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1)
# 111
Chapter.26 옆 동네 방문기
영주성.
침실.
엘의 침대와 루린의 침대.
시간은 깊은 새벽.
엘의 옆에는 루린이 웅크리고 누워서 고로롱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엘은 눈을 떴다.
한번 잠들면 잘 깨지 않는다. 그렇기에 루린이 곁에 없을 때 잠들면 그나마 숙면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잠들면 잘 깨지 않는 것에도 예외가 있다.
살기가 실려 있는 인기척에는 몸이 반응한다. 루린이야 자신에게 살기를 품으며 다가올 리 없으니 습관이 발동하지 않을 뿐.
엘은 전장에서 십 년을 넘게 지냈다. 전장이란 정신을 조금만 놓아도 죽는 곳이다.
그런 곳에선 인기척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기에 인기척을 신경 쓰면서 자는 법을 자연스럽게 몸에 습득했다.
말이 좋아 십 년이지.
보통의 군대도 아니고, 십 년이나 살얼음판 같은 전장의 한복판에 있다 보면 자연히 그리된다.
특히나, 믿을 거라곤 두 눈과 귀밖에 없는 야전에서.
달빛도 비추지 않는 밤.
몬스터들의 진지까지 이동하던 중 잠깐씩 눈을 붙이는 그런 상황에서.
인기척에 반응하여 깨어나는 법을 익히지 않는다면, 그건 죽겠다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엘은 생각했다.
그런 전장의 밤이야, 기연을 얻어서 끝낸 엘이지만, 오랜만에 쥐새끼 같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방안에 사람의 기척이 느껴진다.
메칸의 부하 르논은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검을 내리꽂았다.
분명히 두 남녀가 자고 있었다.
하지만 내리꽂은 칼은 애꿎은 침대에 꽂혀 버렸다. 당황한 르논이 주위를 둘러봤다.
암살대상자가 창문에 서있다. 당황했으나 그래도 목적은 달성해야 하는 법. 르논은 엘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아앙.
그리고 그 검은 알 수 없는 것에 부딪혀 두 동강.
르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엘을 쳐다봤다. 믿을 수 없다는 그 표정이 너무 전형적이라 재미도 없고 싱겁고, 의외성도 없다. 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르논의 몸이 그대로 붕 떠올랐다.
“아아아아악! 이, 이게… 뭐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파악하지 못하고 어버버.
그 상태에서 발로 걷어차자 르논은 5바퀴를 뒹굴고는 쿠당탕 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혀 신음을 흘렸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자신의 실력은 메르힌에서도 넘버 투. 요인암살에 실패한 적은 없다. 웬만한 기사단을 웃도는 실력을 가졌다고 자부했는데.
그런데 지금 암살대상에게 손조차 댈 수 없는데다가.
퍼어어억!
계속해서 공격을 당했다.
하도 맞다보니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 상태에서 엘이 다가가 물었다.
“죽을래?”
뭔가 잘못됐다.
상대가 안 된다. 아니 상대가 안 되는 정도가 아니다. 이놈은 마법사다. 그것도 상급의 마법사.
그걸 깨달은 르논은 도리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냐!”
“그렇지. 그거야 그런데, 그럼 앞장서라.”
“앞장이라니…?”
“본거지로. 날 죽이려고 한 네놈들은 본거지.”
“그, 그건…!”
“싫으면 죽고.”
엘이 일어났다. 미련 없다는 목소리로. 그리고 곧 다시 바람계열의 마법에 의해서 르논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혹시 추락사라는 거 알고 있어? 그것도 말이지, 심정지도 할 수 없어서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터져나가는 순간을 그대로 느끼면서 죽어가는 추락사.”
“모, 모… 모른다…!”
“그럼 지금 겪어보던가.”
르논의 몸이 창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르논은 마구 발버둥을 쳤으나 소용없었다.
와장창!
깨져버린 창문.
그리고 그 밖으로 내던져진 르논. 창밖에 떠있는 르논을 향해서 엘이 웃었다.
“살고 싶나?”
두뇌를 마구 회전시켜 머리가 터져 죽는 자신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떠올린 순간, 르논은 입을 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간다. 가겠다! 본부로! 그러니까 살려줘!”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에든과 관계된 목록.
