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51
50화. 혼내줘야겠어(2)
***
[차해준] Lv.18나이 : 25세
칭호 : 차원을 넘어온
직업 : 중급 농사꾼, 중급 요리사
경험치 : (0%)
체력 : 145/150
기술 : 198
명성 : 67
레벨이 올랐다.
쿠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어딘가의 안개가 뒤로 밀려났다.
이제는 농장 규모가 꽤 커져 어딘지 가늠할 수는 없었다.
“빨리 일을 끝내고, 탐험 가보자.”
“야아옹~.”
요즘 코피루왁으로 쏠쏠한 골드 벌이를 해주는 뭉치가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너도 따라간다고?”
“야아옹.”
“그래. 밭 하나만 더 만들고 가자.”
체력이 올라 밭 증량이 가능해졌다.
틈나는 대로 밭을 늘리지 않으면 썬플라워 식자재가 감당되지 않았기에 해준은 부지런히 밭을 일구고, 수확했다.
[해준니임~!!]오랜만에 등장한 포테.
녀석은 요즘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잘 나타나지 않았다.
해준의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녀석의 신체에도 변화가 생겼다.
뭔가 둥글둥글, 맨질맨질 잘생겨졌달까.
“왜 불렀어?”
[드릴 게 있어서요.]“뭔데?”
[레벨 업 기념 선물이랄까··· 뭐, 그런 겁니다.]포테가 내민 건 포도 씨앗이었다.
“포도? 포도라면 이미 있잖아.”
포도는 차원의 농장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 중 하나다. 씨를 갈아 포도씨유를 만들고, 에이드나 와인을 만들기도 하며, 각종 소스에 맛을 내는 베이스로도 사용한다.
[이건 다른 겁니다. 자세히 보세요.]포테의 말에 해준이 씨앗을 유심히 살폈다.
<청포도의 씨앗>
“청포도잖아.”
[넵!]“맛있겠다.”
적포도가 보통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면, 청포도는 강한 향과 단맛이 특징이다.
‘요즘은 샤인머스캣이 유행이라는 데 이건 뭘까?’
비싸고 맛있기로 유명한 청포도 품종인 샤인머스캣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씨앗을 받아들었다.
뭐,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저 맛있게 키워 나눠 먹으면 그만이니까. 샐러드에 좀 넣어도 좋을 것이고, 민주에게 부탁해서 청포도 에이드를 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고마워.”
[별말씀을. 사실 해준 님을 찾아온 진짜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목적이라니?”
[바로 이거!]포테가 손가락을 탁 튕겼다.
그러자 예의 황금빛 아우라가 해준의 몸을 감쌌다.
그렇다는 건 포테가 해준에게 새로운 능력을 줬다는 뜻.
[작물들을 둘러보세요.]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해준은 포테가 시키는 대로 작물을 둘러보다 생긴 변화를 파악하고, 놀랐다.
“헐, 대박!”
[죽이죠?]<양배추 – C급>
<밀 -D급>
<방울토마토 – C급>
<당근 – D급>
···.
밭에서 생산한 작물에 등급이 생겼다.
뿐만 아니다. 닭, 염소, 흑돼지도 등급이 매겨졌고, 가축이 생산한 달걀과 산양유에도 똑같이 등급이 매겨졌다.
<달걀 – C급>
<산양유 – C급>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맛있는 것들이 죄다 C나 D 등급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놀랍죠?]“그럼 A급도 있겠네?”
[당연하죠. 등급은 F~A 등급까지 존재하고, 아주 가끔이지만, S급 작물을 생산해낼 수도 있습니다.]“S급?”
레벨이 오를수록 더 좋은 등급의 식재료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했다. 등급이 높은 식재료는 당연히 더 맛이 뛰어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 그토록 맛있다고 극찬한 재료들이 고작 C급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러니까 앞으로 더 노력해주세요! 더 맛있는 식재료를 위해.]말을 마친 포테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농장을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
주말이 되고, 해준은 차원의 농장에 들어왔다.
최근 레벨 업하며 열린 지역은 전혀 가보지 못했기에 오늘의 목적은 탐험.
마을 잡화점에 들른 해준은 로프와 나이프, 그리고 몇 가지 탐험 도구를 챙겨 농장으로 돌아왔다. 현대적인 장비는 없었지만, 탐험하기에 충분했다.
“뭉치야, 가자.”
“야아옹.”
배낭을 둘러메고, 걸음을 옮겼다.
농장 규모가 커지며 한눈에 전체를 담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지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새롭게 안개가 걷힌 지역을 다니며 지형을 파악해 지도에 그려 넣었다.
힘든 작업이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마치 오지 캠핑을 떠나온 기분이랄까.
이곳에서의 탐험은 현실 세계의 산책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익숙했던 길이 끝나고, 낯선 장소에 들어섰다.
그곳은 나무가 빼꼭하게 들어선 조금은 습한 지역이었다.
