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116
115화. 굿즈 샵(2)
***
“거기에서 팔 캐릭터 케이크나 음료를 차 셰프님이 만들어주시면 어떨까 해서요.”
김정후가 카페를 겸한 굿즈 샵을 열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확히는 동업입니다.”
굿즈 샵의 디저트와 음료 파트 맡아달라는 부탁.
이미 소속 아티스트의 굿즈 샘플까지 나왔으니 돌은 구르기 시작한 셈. 해준이 거절한다면 다른 셰프를 섭외해서라도 디저트와 음료를 만들 것이다.
그렇지만, 해준의 눈에 비친 김정후 대표는 ‘너 아니면 안 돼!’하는 눈빛이었다.
‘굿즈 샵이라···.’
팬들이 몰려와 자신의 최애돌의 캐릭터나 사진이 있는 굿즈 상품을 사고, 맛있는 디저트도 즐긴다니. 어쩐지 재밌을 것 같았다.
게다가 해준은 곽두식을 위한 쿠키 박스를 만든 이후 쿠키나 디저트 종류를 만드는 데 흥미를 느낀 터였다.
‘재밌겠는데?’
차해준의 표정을 살피던 김 대표가 물었다.
“같이 하실 거죠?”
그의 굿즈 샵 오픈 계획엔 차해준이 꼭 필요했다.
윤여진을 위한 커피차와 디저트.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한식뿐 아니라 음료와 디저트에도 조예가 깊은 차해준이 굿즈 샵에서 팔 음식을 만들어준다면 더 큰 이슈가 될 것이다.
“마침 디저트 카페를 오픈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됐네요.”
호쾌한 대답에 김 대표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소위 3대 기획사라 불리는 곳에만 있는 굿즈 샵을 자신도 갖게 된다는 기쁨 때문이리라.
러블리엔젤의 성공적인 데뷔와 핑키데이의 역주행 신화. 그리고 나머지 아이돌 그룹의 성장으로 JH는 3대 기획사의 뒤를 바짝 쫓는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가 되었다.
명성에 걸맞은 굿즈 샵까지 갖게 되었으니 말 그대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은 셈이다.
김정후는 상기된 얼굴로 굿즈 샵 구상에 대해 간략히 브리핑했다.
“굿즈 샵에 판매용 상품 말고도 우리 애들이 입었던 의상, 소품도 함께 진열할 겁니다. 관광 명소로 만들어서 사진도 찍고, 굿즈 구매도 하고, 더불어 맛있는 디저트와 음료도 먹고. 아! 디저트랑 음료는 우리 아티스트 이름을 따는 게 어떨까요? 메뉴 이름을 노래 제목으로 하면 재밌을 거 같고.”
“하하하. 대표님 완전 신나셨네요.”
“그러게. 우리 대표님 이런 모습 처음이야.”
럽둥이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김정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꿈꾸는 굿즈 샵에 대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늘어놨다.
“셰프님도 아이디어 있으면 주세요. 적극적으로 반영하겠습니다.”
“굿즈 샵에서만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그렇지않아도 사인이나 아티스트가 직접 쓴 문구를 넣은 아이템도 판매할 예정이에요.”
“단순히 그런 거 말고, 더 적극적인 참여 방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예를 들자면···.”
“예를 들자면?”
해준은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척 턱 끝은 손으로 매만졌다.
사실 그는 굿즈 샵 동업을 제안받을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아시죠? 저희 썬플라워에 있는 벽화도 민주가 직접 그린 거예요.”
“진짜?”
“헐! 그거 언니가 그린 거예요?”
“그때 메뉴판도 민주가 다 직접 그렸어.”
차해준이 기다렸다는 듯 민주의 재능을 어필했다.
그 발언에 럽둥이들의 시선이 김민주를 향했다.
“치. 얼굴도 예쁘면서 금손이기까지 하다니!
“요즘은 노래랑 안무 실력도 늘었으면서.”
“뭐야. 만능 재능캐가 컨셉이었어? 완전 자괴감 느끼네.”
태린, 서아, 하린 그리고 막내 연우까지 민주를 포위하듯 에워쌌다.
누가 보면 집단 린치라도 가하려는 듯 위압적인 포지션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팀원들 간의 아주 사소한 시기와 질투.
“만능캐는 무슨. 나 미대 다니잖아. 그냥 취미로 한 거지.”
민주가 한걸음 물러서며 둘러댔다.
“취미 수준이 아니던데. 그 벽화 하나로 썬플라워가 별스타에서 핫플로 뜬 거잖아요.”
