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146
145화. 파파라치(4)
***
데이트는 즐거웠다.
민트초코를 먹을 땐 곤욕이었지만, 나름대로 공부가 되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그 순간 끝이야. 민초는 영원히 봉인한다!’
민주가 굿즈 샵 차기 디저트로 민트초코 빙수와 민트초코 찹쌀떡을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해버렸다.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혼종적인 레시피랄까.
아쉬운 입맛을 다시는 민주의 등을 떠밀다시피 다음 코스로 이동하였다.
그때였다.
‘응? 뭐지?’
아주 찰나의 순간.
묘한 기시감이 해준의 몸을 감쌌다.
처음 방문한 낯선 장소임에도 어쩐지 늘 보던 배경처럼 눈에 익었다.
이유가 뭐지?
분명 데자뷔는 아니었다.
“흠···.”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던 해준은 기시감의 원인을 찾아냈다.
‘저 차가 여기에도 있네?’
요 며칠 가게 근처 골목에 늘 주차되어있는 검정색 SUV.
오래된 구형에 왼쪽 범퍼가 찌그러져 있어 기억하고 있었다.
그 차는 썬플라워뿐만 아니라 한식 뷔페 근처에서도 목격했고, 방송국을 포함해서 요즘 자신이 가는 곳에 늘 등장했다. 마치 미행이라도 하는 것처럼.
“오빠 우리 여기서 사진 찍어요.”
민초의 성지에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셀카를 남기려는 민주가 해준에게 손짓했다.
‘···.’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만약 여기서 민주와 살갑게 볼을 맞대고, 셀카를 찍었다간 내일 아침은 평소의 그 여느 날과 다른 아침을 맞이할 것 같았다.
예를 들자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음과 동시에 몇 년간 연락이 끊겼던 군대 선임 혹은 초딩 동창들에게 깨톡을 받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해준은 갑자기 시간 정지라도 된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오빠?”
의아해하며 한 걸음 다가서는 민주.
해준은 뒷걸음질 치며, 마비 독침이라도 맞은 양 입술을 딱 붙인 채 복화술로 중얼거렸다.
“뜨르즈.”
“뭐라고요?”
“뜨르즈라고오~.’
“떨어지라고? 아잉~ 왜영? 말은 갑자기 왜 그렇게 하고?””
“프프르츠.”
풍이라도 맞은 것처럼 해준의 입술이 왼쪽 하늘로 말려 올라갔다.
휘둥그레진 민주의 눈.
“프프르츠. 11시 브흐응.”
적의 위치를 공유하자, 자연스럽게 민주의 몸이 그곳을 향해 돌아갔다.
“브지 마. 츠다 브지 말고 즈연스릅그에 뜨르즈.”
자료 수집하듯 조금 전 나온 가게를 찍고, 뭔가 기록하는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매일 2시간씩 연기연습을 한 보람이 느껴졌다.
허나 이미 때는 늦었다.
.
.
.
“으흐흐··· 찍었다.”
강현호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촬영한 사진을 모니터했다.
매장 내부에서 다정하게 민트초코를 먹는 장면까지 적나라하게 촬영됐다.
단언컨대 이보다 완벽한 증거 사진은 없을 터.
이제 통장에 돈 꽂히는 일만 남은 셈이다.
“부장님 딱 기다리십시오. 제가 금방 증거 가지고 갑니다.”
***
[단독] 러블리엔젤 김민주, 스타 셰프 차해준과 한낮의 낯뜨거운 데이트 순간포착러블리엔젤 김민주가 사랑에 빠졌다.
상대는 다름 아닌, 날으는 돈까스로 추정되는 스타셰프 차해준.
디즈패치는 차해준과 김민주의 생생한 데이트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8월.
디즈패치는 을지로에서 두 사람을 목격했다.
보통의 비밀연애를 즐기는 연예인 커플과 다르게 과감하게 얼굴을 노출하고 데이트를 즐기는 민주와 해준.
김민주는 뭐가 재밌는지 연신 차해준의 팔을 치며 꺄르르 웃었다.
둘의 인연은 민주 데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양식당 사장과 알바생으로 만난 두 사람은 스타 셰프와 아이돌이 된 후에도 꾸준히 관계를 이어오다 최근 디저트 콜라보 작업으로 관계가 급격히 진전됐다.
아쉽게도 둘은 자주 볼 수 없었다.
민주는 정규 앨범 활동으로 바빴고, 차해준은 복면셰프에서 날으는 돈까스(추정)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은 두 번째 콜라보 작품 구상이라는 핑계로 뜨거운 재회의 순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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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기사를 끝까지 읽은 김정후 대표가 마른세수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걸 어떻게 막지?’
열애설이 터진 곳은 조회 수나 빨아먹는 소규모 찌라시 매체가 아니다.
무려 디즈패치.
