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
# 11
Chapter.4 햄버거와 소년
“여기가 그 식당인가?”
“그 식당이 뭘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식당은 맞습니다.”
두리번거리며 들어온 10대 소년. 좋은 옷을 입고 있는 걸 봐서 부잣집의 아들로 보인다. 다짜고짜 반말인 점도 내 추리를 증명해준다. 귀족의 자제라는 걸 알 수 있는 몸가짐이다.
물론 손님의 신분은 중요하지 않다. 딱히 귀족이라고 해서 태도가 바뀌는 건 없다. 나에게는 그저 하나의 손님일 뿐.
“메이드들이 흥미로운 소리를 하는 걸 엿들어서 말이다. 여기서 팔렌큐를 튀긴 요리를 팔고 있다고 하던데 맞지?”
또 팔렌큐야?
이런 소문은 냄비랑 비슷하다. 확 끓어오르지만 가라앉는 것도 식는 것도 빠르다. 내 바람 그대로 크놀씨의 가게에게 팔렌큐를 유통하기 시작한 후부터 이런 부류의 손님은 없어졌는데 오랜만에 또 팔렌큐를 찾는 손님의 등장이다.
“죄송하지만, 손님. 팔렌큐 요리가 드시고 싶으시면 시장에 있는 크놀 푸줏간에 가서 찾아보세요.”
“그럴 수 없으니까 여기까지 찾아왔는걸?”
당분간 팔렌큐 요리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바, 당연히 거절했으나 소년은 곤란한 얼굴로 눈을 글썽거렸다.
보면 볼수록 귀족 집 자제다. 하지만 귀족자제가 혼자 싸돌아다니는 건 조금 의문이다. 이 소년은 대체 뭐지?
“사정상 팔렌큐 요리는 당분간 팔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소년은 역시나 계속해서 안타까운 얼굴이다. 그러더니 품속에서 통화인 룬을 꺼내 들었다.
“돈이라면 여기 있다. 그 팔렌큐 요리가 먹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되겠나? 우리 요리사가 내놓는 음식은 너무 지겨워서 말이지. 색다른 요리라고 들어서 꼭 먹어보고 싶었다. 물론 빠져나온 김에 더 먹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지만, 일단은 이걸로 결정했으니까!”
“색다른 요리는 팔렌큐 말고도 있습니다. 그거라도 괜찮으시겠습니까? 팔렌큐만 아니라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이왕 왔으니 그럼 그거라도 먹어볼까? 정말로 색다른 맛이겠지?”
소년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면서 바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곤 요리를 준비했다. 애들이 좋아하는 것. 입맛이 돌게 하는 것.
그런 요리의 최고봉은 햄버거다. 그것도 햄버그스테이크 같은 것이 아닌 패스트푸드로 불리는 그 햄버거 말이다.
물론 내가 만드는 건 패스트푸드보다 훨씬 고급이지만.
나는 크놀씨의 가게에서 오늘 들여온 선명한 선홍색의 우카고기를 도마 위에 올렸다.
짙은 붉은색보다 선명한 선홍색을 선호한다. 한국의 한우가 딱 이런 고운 색깔을 지니고 있다.
크놀씨 가게가 좋은 점이 이렇게 내 맘에 쏙 드는 우카고기를 취급한다는 점이다.
철판에다가 적당한 크기로 자른 안심스테이크를 굽는다. 우카 안심. 즉 소고기 안심이 지글지글 철판 위에서 모락모락 김을 내뿜는다.
여기에 양파를 갈고 마늘을 갈아 후추를 넣고 현대의 데미글라스 소스를 부어 소스를 만든다. 그리고 풍미를 첨가하기 위해 레드와인을 첨가한다.
너무 고급스런 햄버거인가. 후후.
레드와인은 샹베르탱이라는 고급와인이다. 소스에 이런 고급와인을 넣다니. 그만한 보물을 가지고 있으니 별 상관은 없지만.
그렇기에 식당의 음식 가격은 매우 싸지만, 질은 매우 높다.
어쨌든 최고급 안심스테이크에, 최고급 소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구하기 어려운 팔렌큐의 알로 만든 반숙 후라이.
이 모든 재료가 준비돼있는 이유는 이 최고급 햄버거가 루린을 위한 요리였기 때문이다.
하나나 두 개나 세 개나.
그게 그거니까.
나는 갓 구워낸 빵을 잘라서 육즙을 머금은 고기를 올린다. 그 위에 반숙 후라이를 올린 후 톡 터뜨린다. 노른자가 고기 위에 흐르기 시작하면 신선한 야채를 올리면 된다.
