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40
39화. 너튜브 스타?(5)
***
“이 영상은 찍어 놓고, 편집에서 제외된 촬영본입니다. 구독자님들은 다 아시다시피 전 광고 같은 건 일절 받지 않는데, 나중에 편집하려고 보니까 너무 광고 같아서··· 그게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네요. 노 편집본입니다. 구독자님들이 보시고 판단해주십시오.”
라는 짧은 말과 함께 영상이 시작됐다.
음식에 집중하던 대위장이 알바생을 보다가 피디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김 피디님. 저 접시 봤어요? 싹 비워서 돌아가는 거? 소스 한 방울 안 남았는데?”
“큭. 우리 접시도 마찬가지예요.”
“뭐?”
카메라 감독이 센스 좋게 빈 접시로 카메라를 내렸다.
과연 그들의 접시도 마치 새것처럼 비어 있었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음식이라는 호불호가 존재하고, 아무리 맛집이라도 뭐 하나는 손이 안 가는 음식이 있다.
그런데, 여긴 그게 없다. 접시 구성도 알차지만, 하나같이 맛이 훌륭해 소스 한 방울도 남기기 아까웠다.
아마 다른 손님들의 심정도 비슷한 것 같았다.
“우리 주방 좀 찍게 해달라고할까요?”
“주방은 갑자기 왜요?”
“신기하잖아. 이렇게 장사 잘되는 식당인데 음식물 쓰레기가 얼마나 나올지.”
“재미있겠다.”
대위장이 주방으로 걸어가 공손하게 뭔가를 말했고. 잠시 후, 뒤돌아 걸어오며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그리며 좋아했다.
그렇게 들어간 주방은 청결 그 자체였다. 뭔가 기구들은 오래된 느낌이었으나,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고, 가장 궁금증을 자아냈던 음식물 쓰레기는 제로에 가까웠다.
“미쳤다. 식당 음식물 쓰레기 봉투가 2리터짜리야. 크큭.”
“하긴 버릴 게 없으니까 당연하겠네요.”
“그러게.”
대위장이 올린 영상은 거기까지였다.
아래 달린 댓글들은 모두 해준과 썬플라워를 옹호하는 내용뿐이었다.
“어? 사장님. 보석 드림 댓글 창 좀 봐봐요. 새로운 제보 댓글 올라왔어요.”
민주가 해준의 시야 앞으로 다른 폰을 들이밀었다.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들.
-먹보 TV 가게 찾아와서 갑질하다가 사장한테 쫓겨났었는데. 정중은 개뿔. 어찌나 당당하던지 난 걔가 사장인 줄 알았음.
-나도 그때 현장에 있었음. BJ 먹보가 알바한테 반말 찍찍해대서 사장이 와서 사이다 터트림. 그때 완전 멋있었는데. 여자 알바생 눈빛이 심상치 않았음.
-이 영상 좀 봐주세요. 이거 뒤에 먹보 아님? 확대해서 자세히 보면 슬슬 눈치 보다가 뭘 휙 넣는데?
누군가 썬플라워의 마스코트 뭉치를 따라다니며 찍은 영상의 배경으로 BJ 먹보로 추정되는 인물이 보였다. 구석을 등지고 앉아 천장 구석이랑 주변을 살피더니 뭔가를 꺼내 빠르게 넣었다.
-넣었네. 넣었어!
-ㅋㅋㅋ 역시. 주작이 다 그렇지 뭐.
-먹보 TV 항의 댓글로 채널 터질 위기다!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됐다.
해준을 향하던 비난의 화살이 그대로 BJ 먹보에게 되돌아갔다.
‘다행이야. 이제 한시름 놨어.’
손님이 떨어지는 걸 걱정한 게 아니다.
민주와 동식 형님이 서로 자기 탓이라며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를 안심시켰다.
두 달여 동안 가게를 하며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 연봉만큼의 돈을 벌었다. 지금 해준에게는 무엇보다 두 사람이 소중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호철이 물었다.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저 영상으로 인해 생긴 오해를 풀고 싶었을 뿐.
“억울한 누명은 풀었으니까 괜찮습니다.”
“아니요! 절대 안 됩니다.”
“사장님이야 운이 좋아서 피해갔지만, 저 자식 그냥 내버려 두면 다른 데 가서 또 저럴걸요?”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해준은 주위를 쳐다보며 의견을 구했다.
“보석 드림 형님들 동원해서 그 자식 집 앞에 찾아가서 시위라도 할까요?”
“그거 괜찮네요. 겁 좀 먹겠는데요.”
“아니, 그것보다 더 확실한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김인철 변호사가 나서서 말했다.
“때리기라도 하자는 거예요? 괜히 물리력 행사했다가 역으로 고소라도 당하면···.”
“물리치료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죠.”
“?···”
해준을 포함한 사람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겁을 주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치료법은 무엇일까.
