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39
38화. 너튜브 스타?(4)
***
“어? 뭐야. 이거. 여기 보이시죠? 저 지금 나온 음식에 손도 안 댔습니다. 그런데, 여기···.”
포크로 양배추 샐러드를 살짝 들추자 아주 작은 밥풀이 서너 개 보였다.
“보이시죠? 밥풀입니다.”
사실 이상할 것이 없는 광경이었다.
썬플라워의 돈가스 접시 구성은 돈가스, 밥 그리고 그 옆으로 감자와 양배추 샐러드, 오이, 당근 순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담겨있기에 담는 과정에서 충분히 섞일 수 있다. 그러나,
“제 접시 보면 밥 없죠? 제가 오늘은 밥이 안 땡겨서 빼달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접시에는 밥이 없었다.
재차 확인하듯 샐러드 사이의 밥풀을 클로즈업한 먹보는 이내 입술을 아래로 길게 늘어뜨리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참을 실망한 얼굴로 죄 없는 돈가스만 포크로 쿡쿡 찔러대던 먹보는 입맛 떨어졌다는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소문엔 엄청 맛있다고 하던데, 전 잘 모르겠네요. 겉보기는 특별할 것 없는 돈가스입니다. 원래대로라면 맛을 보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음식물 재활용이라니. 윽, 저는 비위가 상해서 못 먹겠네요. 그냥 안 먹을래요.”
포크를 내려놓고, 맹물로 입을 헹궜다.
티슈를 하나 꺼내 입을 톡톡 두르려 닦고는 카메라를 향해 진심 어린 눈으로 입을 열었다.
“주작이니 뭐니, 의심하시는 구독자님들 계실 텐데요. 절대 주작 아닙니다. 어쩐지 저번부터 뭔가 이상했어요. 제가 사실 여기 두 번째 방문입니다. 처음 왔을 때는 너튜버로 구석에서 먹는 것만 촬영하겠다는데 길길이 날뛰면서 절 내쫓더라고요. 그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다른 너튜버님은 어떻게 촬영했는지 모르겠는데. 흠··· 냄새가 나네요. 암튼 이번 영상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아!··· 여기 믿고 먹던 식당인데. 어쩐지 싸더라.
-싸고 맛있길래 사장님 마인드 좋은 곳인 줄 알았는데, 완전 쓰레기였네.
-가격이 저렴한 비결이 음식물 재활용이라니. 우웩~!
-먹거리 Y 파일에 제보하자. ‘소문난 맛집의 두 얼굴. 음식 재활용.’
···
“크큭. 반응 죽인다.”
모니터를 보던 형수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조회 수도 다른 영상의 몇 배는 많았고, 댓글도 많이 달렸다.
계획한 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댓글 창에는 썬플라워 사장을 비난하는 글들로 도배가 되었고, 불매 운동과 식약청에 고발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까지 모이고 있었다.
모자이크도 일부러 흐릿하게 해 누구나 썬플라워라는 걸 알아볼 수 있도록 편집해서 올렸다.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할 것도 없이 바로 식당 상호가 특정됐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군.’
신나게 물어뜯을 먹잇감을 던져줬으니, 주작임이 들통나지만 않으면 나머지는 성난 구독자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절대로 걸릴 일 없지.’
촬영하기 전 미리 몇 번이나 확인했다.
썬플라워의 홀이나 주방에는 CCTV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 고의로 밥풀을 넣는 주작 과정이 찍히거나 누구에게 들킬 리 없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빠르게 밥풀을 넣었으니까.
게다가 전반적으로 고퀄리티의 식자재를 사용하면서도 낮은 가격으로 파는 게 음식 재활용하는 것 같다는 영상에 설득력을 더했다.
띠리리링-
뒷광고를 의뢰한 돈카츠 사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사장님. 장사 잘되시죠?”
-네! 손님이 다시 늘었어요.
“당분간은 유지될 테니까 나중에 약발 떨어졌다 싶으면 다시 광고 넣어주세요. 그땐 사장님 가게 제대로 빨아드릴게.”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없겠죠?
“사장님만 입 다물고 계시면요.”
절대 걸릴 일도 없고, 만에 하나 걸리더라도 몰랐다고 발뺌하거나, 촬영 중 실수로 섞여 들어갔고 고의가 아니었다며 사과 영상 하나 올려주면 끝이다.
-아··· 네.
“그럼 끊을게요. 할 일이 더 있어서.”
전화를 끊은 형수는 컴퓨터 VPN을 켜고, 미리 만들어 놓은 다른 너튜브 계정으로 접속했다.
“크크큭. 잘 가라. 멀리 안 나간다.”
***
“근데 오늘 손님 진짜 없네.”
