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se Chef Life RAW novel - Chapter 57
56화. 미스터리 셰프
***
“미쳤다. 미쳤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잭슨 감독과 배우 레오나르도 피트 주니어 그리고 한소율까지.
어마어마한 배우, 감독과 밥차 앞에서 나란히 찍은 사진을 본 강훈이 못 믿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게다가 강훈은 보너스로 소율과 단둘이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에 사인까지 받은 이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살아있길 잘했어.”
“아깝다. 나도 따라갈걸.”
가게 정리를 하던 은정도 강훈 뒤에서 사진을 보며 부러운 듯 말했다.
차해준을 중심으로 왼쪽에 강훈과 민주가 서 있고, 오른쪽으로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이 늘어선 귀한 사진이다.
“그렇게 좋아?”
“당연하죠. 한소율이라고요, 한소율. 사장님은 어떻게 아무런 감정이 없을 수가 있으세요.”
“난 연예인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하여튼 이상하시다니까.”
“강훈 오빠. 한다. 해!”
홀에서 다급히 강훈을 부르는 민주.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 그들이 기다리던 코너가 시작했다.
“금방 갈게.”
앞치마를 벗고 홀로 달려가는 강훈.
조그만 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잭슨 감독과 레오, 한소율의 인터뷰를 지켜봤다.
“생방송 연예가 좋다! 오늘은 배우 한소율의 할리우드 데뷔작이자 한국 로케이션 촬영으로 이슈가 된 영화를 만나보시죠!”
짝짝짝-
영화 전문 리포터의 소개에 스태프들이 박수를 치며 흥을 돋웠다.
그런 리포터를 보며 가벼운 미소로 인사하는 레오와 한소율. 그 옆으로 카메라가 어색한 잭슨 감독이 조금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의례적으로 한국 시청자에게 인사를 하고, 영화 제작 일정에 대한 인터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다음 질문드리겠습니다. 한국에 오셔서 가장 인상적인 건 뭐가 있었을까요? 레오 씨부터 말씀해주세요.”
“아름다운 풍경,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음식이요.”
“한국 음식이 입에 맞으셨나 봐요?”
“굉장히 흡족했습니다.”
“어떤 게 가장 맛있으셨어요?”
리포터는 아이 러브 김치, 불고기, 비빔밥, 갈비~! 대충 이런 대답을 상상하며 질문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즈언포크츄웁?···”
“잉? 그게 뭐죠?”
리포터가 소율에게 눈빛으로 SOS를 쳤고, 그녀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전복죽이요.”
“아! 전복죽.”
“예스, 롸잇. 전복죽. 그거 말고, 커틀릿. 한국말로 음··· 도, 돈카스? 최고였습니다.”
최대한 한국말을 섞어가며 정중하게 말하는 레오.
그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하.하. 전복죽이랑 돈가스가 맛있으셨구나.”
“내 영혼을 따뜻하게 치유해주는 음식이었습니다. 미스터 차는 정말 최고의 셰프예요.”
존경을 듬뿍 담은 눈으로 말했다.
“감독님은요?”
“저도 레오처럼 돈가스가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유명한 미슐랭 식당도 다녀보고, 제작사에서 준비한 최고급 레스토랑도 다녀봤지만, 단연 최고는 촬영장에서 먹은 돈가스입니다. 아, 그리고 와인도. 한국은 정말 놀라운 곳입니다. 유리를 제게 보내줬고, 미스터 차를 만났죠.”
계속된 미스터 차의 언급.
둘의 대답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던 리포터가 재차 한소율에게 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죠. 소율 씨?”
“그게요. 어떻게 된 거냐면···.”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던 민주는 주방의 차해준을 다급히 불렀다.
“해준 오빠, 빨리요. 레오랑 잭슨 감독이 오빠 얘기한다니까요.”
결국, 억지로 끌려온 해준은 자기 칭찬에 민망해하며 방송을 끝까지 시청했다.
잭슨 감독은 영화 후반 작업이 끝나고 개봉을 하게 되면 반드시 한국부터 월드 투어를 시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스터 차의 가게를 방문해 환상적인 와인 맛을 더 느끼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잭슨 감독이 사장님 와인이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봐.”
“그러게. 그날도 따로 찾아와서 있는 와인을 다 사가더니.”
와인 애호가라던 잭슨은 촬영이 끝나고, 직접 해준의 밥차로 와서 와인에 대한 대화를 시도했다.
사실 해준은 인터넷에 나와 있는 평범한 방식으로 와인을 만들었을 뿐. 맛도 잘 모르고, 와인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았다. 그러니 잭슨의 말에 고개를 빙그레 웃어주며 아버지에게 배운 비법으로 소량 제조한 와인이라고 둘러댔다.
미식가라는 잭슨의 극찬을 받으니 와인을 따로 팔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시간에만 한정으로 글라스 와인으로 판다면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지도 모른다.
‘그 부분은 좀 더 생각해야겠어.’
“암튼 우리 사장님 손이 금손이라니까.”
“대단하다. 대단해. 참, 생선가스랑 모둠 가스도 메뉴에 올릴 거예요?”
