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153
152화. 연애타운(4)
***
쿵쾅쿵쾅-
쿵쾅쿵쾅-
에 취해 무려 두 캔이나 땄다.
어쩐지 민주의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대학교 축제 행사에서 격렬한 안무의 노래를 연달아 세곡 정도 불렀을 때의 가쁜 호흡?
“후우···.”
‘얼굴에 살짝 열감도 있는 거 같고.’
손을 뺨에 대보니 미열과 함께 땀도 조금 흘렀고, 여전히 심장은 미친 듯이 나댔다.
쿵쿵쿵쿵-
심호흡을 하며 저녁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원인을 찾아봤다.
알콩달콩 캠핑 스타일로 술과 음식을 먹고, 분위기를 몰아 웃참 대결까지 했다. 잠깐 불멍을 하다가 들어와 함께 치카치카도 하고, 세수도 했다.
그때 해준이 종일 고생했다면 가볍게 발 마사지를 해줬는데, 조금 창피했지만 진짜 시원했다.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랄까.
마사지 때문인가?!··· 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발을 만질 때 묘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그럼 문제는?
‘그래. 술. 술이 문제다.’
평소 주량이 맥주 한 캔인데, 오늘은 분위기에 취해 두 캔이나 땄다. 마지막 캔은 절반 정도 남기긴 했으나, 어쨌든 주량을 넘긴 건 사실.
알딸딸한 상태에서 오빠와 한 이불까지 덮고 있으니 20년간 봉인해온 음란 마귀가 눈을 뜨고야 만 것이다.
민주는 눈동자를 10시 50분 방향으로 굴려 해준을 훔쳐봤다.
외모가 훈훈한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잘생겨 보였다.
오뚝한 콧날과 날렵한 턱선. 그리고 침을 삼킬 때마다 꿀렁이는 저 목젖까지.
‘이 오빠는 또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잘 생겼어.’
묘한 시선을 느낀 해준이 민주를 내려다봤다.
“왜 그래?”
“네?!”
“혹시 불편해?”
“아, 아뇨.”
민주의 시선은 자신을 걱정하는 해준의 입술을 향했다.
트지 말라고 립글로스를 발라줬더니 촉촉한 키스를 부르는 입술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거치형 카메라의 각도는 한계가 있으니 꽁냥거리는 연출을 하는 척 이불속으로 숨어들어 키스를 해도 걸릴 것 같지 않았다.
이불을 풀썩거리며 장난을 치다가 은근한 신체 부위에 닿기라도 한다면.
쿵쿵쿵-
‘김민주. 이 미친 기집애. 너 이렇게 야한 애였어?!’
음란한 망상에 스스로를 질타했다.
뺨을 톡톡 치며.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착한 생각···.
자연, 동물, 갓난아기 따위를 떠올리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미세먼지로 찌든 폐부를 깨끗이 정화시켜줄 것 같은 피톤치드 100만%의 울창한 숲을 떠올렸다. 혼자라면 외로우니까 해준과 함께 걷는 상상. 피톤치드를 느끼며 걷다가 두 사람이 누워도 될 정도의 커다란 바위를 발견해 잠시 땀을 식힌다.
상상만으로도 몸의 긴장이 풀리고, 야생마처럼 날뛰던 심장이 평온해지는 것 같다.
‘좋아. 이대로 계속 마인드 컨트롤이다!’
시원한 바람에 잠시 누워 하늘을 본다.
뭉게구름 몇 조각이 떠 있는 파란 하늘.
해준이 자신의 옆으로 와서 눕는다. 그리고 몸을 돌려 태평양처럼 뻗은 커다란 어깨로 감싸고, 땀으로 젖은 옷을 하나씩 벗기더니 이윽고 자신의 은밀한 곳···.
‘윽. 왜 이야기가 거기로 흐르냐!’
순수한 자연이 퇴폐적이고 음란하게 변해버렸다.
은밀한 곳이 간질간질. 발바닥과 손가락에 찌르르 전기가 흘렀다.
위기를 느낀 민주가 재빨리 화두를 자연에서 동물로 변경했다.
음란 바위에서 탈출해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초원에 다다랐다.
평화로이 거닐며 풀을 뜯는 말들.
티 없이 하얀 털을 가진 백마에게 늠름한 적토마가 뚜벅뚜벅 걸어간다. 짧은 시선 교환을 마치고, 서로의 목을 부비부비하더니 이내 적토마가 백마의 뒤로 다가가 냄새를 맡는다.
히히잉-
적토마 녀석이 콧소리와 함께 앞발을 들어 올리자 크고 굵직한 뭔가가 스치듯 보였다.