연습생 시절 회사 몰래 썬플라워에 돈가스를 먹으러 갔던 서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운이 좋았던 거지.”
“운이 좋아서 태어나다 보니 걸그룹 비주얼 센터감 외모고.”
“운이 좋아서 미술 실력도 뛰어나고.”
“운이 좋아서 노력파로 뒤처지는 노래와 안무까지 단시간에 따라잡고··· 응? 이건 아닌가?”
“네, 언니. 그건 아닌 듯.”
“암튼. 얘들아, 민주 잡아!”
멤버들의 시기와 질투(?)가 폭발했다.
민주가 소녀 가장으로 미대 입시 학원비까지 알바로 충당했다는 사실은 아직 몰랐던, 멤버들이 민주의 팔다리를 잡고, 리더이자 맏언니 태린은 민주의 목에 헤드록을 걸었다.
“콧대가 하늘을 찌르시는구만. 에잇!”
“읏, 언니 메이크업 지워져요. 이따 인터뷰 스케줄 잡혀있는데.”
“벌이다. 쌩얼로 인터뷰해!”
“싹 지워요. 언니.”
“그래야 공평하지.”
“크크큭.”
살갑게 장난치는 럽둥이의 모습에 해준이 안심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돌팀 내에서 발생하는 왕따 사건이 왕왕 보도되는데, 가장 마지막에 낙하산 급으로 발탁된 민주가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으악, 살려줘요. 대표님! 살려줘요. 언니!!”
민주의 간절한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정후는 여전히 사업 이야기에 몰두했고, 태린은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민주야. 좀만 참아.’
“민주의 미술 실력을 활용하자?”
“네. 타르트나 쿠키, 컵케이크나 조각 케이크 디자인을 민주가 직접 해보면 어떨까요? 레시피는 제가 만들고, 디자인은 민주가.”
아이디어를 들은 김정후의 눈빛이 반짝였다.
타고난 사업가인 그가 듣기에도 차해준 셰프의 제안은 분명 팬들에게 먹힐만한 아이템이었으니까.
실제로 유명한 가수나 배우들이 현대 미술에 참여하거나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의류, 요식업에 뛰어드는 게 트렌드다.
JH 본사의 굿즈 샵에서만 판매하는 디저트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돌이 직접 디자인했다면?
“인기 있겠는데요?”
“보나 마나 샵의 시그니처 메뉴가 되겠죠.”
스케줄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 문제만 해결한다면 해볼 만한 도전이다.
“와! 아이디어 좋다.”
“최고의 셰프와 러블리엔젤 비주얼 센터의 환상 콜라보.”
“천사랑 회원들이 좋아하겠어요.”
천사랑은 러블리엔젤의 공식 팬클럽.
러블리엔젤 멤버들도 모두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이제 민주의 마지막 결정만 남은 셈.
김정후 대표가 무릎을 꿇어 얼굴이 새빨개진 민주와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어쩐지 김정후 대표까지 놀이에 동참해버렸다.
“민주야. 네 생각은 어때? 너무 피곤하면 안 해도 되고.”
“켁.”
그 광경을 누군가 봤다면 흡사 조직폭력배가 무력으로 협박해 원하는 계약을 따내는 거로 착각했을 터.
“아파요. 이, 이거 놔주면 할게요.”
메뉴 개발이라는 핑계 아래 마음 놓고 차해준과 데이트를 할 수 있다. 게다가 목숨(?)까지 구할 수 있으니 민주는 전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셈.
“얘들아. 그만 놔줘.”
압박을 가하던 태린의 팔이 스르륵 풀렸다.
헤드록에서 벗어난 민주가 태린을 향해 버럭 화를 냈다.
“아파 죽는 줄 알았잖아요!”
“헤헤. 미안. 하다 보니까 너무 몰입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다.
어쨌든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으니 만족.
남은 커피와 쿠키를 먹으며 앞으로의 일정을 논의했다.
***
늦은 밤.
인천 공항.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탄 리즈는 아련한 눈으로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한국행에서 세븐키즈 태오를 만나지 못했다.
준비했던 선물도 주지 못했고, 더욱이 셀피와 사인은 받지도 못했다.
“아 비앙또(A bientot).”
리즈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마디.
‘곧 보자’라는 말은 비행기 엔진 소음에 묻혀버렸다.
그녀는 태오를 만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세븐키즈. 다음엔 꼭 만나겠어.’
