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37
36화. 너튜브 스타?(2)
***
“여기구나.”
형수는 점심시간에 맞춰 썬플라워에 도착했다.
역 근처도 아니고, 오는 길에 봤던 먹자골목 내 상권에 위치하지도 않아서 찾아오는 데 조금 애를 먹었다.
“X나 안쪽에 짱박혀있네. 여기 진짜 맛집 맞나요?”
왼손 셀카봉에 거치된 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마도 촬영 중인 모양이다. 그는 양손에 셀카봉과 액션캠을 하나씩 든 상태였다. 너튜버라면 필수로 들고 다녀야 할 촬영 장비들이다.
“외관은 졸 구린데? 벽화 뭐냐! 미친. 크크큭···. 여자들은 좋아할 거 같은데, 내 스타일은 아님. 형님들 생각은 어떠세요?”
평범한 가정집 건물을 개조해 만든 느낌. 맛집이라더니 줄을 선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녹화를 끊지 않은 상태로 카메라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돌담 사이에 난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선 마당엔 군데군데 감각적인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아니네. 안에 사람 많네. 이거 다 기다리는 사람들인 거 같은데요?”
그러더니 사전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대기하는 사람들을 찍어댔다.
촬영을 눈치챈 몇몇은 언짢은 표정으로 들고 있던 지갑으로 얼굴을 가렸다.
“뭐야 쟤?”
“몰라. 너튜버인가?”
“짜증 나.”
한가로운 점심의 방해꾼이다.
요즘 너튜브니 아메리카TV니 하는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더니 이상한 녀석들이 부쩍 늘어났다.
매너 없게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항의해도 말이 통하질 않으니 대게 그냥 내버려 둔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건 아니니까.
“마당은 힙하네. 돈 좀 들였겠다.”
형수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을 본체만체하며 카메라를 들고, 가게 안으로 직진했다.
당연하게도 매장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기본적으로 테이블이 몇 개 되지도 않았지만.
‘뭐 이렇게 좁아? 그래도 돈까쓰는 맛있게 생겼네.’
식사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이거 진짜 맛있다.”
“그러게. 오길 잘했어.”
“빨리 먹고 고양이랑 사진도 찍자.”
“콜.”
대박 예감.
비주얼도 괜찮고, 맛도 좋아 보인다.
더군다나 창가에서 햇볕을 쬐는 마스코트 고양이까지.
‘잘하면 조회 수 터지겠는데?’
형수는 머리를 빠르게 회전했다.
돈가스를 얻어먹고, 고양이를 앞세워 그림 좀 담아내면 조회 수가 제법 될 것 같다. 거기에 사장에게 회유 반, 협박 반으로 뒷광고까지 넣어달라고 하면···.
“으흐흐···.”
“한 분이신가요? 대기 명단에 이름 적어주시고, 밖에서 기다려주시겠어요?”
대뜸 카메라를 들고 무례하게 들어와 히죽거리는 사내를 발견한 민주가 다가와 정중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행복회로를 돌리던 형수가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대뜸 반 토막으로 물었다.
“여기 알바?”
“네.”
“여기 사장님 있지?”
“계시긴 한데 바쁘세요. 주방에서 요리 중이시거든요.”
“나 이런 사람인데.”
형수는 10만 구독자 돌파 기념으로 판 명함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툭 건넸다.
대개 블로거나 너튜버라고 말하면 업주 쪽에서 설설 기며 나온다.
그들이 가진 파급력을 알기에 절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유명 블로거나 구독자 10만 이상의 실버 버튼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면 더욱더.
“여기 촬영하려고.”
기분 나쁘게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촬영이요?”
“응. 그러니까 빨리 사장님 오라하고, 자리도 세팅하고. 여기 돈까쓰 죽이게 한다면서? 또 뭐가 맛있어?”
메뉴판을 힐끗 쳐다보더니.
“치즈까쓰랑 오므라이스? 식사는 이게 다야?”
어찌나 거들먹거리고, 당당하던지 민주는 사전에 약속이라도 된 BJ인 줄 알았다.
형수의 무례함에 화가 났지만, 들이받을 수는 없었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자칫 실수라도 했다가는 악의적인 글이나 영상을 올릴 테고, 그러면 해준의 장사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민주는 화를 참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
“어떻게 할까요?”
“뭘?”
“제 얘길 뭐로 들으신 거예요. 밖에 너튜버가 왔다니까요. 주방 들어오면서 살짝 검색했는데, 구독자 11만인 거 보니까 완전 쩌리는 아니고. 적당히 음식 맛있게 대접하고, 기분 상하지 않게 잘 돌려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민주의 말을 듣던 해준은 잠시 하던 요리를 멈추고, 살짝 밖을 엿봤다.
