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171
170화. 차철수
***
“해준. 아침부터 어딜 다녀온 거?···”
잠시 사라졌다 나타난 해준은 누군가를 업고 있었다.
클로에도 익숙한 남자.
찰스··· 차해준의 아버지 차철수였다.
“찰스 아저씨?”
“그렇게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좀 도와줄래?”
“어? 어···.”
해준은 클로에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를 자리에 눕혔다.
‘아직 숨은 붙어있어.’
미약하게나마 숨결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버지는 당장 목숨이 위태로워 보였다.
‘어쩌지?’
이런 위중한 병세에 쓸만한 버프 요리는 없다.
독성을 다스리는 데만 족히 한 달이 걸리니 전설의 약초를 쓸 수도 없는 상황.
“클로에. 아버지를 좀 보살펴줘.”
“알았어. 근데 어디 가려고?”
해준이 일어서자 클로에가 되물었다.
“뭐라도 해봐야지.”
일단 S등급 식재료인 전설의 약초에서 독성을 빼는 작업을 시작했다.
도움이 될만한 작물을 심어 수확하고, 가진 모든 마법 재료를 동원해 요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는 없었다.
‘젠장.’
일단 기운을 차릴 수 있는 형태의 버프가 붙은 음식을 만들어 조금이라도 입을 통해 흘려 넣었지만, 아버지의 병세는 차도가 없었다.
클로에와 포테가 벌써 열흘 이상 농장과 자신의 요리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해준을 찾아왔다.
[해준 님!]“아버지는?”
[찰스 님은 차도가 없으십니다.]“좀 쉬엄쉬엄해. 이러다 네가 병나겠어.”
[그래요. 요즘 너무 무리하십니다. 찰스 님에 이어 해준 님까지 잘못되면···.]“난 괜찮아.”
괜찮지 않다.
잠을 제대로 잔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버프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이러다가는 정말 클로에의 말처럼 자신이 먼저 쓰러질지도.
“휴···.”
소파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해답은 전설의 약초뿐인 걸까?
어쩌면 하나의 약초로 아버지와 민주 둘 다 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졌다.
그런 해준의 고민을 이해한다는 듯 클로에가 손을 잡아줬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고마워. 참, 이것 좀 아버지한테 먹여줄래?”
해준은 막 만든 수프를 클로에에게 전달했다.
체력 회복 버프가 붙은 양송이 수프. 비록 아버지가 깨어나지는 못해도 이걸 먹인 이후, 신체 변화가 있는 건 분명했다.
클로에가 나가고.
“포테. 상점 좀 열어줘.”
해준의 요청에 포테가 상점을 열었다.
‘음··· 어떤 재료가 좋을까?’
상점들을 훑어보고 있을 때.
[혹시 골렘을 잡고, 달라진 건 없습니까?]포테가 물었다.
“글쎄. 특별한 건··· 확인해볼게.”
정보창을 열었다.
[차해준] Lv. 100나이 : 25세
칭호 : 차원을 넘어온
직업 : 전설의 농사꾼, 차원이 다른 마법 요리사, 전설의 사냥꾼
경험치 : 158(1%)
체력 : 1950/2000
기술 : 2989
명성 : 1981
과연 포테의 말처럼 얼음 불꽃 골렘 사냥에 성공하고 직업의 변화가 생겼다.
농사꾼 때처럼 ‘전설의~’ 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때는 보상이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네.’
전설의 농사꾼이 되었을 때는 첫 수확물이 S등급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그 이후 사냥을 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다음 사냥에 뭔가 좋은 보상이 생길지도.
“네 말처럼 직업이 바뀌었어.”
[흠··· 역시 그렇군요.]“그렇다니. 뭐가?”
[때가 된 것 같아요.]“때?”
포테가 의미 모를 말을 늘어놨다.
[이제 곧 탱글탱글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겠어요.]녀석은 머리 위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네. 축하한다. 그런데, 지금은 산삼 좀 줄래?”
“백 년.”
[1,000pt입니다.]해준은 포테의 상점에서 구매한 산삼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맷돌에 갈아 마법 재료와 섞어 먹기 편한 주스 형태로 만들었다.
그때였다.
