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5)
# 105
Chapter.26 옆 동네 방문기
쌀밥으로 동그란 주먹밥을 만든다.
볼이라고 불리는 동그란 그릇에 밥과 소금, 그리고 참기름을 넣어서 섞는다.
주먹밥을 만들 땐 소금의 간이 매우 중요하다. 약간 짭짤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주먹밥 안에 들어가는 건 바로 소환한 참치와 마요네즈. 밥을 뭉치고 뭉친 후에 예쁜 모양을 만들고 그 안에 참치와 마요네즈를 넣는다.
그리고 김으로 모양을 잡아주면 맛있어 보이는 주먹밥이 완성된다.
감옥에서 주먹밥이라.
뭔가 소풍 온 느낌?
동글동글, 만들어진 주먹밥을 루린에게 내밀었다. 가만히 내가 하는 모양을 쳐다보고 있었기에 입에서 침이 주르륵 떨어져 내린다.
“배고프지?”
질문하자 루린이 고개를 붕붕붕! 휘저었다. 엄청나게 강하게 붕붕붕 휘저어서 기다란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휘날린다. 덕분에 얼굴로 쏠려서 입술에 닿은 머리카락을 퉷퉷하면서 내뱉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다.
“뭐하냐?”
그랬더니 또 붕붕! 고개가 돌아간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양팔을 올리며 커다랗게 외치기 시작했다.
“아니다! 그냥 배고픈 게 아니다! 엄청, 어어어어어엄처어어어엉 배고프다아아아아!”
그래, 침을 흘리고 있을 때부터 알아봤다.
그걸 주장하겠다고 그렇게나 고개를 붕붕거렸던가.
“알겠어, 알겠어. 여기 있다.”
주먹밥을 내밀어 주니 곧바로 먹기 시작했다. 맨밥 안에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참치와 마요네즈가 들어간 것을 보았기 때문에 루린은 주먹밥을 한 입에 넣어버렸다.
“우어어우어거우어!”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주먹밥이 상당히 큰 편인데 그걸 한 입에 넣어버리니 당연하지.
어휴.
우적우적 냠냠.
하지만 버거워보였던 것도 잠시, 어느새 루린은 한입에 넣은 주먹밥을 씹기 시작했다.
매우 맛있게.
표정조차 황홀하다. 그렇게나 배가 고팠나? 밥을 굶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얼굴을 반찬 삼아 나도 주먹밥을 베어 물었다.
역시.
밥에 배인 적절한 소금간과 안에 든 참치와 마요네즈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삼각김밥 중에서 참치마요네즈가 가장 꾸준하게 잘 팔리는 건 괜한 게 아니다. 이 조합은 상당히 맛있다. 그것도 직접 만들어 먹으면 더더욱.
그걸 증명하듯 루린의 입술에 밥풀이 붙었다. 그만큼 정신없이 먹고 있다는 뜻이다.
“더 줘라!”
어느새 다 먹고는 손을 내민다. 그래서 주먹밥을 주니 앉아있는 내 가슴에 바싹 붙어 뒷머리를 기댄다.
“히히히.”
상큼하게 웃더니 다시 주먹밥을 한입에 넣어버렸다.
“야, 좀 나눠서 먹어라. 그걸 꼭 한입에 먹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거든?”
“으아아아으엉!”
뭐래.
포기했다. 나름 터프하니까 뭐 알아서 먹으라고 놔두고 나도 식사를 계속했다. 물론 턱밑에 기댄 루린의 머리통 때문에 약간 거슬렸지만.
그래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여전히 밥풀을 묻힌 채 나를 올려본다.
한입에 넣은 주먹밥을 분해해서 먹느라 양 볼이 잔뜩 부풀어있다.
그렇게 식사를 하는데, 산적 놈들의 시선이 매우 뜨겁다.
“뭘 보냐?”
생김새는 산적. 산적 아닌 놈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냥 통칭 산적.
“우, 우리도…!”
우리도 밥을 달라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곧바로 전격 마법을 사용했다. 아까부터 분명히 입을 열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는데, 배짱도 좋다.
자비가 필요 없는 놈들이다.
산적, 강도, 강간, 방화, 살인.
눈앞에 있는 건 그런 범죄자들이다.