‘저 사람인가?···’
반 정도는 오픈된 주방 구조상 해준은 조금 전 민주와 저 남자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초면에 민주에게 반말을 찍찍하고, 너튜버라고 으스대는 게 꼴같잖았다.
“내가 처리할게.”
해준은 앞치마를 풀고, 홀로 나갔다.
“절 찾으셨다고요?”
“사장님? 아, 젊으신 분이네.”
“음식을 드시러 온 겁니까?”
“사장님. 운 좋은 거예요. 원래 이렇게 방송 타고 그러면 매출이 확~! 올라가거든요. 너튜브 나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일단 자리부터 세팅하고···.”
친한 척 해준의 어깨에 손까지 올리고 무례한 요구를 해왔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해준은 손을 툭 치워버리고 말했다.
‘어쭈? 내 손을 쳐?’
뜻밖의 반응에 형수의 얼굴이 작게 일그러졌다.
“그럼, 여기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나가서 기다려주시겠습니다. 보시다시피 홀이 협소해서 식사 중인 손님이 불쾌해합니다. 밖에 나가시면 편히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공간도 있고요.”
“뭐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디든 식당에 카메라를 들고 찾아가면 사장들은 으레 저자세로 나왔다.
식사는 기본에 편집 잘 부탁한다며 돈 봉투까지 준비하는 곳도 많았다. 그런 자신이 퇴짜를 맞다니. 그것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쪽팔리게.
‘이 새끼 너튜버가 뭔지 모르나?’
“사장님이 이해를 잘 못 하신 모양인데, 저 너튜버라고요.”
“그런데요? 너튜버든 뭐든 제 가게에 온 손님은 다 순서를 지키십니다.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면 이름을 적고 조용히 기다리시다가 순서가 되면 맛있게 음식을 드시고 가시죠. 지금 자리에서 식사하시는 분들도 적게는 5분에서 많게는 30분 이상 기다리신 분들이에요. 너튜버라고해서 예외는 있을 수 없겠죠.”
“허!···”
창피를 당한 형수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다. 공짜 식사는커녕 사람들 앞에서 쪽만 팔렸다.
상황을 주시하던 사람들이 입을 가리고 킥킥거리며 비웃었다.
“사장님, 지금 실수하시는 건데요?”
“실수라뇨? 전 그냥 순서를 기다리시라는 건데.”
“뭐, 이런···.”
“그게 싫으면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홀 안의 모든 사람이 형수에게 경멸의 눈빛을 보냈다.
여기에 더 있다가는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아 서둘러 몸을 돌려 가게를 빠져나왔다.
까득-
‘허! 감히 날까? 어이없네. 씨X. 두고 보자.’
.
.
.
“괜찮을까요?”
형수가 밖으로 나가고, 민주가 작게 물었다.
“뭐가?”
“저 사람 괜히 이상한 영상 올리고 그러면 손님 떨어질 텐데.”
“우리가 잘못한 게 없는데 뭐.”
“그래도 트집 잡으면···.”
“괜찮아. 잊었어? 나 갓물주야.”
해준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다.
오히려 걱정하는 건 민주였다.
괜히 저러다가 너튜브에 가게를 험담하는 영상이라도 올라갔다가는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터.
“걱정 마. 앞으로도 저렇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 있으면 고구마 먹지 말고, 사이다 날려. 내가 커버해줄게.”
***
며칠 후.
너튜브 먹방 채널을 돌던 형수는 한 영상을 발견하고, 욕이 튀어나왔다.
“이런 씨X.”
157만··· 아니, 160만 구독자를 가진 너튜버 대위장의 영상이다.
이번에 올린 영상의 조회 수는 하루 만에 무려 150만 뷰.
아이템은.
“썬플라워 돈가스? 허!···”
썸네일을 보니 진짜 그곳에서 돈가스를 먹은 것 같다.
‘내가 먹겠다고 할 땐 꺼지라고 하더니.’
홧김에 영상을 클릭했다.
.
.
.
먹방 너튜버답지 않게 슬림한 체형의 대위장.
해바라기가 그려진 벽화 앞에서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위장님들! 오늘 제가 찾아온 곳은요. 요즘 돈 주고도 못 사 먹는다는 뚱드위치 가게입니다. 일단 사장님한테 허락부터 받고, 다시 돌아올게요.”
장면은 가게 안으로 이어졌다.
가게 명물인 뭉치라는 고양이와 인증샷도 찍고, 내부 구경도 했다.
그리고 주문한 샌드위치.
