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173
172화. 완치
***
그날 이후.
민주는 약 일주일 정도 더 병원에 머물며 정밀검사를 받았다.
혹시라도 있을 오류를 막기 위해 몇 번이고 검사를 받고, VIP 병동의 교수진들이 모여 마라톤 회의를 벌인 결과.
드디어 완치 판정을 받았다.
민주는 다시 평범한 삶을 되찾은 것이다.
“오빠. 눈 감아봐요.”
“가, 갑자기 누가 오면 어쩌려고.”
“괜찮아요. 문 잠갔어요.”
“무, 문을? 벌써?”
‘크큭. 빠르다. 어느 틈에 문을 잠갔지?’
민주가 아픈 이후 둘 사이에 스킨십은 전혀 없었다.
처음엔 정신없었고, 그 이후엔 약을 찾으러 차원의 농장에 갔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병이 다 나았으니.
스킨십도 마음대로다!
‘병실에서 응큼한 짓 하는 것도 나름 기억에 남겠는데? 크크큭. 기왕이면 내가 환자복에 민주가 간호사 유니폼을 입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것도 나름 기념이니··· 으흐흐.’
“오빠. 뭔 상상을 하길래 얼굴이 그렇게 빨개져요?”
민주가 10cm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헐렁한 환자복이 아래로 축 처지며, 한 쌍의 탐스러운 복숭아가 슬쩍 실루엣을 드러냈다.
“흐으응···. 그야 뭐 나는 너랑 침대 위에서 응? 아, 아냐. 상상은 무슨. 그냥 좀 더워서.”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렀지만, 소파에 막혔다.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온 민주.
둘의 사이는 고작.
3cm?···
“아닌 거 같은데. 야한 생각한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 야한 생각은 무슨.”
“그래요?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수컷의 본능 때문이면 좀 풀어주고 가려고 했는데.”
“응?! 생각해보니까. 그게···.”
“늦었어요. 눈 감고 뒤 돌아요. 옷 갈아입게.”
민주한테 농락당했다.
그래도 그만큼 몸이 좋아졌다는 뜻이니 기분은 좋았다.
“옷은 왜?”
“왜긴요. 퇴원하는데 환자복 입고할 수는 없잖아요.”
“아!···”
오늘은 민주가 퇴원하는 날.
해준이 몸을 돌려 눈을 감았다.
사각-
스르륵-
천이 살갗에 닿아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쫑긋?!
‘어쩐지 눈을 감으니까 상상력이 더 극대화되는데?!’
*
옷장을 연 민주가 환자복을 벗었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뽀얀 살결.
‘어쩐지 피부가 더 매끈하고 좋아졌는데?!’
피부만이 아니다.
보톡스라도 맞은 것처럼 예뻐졌고, 몸도 아주 건강해졌다.
그리고.
‘요즘 따라 살이 붙었나? 어째 가슴이 좀 커진 거 같네.’
체중은 그대로였다.
오히려 허리는 조금 잘록해진 기분.
실제로 활동 때 입던 스키니진이 조금 헐렁해졌다.
그런데, 가슴과 엉덩이 쪽은 오히려 꽉 끼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
‘설마, 엉덩이랑 가슴만 커진 거야? 큭.’
압도적 미모와 몸매로 피지컬 깡패였던 민주의 몸매가 한층 더 진화했다.
그녀는 몰랐지만, 이 모든 게 다 전설의 약초 덕분이다.
입원하기 전에 입던 옷들이 특정 부위만 작아졌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굉장히 야한 차림이 되었다.
‘조금 창피하네.’
“이제 눈 떠도 돼요.”
“다 갈아 입··· 하흡!”
몸을 돌린 해준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리 민주 왜 이렇게 섹시해졌냐?!’
기분 탓인지 못 본 사이 민주 몸매가 한층 볼륨감이 업그레이드된듯했다.
그저 평범한 흰 티에 청바지를 입었을 뿐인데.
‘저걸 보고 어떻게 흥분을 안 하냐고!!’
힙과 골반이 강조된 스키니한 청바지에 배꼽이 살짝 보이는 몸에 달라붙는 크롭티.
어깨에 슬쩍 보이는 브라끈은 해준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켰다.
‘엉엉. 날 가져요!’
콧구멍에서 뜨거운 숨결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왜요? 나 이상해?”
“아니. 보기 딱 좋아.”
“응큼하기는.”
초흥분 상태.
여기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대로 음란 마귀에 지배당해 무슨 일을 벌일지도 몰랐다.
‘아아··· 현기증이.’
어질-
자리를 피하려던 해준이 그대로 소파에 무너졌다.
“오빠!”
재빠르게 민주가 받아주지 않았다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을 뻔.