“그러게.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있어. 썬플라워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다니 말이야.”
“일기라도 써야겠어요.”
소은과 김인철은 농담까지 하며 느긋하게 칼질을 했다.
딱히 누가 눈치를 주는 건 아니지만, 밀려드는 손님이 뻔히 보이기에 썬플라워에서의 식사는 빨리 먹고 나와주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다.
“오늘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대체 공휴일은 아니지?”
“네. 그리고, 여기 일요일이랑 공휴일은 쉬잖아요.”
“그렇지. 근데 왜 손님이 없지?”
“글쎄요. 저도 궁금하네요.”
“뭐 덕분에 한가하게 식사하니까 우린 좋지만.”
딸랑-
그때 문이 열리며 직장 동료처럼 보이는 두 명의 여자가 들어왔다.
“내가 말했지? 오늘 사람 없을 거라고.”
“진짜네. 어떻게 알았어?”
“아까.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던데?”
“뭐라고?”
“그게···.”
잠시 망설이던 여자는 함께 온 동료에게 귓속말로 뭔가 속삭였다.
“뭐? 재활용? 진짜?”
“쉿!”
“그럼 우리도 오면 안 되는 거 아냐?”
“여기 사장님이 음식 재사용하게 생겼어?”
“아니.”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만에 하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이슈가 됐는데, 재사용하겠어? 오히려 음식에 더 신경을 쓰겠지?”
“오~ 천잰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메뉴판과 레몬수를 들고 온 민주는 손님들이 나누는 이상한 대화에 깜짝 놀랐다.
.
.
.
저번과 다르게 공손하게 구석에서 촬영만 하겠다고 해서 허락해줬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이야.
“제 탓이에요. 죄송해요.”
영상을 확인한 민주가 울먹이며 해준에게 사과했다.
해준은 너튜버들이 영상을 찍으면 손님들 식사에 방해된다고 완곡한 거절을 했지만, 매출에 도움이 될 거라며 민주가 적극 추천했었다.
그러니 더욱 책임감을 느낄 터.
그 마음을 알기에 해준은 애써 괜찮은 척 민주를 위로해줬다.
“괜찮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장사가 너무 잘돼서 피곤했는데, 잘 됐지 뭐.”
“그래도요···.”
그나저나 영상 속 내용은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
모든 재료를 차원의 농장에서 가져오는 해준이 굳이 재료를 재활용할 이유가 없다.
그 사실을 당당히 밝힐 수 없기에 다른 방법으로 결백을 증명해야만 했다.
“사장님. 혹시 제가 실수한 걸까요?”
옆에 묵묵히 서 있던 동식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해준이 누구보다 주방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걸 알기에, 실수가 있었다면 아마도 동식 본인의 실수가 아닐까 추측했다.
혹여나 음식을 담는 과정에서 실수로 들어갔다면 그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게 마땅하다.
“만약 제 탓이라면 제가 해명을 하고 관두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 주방 형님 없으면 안 돌아갑니다.”
“사··· 사장님.”
“형님이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데요.”
해준의 한마디에 동식은 깊은 감동을 먹었다.
조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개 주방 보조인 자신을 이렇게나 생각해주다니.
“잘잘못을 따지기보단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 밥 알갱이가 그 안에 들어갔는지를 밝히는 겁니다.”
“그러게. 그게 어떻게 들어갔지?”
민주가 입술을 오므리며 생각에 잠겼다.
해준의 말처럼 어떤 경로로 샐러드 안에 밥이 섞여 들어갔는지 궁금했다.
음식 재사용은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주방은 해준의 지휘 아래 아주 깔끔하게 관리된다.
‘그런데 어떻게?···’
해준은 주방에서의 동선을 곰곰이 떠올렸다.
주문이 들어오면 동식이 접시에 밥과 돈가스를 제외한 토핑을 미리 얹어 놓는다. 돈가스를 다 튀기면 해준이 직접 기름 뺀 돈가스를 접시에 밥과 함께 올리고, 소스를 담아내 손님상에 나간다.
애초에 양배추 샐러드에 밥알이 섞여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결백을 증명할 좋은 방법 없을까?’
***
운 좋게도 근처 거래처에 볼일이 있었던 호철은 서둘러 일을 마치고, 썬플라워에 들렸다.
우걱우걱-
냠냠-
“여보, 여기 괜찮지?”
“너무 맛있어. 분위기도 좋고. 꼭 옛날 남산 데이트할 때 같다.”
“그치? 그래도 맛은 여기가 더 좋지 않아?”
“응. 너무 맛있어. 튀김 옷도 바삭하고, 고기도 촉촉하고. 여기 자주 오자.”
“당연하지. 언제든 말만 해.”