그 첫째는 리카르도.
그리고 둘째는 바로 이 암살 조직.
그리고 노예상인.
그리고 리에든의 조직.
이것만 정리하면 반은 성공이다.
그 모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쳐들어오길 기다렸으니 이제 싸잡아 청소해버리는 일이 남았다.
***
“총수님!”
르논이 메칸을 향해서 달려갔다.
“뭐야? 왜 그리 소란이야?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
커다란 의뢰를 받았기에 잠도 안자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메칸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신이 완전히 나가서 머리를 마구 가로 젓는 꼴이라니.
“큰, 큰일났습니다. 큰일, 큰일이!”
“뭔 큰일?”
“큰일이요!”
“이게 미쳤나!”
메칸이 르논의 몸을 걷어차 버렸다. 르논이 바닥을 몇 번 뒹군다.
하지만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공격마법이 메르힌의 본부 건물을 덮쳤다.
순식간에 건물 반쪽이 사라진다.
깨끗한 절단면 아래로 흙과 돌조각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 장면을 메칸은 멍하니 바라봤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제,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큰일 났다고!”
“이게 무슨 개 같은 일이야!”
메칸이 놀란 얼굴로 검을 들었다.
“그래, 개 같은 일이지. 근데 개 같은 건 자다가 기습을 당한 내 쪽이지 그쪽이 아닌 거 같은데?”
그 앞에 나타난 남자. 그건 당연히 엘이었다.
마법에 의해서 메르힌의 살수들이 모조리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다시 검을 잡을 수 없는 상태.
엘은 그 앞에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웃고 있는 흑발의 여자.
“히히히.”
달빛에 반사된 얼굴에 미모가 넘쳐흐른다. 하지만 그런 미모를 감상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그 여자가 손을 휘저으니 건물이 또다시 반파되어 사라진다.
“네놈들은 대체… 정체가, 정체가 뭐냐!”
메칸이 칼을 들고 달려들면서 소리쳤다.
우당탕탕.
그리고 루린이 손을 휘젓자 칼을 든 그 상태 그대로 벽에 처박혀 주르륵 흘러내린다.
쿨럭, 쿨럭.
피를 토해내면서.
“청소하는 중인데 너무 시끄럽네.”
“그대, 졸리다.”
그 옆에 선 루린은 팔을 붕붕붕 휘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진심을 담은 말이었다.
***
오도독.
오도독.
루린이 빼빼로를 먹는다.
먹는 소리가 매우 맛깔 난다. 오도독, 기다란 빼빼로를 입에 물고 오물오물 조금씩 깨문다. 그럴 때마다 빼빼로의 길이가 줄어들었다.
립스틱을 바르지 않았는데도 옅게 뭔가를 바른마냥 탐스러운 입술사이로 빼빼로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다시 오도독 소리가 난다.
그 오도독 소리에,
눈앞에 있는 남자.
리에든이 눈을 떴다. 그 옆에는 메칸이 질린 얼굴로 앉아 있었다.
오도독.
루린은 계속 빼빼로를 깨물어 먹고 있었고.
엘은 팔짱을 끼고 리에든 앞에 섰다.
“어엉?”
자고 있다가 갑자기 납치. 그리고 이 상황. 리에든은 상황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려야 했다.
옆에서 묶여있는 메칸.
그리고 눈앞의 엘을 보고서야 조금씩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녕하냐?”
엘이 인사하자 리에든이 황당한 얼굴로 반문했다.
“뭐죠? 이 상황은? 지금 절 납치 한 겁니까? 이 리에든을?”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
“그러고도 당신이 무사할거라고 생각합니까?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고 그러냐는 말입니다. 고작 남작 새끼가!”
“그러게. 남작 주제라 미안하다.”
엘은 그저 웃었다.
리에든이 메칸을 노려봤다. 대체 일을 어찌 처리했기에 이런 험한 꼴을 보고 있냐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메칸은 그저 얼굴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앉아있을 뿐이다.
“어디보자. 데드란시의 시민들을 남녀 가리지 않고 인신매매, 노예로 둔갑시켜서 팔고, 좀 사는 집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파산시키고, 그 아들딸들을 가지고 놀고, 고리대금으로 수많은 시민들을 파산시키고, 무슨 죄목이 이렇게 많아?”
