아마트의 배후, 탑 붕괴를 위해 별별 짓거리를 다 하는 자들.
대체 놈들의 목적이 뭘까?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지?
혹시 그들이 탑을 만들었을까?
이에 대해 디아마트도 답을 주지 못했다.
그저 관리자라는 존재가 있다, 그들이 시켰다, 최종 목적은 소환사 플레이어 제거다, 라는 말만 할 뿐.
‘웃기는 새끼들이네. 왜 날 제거해? 탑 등반한 것밖에 없는데. 사람 쫄리게 말이야.’
물론 피소환인들을 믿고 있지만.
솔직히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어쨌든 30대 수더분한 인상의 식당 종업원 링링에서.
폴리모프를 해제해 서큐버스의 본모습으로 돌아온 디아마트.
무려 여왕이다.
팜므파탈의 미모, 야릇하게 흔들어지는 꼬리, 코미콘 행사장 덕후 코스튬플레이어 같은 노출 심한 옷차림.
몸을 슬쩍 비틀면서 살려달라고 했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줄 알았다.
하남자에겐 치명적인 유혹이었지.
아유! 당연히 살려드려야죠, 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확실히 위험한 요물이었다.
경국지색(傾國之色), 나라를 기울게 만들 정도의 미모.
디아마트에게 딱 어울리는 말.
그런데 귀순을 요청해와?
솔직히 당혹스럽다.
탑 몬스터잖아.
지가 무슨 북한군 간첩인가?
‘…흠.’
어떻게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디아마트, 알고 보면 관리자의 임무를 받고 지구에 나와 교란 분열 책동을 계획한 탑의 간첩 아닌가.
‘그래서 귀순이라는 말을 쓰는구나.’
어떡하지?
“제, 제발 살려주세요.”
솔직히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탑 몬스터 주제에 삶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
어차피 영혼 아닌가.
죽어도 리셋되어 다시 살아나는.
“탑 밖에서 죽으면 영혼이 소멸해요. 되살아날 수 없어요.”
아!
그렇구나.
탑 안에선 죽어도 리셋되지만 탑 밖에선 리셋이 안 된다는 의미.
‘얘도 엄청난 위험 부담을 안고 나왔네.’
결국 잡혀 버렸지만.
“고조, 이 에미나이, 한번 배신한 간나 새끼는 또 배신하는 기야! 우리가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았네? 어림도 없구만 기래!”
또 갑자기 인민무력부장으로 빙의한 코사크.
디아마트는 손사래를 치며 부인했다.
“저, 절대 배신 안 해요. 아니, 못 해요. 귀순만 받아 주시면.”
“검은 머리 짐승은 들이는 게 아니디. 이보라우! 아주 까만 머리카락 아니네!”
확실히 흑발은 맞다.
“…저도 리스크를 각오하고 결정한 일이에요.”
무슨 리스크?
“관리자와의 계약을 어겼기 때문에 페널티를 받아요. 군주의 자격이 박탈당해요.”
그래서 능력치가 하락한다는 의미 같은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살아남겠다?
“광마 님 생각은요?”
“노부야 언제든 소환사의 결정을 지지하오. 그대가 가는 길이 곧 올바른 길이오.”
견달래는?
“의심스럽긴 하오나 시스템이 귀순을 주관한다면 믿어볼 만하다 생각되옵니다.”
베로니카와 고방, 바르딘도.
“귀순병은 받아 주는 게 맞습니다. 그래야 적들의 사기가 하락합니다.”
“허약해 보이지만 쓸모는 있을 것이다.”
“마이 로드, 회개한 어린양입니다.”
주혁도 마음이 기울었다.
다다익선 아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더구나 카탈로그 목록과 별도 그룹으로 취급.
그렇다면 확장권 없이도 얼마든지 숫자를 늘릴 수 있다는 뜻.
‘디아마트 말고도 다른 귀순자가 더 있을 수도 있잖아.’
어쨌든 귀순을 받아들인다면 디아마트는 탑에서 해방.
그렇다면 코사크의 부친 하르트만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지금 지구 플레이어 수준으론 77층 초고난도 임무까지 가긴 어렵다.
하지만 나중에 점점 더 실력이 좋아지고, 혹은 8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가 반복 임무를 통해 초고난도까지 간다면?
‘공략될 수도 있어.’
코사크의 아버지 하르트만이 플레이어의 손에 죽는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
그도 귀순이라는 방식을 통해 해방될 수 있을까?
그래서 디아마트에게 물어보니
“불가능해요. 저와 하르트만은 본질부터가 달라요.”
뭐가?
“탑 소속 영혼은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하나는 계약 관계, 또 하나는 강제 속박.”
흐음.
“전 계약 관계지만, 탑의 다른 영혼들은 속박된 노예나 다름없어요. 아마도 자신들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를걸요?”
설명이 쭉 이어졌다.
특정한 임무를 목적으로 지구에 현신한 디아마트.
세상을 교란하고, 이간질하고… 상당히 고차원적인 작업이다.
