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06)
# 106
Chapter.26 옆 동네 방문기
드래곤에게 반파되었던 곳이 어느새 이렇게 복구된 걸 보면 그 부유함과 기술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대.”
“응? 왜?”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저거 맘에 든다.”
루린이 손을 쭉 뻗어서 가리킨 곳. 그것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황궁의 꼭대기. 즉 금으로 만들어진 부분이었다.
맘에 든다고 가져가면 곤란하다.
드래곤이다보니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일이라서 무섭다.
“전에는 레어가 없었으니까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은 다르니까. 우리 레어도 저렇게 금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레어 천장을 모조리 금으로 하는 게 어떠냐? 반짝반짝 거리게!”
루린이 빙글빙글 돌면서 금으로 빛나는 천장을 상상하며 들뜬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드래곤에게 반짝거리는 것은 신앙과도 같다.
본능적으로 금은보화를 사랑한다.
DNA에 반짝거리는 것에 대한 갈망이 새겨져 있는 종족이니까. 그렇기에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지만.
“음, 뭐 돈을 많이 벌면.”
“뭥? 창고에 금 많다!”
“그 금은 보관용이지. 그 어떤 드래곤도 우리 레어를 비웃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그래, 루린이 절대로 무시 받게 하지 않기 위한.
잘나가는 드래곤의 척도는 어디까지나 레어에 수집한 보물에 따라서 등급이 매겨진다.
“그런 거냐…. 그런 거면 할 수 없다. 엄마도 그랬다. 무시당하면 안 되니까 금을 많이 모으라고.”
루린의 어깨가 힘없이 늘어진다. 별을 담은 것처럼 빛나던 눈빛에 힘이 없다. 어휴.
“돈 벌면 해준다니까? 그렇게 반짝이는 게 좋아?”
끄덕끄덕.
루린은 뭐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오히려 물어본 사람이 당황스럽다.
“하지만 그대가 더 좋으니까! 그대가 이겼다! 히히히!”
그러더니 묻지도 않은 소리를 하면서 내 팔을 잡는다.
이겼다니, DNA에 각인된 반짝거리는 것에 대한 욕구를 이겼다니.
하긴 언젠가 내 존재가 자신의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되어 있다고 했었지.
가끔 이 드래곤님은 심장을 쿵쿵거리게 하는 이상한 재주가 있다.
애써 내색은 하지 않지만.
나는 고양되는 기분과 함께 급 말을 돌려버렸다.
“아무튼! 여기 온 건 바로 저 황궁에 들러야하기 때문이니까 텔레포트! 텔레포트 하자.”
황궁 정문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져 있다. 황제를 만난다고 여기저기 광고하고 다닐 생각은 없다. 어디까지나 몰래 만나는 것이 목표.
나에 대한 걸 드러낼 생각은 전혀 없다.
나라는 존재에게. 즉 그 힘에 의지해 보겠다고 귀찮게 구는 정치권력의 더러움에 끼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엮일 때마다 모조리 죽일 수는 없으니 아예 더러운 건 피하는 것이 상책.
번쩍번쩍.
빛이 번쩍인다.
표현하자면 거울에 반사된 태양 빛을 보는 느낌이랄까.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곧바로 어둠이 찾아오며 어지러움이 동반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타나는 것이 이 발광현상이다.
“됐다!”
루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텔레포트로 이동한 곳은 황궁의 안뜰.
장소는 좋지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특정 장소를 지정할 수가 없다. 특정 장소로 텔레포트하기 위해서는 루린이 그 장소를 상세하게 알아야 하는데, 현재 눈앞에 있는 황궁은 새로 복구된 것이 많은지라 그게 불가능했다.
장소를 자세히 모르는 상황에서 특정 위치로 텔레포트하려면 그 장소를 눈으로 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일단은 황궁의 무작위 위치로 이동해서 다시 텔레포트를 쓰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거고.
그 결과가 이곳이다.
“침입자다! 2번 구역에 침입자 발견!”
동시에 침입자를 경고하는 종소리가 황궁에 울린다.