“응. 올려야지. 반응 좋았잖아.”
“반응이야 늘 좋죠. 언제 오빠가 신메뉴 내서 반응 나빴던 적 있어요? 헤헤.”
해준보다 더 신난 민주가 웃으며 말했다.
생선가스와 모둠 가스는 각각 7천 원과 7천오백 원을 받기로 했다.
돌돔으로 튀긴 생선가스라 원재료를 알면 사람들이 놀라자빠질 터. 해준은 생선 살은 비밀에 붙이기로 했다.
‘뭐 말 안 하면 대충 대구나 명태로 튀긴 줄 알겠지.’
“새우튀김은 따로 파는 건 어때요?”
“따로? 어떻게?”
“사이드 메뉴로. 먹고 싶은 사람 있으면 추가로 주문하는 방식으로요.”
“그거 좋은 생각인데? 그럼 새우튀김은 한 마리씩만 추가 가능한 거로 하고, 마리당 2천 원에 하자.”
“네!”
추가 메뉴 구성과 가격 결정을 끝냈다.
그때, 폰에 코를 박고 있던 강훈이 큰소리로 외쳤다.
“쩐다. 사장님 실검에 올랐어.”
잭슨 감독의 인터뷰가 방송된 후 실시간 검색어에 차해준에 대한 궁금증이 검색어로 오르기 시작한 거다.
-미스터 차
-차 셰프
-차 셰프 누구?
-레오 돈가스
-밥차 돈가스 차 셰프
-잭슨 와인 차 셰프
-연예가 좋다 한소율
-한소율 할리우드 진출작
···
온통 잭슨과 레오가 언급한 미스터 차, 차 셰프에 대한 검색어로 도배됐다.
인터넷 매체들은 발 빠르게 ‘미스터리 셰프, 미스터 차는 누구?!···’ 라는 기사를 올리며 궁금증을 자아냈다.
‘아··· 더 바빠질 거 같은 이 불안감은 뭐지.’
검색 화면을 본 해준은 어쩐지 불길해졌다.
***
“오늘 방송 재미있더라. 시청률 잘 나오겠어. 고생했다.”
부조정실에서 생방송 커트를 넘기던 윤현은 팀장은 방송 직후 아래층 스튜디오로 넘어와 장일수 피디의 어깨를 두드렸다.
장일수는 윤 팀장의 3년 후배. 꼭지나 말 짬밥은 아닌데, 갑자기 피디 한 명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새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그가 긴급 투입됐다.
“고생은요. 10분짜리 꼭지 하나 만 건데.”
“암튼 고마워. 나중에 이 원수 꼭 갚으마.”
“별말씀을.”
“야. 그런데 그 미스터 차가 누구야? 레오랑 잭슨 감독이 언급한 차 셰프. 넌 봤을 거 아냐. 아뇨. 저도 못 봤어요.”
“그래? 아쉽네.”
“알았으면 제가 가만히 놔뒀겠어요?”
“하긴. 너 요즘 뉴페이스 셰프 구하고 다닌다면서.”
“네. 출연자는 다 세팅됐는데, 그게 아쉽네요.”
“기존 셰프들 써. 요즘 셰프들 많잖아.”
“싫어요. 아무 데나 나와서 맛이 어쩌고저쩌고하는 셰프들은 진정성이 없잖아요. 너무 상업적이야.”
“것도 그렇다. 암튼 고생해라. 난 간다.”
“가세요, 선배.”
현은이 돌아가고, 스튜디오에 남은 장일수는 잭슨 감독이 말한 그 미스터리 셰프에 대해 궁금증을 품었다.
그러다 문득,
‘혹시···.’
며칠 전 촬영장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
.
.
“넌 뭐가 그렇게 신났냐?”
장일수 피디는 함께 코너 땜빵을 나온 동물 천국 막내 작가 오지은을 한심한 듯 쳐다봤다.
녀석은 눈 오는 날 강아지처럼 여기저기를 좋다고 뛰어다녔다.
“선배. 제 꿈이 뭐게요? 서브 작가 입봉? 아니요. 퇴근? 그것도 아니에요. 이렇게 촬영 현장에 따라 나오는 거예요. 스튜디오는 진짜 지겹다고요. 아~ 이 신선한 촬영장 스멜~! 오, 저기 레오나르도 피트 아니에요? 꺄앗~ 한소율도 있다. 실물 쩌네. 저 옆에 서면 멀쩡한 훈남도 오징어 되겠어. 우히히. 이게 연예 프로그램이구나!!”
촬영이 시작된 후에도 지은은 입을 닫은 채 호들갑을 떨며 다녔다.
‘저러기도 힘든 거 같은데.’
일수는 카메라 감독과 조율하며 영화 촬영 현장을 스케치했다.
레오와 한소율 그리고 잭슨 감독이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며, 연기에 임하는 모습 등 다양한 장면을 담았다.
“우리도 여기까지만 찍죠. 현장 스케치는 충분해요.”
일수의 사인에 카메라 감독이 카메라를 껐다.