그때!!···
말캉-
‘뭐지? 이 젤리처럼 말랑하고, 갓 만든 손두부처럼 탱글탱글한 감촉은?!’
천상의 보드라움을 가진 무언가가 해준의 뺨에 기분 좋게 닿았다.
황홀하고 은은한 향기.
마음이 평온해지는 촉감.
잔뜩 흥분한 분신이 차분히 가라앉는··· 가라앉···.
전혀 가라앉지 않잖아!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놀라 눈 뜬 해준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머리가 불시착한 곳은 무려 민주의 가슴.
푸슛-
‘엇!? 코··· 코피?’
는 다행히도 상상 속의 일.
‘그래도 편안하다. 이건 마치.’
촉감 좋은 말랑한 애착 베개를 벤 느낌.
심신이 편안해졌다.
‘흐으응.’
“오빠··· 나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말랑말랑한 곳에 뺨을 부비부비하던 해준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민주가 입을 열었다.
“여기서?”
“헤헷. 응.”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 민주가 해준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하고 싶어.”
“그래. 나도 하고 싶··· 응?! 뭐라고?”
“나 일하고 싶다고. 썬플라워에서.”
***
JH 연습실.
“꺄앗~! 민주야.”
예전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민주가 나타났다.
“언니!”
“온~니!”
“언니야!!”
“태린 언니. 얘들아.”
오랜만에 뭉친 러블리엔젤 완전체가 얼싸안고 둥실둥실 춤을 췄다.
그동안 럽둥이들은 암울 그 자체였다.
연습을 해도 분위기는 침울.
숙소에서도. 무대에서도. 차 안에서도.
불치병으로 팀에서 빠진 민주 걱정에 팀 분위기는 다운될 대로 다운되어 있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컴백했으니 분위기는 다시 UP!
“보고 싶었어요.”
“나동.”
“이게 얼마 만이냐.”
“이제 다 나은 거예요?”
“어. 완치 판정받고, 퇴원했어. 아~ 좋다. 연습실 땀 냄새.”
“좋긴 요것아. 땀 냄새가 쿰쿰하지.”
“그래도 여기가 그리웠어요.”
“잘 왔어.”
한참 민주의 등을 토닥이며 쓰다듬던 태린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 올랐다.
“응?”
“왜요?”
“너 병원 간 김에 튜닝했냐? 가슴이랑 엉덩이가 왜 이리 빵빵해?”
“으잉? 진짜 그러네.”
“어디!”
민주를 둘러싼 럽둥이들이 민주의 몸을 조물딱거렸다.
“하잉··· 흐응··· 왜, 왜 그래.”
“이뇬 봐라. 이거 뽕의 감촉이 아닌데. 진짜 뭐한 거 같은데.”
“인정. 인정. 원래는 손바닥에 착 감겼는데, 지금은 넘치잖아!”
서아 너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아프다더니 가슴이랑 엉덩이가 아팠던 거냐?!”
“아니라니까!~”
더듬기에서 시작해서 연습실 바닥 레슬링으로 이어졌다.
민주의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구속하고, 가슴과 엉덩이를 마구 주물러댔다.
“하흣, 흐으응. 그, 그만!”
어쩐지 꼴릿한 상황이 연출됐다.
“했네. 했어.”
“아니라고오! 진짜 안 했다고!”
“근데 이건 뭐야?”
“나도 몰라. 그냥 커졌어.”
“거짓말!”
모든 비밀은 오로지 해준만이 알고 있었다.
‘당분간은 비밀이다. 나만 즐겨야지. 크큭.”
수술 의혹을 품은 한바탕 레슬링이 끝나고.
“그럼 이제 같이 활동하는 거예요?”
막내가 물었다.
“당연 완전체지.”
“크큭. 다시 재밌어지겠다.”
“······.”
밝은 표정의 멤버들과 조금은 어색한 민주의 얼굴.
민주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방문 소식을 들은 김 대표와 매니저들이 연습실에 들어왔다.
반가움의 얼싸안고 두둥실 2차전의 시작.
10분간 이어진 강강술래가 끝나고 다시 차분히 모여 앉았다.
“모두한테 할 말이 있어요.”
불사조처럼 살아서 귀환한 민주의 입술을 모두가 주목했다.
이제부터 럽둥이는 다시 시작! 화려하게 날아올라 일본, 중국 먹고 미국으로 넘어가 세계를 제패하자는 비주얼 센터의 커다란 가ㅅ··· 포부를 밝힐 줄 알았다.
“응. 말해!”
“나··· 탈퇴할래요.”
“그래. 일단 탈퇴부터 해야 완전체로 앨범도 내고 해외도···응?! 탈퇴? 내가 제대로 들은 거야?”
김정후 대표가 되묻자 민주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버렸네.’