꼭 만나서 선물도 주고, 셀피도 찍고, 사인도 받겠다고.
***
[해준] : 목은 괜찮아? [여친♥] : 아직 아파요.ㅠㅠ [해준] : 그래도 너희끼리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겠네. [여친♥] : 그건 그래요. 맨날 시트콤 찍는다니까요. 어제는 연우가 팬싸장에서 젤리 봉지를 뜯다가 터져버리는 바람에 완전 난장판 됐다니까요. 그 와중에 3초 안에 먹으면 괜찮다고 주워 먹어서 매니저 언니가 막 말리고 장난 아니었어요. [해준] : ㅋㅋㅋ 상상된다. [여친♥] : 웃기죠? [여친♥] : 참. 내일 우리 몇 시에 만나요? [해준] : 난 저녁 장사 끝나고, 계속 썬플라워에 있을 거야. 아무 때나 오면 돼. [여친♥] : 스케줄 끝나면 바로 데려다 달라고 할게요^^ [해준] : 피곤하겠다. [여친♥] : 헤헷. 괜찮아요. [여친♥] : 공식적으로 오빠랑 만날 수 있는데, 그깟 잠 조금 덜 자죠. 뭐.밀려드는 스케줄 때문에 쪽잠을 자는 민주가 안쓰러웠다.
‘내일은 특별 음식을 좀 준비해야겠는데.’
아직 공식적인 커플이 아닌 해준이 해줄 수 있는 건 특별한 버프가 담긴 음식뿐.
[해준] : 빨리 자. [여친♥] : 내일 봐용~ 😀톡을 끝낸 해준은 곧장 차원의 농장으로 향했다.
굿즈 샵 오픈과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커피 생산량부터 늘리자.’
농장 북쪽의 절벽 위로 향한 해준은 커피 농장 규모를 지금의 2배로 늘렸다.
아무래도 카페를 운영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커피가 필요할 터.
그 옆으로 차밭을 일구고, 녹차와 홍차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되려나?’
차해준은 JH 수장 김정후 대표와 구체적인 굿즈 샵 운영 계획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굿즈 샵에서 해준의 포지션은 음료와 디저트 담당.
그에 대한 모든 권한을 차해준이 갖기로 했다.
음료는 커피와 에이드, 열대 과일을 응용한 몇 가지 셰이크를 메뉴에 올리기로 했다.
말은 간단하지만 커피만 하더라도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드립, 콜드 브루, 라떼··· 등 10여 가지가 넘고, 음료만 총 30가지나 되니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그래도 자리만 잡히면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하면 되니 그 이후에는 차원의 농장에서 열심히 농사를 지은 재료만 가져다주면 해결된다.
‘음료는 계절에 맞게 버프를 첨가해주는 게 좋겠지?’
윤여진을 위한 커피차에서처럼 여름에는 피부를 서늘하게 만들어주고, 겨울은 따스한 온기를 유지해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굿즈 샵의 인기는 올라갈 것이다.
‘애초에 JH에서 가진 팬덤만으로도 매출은 보장되겠지만. 그럼 남은 건 디저트 쪽인가?’
디저트는 고민 없이 아주 평범하게 가기로 했다.
가짓수도 적당히 10종 안팎.
그래야 민주와 차해준의 콜라보 작품이 더 두드러질 테니까.
‘평범한 디저트는 클로에에게 맡기자.’
음료에 첨가할 가벼운 버프 이외에 특별한 효능을 지닌 음식은 필요 없다.
맛으로 승부하면 그뿐.
더구나 클로에의 실력도 농장에서 정평이 난 상태다.
모두가 그녀의 베이킹 실력에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고, 베이킹에 있어서만큼은 차해준 보다도 더 뛰어난 솜씨를 발휘할 때가 많았다.
대표적인 디저트인 크로칸슈, 마카롱, 쿠키, 마들렌 같은 구운 과자와 타르트, 디저트 케이크는 평범한 모양으로 만들고, 해준과 민주의 콜라보 작업으로 만들 메뉴는 컵케이크로 정했다.
‘시그니처 메뉴는 컵케이크가 될 거야.’
문제는 굿즈 샵 겸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가 될 컵케이크가 얼마나 제 역할을 해주느냐다.
맛도 모양도 인상적이어야 한다.
여길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추억으로.
‘여차하면 먹는 순간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버프를 넣어주면 되니까 별문제는 없지만.’
기왕이면 순수한 음식 자체로 평가받길 원했다.
민주와 둘이 함께 하는 첫 작업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