양파와 양상추 그리고 토마토. 각각 이곳에서만의 이름이 있지만 일단 넘어가고, 마무리로 비장의 소스를 한 국자 끼얹으면 완성이다.
아, 한 가지가 빠졌구나. 나는 주방 아래 보관되어있는 먼턴버섯 가루를 꺼내 들었다. 고기요리엔 이 가루가 빠져서는 안 된다. 천연의 MSG. 이 시대의 마법의 가루. 먼턴버섯 가루. 이걸로 감칠맛을 추가해야 진짜로 완성.
아니, 아니. 실수다. 남은 빵 한쪽까지 올려야 완성이지.
“저 사람은 대체 뭐하는 거냐?”
요리를 완성하려는 찰나에 소년이 가게 테이블 위에 늘어져 있는 검은색 머리를 한 몬스터를 가리키며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루린과 동급의 존재가 아니라면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오래 사는 방법이다.
“아, 일하다 자고 있는 한심한 종업원입니다. 무시하면 됩니다.”
“일하다 잔다고? 우리 집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거늘.”
“호오, 집에 종업원이 많으십니까?”
“종업원이라고 부르지는 않아. 가정부나 집사, 그런 사람들.”
“아아. 그렇군요.”
역시나 귀족의 자제다. 어느 귀족가의 자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귀족가의 소년이 호위도 없이 다니는 것은 여전히 미심쩍다.
어쨌든 요리는 완성됐다.
미심쩍어도 요리는 내놓는다. 그것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변치 않는 진실이다.
“요리 나왔습니다.”
접시에 세팅된 햄버거를 보자 소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햄버거라는 건 이 세상엔 없는 요리. 항상 먹는 빵과 고기가 합체되는 아이디어는 여기선 혁명이다.
“이건….”
소년이 눈을 깜빡이며 활짝 핀 표정으로 햄버거를 집어 들었다.
“대단하다. 우리 집의 요리사는 생각도 못 할 요리야.”
“도련님!”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빛냈으나 햄버거를 베어 무는 데는 실패했다. 여러 명의 남자가 식당 안으로 난입했기 때문이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고 소년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련님! 한참 찾았습니다. 대체 이런 곳에서 뭘 하고 계십니까!”
“아아…. 그게 그러니까.”
소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매우 절망적인 표정으로.
“간신히 도망쳤는데 벌써 찾아냈다니….”
맛이라도 보자는 집념을 담은 듯 소년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남자들이 행동이 더 빨랐다. 소년의 어깨를 잡은 것이다. 그러자 소년은 발버둥을 쳤고 그 기세에 스스로 밀리더니 몸을 가누지 못한 채 옆에 있는 테이블로 튕겨 나갔다. 그것도 하필 루린이 늘어져 있는 테이블로.
“이런 곳에서 음식을 드신 걸 알았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영주님께서 병상에 누워계신 지금 더 몸을 조심해야 합니다. 어서 가세요. 작은 마님이 당장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소년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남자들을 따랐다. 나가면서 계속 따끈따끈한 햄버거를 바라봤다. 미련이 한가득인 눈동자다.
하지만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끌려 나가나 싶었으나 마지막 순간에 들고 있던 룬화를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그리고 식당 밖으로 사라진다.
소란 덕분에 일어난 루린은 살짝 짜증이 난 얼굴로 미간을 좁히고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것들은 뭐냐.”
“저것들이고 뭐고 테이블 닦으랬지, 누가 자랬어요? 앙?”
“안 잤다.”
“안 잤다고? 이 입에서 나온 소린가? 아니면 요 입?”
나는 드래곤님의 입을 당겼다. 질질 끌려오는 입술. 입술을 삐죽 내민 채 루린은 눈썹을 찡그렸다.
“난 안 잤으니 모른다! 그나저나 맛있는 냄새다!”
루린은 되지도 않는 시치미를 떼면서 소년이 앉아있던 테이블로 쪼르르 달려갔다. 그리고 나를 본다. 침이 잔뜩 고여 있다. 마치 음식을 눈앞에 두고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다.
이거 먹어도 되느냐!
딱 이 글자가 눈에 새겨져 있는 모습이다. 뭔가 찔리는지 말로 내뱉지는 못하고 그저 눈빛 공격이었다.
“그래, 먹어라, 먹어. 어휴.”
“내 밥이구나! 히히!”