와이프가 반달 눈을 뜨고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친구들이랑 술 먹고 노느라 깎였던 점수를 한방에 회복했다.
점수를 왕창 따기로 마음먹은 호철은 돈가스를 썰어 아내의 입에 넣어줬다. 창피하게 왜 그러냐면서도 넙죽 받아먹는 아내. 이 정도 분위기라면 새로 출시한 ‘플레이박스5’를 사달라고 해도 들어줄 것 같았다.
언제 얘기를 꺼낼까 눈치를 보며 식사를 이어가던 도중, 호철의 귀에 들려오는 식당 직원들의 대화.
“음식 재사용이라니. 어이가 없네. 어떻게든 억울함은 풀어야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장님. 누명을 쓰고도 가만히 계시면 손님이 계속 줄지 몰라요.”
“······.”
‘무슨 말이지?’
오지랖 넓기로 유명한 호철의 주의가 뒤로 쏠렸다.
얘기를 쭉 들어보니 썬플라워 사장이 뭔가 난감한 상황에 부닥친 것 같았다.
“여보, 나 잠깐 화장실 좀.”
그사이 식사를 끝낸 호철의 아내가 가방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기회다 싶었던 호철은 실례를 무릅쓰고, 사장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사장님.”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난감한 일에 엮이셨나 봐요?”
“죄송합니다. 식사하시는데, 저희가 너무 크게 떠들었습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다만 도움이 될 일이 있을까 해서요.”
처음 친구의 추천으로 왔을 때는 뭐 이런 허접한 경양식당에 데려오나 했었다.
그러나 차원이 다른 맛을 본 이후, 호철은 썬플라워의 열렬한 팬이 됐다.
밥 먹고 쉬기도 빠듯한 짧은 점심시간에 굳이 차를 타고 10분 이상 이동해 썬플라워를 찾았다.
오늘만 해도 요즘 자신에게 소홀하다고 삐쳐버린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왔고, 돈가스 덕분에 아내의 화가 수그러들었다. 잘하면 게임기도 얻을 수 있을지도.
그렇게 고마운 사장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수밖에.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사정을 들은 호철은 해준과 함께 어떻게 결백을 증명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아!···”
“왜요? 좋은 방법이라도 떠오르셨나요?”
“보석 드림에 글을 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보석 드림?”
보석 드림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그저 평범한 중고차 커뮤니티일 뿐이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대한민국 전 분야에 걸쳐 내로라하는 전문가 형님들이 계신 곳.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는 경찰보다 보석 드림에 글을 올려 도움을 받는 게 더 빠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일단 한번 올려보죠. 사장님이 결백한 거야 저도 알고 있으니까. 혹시 누군가 도움을 줄지 몰라요.”
폰을 연 호철은 게시판에 해준의 사연을 정리해 올렸다.
그리고 반응은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다.
-음···. 뭐지? 과연 진실은?
-일단 대기. 피카츄 배 만지면서 중립 기어 박습니다.
-근데 여기 사장님 말이 진실이면 먹보 매장되겠군.
-사실 여부를 따져봐야겠다.
-그 영상 봤는데, 뭔가 수상하긴 했음. 일부러 올리는 저격 영상 같은 느낌적인 느낌.
-ㅇㅇ 말이 안 됨. 나 여기서 음식 남기는 사람 못 봄.
-ㅋㅋㅋ 인정. 내 친구 접시까지 핥아먹었다.
-미친. 접시를 왜 핥아?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린 뒤.
슬슬 능력자들이 등판하기 시작했다.
-이 영상 백퍼 주작임. 여기 잘 보세요. 여기서 여기 커트 넘어갈 때 묘하게 양배추의 배열이 흐트러졌죠? 작정하고, 양배추 들춰내서 밥풀 넣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너튜브에 업로드된 영상을 캡처 받아 프레임별로 잘라서 교묘하게 편집된 구간을 누군가 찾아내 올렸다.
과연 댓글의 주인이 말한 것처럼 손도 안 댔다는 샐러드의 배열이 교묘하게 바뀌어있었다.
-그냥 숨 죽은 거 아님? 아님, 뒤적거리다가 발견했거나.
-영상 처음에 손도 안 댔다고 했는데?
-어쩐지. 이거 주작이구만.
-확실히 넣은 것 같은데.
-이것만 봐서는 모르겠다. 일단 피카츄~ 중립 기어!
-난 둘리 배.
-사실이라면··· 멀리 안 나갑니다. 빠염.
-흥미진진해진다.
-오! 썬플** 음식 재사용 논란에 대위장 참전. 링크 타고 가보세요. 지금 막 영상 하나 뜸.
댓글을 읽어 내리던 해준은 링크를 타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