띠리링-
[전설의 산삼 주스 ] – 전설의 요리사가 정성을 다해 만든 주스. 섭취 시 12시간 동안 힘, 체력, 민첩성이 2배 강화된다.요리사 직업 등급이 레벨 업했고.
‘세계수?··· 열매?··· 도대체 무슨 말이지?’
뜻 모를 메시지 창이 주르륵 떠올랐다.
그리고, 녀석 머리 위의 열매가 가벼운 진동과 함께 빛을 발산했다.
[으으으윽!···]포테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우웅-
황홀한 황금빛을 뿜어내는 과일.
그 아래로 글자가 생성됐다.
‘설마, 이게 세계수의 열매?!’
세계수는 생명수라고도 부르며 북유럽 신화에서는 위그드라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세상의 중심에서 생겨난 신성한 존재.
그 신성한 존재가 맺은 열매라면···.
‘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지도!’
해준은 포테의 줄기에 탐스럽게 맺힌 과일을 땄다.
과일의 영양분은 100% 흡수할 수 있도록 주스 형태로 갈았다.
‘여, 역시!’
[생명의 과일 주스 : 생명력이 다한 신체라 할지라도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비로운 주스. 단, 한 병을 모두 마셔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주스 효능을 확인한 해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주스라면 반드시 아버지가 일어날 수 있다.’
해준은 그 길로 아버지에게 달려가 입술에 주스를 흘려보냈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으···.”
그러자, 열흘 넘도록 누워만 있던 아버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주스가 효과를 나타냈다.
“아버지?!”
“으윽···.”
“아버지. 눈 좀 떠보세요.”
“누구?··· 아니 넌··· 호, 혹시 해준?”
“네. 아버지. 저예요. 해준이. 저 알아보시겠어요?”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지? 지은이··· 네 엄마는?”
“5년도 훨씬 넘었어요. 그리고 엄마는···.”
해준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늦었구나. 그동안 고생 많았겠어. 우리 아들.”
철수는 힘을 끌어모아 아들의 손을 꽉 잡았다.
그 말 한마디에 해준은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
“뭐? 식당을?”
남편 차철수의 폭탄 발언에 지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회사는?”
“관두려고.”
“갑자기? 그보다 멀쩡히 잘 다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왜 식당을 열어?”
“옛날부터 얘기했잖아.”
“아무리 그래도.”
야근, 회식, 특근. 제약 회사 영업직인 차철수는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일했다.
일의 성공도 중요했지만, 소중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며 어릴 적부터 꿔오던 꿈을 이루고 싶었다.
“당장 열겠다는 건 아냐. 일단 회사는 다니고, 틈틈이 알바하면서 실력을 키울 거야.”
요리하길 좋아했던 철수는 늘 자신만의 작은 식당을 열고 싶어 했다.
“한 번만 믿어줘.”
“···좋아요. 응원할게.”
지은은 진심으로 남편 철수를 응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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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조용한 주택가 골목의 작은집으로 향했다.
“여기야?”
“응. 어때? 마당도 있고, 아담하니 괜찮지?”
“좋다. 해준아 넌 어때?”
“됴아. 너무 됴아.”
아직 어린 해준은 마당이 좋은지 마냥 뛰어다녔다.
철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우리 행복하자. 꼭.”
“그래요. 여보.”
식당을 구하느라 퇴직금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았다.
덕분에 인테리어는 철수가 직접 해야 했다.
“이게 뭐지?”
작은 창고 방 한쪽 벽에 있던 낡은 옷장을 치우자 작은 통로가 보였다.
지하로 통하는 곳인가?··· 생각하며 통로를 지나가자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상쾌한 공기, 따뜻한 기온 그리고 농사짓기 적당한 땅과 말을 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감자까지.
신비한 공간의 땅은 뭐든 심자마자 금세 자랐다.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사는 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맛도 훌륭했다.
차원의 농장에서 기른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파니 금세 손님들 사이에 입소문이나 장사가 잘됐다.
사람들은 그에게 비법을 물었고.
철수는 이 모든 사실을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쿵-
아내 지은이 쓰러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
철수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아내의 병을 고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제약회사 선배를 통해 신약도 알아봤지만, 모두 헛수고.