연례행사로 1월 1일 새해마다 바나나 똥만큼이나 굵직한 열애설을 터트려주는, 그래서 비밀연애를 하는 연예인들에게는 저승사자만큼이나 두려운 디즈패치에서 열애설을 터트렸다.
확실하지 않으면 절대 승부를 걸지 않는 녀석들이다.
증거 자료를 100% 모아 반박하면 재반박을 하고, 구석으로 몰아가 결국은 GG치고 열애를 인정하게 만드는 교활한 녀석들.
기사가 났다는 건 이미 자료 수집을 충분히 했다는 뜻이다.
“이 새끼들. 아무리 그래도 기사 올리기 전에 언질이라도 좀 주지. 상도덕이 없어. 상도덕이.”
그게 이 바닥의 관례다.
적어도 열애설을 터트리기 전, 기사가 나간다고 귀띔은 해준다.
급 떨어지는 매체는 이를 매개로 소속사와 거래를 하기도 하고, 실제로 두둑한 현금 봉투로 열애설을 막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매너가 없어. 앞으로 6개월 아니, 일 년 동안 인터뷰 절대 안 해준다.”
쪼잔한 복수를 계획하며 끊었던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고, 볼이 움푹 팰 정도로 빨자 현기증이 핑 돌아···.
“쿨럭. 켁켁···.”
오랜만의 담배 연기를 받아들이지 못한 폐가 격렬히 저항했다.
“젠장, 담배도 안 받네.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
맑고 깨끗해진 폐를 원망하며, 종이컵에 신경질적으로 장초를 비벼껐다.
“염병. 이제 막 떴는데.”
현시점에서 열애설은 치명타다.
혜리가 띄워놓은 JH의 후속 걸그룹 러블리엔젤.
최후까지 비어있던 비주얼 센터의 자리를 민주가 채워줌으로써 럽둥이는 데뷔와 동시에 인기가 급상승. 엄연히 JH의 든든한 캐시카우로 성장했다.
음반 판매 수익, 행사, CF로 벌어들이고, 또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도 어마어마했다.
이런 상황에 열애설이라니.
만약, 회사에 딜이 들어왔다면 얼마를 지불하고서라도 막았을 것이다.
‘민주 앞으로 걸린 CF가 몇 개며, 이야기 중인 드라마가 편인데···.’
마약이나 빚투, 학폭이나 팀 내 왕따와 같은 이미지에 큰 타격이 오는 이슈는 아니지만, 열애설도 만만치 않은 타격감과 후폭풍을 불러일으킨다.
특히나 민주는 실력보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기반으로 인지도를 쌓은 케이스였기에 그 어떤 멤버보다 타격이 클 것이다.
민주를 상대로 유사 연애에 빠졌던 팬덤은 썰물처럼 빠질 것이고, 3주간 부동의 1위였던 걸그룹 브랜드평판 톱자리에서도 내려올 수밖에 없다.
빠르게 올라간 만큼 가파르게 추락할 수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했다.
“각 파트 팀장들 모이라고 해요.”
정후는 비상 대책 회의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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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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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김정후 대표를 비롯한 JH의 수뇌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두가 심각한 얼굴로 각자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사태 파악에 몰두하고 있을 때.
“헐! 이게 뭔 일이래. 나 완전 놀랐잖아요.”
록 감성의 가느다란 하이톤 목소리가 무거운 침묵을 깼다.
독특한 4차원 정신세계로 유명한 작곡가 겸 프로듀서 오준이었다.
2000년대 초반 ‘천일의 사랑’이라는 곡을 메가 히트시키며, 고음병 걸린 환자들에게 원키 노래방 대결을 부추긴 로커 오준. 성대결절로 인한 돌연 은퇴 선언 후, 김정후 대표와 손잡으며 JH에서 작곡가의 길을 걸었다.
놀랍게도 핑키데이의 역주행 레전드 띵곡들과 러블리엔젤의 타이틀곡까지 JH 히트곡은 모두가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작곡 실력뿐 아니라 프로듀싱 능력까지 탁월해 다른 회사에서도 곡을 의뢰할 정도.
그의 극렬한 팬들은 어떻게 락의 자존심이 상큼발랄 걸그룹 노래를 작곡하냐며 반발했지만, 음원 수익이라는 젖꼭지는 따뜻하고 달달했다.
“그러게. 민주한테 열애설이라니.”
“아니 그거 말고요.”
“그럼 뭐?”
“날으는 돈까스 정체가 차해준 셰프였다니. 나 완전 깜놀 했잖아. 추정이라고 썼지만, 맞는 거지? 아휴, 기사 읽고 쇠망치로 뒤통수를 빡- 맞은 것 같다니까요. 일부러 스포 안 당하려고 돈까스의 디귿자도 검색 안 했단 말이에요.”
“그거 다 아는 내용이잖··· 야, 지금 그게 중요하냐?”