지도에 지형지물을 그려 넣고, 숲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냥!”
“왜? 어? 버섯이다!”
<자연산 송이버섯 – C급>
소나무 아래서 갓이 활짝 핀 버섯을 발견했다.
자칫 밟고 지나갈 뻔했지만, 뭉치가 신호를 준 덕분에 찾아낼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던 해준은 ‘극한작업’이란 프로그램에서 가을철 산속에서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작업자들의 하루를 본 적이 있다. 행여나 밟을까 봐 조심조심 걸음을 움직이며 송이 버섯을 채취하는 사람들.
기억으로는 갓이 피지 않아 남성의 성기처럼 생긴 자연산 송이가 1등급이었고, 지금 발견한 버섯처럼 갓이 편 송이는 3~4등급이라고 했다.
‘등급을 나누는 방법은 서로 비슷한 건가?’
해준은 배낭에서 모종삽을 꺼내 조심스럽게 버섯을 채취해 가방에 넣었다.
갑자기 허기가 져 도시락으로 가져온 돈가스 샌드위치를 뭉치와 나눠 먹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해준은 지도에 버섯이라는 글을 새겨넣고, 걸음을 옮겼다.
10분쯤 걷다 보니 숲이 끝났다.
탄산 샘물 근처부터 나던 물 흐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야아옹~.”
“너도 그렇게 생각해? 저쪽에서 들리는 것 같지?”
“양.”
“가보자.”
강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강을 따라 연결된 바다까지 보였다.
항구나 다른 문명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마을과 연결되지도 혹은 다른 마을도 아닌 해준의 소유, 차원의 농장 같았다.
“이런 곳이 있었네.”
하긴.
산이나 들판, 샘물, 밭을 일굴 농장까지 있는데, 강이나 바다가 없는 게 이상한 일이다. 안개가 더 걷히면 더 놀라운 것이 보일지도 모를 노릇.
배낭을 내려놓은 해준은 해안 주변을 살폈다.
안개가 모두 걷히면 광활한 해변이 아닐까 생각됐다.
‘지금은 좁지만···.’
지금 안개가 걷히지 않은 건 강의 하류 일부와 조그만 해안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뭉치가 바다 쪽으로 와다다 달려갔다.
“뭉치야, 어디가?”
“냐아옹.”
녀석은 뭐가 신났는지 바다와 모래사장을 마구 뛰어다녔다.
주변을 살피던 해준은 안개 경계에 있는 갯바위로 올라섰다.
“이쯤이면 될까?”
배낭을 뒤져 혹시 몰라 준비한 그물 통발을 꺼냈다.
얼마 전부터 물소리가 나는 걸로 봐선 분명 근처에 강이나 바다가 있을 거로 추측했고, 그의 생각이 맞았다.
차해준은 ‘삼시서너끼’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태진이 했던 것처럼 통발 안에 바다 생물들이 좋아할 만한 미끼를 넣고, 통발을 던졌다. 근처에서 큰 돌을 주워와 물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고정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소라든 문어든 만약 물속에 뭐가 있다면 걸릴 터.
“냥! 냥냥!!”
뭉치가 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녀석이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신나게 댄스를··· 아니, 자세히 보니 미지의 어떤 것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첨벙- 첨벙-
휙-
“냥냥냥!!!”
“뭉치. 뭐해?”
“냥냥냥냥!!!!”
해준이 황급히 달려가 보니, 바다와 육지를 오가며 처절한 싸움을 벌이던 뭉치가 마침내 입에 생선 한 마리를 물고 나타났다.
마치 얼룩말처럼 눈에 띄는 선명한 줄무늬의,
“허, 사냥한 거야?”
“냥.”
돌돔을!
<돌돔 – B급>
“대단하다.”
“야아옹.”
녀석은 위풍당당하게 해준 앞에 팔딱팔딱 뛰는 돌돔을 내려놓았다.
처음 보는 B급, 그것도 무려 부르는 게 값이라는 자연산 돌돔이다.
양식도 비싸지만, 자연산 돌돔은 kg에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고 들었다.
뭉치가 입에 물고 나온 녀석은 족히 1.5kg은 나가는 크기였다.
‘뭉치 녀석. 매일 밥 먹고, 낮잠이나 자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비싼 코피루왁을 생산해내고,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돌돔을 낚아 올리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앞으로 잘해줄게!”
“야아옹!!”
어쨌든 이로써 바다에 생명이 존재하는 게 증명됐다.
해준도 용기를 얻어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기로 했다. 대나무로 만든 조잡한 낚싯대지만, 자신도 대물을 낚을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
.
.
6시간 후.
여전히 해준의 부력망(잡은 고기를 보관하는 망)은 텅 비어있었다.
아니, 돌돔 한 마리뿐이었다.
“젠장, 너 참 대단하다.”