“바로 금융치료요. 법대로 가시죠. 형사부터 민사까지. 명예훼손, 정보통신법위반 등 엮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엮어서 벌금에 손해배상까지 싹 청구하시죠.”
“오!~”
“헐.”
***
“씨X, 완전 X 됐네.”
커뮤니티와 채널 댓글을 확인한 형수는 황급히 먹보 TV 채널의 댓글 기능을 잠그고, 썬플라워를 저격했던 해당 영상을 내려버렸다.
그러나 이미 주작 사건은 이슈화되어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갔다.
심지어 몇몇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기사화되기까지 했다.
불안한 형식은 손톱을 깨물며 아무 의미 없는 마우스 클릭질을 해댔다.
“어쩌지?··· 그래 사과 영상.”
이럴 땐 빨리 사과 영상을 올리는 게 상책이다.
어차피 조회 수도 뽑았고, 구독자도 순식간에 20만으로 늘었으니 손해 볼 건 없다.
적당히 반성하는 모습으로 ‘작은 오해가 있었는데, 이렇게 일파만파 사건이 커질 줄 몰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더 신중하게 영상을 만들겠다.’라고 대충 둘러대면 된다.
형수는 단정한 하얀색 셔츠에 검은 배경 앞에서 최대한 초췌한 몰골로 카메라 앞에 서서 사과 영상을 찍었다.
기회가 된다면 사장님과 만나 서로 간의 오해를 풀고 싶다는 말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차피 하루 이틀 이슈 되다가 묻힐 사건이다.
썬플라워야 피해를 보겠지만, 형수의 채널은 20만 구독자와 함께 조회 수도 늘어날 것이고, 수익도 최소 두 배 이상은 먹을 수 있다.
“이쯤이면 됐겠지?”
영상을 올린 형수는 일단 안심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댓글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내 이랄 줄 알았다. (대충 최민식 범죄와의 전쟁 짤)
-책임 전가 쩐다.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고 할 새X네.
-오함마 가져와라. 구라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 안 배웠냐?
-남의 장사 거하게 말아먹고, 사과 영상 하나로 퉁 치려고?
역풍을 맞아버렸다.
“젠장.”
***
[해준 님. 참 부지런하십니다.]땀 흘려 밭을 일구는 해준에게 날아온 포테가 감탄하며 말했다.
[해준 님께서 이토록 절 생각해주시는 줄 몰랐습니다.]“응? 너?”
[네! 제 잃어버린 능력을 회복시켜주시기 위해 이렇게 열심인 거잖습니까. 저 감동 먹었습니다. 흑흑···.]“아··· 뭐, 그렇지.”
포테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었다.
그 또한 엄연히 진실이니까. 그러나 사실 해준이 요즘 들어 부쩍 부지런해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포테의 부탁을 받아 열심히 농작물을 수확하는 이유도 있지만, 요즘은 너튜브 사건 이후로 손님이 더 많이 늘어 재료를 대려면 잠잘 시간도 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잠시 주는 것 같아 숨통이 트였었는데.’
너튜브 사건 이후로 더 바빠졌다.
오전 한정 판매하는 모닝 세트를 찾는 손님이 너무 많아져 어쩔 수 없이 50인분을 더 늘려 판매했고, 점심에도 손님은 줄을 이었다.
그러다 보니 저녁 장사까지 해달라는 협박성(?) 요구까지 받은 상태.
많은 사람이 찾아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감당이 안 돼.’
직원을 더 늘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식당도.
그리고 여기도.
“이크, 늦었다. 포테. 나 돌아간다.”
시간을 확인한 해준은 창고에서 재료를 꺼내 수레에 옮겨 담고, 급히 농장을 떠났다.
[농작물 돌보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푹 쉬고, 기운차게 돌아오세요!]포테가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아··· 그러게. 나도 쉬고 싶다.’
.
.
.
차원의 농장에서 돌아온 해준은 서둘러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오전 영업 후 잠시 짬을 내 농장에서 부족한 재료를 가져온 참이다.
포테 녀석은 푹 쉬라고 했지만, 쉬기는커녕 이제부터 진짜 전쟁의 시작이다. 몸이 두 개라도 부족했다.
“야아옹~.”
뭉치가 힘내라는 듯 울었다.
해준은 뭉치의 털을 가볍게 쓰다듬어줬다.
“고마워.”
손을 깨끗이 닦고 앞치마를 둘러맨 해준이 결의를 다졌다.
“사장님. 언제 나오셨··· 어? 식자재가 언제 들어왔지?”
휴식을 취하던 동식이 주방에 가득 쌓인 재료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제가 정리했어요.”
“이런 건 절 시키시라니까요.”
“누가 하면 어때요. 그보다 새로 가져온 샐러드 채소 좀 씻어주세요. 오므라이스에 쓸 재료도 손질해주시고.”