오준의 페이스에 말릴뻔한 김 대표가 버럭 화를 냈다.
“그럼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목소리라면 절대 지지 않는 오준이 3옥타브 라#의 발성으로 되받아쳤다.
그는 진심이었다.
복면셰프의 열혈팬이었고, 진심으로 날으는 돈까스의 음식을 감탄하며 시청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구내식당 자주 애용할걸.”
가면이 벗겨지면 꼭 찾아가리라 다짐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날돈은 JH 바로 앞에서 한식 뷔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것도 JH 직원 식당을.
“이따 점심에 가서 사인도 받고, 밥도 얻어먹어야징~.”
“허!”
그런 오준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 김정후 대표.
“그럴 정신 있겠냐? 열애설 터졌는데.”
“그게 뭐요.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미자랑 사귄 것도 아닌데. 둘 다 성인이잖아요.”
“얘는 누가 데려왔어?”
숨이 턱턱 막히는 답답함에 한숨을 크게 내쉰 김정후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냥 내 발로 따라왔는데. 다들 우르르 몰려가길래 뭐 신나는 일 있나 해서 따라왔는데 오길 잘했네.”
“미친놈. 가서 작곡이나 해.”
“작곡이 해야지~ 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에요. 형이 창작을 알아?”
“몰라. 그러니까 끄지라고.”
“난 여기가 좋은데?”
말싸움에 기운 빼느니 차라리 투명인간 취급이 속 편하겠다는 판단이 선 정후는 아예 시선을 차단하고, 긴급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민주는 뭐래?”
“캐스팅 되기 전부터 호감이 있었고, 데뷔할 때 즈음부터 사귀었대요.”
대표의 질문에 매니지먼트 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오래됐어?”
“민주 말로는 아이돌 된 것도 차 셰프 때문이라고···.”
“흠···.”
머리가 복잡해졌다.
둘은 이미 데뷔전부터 사장과 알바생으로 만나 관계를 쌓아왔다.
연습생이 된 이후에도 줄곧 식사를 책임졌고, 데뷔해서도 러블리엔젤을 비롯한 여러 아티스트들의 식사까지 모조리 차해준 셰프가 도맡았다.
공식적으로 숙소도 드나들며 밥도 해주고 어쩌다 보니 정이 쌓여 사귀게 된 스토리.
“이래서 밥정이 무서운 거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알지? 차 셰프는 남자니까 잘해주는 잘생긴 오빤가? 크큭···.”
오준이 중얼거리자, 김정후가 찌릿- 노려봤다.
“얘 누가 데려왔니?”
“난 내 발로 왔다니까요.”
“가서 조용히 곡 작업이나 하면 안 될까?”
“네. 여기서 딱 좋아요.”
“끄응.”
김정후의 몸에서 사리가 생성되는 사운드가 생생하게 들렸다.
“어쩌죠? 반박 기사 낼까요? 그냥 친한 오빠 동생 사이고, 열애설은 사실무근이라고.”
홍보팀에서 의견을 냈다.
보통 열애설이 터지면 진실이라 하더라도 일단 감추고 보는 게 인지상정.
언제 헤어질지도 모르는데 공개 연애는 리스크가 컸다.
더군다나 민주는 아이돌이니 일단은 부정하고 보는 게 상책이다.
“그렇게 가자. 데뷔 전부터 인연이 있었고, 차해준이 JH 식단도 책임지는 관계인 데다 함께 굿즈 샵 디저트 만드는 작업을 해서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둘은 그저 친한 오빠 동생 사이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김 대표의 입에서 클리셰 덩어리의 설정이 흘러나왔다.
“너무 올드하다.”
“이 자식이!”
“형. 디즈패치가 어떤 애들이야. 기사 내면 바로 다음 증거 들이밀걸요?”
“그럼 어째?”
“쿨하게 인정하고, 공개 연애.”
“미쳤냐?”
“어때요? 차 셰프 이미지가 나쁜 것도 아니고. 백선생만 봐도 알잖아요. 와이프 소이진 배우랑 서로 끌어줘서 시너지 충분히 내잖아요.”
“우린 얘기가 다르지. 민주는 아이돌이잖아.”
“대표님. 너무 구식이에요. 그런 올드한 감성으로는 K-POP의 선두에 서서 세계를 호령할 수 없다고요.”
“응. 작업이나 가시고.”
“쳇.”
오준이 확 까고 공개 연애로 방향을 잡자고 했으나 김 대표에게 철저히 무시당했다. 결국, 두 사람은 친한 오빠 동생 사이로 포장돼 반박 기사가 나갔고, 문제는 그다음에 터졌다.
[후속][단독] 민주♥해준 한밤의 뜨거운 밀회반박 기사에 대응하는 디즈패치의 후속 보도를 접한 김정후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따 오지게 걸려뿟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