이제 남은 건 영화 촬영 후, 주어진 20분간의 인터뷰.
그 말은 앞으로 몇 시간은 한가하다는 뜻이다.
“우리도 쉬죠.”
“장 피디. 그래도 되겠어?”
“괜찮아요. 재밌는 장면 많이 찍었으니까. 식사도 하시고, 좀 쉬세요. 전 여기 있을게요.”
장일수의 말에 리포터, 촬영 감독, 조명 팀까지 싹 철수했다.
“피디님은 안 드세요?”
“난 됐다. 지은이 너나 많이 드셔. 이런 데 왔으면 밥차 밥도 먹어봐야지.”
“오오~ 밥차.”
“큭.”
지은이 눈을 반짝이자 실소가 터졌다.
“비웃지 말아요, 선배. 제가 오죽하면 이러겠어요. 그러니까 새 프로그램 런칭하는 거, 저 좀 끼워주세요. 이제 동물 천국에서 벗어나고 싶다고요.”
거절하기엔 너무 간절해 보였다.
그렇다고 남의 팀 막내를 함부로 빼 올 수는 없으니.
“김 팀장님 잘 설득해봐. 오는 건 안 막을게.”
“아싸, 진짜죠?”
“응. 그러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 나 귀찮게 그만하고.”
“넵! 알겠습니다.”
경례 자세를 취한 오지은이 뒤돌아 뛰어갔다.
밥차를 향해 달려가는 지은은 그 와중에도 직진하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어? 저 고양이는?!”
지은은 햇볕을 받으며 식빵을 굽고 있는 낯익은 고양이를 발견했다.
얼마 전 방송국 앞 공원을 도도하게 산책하던 산책냥이었다.
‘이름이··· 뭉치였던가? 저 녀석이 왜 여기 있지?’
“뭉치야~!”
한창 일광욕 중인 뭉치에게 호다닥 달려가 등을 쓰다듬었다.
귀찮지만, 지금이 딱 좋으니 움직이지 않겠다는 듯 녀석은 고개만 휙 돌렸다.
하지만, 지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쓰담쓰담을 이어나갔다.
동물 천국 막내 짬만 1년이다. 이쯤은 우습다.
“너 왜 여기 있어? 혹시 그 훈남 아저씨랑 산책 나온 거야?”
지은은 뭉치의 등과 턱을 만지며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밥차 안에서 요리를 하는 해준을 발견했다.
“우와. 네 아빠가 밥차 요리사였어?”
밥차로 간 지은은 메뉴를 살폈다.
여러 개의 밥차 중 이곳은 모둠 가스가 주요리였다.
반갑게 아는 척 인사를 하고, 음식을 주문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썬플라워라는 별스타에서 제법 유명하고, 최근 너튜브 주작 사건까지 있었던 가게의 사장님이었다.
‘어쩐지 어디서 봤다 했더니. 대위장 너튜브에 나왔던 주작 사건 피해자 사장님이었구나!’
그리고 맛은.
“으으응~ 끝내준다. 대위장이 왜 그렇게 극찬했는지 알 것 같아.”
촬영장 밥차가 수준 높다는 이야기는 꽤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 상상도 못 했다.
하긴 저렇게 유명한 경양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이 와서 만드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역시 동물을 상대하는 스튜디오물보다는 현장이 체질이다. 지은은 그렇게 생각하며 장일수에게 돌아갔다.
“피디님. 여기 밥차 진짜 쩔어요. 꼭 드세요. 두 번 드세요.”
“맛있긴. 다 거기서 거기지. 너가 너무 방송국에서 처박혀 있으니까 뭐든 맛있게 느끼는 거야.”
“아니에요. 그 수준이 아니라니까요. 진짜 미친 맛이에요. 안 드시면 후회하실걸요?”
“난 됐다.”
.
.
.
‘혹시 그 밥차에서 요리한 사람이 미스터리 차 셰프?’
오지은이 극찬하며 안 먹으면 반드시 후회할 거라던 밥차의 셰프가 어쩌면 잭슨 감독이 말한 그 남자일지도 몰랐다.
장일수는 밥차에 대해 조사할 필요성을 느꼈다.
***
숙소에 돌아와 폰을 만지던 소율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썬플라워 차해준 사장의 기사를 보며 웃었다.
퀴즈의 정답을 아는 자의 여유랄까.
“히히. 그럼 내가 밝혀줘야지. 미스터리 셰프, 미스터 차의 정체를.”
사진첩을 열어 며칠 전 밥차 앞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골라 별스타그램에 업로드했다.
#미스터리 셰프 #정체 공개 #미스터 차 #썬플라워 #차해준 셰프 #그의 요리는 #언제나 #최고! #밥차 #고마웠어요!!
-썬플라워 사장님이 미스터리 셰프였다니!
-썬플라워면 갓정. 돈가스 미친 맛이지.
-내 친구가 영화 스태프인데, 돈가스 말고 뭐 다른 게 있었다던데.
-뭔데? 뭐야? 현기증 나니까 알려줘요. 제바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