철수는 차원의 농장에서 그 답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그가 홀연히 사라지고, 철수를 기다리던 지은은 끝내 죽음을 맞이했다.
해준은 세상에 혼자 남았고, 아버지를 원망했다.
***
“미안하다.”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차철수가 말했다.
“아버지를 오해했었어요. 우리를 버렸다고.”
“실패하고 말았으니,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셈이지.”
“자책하지 마세요.”
해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버지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언제 어머니한테 가요.”
“그러자.”
둘 사이에 조금은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그때.
[찰스 님! 찰스 님이 무사 복귀하셨다니 정말 기쁩니다.]포테가 날아왔다.
“포테. 오랜만이군.”
열매가 사라진 녀석은 다시 처음 봤을 때처럼 작고 귀엽게 변해있었다.
아마도 충만한 생명 에너지의 결정체인 열매를 수확했기 때문이리라.
“포테 미안.”
[괜찮습니다. 찰스 님을 살렸으니까요.]“그게 무슨 말이지?”
아버지의 질문에 해준은 그간의 상황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설명했다.
“하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근데 왜 아버지 이름이 찰스예요?”
해준은 처음부터 궁금했던 이야기를 물었다.
“음··· 그냥. 철수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여기 사람들은 모두 중세 유럽풍의 이름인데 나만 철수면. 그래서 혀를 좀 굴려봤지. 촤알~스.”
“하하하.”
“크크큭.”
[풉!]아버지를 기억하던 몇몇 마을 사람들과 제임스가 찰스의 귀환 소식을 듣고 농장으로 달려왔다.
그러자 찰스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직 무리하시면 안 돼요.”
“괜찮아. 많이 좋아졌어.”
해준의 부축을 받으며 농장에 나온 철수.
따뜻한 햇볕과 살랑이는 바람이 얼굴을 간질였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풍경.
“내가 관리할 때보다 훨씬 넓고 좋은데?”
“이봐. 찰스!”
제임스가 찰스에게 다가왔다.
“제임스?”
“자넨 그대로군. 얼음 상태였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자넨 엄청 늙었는데? 배도 엄청 나오고.”
“이거 다 술배지. 으하하. 자네 아들이 워낙 솜씨가 좋아서 말이야. 그거 먹고 엄청 쪘어. 몸은 괜찮나?”
“보다시피.”
찰스를 기억하는 몇몇 주민들과도 재회의 인사를 나눴다.
모두가 찰스의 귀환을 진심으로 반가워했다.
“오늘은 찰스의 무사 귀환 파티를 열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제임스가 은근히 말했다.
친구가 돌아온 것도 기뻤지만, 그의 마음은 은근히 제삿밥에 쏠려있었다.
“아버지는 좀 쉬셔야 하는데.”
“찰스는 쉬라고 해. 파티는 우리끼리 하면 되지.”
홍철 없는 홍철 팀도 아니고, 아버지 없는 아버지 귀환 파티라니.
‘설마.’
해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저씨. 그냥 아저씨가 술 먹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클로에 역시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러자 제임스가 땀을 삐질 흘렸다.
“하. 하. 하. 드, 들켰나?”
“뭐예욧!?”
“뭐 어때. 찰스는 무사히 돌아왔고. 안주는 해준이 만들면 되지. 솔직히 클로에 너도 기다리고 있었잖아. 해준이 구워주는 삼겹살.”
“아저씨는 치맥을 기다렸고요?”
“응.”
“실은 저도. 헤헤헤.”
“그럼 해준아?···”
제임스가 더없이 친근한 얼굴로 해준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뒤에서 눈을 반짝이는 클로에와 농장 식구들.
“좋습니다. 하죠. 아버지의 무사 귀환 파티.”
“예!~”
“나이스.”
“난 치킨으로 부탁해.”
“난 삼겹살.”
“쫄면이랑 떡볶이도!”
“제육볶음.”
“좋아요. 먹고 싶은 거 다 말하세요. 솜씨 발휘 좀 해보죠.”
해준이 팔뚝을 걷으며 말했고, 주민들이 크게 환호했다.
찰스와 해준이 돌아온 농장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