‘아아··· 왜 또.’
녀석은 그대로 백마의 뒤로 올라타 음과 양의 합일을 시도했···.
‘상상력이 여기로 뻗치냐. 너 정말 음란 마귀한테 지배라도 당한 거야?’
잠시 진정됐던 심장이 다시 나대기 시작했고, 이마에는 땀까지 맺히기 시작했다.
어떤 상상을 하든 기승전-음란이다.
아기를 떠올리면 오빠와 응응을 해서 임신하고, 아이 낳아 키우는 시뮬레이션으로 흐를지도.
“괜찮아?”
“아니에욧! 그, 그냥 맥주 때문에.”
“어?! 열도 나는 거 같은데?”
해준의 손이 자신의 이마를 짚자 누가 옆구리를 쿡 찌른 것처럼 엉덩이가 침대 위로 1cm 정도 튀어 올랐다.
“아잇. 갑자기 만지니까 놀랐잖아요.”
창피함에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린 민주는 민망함에 눈만 좌우로 떼굴떼굴 굴렸다.
“저 신경 쓰지 마요.”
조금 전의 스킨십으로 드디어 근본적 문제를 깨달았다.
문제는 술도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이 오빠가 문제였네.’
생각해보면 아까 이불 아래로 발가락이 살짝 스쳤을 때부터였다.
민주의 심장이 미친년 널뛰듯 나댄 게.
끄응-
둘이 밀접하게 함께 있는 건 늘상 있었던 일이다.
처음 만나 썬플라워에서 알바하며 함께 일할 때도, 그 이후에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고도. 그래도 이렇게 본격적으로 한 이불을 덮고 누운 건 오늘이 처음이다.
그렇다.
한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는 이유만으로 몸이 반응한 것이다.
‘하긴. 이제 진정한 으른으로 거듭날 때가 되긴 했지.’
민증에 잉크도 말랐으니, 이제 더이상 소녀가 아니다.
합법적으로 술도 마실 수 있고, 19세 관람 불가 영화도 당당히 볼 권리가 생겼으며, 더이상 청소년 요금을 내지도 않는다.
그렇다는 건 당당하게 야스도 할 수 있는 나이.
‘야스’라는 단어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뜨거운 콧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만지고 싶다.’
이미 민주의 뇌내는 야스 생각으로 가득 차올랐다.
카메라가 사방에서 관찰하고 있어도,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리며 만지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절대 안 걸린다.
100% 보장.
게다가 담당 피디님도 잠들기 전 꽁냥거리는 상황 부탁한다고 신신당부까지 하지 않았는가.
음란 마귀로 인해 민주의 생각이 뒤틀려버렸다.
그래. 하자. 할 수 있다.
“에잇!”
기합과 함께 해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손끝에 느껴지는 복근의 딱딱함.
깜짝 놀란 해준이 움찔거렸다.
“앗, 뭐야?”
“크큭. 깜놀했죠?”
장난을 걸어오자, 예상처럼 해준도 반격에 나섰다.
엎치락뒤치락 가벼운 몸풀기 레슬링.
민주는 간지럼을 태우는 척 마운트 자세로 해준의 배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이불을 확 덮어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던 카메라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야, 뭐 하는 거야.”
“뭐하긴요. 잠도 안 오고, 달밤에 체조··· 아니, 그래플링 하는 거죠. 공격을 받아랏. 얍!”
시야가 완벽히 차단된 이불속 공간에서 기합과 다르게 민주가 해준의 입술에 키스를 해왔다.
입술 사이를 헤집고 말랑한 혀를 집어넣자 해준의 눈이 동그래졌다.
눈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손을 아래로 뻗는 민주.
밖에서 보기엔 그저 리얼 연인의 알콩달콩 몸싸움 정도로 보였지만, 그 속은 뜨거운 용광로였다.
“읍··· 뭐!@#$···”
“쉿! 가만히 있어요. 날 이렇게 만든 건 오빠니까.”
“엥?”
“오빠도 달아오르게 만들어주겠어.”
.
.
.
“큭, 재밌네.”
리얼 연애 일상을 여과 없이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에 응답하는 민주와 해준의 과감한 꽁냥꽁냥 베드신(?)에 아래층 모니터룸에서 지켜보던 피디의 입술에 미소가 걸렸다.
“카메라 감독님. 달이랑 야경 인서트 좀 따주세요. 촬영은 여기까지 하고.”
최강두의 오케이 사인에 스태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응. 해준 씨랑 민주 씨한테 그만해도 된다고 해. 다음 촬영은 10시간 후니까 아침 8시까지 다시 집합하는 거 고지하고.”