게다가 루린을 향해 차마 들어줄 수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그것만으로도 백번 죽여도 시원찮다. 아직 살려두는 건 놈들의 입에서 들을 것이 있어서일 뿐.
“시러어어어어어!”
싫긴.
자업자득이란 말을 해주고 싶다.
루린은 어느새 주먹밥을 다 해치우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산적놈들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차라리 곳곳에 쌓여 있는 먼지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먼지는 묻으면 털어내기라도 하지.
산적놈들은 아예 없는 존재 취급이었다.
놈들이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존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하긴 하지만.
보통사람도 점심을 먹은 후의 식곤증에 약하기 마련. 게다가 루린은 그 식곤증이 다른 존재보다 매우 심한편이다.
뒷머리로 내 가슴팍을 툭툭 친다.
고개가 앞으로 떨궈진다. 그러다가 뒤로 온다.
“고로… 로로… 롱.”
숨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이걸 깨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은 루린의 입가에 붙어있는 밥풀을 떼서 입에 가져갔다.
짭짤한 밥풀을 오물오물 씹으며 다시 산적놈들을 봤다.
한 번 더 전격 마법으로 지져준 효과가 있었는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고개를 팍 숙여 버렸다. 참교육의 효과가 드디어 나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나는 루린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산적놈들에게 가려고 일어났다. 나를 무서워하기 시작했으니 이제 슬슬 정보를 캐낼 때라서.
“으으으웅.”
하지만 내가 곁에서 떨어지자마자 루린이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그러더니 내 등에 축 늘어져 목에 팔을 감아왔다. 내가 앞으로 움직이면 질질 끌려온다. 이건 무슨 본능인지 모르겠다.
“어디 가냐…!”
이쯤 되면 진짜 잠든 건지 의심될 정도.
나는 그 상태로 루린을 질질 끌면서 산적 앞에 당도했다. 그 꼴을 보더니 산적들이 안면근육을 경련시켰다. 웃음을 참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 같아서 가볍게 다시 전격 마법을 일으켰다. 손에서 스파크가 튄다. 그걸 보더니 정신을 차리고 입들을 앙다물었다.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그게 싫으면 죽을 때까지 전격 마법에 당하던가.”
손에서 튀고 있는 스파크를 두 눈에 담은 산적들은 고개를 강렬하게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중에 가장 겁이 많아 보이는 놈을 지목했다. 그러자 산적들의 시선이 동료에게 쏠린다.
“뭐든지 말하겠습니다. 뭐든지!”
살고 싶다는 표정이 역력하기에 나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얼마나 친절해.
“딱 한 가지만 대답하면 된다. 아까 네놈들이 이야기했던 그 리에든인가 뭔가 하는 놈에 대해서 아는 걸 모조리 털어놓도록.”
“그… 그건!”
리에든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남자의 표정에 순간 공포심이 드리웠다.
이름만으로 공포라.
대체 어떤 놈이기에?
호기심이 더 강해진다. 하지만 망설이는 모습은 죄악이다.
“크아아아악!”
놈을 제외한 양옆의 산적들에게 마법을 사용하자 멀리 있는 공포보다는 눈앞의 공포에 굴복했는지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마, 말하겠습니다. 말합니다! 리에든은 그러니까….”
놈의 말이 이어졌다.
결론은 리에든이 나쁜놈이라는 것.
즉 흑막이다. 데드란시가 이 모양으로 흘러가고 있는 원흉이라고 할까.
리에든은 데드란 백작의 뒤에서 온갖 구린 일을 하던 인물로 보였다. 아무래도 제국 남부에 이름을 날리는 어쌔신 집단과 노예상인들 같은 질 나쁜 조직과 어울리며 데드란시를 꿀꺽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범죄 집단의 우두머리.
그런 존재가 데드란시를 어떻게 손에 넣으려고 하고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사실 몰라도 상관없다.
리에든은 귀족들이 모조리 잡혀간 상황에서, 부임한 대관들은 대관 노릇을 제대로 못하게 만들고, 거기에 또 어떤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 같지만, 무슨 계획이든 간에 사전에 박살내면 그만이다.
초전박살.
이럴 땐 참 울림이 좋은 단어가 아닐까.
놈의 주 사업은 고리대금. 그리고 뒤로는 인신매매. 노예 사업. 그리고 요인암살까지.
“루린.”