뭉치가 으쓱거리며 해준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녀석도 10분 만에 해냈는데, 무려 6시간이나 허탕을 쳤다.
어느덧 해는 저물어가고, 배도 고파졌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할까?”
애초에 탐험이 길어지면 야영을 할 생각으로 장비를 챙겨왔다.
물론, 탐험보다 낚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했지만 말이다.
해준은 서둘러 주변을 돌아다니며 나뭇가지를 주워 모아 불을 피웠다. 그리고 한쪽에 비박을 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하고, 모포를 깔았다.
꼬르륵-
배가 고팠다.
온종일 걸으며 먹은 거라고는 도시락으로 싸 온 돈가스 샌드위치가 전부였으니 당연했다.
“뭘 좀 먹자. 뭉치, 너도 배고프지?”
“야옹.”
허기부터 달래기 위해 배낭에 넣어둔 송이버섯을 꺼냈다.
일단 먹으면서 저녁 메뉴를 구상하기로 했다.
레시피를 검색해보니 볶음, 솥밥, 덮밥 같은 요리가 나왔다. 해준의 식욕을 가장 당긴 건 차돌박이 버섯구이였지만, 차돌박이를 구할 수 없으니 패스.
“찢어 먹어도 맛있다고? 일단 그렇게 먹어볼까?”
송이버섯을 먹는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최고의 방법은 생식.
얇게 찢어 생으로 먹는 게 향을 가장 잘 느끼는 방법이라고 했기에 해준은 버섯을 길게 찢었다. 그러자 설명처럼 향기가 더욱더 진해졌다.
가느다란 줄기를 입에 넣고 씹었다. 쫄깃- 보다는 아삭-의 느낌이 강한 식감. 이내 버섯 풍미가 입안 가득 느껴졌다. 상쾌하면서도 시원한 솔향이라고나 할까.
“맛있어.”
직접 먹어보니 사람들이 왜 그토록 자연산 송이를 칭송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돌아갈 땐 유심히 숲을 살펴야겠다. 혹시라도 A급 송이를 발견할지도 모르니까.
버섯을 먹으니 어쩐지 식욕이 더욱 강렬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해준은 처음에 던져둔 통발이 있는 갯바위로 올라갔다.
제발 뭐라도 잡혔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통발을 걷어 올렸고, 그 안에는 무려!
“오! 잡혔다.”
“냐아아옹~!”
뒤따라온 뭉치가 통발 속 새우를 보며 울부짖었다.
꼬리에 선명한 초록빛이 돌고, 몸집의 2배에 가까운 수염이 난 새우였다.
<대하 – C급>
대하다.
그것도 무려 20마리에 가까운 대하.
“미쳤다. 오늘 완전 자연산 파티냐?”
숲에서 캔 송이버섯에 뭉치가 잡은 돌돔. 거기에 자연산 대하를 합하면 가격만 해도 거의 백만 원에 육박할 터.
왼손에는 돌돔을, 오른손에는 대하를 들고 개선장군처럼 베이스캠프에 돌아왔다.
꿀꺽-
군침을 삼킨 해준은 돌돔과 대하를 어떻게 먹을지 궁리했다.
돌돔은 회, 대하는 소금구이가 진리. 그러나 회칼도 없고, 소금도 소량밖에 없었다.
“직화가 낫겠지?”
“야옹.”
“그래, 굽자.”
돌돔과 새우를 꼬챙이에 꽂아 구웠다.
이내 피어오르는 먹음직스러운 냄새.
먼저 먹어도 좋다고 신호를 보낸 건 대하였다.
“아뜨뜨···.”
뜨겁게 달아오른 대하를 손에 쥐고, 바람을 후후 불어가며 껍질을 깠다.
뭉치 한 마리. 해준 한 마리. 사이 좋게 나눠 먹었다.
맛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씹을수록 느껴지는 달큰한 맛.
가을만 되면 대하~ 대하~ 하는 이유를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새우도 몽땅 먹어 치웠다. 아쉬워하긴 이르다. 이제부터가 진짜 본 게임이니까.
“후아~ 이건 뭐, 미친 비주얼이네.”
해준은 노릇노릇 구워진 돌돔을 보며 중얼거렸다.
고양이 앞에 생선이라 했던가. 뭉치는 이미 동공이 풀려 언제라도 돌돔 앞으로 돌진할 기세.
“먹자.”
“냥!”
역시나 맛있다.
고소하고, 흰살생선 특유의 단단한 식감도 일품이다.
회로 먹지 못해 아쉬웠지만, 직화구이도 환상적! 그 자체였다.
푸짐한 저녁 식사를 마친 해준은 모포를 덮고 자리에 누웠다. 옆구리에 뭉치가 자리를 잡은 덕에 몸도 뜨뜻해졌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 그리고 풀벌레 소리를 듣고 있자니 절로 졸음이 쏟아졌다.
‘아··· 좋다.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인가?’
해준은 아주 오랜만에 기분 좋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