능동적인 판단을 위해선 자유의지가 필요하다.
그 임무를 위해 계약을 맺고 나온 것이고.
반면 속박된 영혼들은 자유의지가 없다는 말.
언뜻 들으면 맞는 말이지만, 과연 그럴까?
견달래의 스승 해령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
자신의 처지와 탑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해령은 특이한 존재였어요. 초월적 세계를 경험했던 터라 이미 인간의 격을 벗어버린 영혼이었죠. 언제든지 탑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해령의 배경 설명에도 나왔다.
등선의 끝자락에 다다랐다고.
“그녀가 탑을 나가지 못했던 이유는 자신에게 있었어요. 인간계에 남아 있던 후회, 미련, 고뇌, 속죄, 참회, 죄책감… 스스로에게 벌을 내렸죠. 해령은 해방되는 걸 원하지 않았어요.”
알 것 같다.
자신의 애제자 견달래가 죽고, 천 제국은 망했고, 쇠약해진 상태에서 동료 구미호에게 제압당해 인간의 간을 강제로 섭취당했고.
하지만 견달래를 만나고 나서 모든 미련이 사라졌다.
그리하여 광마의 도움으로 한번 경험했던 길을 다시 밟았다.
그에 비해 하르트만은?
같은 LSSR 등급이라도 인간의 격을 초월하지 못했다.
탑에 속박된 채 그저 임무 대상으로 77층에 배치되었을 뿐.
따라서 하르트만의 영혼을 탑에서 해방할 방법은 둘 중 하나.
해령처럼 영혼의 격을 높여 스스로 탈출하거나, 혹은 탑이 속박을 풀어 주거나.
관리자들은 할 수 있을까?
만약 할 수 있다면 만나서 얘기라도 해봤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이제 결정해야 한다.
디아마트의 귀순을 받아들일 건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마물의 군주 디아마트의 귀순 요청을 받아들이겠습니까?]사실 이미 결정했다.
딱 봐도 알겠다.
‘이걸 왜 안 받아?’
업적 각이 날카롭게 섰다.
업적 보상이 눈앞에 있다.
‘특전보다는 업적이지.’
이제 특전의 시대는 지났다.
가자! 업적의 시대로.
와라! 하남자에게로.
싹 다 품어주마.
“귀순 요청 수락.”
[마물의 군주 디아마트의 귀순 절차를 시작합니다.] [디아마트와 탑 관리자 간의 계약이 파기되었습니다.] [디아마트가 서큐버스 퀸(LSSR)에서 하급 서큐버스(R)로 영혼의 격이 하락합니다.]엥?
‘헐…….’
계약 파기 페널티.
이건 꽤 크다.
LSSR 등급에서 R등급으로 세 단계 떡락했다.
여왕이 평민으로 강등당한 것.
[80층 보스 몬스터는 악몽의 흑마 나이트메어로 교체되었습니다.]80층 임무도 변했고.
비운 자리는 메꿔야 하니까.
[전향 귀순자는 소환사 플레이어와 피소환인의 지시에 절대복종합니다.]차별 대우.
피소환인들의 지시도 받아야 한단다.
‘혈랑 말에도 복종해야 하나?’
개보다 밑이면 진짜 비참할 텐데.
[전향 귀순자의 낙인을 찍습니다.]낙인?
바로 그때!
치지지지직!
“아아악!”
디아마트의 이마에 새겨지는 문신.
동시에 환하게 빛나더니 이내 스며들 듯 사라졌다.
띠링!
그리고 디아마트의 정보가 눈에 들어왔다.
<전향 귀순자 : 긍지보다는 생존을 택한 가련한 몽마>
– 이름 : 디아마트
– 등급 : R(레어)
– 유형 : 서큐버스(몽마)
– 현신 기한 : 10시간
– 만족도 평가 : 없음.
– 재소환 대기 시간: 3시간(소환 해제 후 적용)
[전향 귀순자도 동시 소환 가능 숫자의 적용을 받습니다.] [현재 동시 소환 가능 숫자는 10명, 1명 초과 상태입니다.]그랬다.
여기 7명, 집에 3명.
총 10명인 상태에서 디아마트까지 추가되었으니 현재 11명.
[전향 귀순자 디아마트가 강제 소환 해제됩니다.]스팟!
숫자를 맞추기 위해 사라진 디아마트.
뭐, 한 명 더 늘어난 건 좋다만…….
‘R등급 하급 서큐버스를 어디다 써먹어?’
너무 약하잖아.
몬스터나 잡을 수 있겠나.
다음은?
띠링!
[업적 : 최초로 탑에 소속된 영혼의 귀순을 받아들였습니다.]“아싸!”
예상대로 업적이 떴다.
[업적 보상을 지급합니다.]뭐지?
[업적 : 백색 탑 17층 기초 메뉴에서 새로운 항목이 추가되었습니다].‘음.’
또 백색 탑 관련 보상?
새로운 항목이라니.