예로부터 황궁 정문을 통과하지 않고 들어오는 침입자는 대부분 황제를 암살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멍청한 자객이다.
이 넓은 황궁에서 황제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일일 텐데.
물론 그건 나에게도 적용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다르다. 루린이 있으니까.
“자, 루린, 이번에는 저기 보이는 저 궁 안쪽으로 가자.”
루린과는 달리 황궁의 대체적인 지리를 알고 있기에 목적지를 찾아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목적지는 황궁 안쪽에 숨어있기에 밖에서는 특정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고.
루린이 드래곤이 되어 하늘을 날지 않는 한, 두세 번 정도는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밖에.
“알겠다!”
루린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 다시 어둠에 휩싸였다. 이게 다 돈을 버는 일이고 레어를 금으로 도배하기 위한 일이라고 꼬드겼기에 불만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아, 잠깐! 일단은 저 건물의 천장 안으로 가자.”
뒤늦은 요구였으나 루린은 고개를 끄덕였고 텔레포트가 발동.
그 결과 우리는 허공을 휘저었다.
지붕이 아닌 건물의 천장 밑.
공중으로 이동된 우리는 중력에 의해서 하강하기 시작했다.
“오오?”
긴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루린의 비명과 함께 재빨리 천장의 대들보 위에 팔을 걸쳤다.
“쉿!”
그리고 곧바로 조용히 하라는 경고를 해줬다.
떨어져도 다칠 사람은 없다. 루린은 당연하고, 나도 마법이 있다. 하지만 아래에는 귀족들이 모여 있다. 그러니 당장은 들키면 귀찮다.
그런데도 이곳으로 이동한 건 이 바로 앞에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다.
황궁 대전은 구조상 천장이 매우 높다. 굳이 위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황궁의 법칙상, 곧 신호가 올 거다. 그렇기에 루린의 허리를 감아 안은 그대로 잠시 버텼다.
아니나 다를까.
곧 기사들이 대전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그중 공작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을 전하자 이번에는 귀족들이 우르르 대전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황궁 안에 침입자가 있다.
그러니 조회는 당연히 취소된다. 귀족들은 궁에서 나가고 황궁은 봉쇄된 채 침입자를 색출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리라.
쿠우우우웅!
거대한 문이 밖에서 닫히고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대전. 더는 대들보에 매달려 있을 필요도 없었다.
“루린, 내려가.”
“으엉?”
허리를 감고 있던 손을 놓자 루린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파트 4층 정도의 높이는 되지 않을까.
물론 문제없다.
나도 곧 바람 계열의 마법을 사용해서 바닥으로 착지했다.
“으으! 왜 갑자기 던지냐!”
루린은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두 발을 이용해 바닥에 떨어졌는데 다리가 저린지 양발을 비비 꼰다.
입을 앙다물고 눈썹이 물결친다. 온몸으로 발이 저리다는 걸 표현하는 중이랄까.
“인간 몸은 이래서 불편하다. 고얀 몸이다.”
심지어 자기 몸을 고얀 몸으로 만들더니 잠시 후엔 아예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방금 우르르 몰려나갔으니 지금 밖으로 나가는 건 눈에 띄는 짓이고.
잠시 시간을 죽이는 게 낫겠지.
잠잠해지면 문밖으로 나가 텔레포트해서 목적지로 이동하면 그만이다.
대전의 중앙.
계단 위에는 황금의 옥좌가 빛을 내고 있었다. 순금으로 만들어진 황금 옥좌.
저 옥좌를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지. 금빛으로 빛나지만, 사실은 핏빛에 더 가깝지 않을까?
“오오! 반짝반짝이다!”
대전에는 처음 와보는 루린이 감탄사를 내뱉으며 옥좌를 향해 뛰어갔다. 대뜸 옥좌에 털썩 앉은 루린은 마음에 드는 얼굴로 다리를 꼬았다.
“딱딱하지만 마음에 든다. 이거 가져가자. 그대.”
“이게 무슨 의자인지는 알아?”
“이제부터 내가 눕는 의자다.”