“와. 일단, 이 뚱드위치. 엄청 뚱뚱합니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부를 거 같은데요? 네? 뻥 치지 말라고요? 맞습니다. 아무리 뚱드위치가 커도 20개는 먹어야죠. 제 위장 크기 아시잖아요. 하하. 아쉽지만 한정 판매라 일단 먹어보고 맛을 얘기할게요.”
대위장이 세입 만에 뚱드위치 하나를 날려버렸다.
맛있을 때마다 아래로 쳐지는 진실의 눈썹이 아래로 향했다.
우걱우걱-
턱관절 운동을 하며 웅얼거리는 모습.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표정만으로 엄청나게 맛있다는 게 느껴졌다.
뚱드위치를 순삭시켜버린 대위장은 아쉬움에 물티슈로 입술을 닦았다.
“아침에만 한정으로 먹을 수 있고요. 전 당연히 배가 안 찼으니까 여기서 런치 타임때까지 기다렸다가 돈가스를 먹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3시간 후!!]가게 구석에 자리를 잡은 대위장이 점심 식사용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옛날 돈가스가 6,500원. 치즈 가스는 7,000원. 그리고 오므라이스가 6,000원이다. 위치가 목동임을 생각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
“점심 메뉴는 무조건 1인당 1개가 원칙이에요. 둘이 와서 1인분만 시켜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많이 시켜서 제한을 걸었답니다. 하하하. 다행히 저희는 카메라 감독님이랑 저 그리고 피디님까지 딱 세 명이라서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다 드시고 싶은 분들은 머릿수 맞춰서 오시면 되겠습니다.”
잠시 기다리니 서버가 음식을 내왔다.
입이 떡 벌어지는 사이즈의 옛날 돈가스와 두툼한 두께의 치즈 가스 그리고 오므라이스까지. 하나하나 비주얼이 인상적이었다.
대위장은 액션캠으로 음식 접시를 클로즈업했다.
화면만으로도 노르스름하게 튀겨진 튀김 옷의 바삭함이 그대로 전달됐다.
“색깔 죽인다. 제가 지금까지 본 튀김 중에 가장 완벽한 색깔입니다. 그리고 냄새도 캬아~ 여긴 찐입니다. 찐! 한번 잘라보겠습니다. 먼저 돈가스부터!”
바삭- 바사삭-
슥슥슥-
소리만 들어도 위액이 분비될 정도로 바삭한 소리.
듣는 것만으로도 고문에 가까운 환상적인 ASMR이었다.
“와~ 이거 봐라. 여러분. 고기 두께 보이시죠?”
돈가스를 카메라에 대고 요리조리 보여주다가 입에 쏙 넣었다.
이번에도 진실의 눈썹이 급하강.
“하아··· 미쳤다. 이게 그냥 팔 떨어질 때까지 두들겨서 얇게 편 게 아니에요. 적당히 두툼하게 펴서 씹는 식감도 좋고, 고기도 고기지만, 튀김 옷이 사기입니다. 와아~.”
대위장이 촬영 중인 카메라 감독과 피디의 입에도 돈가스를 하나씩 넣어줬다.
맛을 보고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스태프들. 믿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큼지막하게 썬 돈가스를 허겁지겁 나눠 먹다 보니 금세 바닥이 드러났다.
“일단 돈가스는 예술입니다. 진심 인정. 다음은 치즈 가스! 돈가스가 맛있으니까 이게 또 기대되네요.”
치즈 가스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두툼한 튀김 옷 사이로 칼을 찔러 넣자 마구마구 밀려 나오는 치즈들. 조각 하나를 집어 들자 치즈가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도대체 치즈를 얼마나 때려 넣은 것일까?
“와, 치즈 보여? 치즈? 장난 아니네.”
눈이 동그래진 대위장이 치즈 가스를 한입 베어 물자 치즈가 쭈욱- 하고 늘어났다.
잘리지 않는 냉면 면발처럼 계속해서 후르릅- 후르릅- 흡사 피자 광고에서나 볼법한 장면이다.
“여긴 양도 양이지만 진짜 맛이 죽여줍니다. 와아~! 예술.”
그 이후에도 영상은 계속됐다.
치즈 가스의 치즈가 쭉쭉 늘어지는 것도 허기를 자극했지만, 오므라이스 위에 올려진 오믈렛을 나이프로 반을 갈랐을 때 후드득 떨어지는 달걀의 모습에 구독자들이 도저히 못 참겠다고, 열폭하며 댓글을 달았다.
영상은 보던 형수는 신경질적으로 마우스 버튼을 연타해 화면을 꺼버렸다.
남 잘되는 꼴을 보니 배알이 꼬였다.
“이런 썅. 이거 내 아이템이었는데.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