놈들에게서 정보를 빼낸 후 등에 매달려 있는 루린의 볼을 세게 꼬집었다.
“우우우웅!”
손을 휘젓는다.
“그만 일어나시지? 할 일이 많다.”
“으으으으. 싫다.”
“기상시간입니다.”
“아니다. 잠자는 시간이다.”
여전히 눈을 감고 잠꼬대하듯 헛소리다.
“여기서 나갈 거니까 일어나.”
“정말이냐!”
아까까지만 해도 감옥이 답답하긴 하지만 내가 여기 있는 다니까 어쩔 수 없이 수긍했었는데, 나가자니까 너무나 좋다는 얼굴로 갑자기 눈을 번쩍 뜬다.
뭐, 이런 답답한 감옥을 좋아하는 존재는 없다. 그건 사실이지.
“응, 떠날 거야. 그 전에 저놈들은, 북쪽 대지로 텔레포트 시켜버려.”
“북쪽 대지?”
“응.”
루린은 이유도 묻지도 않고, 그저 먼지를 털어내는 표정으로 마법을 사용해 놈들을 텔레포트 시켜버렸다.
녀석들에게 리에든에 관해 캐물었다는 걸 누군가 벌써 알게 되면 안 되니까. 그렇다고 악당을 풀어준 순 없는 노릇이고.
뭐, 몬스터가 흉흉한 곳이지만, 운이 좋으면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어?
***
제국 수도.
산적들을 북쪽으로 보내고 나와 루린은 곧바로 제국의 수도로 이동했다.
웅장한 거리.
시원하게 뻗은 대로.
대로의 중앙에 솟아있는 황궁.
황궁을 둘러싼 거대한 성벽. 그리고 적으로부터 성벽을 보호하는 해자.
멋들어진 건축물을 보고 있노라면 솔직히 감탄사가 나온다.
물론 관광하려고 온 건 아니다.
모든 것은 데드란시를 위해서.
사실 리에든을 제거하는 거야 너무나도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리에든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데드란시를 그레이크시로 편입시키고 빠른 시일 안에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주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직접 황제와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다.
은퇴를 선언하고 그 황제를 다시 만나는 건 조금 귀찮지만.
그 조금의 귀찮음으로 데드란시에 평화가 찾아오게 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데드란 백작을 숙청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데드란시의 시민들은 백작의 통치하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었으나, 그가 없어진 후에는 더더욱 힘든 삶을 살게 돼버렸다.
그 책임이 나에게도 있으니 도시를 정상화할 방법은 아무래도 내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 제일 빠르다.
다만 정상화한 후 다른 놈에게 넘어가는 건 배 아프니, 그레이크시로 편입시키는 게 최상이다.
황제를 설득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 황제는 나에게 엄청난 빚이 있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재정이 파탄 나 세금조차 제대로 걷히지 않는 데드란시를 세금 수입이 발생하도록 정상화 해주는 것 자체로 반길 일이고.
오랜만에 황제를 만나게 되겠다.
“그대, 여긴 전보다 훨씬 시끄럽다.”
루린이 대뜸 감상을 내뱉었다. 루린과 수도에 있던 시기는 주로 전쟁 때다. 그러니 사람들은 너도나도 숨어 살았고, 주로 하늘 위만 시끄러웠다.
드래곤들이 하늘 위에서 싸우는 통에 말이다.
그렇게 파괴됐던 수도인데, 인류의 힘은 위대하다고 어느새 이렇게나 복구됐다. 이미 전쟁의 흔적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될 정도.
도시의 규모면에서는 그레이크시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길게 뻗은 도로는 폭이 드래곤 두세 마리는 정렬시킬 수 있을 정도. 그런 도로가 도시 전체로 뻗어있다. 도로의 안쪽으로는 건물들이 빼곡하다.
특히나 황궁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실제 금으로 만들어진 동그란 지붕이 매우 독특한데, 내가 살던 현대로 치면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전과 비슷한 모양이다.
다만 크렘린궁과는 다르게 꼭대기의 동그란 지붕이 모조리 금이다. 게다가 그런 지붕이 솟아나 있는 그런 궁들이 한 둘이 아니다.
전쟁 전부터도 제국은 대륙에서 손꼽히는 부강한 나라였기 때문에 전쟁을 겪고 난 후 복구한 상황인데도 국격이 넘쳐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