“탈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부터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민주야!”
“언니!!”
결국은 저질러버렸다.
-나 아이돌 은퇴하고, 썬플라워에서 일하면서 오빠랑 평범하게 살고 싶어.
병실에서 끈적하게 다가온 민주가 꺼낸 말이었다.
빨리 나아서 돌아오라는 팬덤의 진심 어린 호소의 댓글을 보여주며 설득했지만, 민주의 결심은 확고했다.
은퇴.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기로 했어.
죽었다 살아 돌아오면 삶에 대한 자세가 바뀐다더니.
민주는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기로 했단다.
그 첫걸음이 바로 해준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기.
-인생 짧아요. 생각해보면 오빠 만나서 썬플라워에서 일했던 때가 가장 재밌었었던 것 같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오빠랑 겨, 결혼도 하고 싶고.
얼굴을 붉히며 1남 1녀라는 소박한 자녀 계획까지 밝혔다.
현역 톱 아이돌을 은퇴시키고 결혼까지 한다면 러블리엔젤 팬덤과 민주 개인 팬 또 JH 김정후 대표에게 살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줄기에 땀이 삐질 흘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해준 씨. 민주 좀 말려줘.”
모두의 시선이 해준을 향했다.
민주를 말릴 수 있는 건 오직 해준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해준도 민주의 결정을 따르고 싶었다.
설사 돌을 맞는다 해도 버텨내고 민주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물어야 할 위약금이 있으면 제가 책임질게요. 민주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세요. 대표님.”
해준이 자세를 고쳐잡고 김정후 대표에게 읍소했다.
원한다면 굿즈 샵 수익에 해준의 매니지먼트 계약까지 모조리 다 들어준다는 조건으로.
처음에는 극구 만류하던 태린도 민주와 해준의 편을 들었다.
“우리 민주 놔주죠.”
“그래요. 이렇게 살아 돌아온 것도 기적인데.”
“뽀너스로 얻은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죠.”
서아와 막내 연우도.
“언니. 행복해야 해.”
“얘들아. 언니.”
또 얼싸안았다.
이번엔 웃음이 아니라 눈물바다.
코끝 찡-.
“쳇. 이것들이 나만 악독한 사장 만들려고 하네. 위약금 필요 없어. 이제부터 하고 싶은 거 몽땅 다 하면서 살아.”
김정후의 통 큰 결정에.
“고맙습니다. 대표님.”
“행복하게.”
“넵!”
“팡팡 놀다가 지루하면 돌아와도 좋고. 네 자리는 비워두고 있을 테니까.”
오랜만에 모두가 진심으로 웃었다.
.
.
.
그 후 며칠간.
대한민국은 민주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속보] [김민주, 죽음의 데스티네이션에서 살아 돌아왔다!! 완치 판정] [의학저널] [김민주 Case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 신중한 연구 필요.]-도깨B :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하기 직전이었다던데 엄청난 생명력이다.
-민주친위대69 : 다시 활동하는 건가?
-엔젤리너스1기 : 기대된다 러블리엔젤 완전체 😀
└기다렸다고요. 엉엉ㅠㅠ
팬들은 잔뜩 기대했다.
그러나 팬덤의 기대와 달리.
[속보] [민주 러블리엔젤 탈퇴, 은퇴 선언!] [단독인터뷰] [김민주 연예계 완전 은퇴. 자연인의 삶으로 돌아가고파] [경양식당 썬플라워에서 민주 발견!]-민주Angel : 차해준 네 이놈! 기어코 죽고 싶어서 우리 민주 님을··· 평생 저주할 거야!
-조오단6 : 탈덕합니다!
└22222
└33333
-현자DDR : 현타 씨게 오네. 오늘부터 덕질 끊는다
└영원히 고통받는 빠수니
-덕후더쿠1 : 그동안 행복했다. 잘 살아라
***
러블리엔젤 탈퇴 한 달 차.
민주는 썬플라워로 출근을 시작했다.
아직까지 그녀를 잊지 못하는 팬과 기자들이 가게 앞에 뻗치기 중.
손님으로 미어터지던 썬플라워는 포화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유력 정치인 아들이 음주운전을 하고, 국대급 스포츠 스타의 학창 시절 학폭 사건이 터지면서 민주 탈퇴 이슈가 금세 묻혔다는 것.
“동식 형님. 저랑 어디 좀 잠깐 가시죠. 강훈이랑 은정이도 따라나서.”
오랜만에 평화로운 브레이크 타임을 맞이한 해준이 직원들을 불러모았다.
“올~ 어디 가요?”
“좋은데.”
“그게 어딘데요?”
“가보면 알지. 빨리 따라와.”
해준과 직원 3인방이 가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