기초 메뉴라면 환경, 통신탑, 발전기, 3개의 항목이 있었다.
다 한 번씩 실행해봤고.
‘하나 더 추가된 건 뭐야?’
뭐, 백색 탑에 들어가 보면 알겠지.
‘일단 집에 가자.’
또 한고비 넘겼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도 있지만.
*
스팟!
주혁과 피소환인들은 펜트하우스로 왔다.
고생했으니 휴식을 취하게 해주고.
‘정산해야지.’
먼저 배지부터.
이전까지 누적 배지는 106개였다.
현물은 17개.
이번 등반에서 대한민국 2번 탑 75층부터 80층까지 공략했다.
그중 77층은 배지를 받지 못했으니까 제외하면?
누적 배지 116개.
현물 27개.
추가된 배지가 10개.
2번의 특전을 받을 수 있다.
‘좋은 게 나올까?’
특히 카탈로그 확장권 같은 것.
하지만 주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관리자들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견제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 상황에서 좋은 특전이 나올까?
아마 카탈로그 확장권은 기대하지 말아야 할지도.
그래도 까보자.
혹시 알아?
좋은 게 나올지.
[플래티넘 배지 110개 누적으로 특전을 지급합니다.] [특전 : 상급 마정석 1톤을 인벤토리로 지급합니다.]‘…….’
심하네.
상급 마정석 1톤이야 76층에 들어갔다 나오면 쉽게 채굴하는 양인데.
다음!
[플래티넘 배지 115개 누적으로 특전을 지급합니다.] [특전 : 전향 귀순자 등급 상승의 룬을 인벤토리로 지급합니다.]‘오!’
이건 괜찮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귀순을 받아들이니 거기에 딱 맞는 특전이 나온다.
‘축 강화가 아닌 이상에야 하루 이틀이면 끝나니까.’
바로 디아마트에게 줘서 등급 상승하고 오라고 하자.
알(R)이 뭐야? 알이!
최소한 스알(SR)은 돼야지.
특전도 확인했고.
남은 건?
업적 보상.
기초 메뉴 새로운 항목 추가.
[백색 탑 17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소유권자 메뉴를 불러옵니다.]주혁은 허공에 홀로그램으로 뜬 [기초] 메뉴를 터치했다.
뭐가 추가됐으려나.
그러자 떠오르는 항목.
<백색 탑 17층 엘리베이터>
‘뭐?’
엘리베이터?
이건 또 무슨?
–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서 백색 탑의 다른 층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허용된 층에만 엘리베이터가 멈춥니다. 설치 비용 상급 마정석 1,000톤.
‘어어어…….’
상상도 못 했다.
엘리베이터라니.
백색 탑의 다른 층에 갈 수 있다고?
가면 뭐가 있지? 아니, 누가 있지?
백색 탑 층은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지는 것.
자신은 17층을 분양받았다.
다른 층의 주인도 플레이어일 것이다.
‘설마…….’
또 다른 지구 플레이어가 백색 탑을 분양받았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지구가 아닐지도, 다른 세상의 플레이어일지도.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검은 탑이 존재하는 곳 말이다.
피소환인들도 늘 말해온 사실이고.
‘이거 혹시 차원 이동인가?’
자금은 알 수 없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봐야 알게 될 것이다.
‘이거 재밌겠는데?’
설치 비용은 재미가 없지만.
‘상급 마정석 1,000톤이라,’
한번 박박 긁어 모아보자.
*
탑 관리자들은 또 난리가 났다.
관리자들의 고민이 길어졌다.
*
디아마트도 처리했다.
특전과 업적 보상도 확인했다.
이제 뭘 하지?
먼저 79층 보상으로 받은 아이템.
피소환인 등급 돌파의 룬으로 코사크를 보내야 한다.
코사크가 없는 2주 동안은 베 상사와 뱀파이어 제페트, 혈랑 등등을 북한으로 대신 파견 보낼 계획이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주혁은 피소환인들과 함께 77층으로 등반했다.
죄수들은 빠르게 처리하고, 주변 정리를 깨끗하게 한 뒤.
다시 아버지 하르트만과 대면한 코사크.
“…리안?”
“아버지?”
“여긴 천국이냐? 아니면 환상?”
“환상도 아니고 사후세계도 아임다. 여긴 탑 임다.”
“탑이라니,”
“아무튼 이 약부터 먹고 시작하십쇼.”
코사크는 마리에게서 받아온 원기 회복의 포션을 하르트만에게 마시게 했다.
이걸 먹고 낫는 건 아니다.
이미 하르트만의 손상된 진원지기, 생명력의 그릇이 깨어졌기에 채워도 줄줄 새어나간다.
그저 약간의 시간을 벌어주는 용도.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사실 이게 세 번째다.
하지만 매번 상황이 똑같았다.
열심히 설명해서 인식시켜 놓으면 얼마 후 하르트만이 죽어버리고.
다시 탑에 입장하면 리셋되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이러다간 끝이 안 나겠어.’
뭔가 방법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