“넵!”
***
다음날.
막 뭔가 거대한(?) 일이 펼쳐지기 직전에 강제적으로 해산하게 된 민주와 해준은 10시간 만에 재회했다.
쌩쌩해 보이는 해준과 다르게 민주의 얼굴은 약간 푸석해 보였다.
“피곤해 보이네?”
“어제 잠을 설쳤어요.”
“옥상 꾸민다고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
“그건 아니고요.”
‘오빠 때문에요.’
이불 속 레슬링을 하다 보니 몸이 후끈 달아올라 숙소에서도 잠을 설쳤다.
“그럼 앉아있어. 아침은 내가 만들어줄게.”
“노노. 오늘 아침은 제가 차릴 거예요.”
인터넷에서 직접 구매한 메이드 스타일의 앞치마를 둘렀다.
의상은 어제와 연결이었기에 잠옷용 돌핀 팬츠.
좀 짧은 감이 있었으나, 피지컬에 자신감도 있었고 이런 종류의 의상을 남자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과감히 입었다.
도전적인 착장에 눈빛이 미세하게 떨린 해준은 그대로 식탁 의자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오빤 그냥 앉아··· 어? 벌써 앉았네. 그럼 솜씨 좀 발휘해볼까.”
아침밥상 차려주기는 나름의 로망이었다.
비록 남친 직업이 요리사라 제대로 로망을 실현할 기회가 없었지만, 오늘이라면 가능하다.
“뭐 해줄 건데?”
“아점이고, 해장도 해야 하니까 얼큰하게 즉석떡볶이. 괜찮죠?”
뭔가 이상한 결론이었지만, 현직 아이돌이 만들어주는 즉석떡볶이를 먹는다는데 인과관계가 무슨 소용이냐.
“그럼.”
“밀떡? 쌀떡?”
“밀떡.”
“사리는 쫄면? 라면?”
“즉떡은 쫄면이 진리지.”
“힝. 난 라면이 좋은데.”
“그럼 둘 다 넣어.”
“콜. 오빠는 거기서 나 요리하는 거 구경하면서 쫄면 좀 뜯어줘요.”
장바구니에서 쫄면 봉지를 꺼내놓고, 싱크대로 몸을 돌렸다.
아!···
메이드 st. 에이프릴에 돌핀 팬츠라니.
탄성이 나오는 절경이다.
해준은 요리하는 민주의 뒷모습을 힐끔거리며 쫄면 사리를 하나씩 쪽쪽 찢었다.
그 사이 민주는.
어슷어슷-
???-
제법 능숙하게 칼질을 했다.
대파도 어슷하게 썰고, 어묵도 사각으로 예쁘고 썰었다.
오늘을 위해 틈틈이 너튜브를 보고 공부한 보람이 있다.
다 뜯은 쫄면 사리를 가져온 해준이 어깨너머로 보며 감탄했다.
“칼질 제법인데?”
“오빠 때문에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나도 한다면 하는 여자라고요.”
말을 해놓고, 앞치마에 몰래 숨겨둔 ‘백 선생 즉떡 양념 레시피’ 쪽지를 꺼냈다.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3큰술
간장 1.5큰술
춘장 0.5큰술
설탕 3큰술
‘큭. 역시 슈가보이네.’
“아, 근데 설탕이 어디 있지?”
꺼내놓은 재료에 설탕이 보이지 않았다.
백 선생의 레시피는 설탕이 핵심이니 절대 빠트릴 수 없다.
찬장 문을 열어보니 꼭대기에 설탕 봉지가 보였다.
민주가 의자를 가져다 놓고 올라가려는데.
“뭐 찾아?”
“설탕이요.”
“내가 꺼낼게.”
“내가 다 한다니까. 걍 앉아있어요.”
만류하는 해준을 자리에 앉히고, 의자 위에 올라갔다.
그러자 해준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쿵쿵쿵-
또 심장이 나대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이 박자를 쪼개며 쿵쾅쿵쾅.
마치 100m 달리기를 끝낸 것처럼 빠르고, 불규칙하게.
‘아! 미친. 또 이러네. 김민주 너 완전 야스에 환··· 어?! 이상하다.’
휘청-
코끼리 코로 뺑뺑이 10바퀴는 돈처럼 어지러웠다.
심장은 마구 뛰었고, 숨 쉬는 게 곤란해졌다.
“아아, 숨이. 숨ㅇ···”
쿵-
민주가 쓰러졌다.
지켜보던 해준이 가까스로 받아냈다.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지도 않았는데, 민주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다급해진 해준은 카메라를 보며 외쳤다.
“누가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