루린은 그딴 거 알바 아니라는 얼굴로 옥좌의 팔걸이에 다리를 올리고 내 허벅지에 머리를 붙이며 누워버렸다.
옥좌에 누운 드래곤이라.
뭐 루린에게 황제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투쟁이니, 핏빛 옥좌니 하는 건 사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래도 이건 못 가져갑니다. 드래곤씨. 이건 인간의 황제가 앉는 의잔데, 엄연히 남의 것! 내가 강탈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인간의 황제?”
“응, 인간의 황제.”
“그건 마음에 안 든다.”
“엥?”
루린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바라봤다. 양 눈을 매섭게 뜬 채 주먹을 쥔다.
갑자기 왜?
화나는 포인트가 황당하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인간의 황제면, 인간인 그대의 황제. 그러니까 그대의 주인이라는 소리 아니냐?”
“어?”
“그대는 내 것이다! 인간의 황제 따위의 것이 아니다!”
화내는 이유가 이거?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인간이라면 뭐 속한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황제가 있는 건 맞지만, 새삼스럽게 인간의 황제라는 소리가 나오자, 루린은 황제를 드래곤 로드처럼 모든 자신의 종족을 권속으로 두는 존재로 생각한 걸까.
드래곤은 흔히들 지성의 결정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 고회로의 마나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치우쳐 있다.
고도의 지적 능력체라는 건 10클래스의 정신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마치 그 어떤 인간보다 뛰어났던 아인슈타인의 뇌 같은 느낌?
그렇기에 세상 모든 것에 통달한 건 아니다. 드래곤은 신이 아니니까.
세상 모든 것에 통달한 드래곤이라 하면 유희를 수없이 경험한 존재를 일컫는다.
보통의 인간이 한번 경험하는 삶을 여러 시대에 걸쳐 적어도 5번 이상을 경험하면, 당연히 인간 세상의 방대한 지식이 누적되니까.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는 것은 마법의 회로에 대한 타고난 이해뿐.
루린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어린 시절 레어에 갇혀 있었기에 인간 세상에 대헤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유희를 경험한 적 또한 없다.
인간의 상식에 무지한 것은 당연하다. 마나에 대한 지식과는 완전히 반비례.
어쨌든 그런 루린이기에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면서 소유욕을 불사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 나는 로드랑 동격이다. 그래서 드래곤도 신경 쓰지 않는 데 하물며 인간의 왕 따위야.”
“어어! 그런 거냐?”
“내가 황제한테 굽신 거리는 거 봤어?”
내 말에 루린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신이 인간의 황제 따위를 어떻게 아냐는 얼굴이다.
“너, 본 적 있잖아. 그 뭐냐, 나라를 지켜달라고 부탁하던!”
지난 일을 설명하자 루린은 희미한 기억의 조각이 간신히 떠올랐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음? 그 인간놈이냐? 그게 황제냐? 바보 같다. 그딴 건 그대의 주인 행세를 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히히히.”
만나는 인간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아무런 감흥이나 관심이 없는 루린 답다고 할까.
뭔가 이겼다는 얼굴을 하면서 고개를 커다랗게 끄덕이더니 내 허벅지에 다시 눕는다. 얼굴에는 미소가 돌아왔다.
“아무튼 그대는 내 것이니까. 인간이든 드래곤이든 왕의 아래에 있는 건 절대 안 된다!”
“그런데 말입니다, 드래곤씨? 보살펴 주는 게 오히려 누군데? 레어까지 지어준 건 나니까 엄연히 니꺼 내꺼를 따진다면 니가 내껀데?”
드래곤이든 인간이든 생명이 있는 존재를 물건처럼 네 것이니 내 것이니 하는 건 별로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지만 굳이 말한다면 그렇다.
그래서 정정해주자 루린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답했다.
“나는 당연히 그대 것이다.”
그러더니 머리끝을 배배꼬면서 잠시 뜸을 들이곤 곧 다시 입을 열었다. 마치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진리를 말하듯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그리고 그대도 내 것이다.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