“네, 사장님.”
괜한 의문을 더 품기 전에 서둘러 일을 시켰다.
11시 30분이 다가오자 가게 앞이 시끌벅적해졌다.
아침과 점심 장사 때는 마당에서 기다리지만, 휴식 시간엔 마당 앞 대문을 걸어 잠그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그러다 보니 유독 조용해야 할 오전 10시경의 주택가 골목이 시끄러웠다.
‘저것도 무슨 수를 내야겠어. 주변에 사는 분들에게 민폐야.’
시간에 맞춰 영업을 재개했다.
호철이 직장 동료를 데리고 우르르 몰려왔다.
“사장님. 저희 왔습니다.”
“오셨어요? 저쪽으로 앉으세요.”
“우와, 과장님. 사장님이랑 친분도 있으세요?”
“당연하지. 내가 여기 찐 단골이야. 숨어서 혼자만 먹고 싶은 맛집이었는데, 대위장때문에 그것도 틀렸어.”
“매일 점심시간마다 어디로 사라지나 했더니. 쳇, 우리도 같이 오지.”
“그래서 오늘 데려왔잖아. 오늘 내가 쏠 테니까 먹고 싶은 거 시켜.”
“나이스~! 근데, 사장님 영상보다 실물이 더 잘생겼어요. 완전 내 스타일.”
호철과 함께 온 여직원이 해준을 칭찬했다.
멋쩍어 미소만 짓는 해준 뒤로 민주가 나타나 눈을 가늘게 떴다.
“사장님. 주문은 제가 받을 테니까 그만 주방으로 돌아가시죠.”
“아, 알았으니까 밀지 마.”
“빨리. 빨리.”
민주가 해준을 주방으로 밀어 넣고, 호철의 테이블로 돌아왔다.
조금 전과 다르게 정중하게 테이블을 세팅하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레몬수를 따라줬다.
“메뉴 결정하셨나요?”
“전 돈가스요.”
“나도.”
“그러지 말고, 우리 5명이니까 돈가스 2개, 치즈 가스 2개, 오므라이스 1개 이렇게 시켜서 나눠 먹자.”
“좋아요. 아, 근데 음료는 뭐가 있어요?”
해준이 자기 스타일이라던 손님이 민주를 보며 물었다.
“따로 음료는 판매하고 있지 않습니다. 산양유가 있긴 한데, 오전에만 한정 판매고요.”
“그래요? 콜라나 사이다도요?”
“네.”
“어쩔 수 없네. 그냥 그렇게 주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주문을 받은 민주는 스프와 식전 빵을 서빙하고, 다른 테이블로 향했다.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되자 손님이 밀려들었고, 오픈 5분 만에 홀은 만석이 되었다.
“너 그 영상 봤어?”
3번 테이블에 앉은 한 무리의 여성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비밀 얘기를 나눴다.
“뭐? 그 십몇만짜리 주작 너튜버?”
“우리 옆 변호사 사무실에서 수임했대.”
“김인철 변호사님 사무실?”
“명예훼손으로 거는 건가?”
“그거 받고, 이것저것 더 추가한대. 여기 사장님은 괜찮다고 했는데, 김 변호사님이 입에 거품 물면서 끝까지 간다고 했대. 비용도 안 받고.”
“왜?”
“변호사님이 여기 단골.”
“큭. 오지게 걸렸네.”
비단 명예훼손뿐만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너튜브의 특성상 정보통신망법에 걸려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 업무방해도 걸 수 있고. 또, 이런 형사상 처벌을 근거로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번에 금융치료 세게 받겠네.”
“벌금에 민사까지 때려 맞으면 타격이 클 거야. 그런 놈들한테는 금융치료만 한 게 없지.”
“크크큭.”
***
띵동-
“···.”
쾅쾅쾅-
“계세요?”
“···.”
쾅쾅쾅-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깬 형수가 몸을 일으켰다.
침대 아래로 발을 내리자 굴러다니는 빈 병이 걸렸다. 발을 이리저리 움직여 대충 병을 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담배 찌든 내와 술병이 나뒹구는 방은 그야말로 엉망진창.
그 사이에도 누군가 계속 문을 두드렸다.
“아침부터 누구야.”
짜증이 날 대로 난 형수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었다.
문을 두드린 건 우체부였다.
“뭐예요?”
“등기요.”
“등기? 어디서요?”
“검찰이네요. 여기 사인해주세요.”
관심 없다는 듯 우편 봉투를 내민 우체부는 사인을 받고 후다닥 사라졌다.
“검찰? 이런 염병.”
어제 마신 술이 갑자기 확 깨버렸다.
드디어 올 게 왔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뜯었다.
썬플라워 사장 때문에 운영하던 너튜브 채널도 폐쇄됐고, 소송까지 걸리게 생겼다.
“망했네. 씨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