루린은 큰 사이즈의 햄버거를 손에 들고 마구 뜯어 먹기 시작했다. 삼킨 고기가 마음에 드는지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아니, 아예 햄버거를 몽땅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린다.
내가 만든 크기는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살 수 있는 햄버거와 크기가 비슷하다. 즉 한 입에 넣는 건 불가능 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걸 한 입에 넣다니?
저걸 한 입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된다고?
아, 하긴 사람이 아니긴 하지. 드래곤이다 드래곤.
내가 홀로 납득하고 있을 때 루린은 소스를 입가에 잔뜩 흘려가면서 외친다.
“이어 마이다! 머가 지한 다코하암과 고기의 유즈읍이 마우 너쳐서 이아에서 하모니를 이루고 아사하 야애와 고기의 부드러움이 그상이지 아으냐!”
입에 음식을 잔뜩 넣은 채로 웅얼거린. 해석하면 [이거 맛있다. 뭔가 진한 달콤함과 고기의 육즙이 마구 넘쳐서 입안에서 하모니를 이루고 아삭한 야채와 고기의 부드러움이 극상이지 않으냐] 뭐 이런 뜻인데.
분명 맛있게 먹어주는 거야 고마운데 왜 머리가 아픈 걸까. 좀 얌전하게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은 걸 참았다. 말한다고 들을 리가 없으니까.
머리 아픈 드래곤에게서 시선을 돌려 소년이 놔두고 간 룬화를 집어 들었다. 대화로 봐선 아무래도 그 소년은 영주의 아들이 분명했다. 즉 차기 영주라는 말이지.
그레이크시의 영주는 그레이크 백작이다. 차기 백작이라면 아직 아버지의 백작위를 물려받은 게 아니니 소년 본인은 아마 남작 정도의 작위를 가지고 있으리라.
가문의 백작위를 정식으로 물려받으면 소년이 백작이 되는 거고 그전에는 남작이지.
물론 남작이든, 백작이든 왕이든 별 의미는 없다. 하지만 거의 반강제로 끌려가면서도 돈을 놓고 간 것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냥 철부지는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다.
이것만으로 판단하는 건 웃긴 일이긴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내가 이미 돈을 받아버렸다는 사실이다.
차라리 돈을 안 놓고 갔다면 이미 끝나는 이야기.
하지만 돈을 받은 이상 음식을 먹게 해줘야 한다. 내 요리가 맛이 없거나 마음에 안 들어서 먹지 않은 거면 상관없다. 하지만 소년이 햄버거에 보내던 시선은 절실했다.
즉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하고 돈만 지불한 상황이다. 그런 걸 용납할 순 없다. 돈을 냈으니 먹게 해줘야 직성이 풀리지.
“야, 드래곤.”
“왜으러냐.”
“그거 다 먹고 일 좀 하자.”
나는 다시 햄버거를 만들기 시작했다. 소스가 만들어져 있으면 고기만 구우면 되는 일. 햄버거를 만든 후 겹겹이 포장했다. 식기 전에 배달하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일?”
“아까 왔던 사람들 냄새 기억나?”
“음, 그 꼬맹이라면 기억한다.”
“자고 있으면서 잘도 아네.”
“날 깨웠다! 콱 먹어버리려다 참았느니라!”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말고 그 소년이 있던 곳으로 가자.”
“뭐어? 그게 뭔 소리냐?”
휴지로 드래곤의 입가에 묻어있는 소스를 닦아줬다. 닦아 줄 때는 얌전히 있다가 다 닦아주니까 반대의견을 낸다.
“냄새만으로 텔레포트를 하라는 것이냐?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건 불가능하다!”
“뭘 불가능해. 이리 와봐.”
루린을 질질 끌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그리곤 영주성을 가리켰다.
“저 성으로 가서 그 냄새가 가장 진한 곳으로 텔레포트 하면 돼. 그 정도는 가능하잖아?”
“맨날 청소에 서빙까지 시키면서 일도 추가되고 뭐! 언제 쉬느냐 대체!”
“웃기네. 일만 시키면 어디선가 자고 있는 건 어디의 누구시지?”
“난 아닌 거 같다. 그건 확실한 사실이다.”
“너예요. 너! 시끄럽고 빨리 가자. 음식 식는다. 내 말 안 들어줄 거야?”
텔레포트는 술자와 완전히 밀착할 필요가 있었다. 자칫 잘못했다가 시공간의 미아가 되면 답도 없다. 그래서 뒤에서 루린을 꽉 껴안았다. 한 손에는 포장한 햄버거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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