“당신,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공작 전하께서 가만히 있지 않으실 겁니다.”
리에든은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다는 듯, 공작의 이름을 엘에게 내뱉었다.
녀석은 고작 남작, 공작의 이름만 들어도 설설 길거라고 생각하는 눈초리였다. 물론 엘은 코웃음을 쳐줬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나 봐?”
“뭐요?”
리에든이 특유의 말투로 되물었다. 엘이 주위를 가리켰다. 동이 튼 새벽.
거기까지는 좋다.
리에든은 어째 한기가 드는 걸 느꼈다. 초봄인데도 한겨울의 날씨다.
부는 바람이 매우 차가웠다.
“야, 너도 인간 상태일 때는 감기에 걸린다는 걸 확인했으니 목도리 좀 잘 붙들고 있어. 빼빼로만 깨물지 말고.”
엘이 루린의 모자를 똑바로 씌운 뒤에 목도리로 목과 입을 칭칭 감았다.
그리고 귀마개를 제대로 씌운다. 하지만 루린은 고개를 붕붕 저었다. 입을 가로 막으면 빼빼로를 못 먹는다는 표시였다.
“이거 아직 남았다!”
“그 빼빼로가 감기예방보다 중요해?”
“맛있다. 이거. 그러니까 감기예방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그 감기라는 거 사실 나는 좋아한다. 그대가 자상해지니까.”
루린이 입까지 올린 목도리를 축 내리고 다시 빼빼로를 입에 가져갔다.
그 전혀 핀트가 빗나간 대화에 리에든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여긴 어디입니까? 당장 이걸 푸세요! 당장!”
리에든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서렸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러나올 것처럼 굴더니 말이다.
바로 얼마 전 드래곤들의 음흉한 계획을 박살냈던 엘이다.
고작 인간. 그것도 일개 악당 따위에게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디긴, 북쪽대지지.”
엘이 손을 휘둘렀다. 플라즈마 플레임이 앞쪽에 있는 산에 직격한다.
콰아아아아앙!
지축이 뒤흔드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 한쪽에 구멍이 뚫려 버렸다. 마법에 의해서 산 중앙이 동그랗게 사라진 것이다.
“공작이든 황제든 상관없다. 너희는 도시를 잘못 선택했어.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북쪽대지다.”
리에든이 뭔 개소리냐는 표정을 유지한다.
엘은 그런 리에든의 앞에 칼을 내밀었다.
“무기는 준다. 이제 곧 오크들이 몰려올 테니까. 열심히 싸워보라고. 거기 너도.”
두 자루의 장검을 메칸과 리에든에게 내던졌다.
“루린, 돌아가자, 우린. 춥다.”
엘이 루린의 몸을 얼싸안았다. 그러자 루린이 빼빼로를 버리고 엘을 껴안는다. 감기예방보다도 훨씬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여기던 빼빼로를 그냥 버려버린 루린.
빼빼로 보다 엘과 부둥켜안는 것이 이천만 배 정도 소중한 거야 당연하니까.
“아, 참고로 그 검 가짜야. 잘 싸워봐라. 거기 메칸이 알려주던데. 네놈이 배신자들을 처리하던 방식을 말이지. 그래, 세상은 자업자득. 뭐 그런 거다.”
엘이 그 말을 끝낸 순간.
주위에서 발광현상이 일어났다.
그리고 엘이 사라지자마자 메칸이 악을 쓰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야! 어쩌자고 저런 놈들을 건드린 거야. 너 때문에!”
“…….”
리에든은 멍하게 메칸을 바라봤다.
두두두두-!
그리고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엘이 박살낸 산 쪽에서 오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대, 대체… 이게… 나의 꿈이, 나의 야망이, 나의 도시는…!”
“지랄하고 있네.”
메칸의 얼굴이 절망과 분노로 물들었다.
가진 것은 칼날이 없는 장난감 검뿐이다. 그 상황이 되자 리에든의 부하인 베르네토가 먼저 행동에 들어갔다.
퍼어어억!
여전히 묶여있는 리에든의 몸이 발차기에 맞아서 데굴데굴 굴렀다.
“어차피 죽는 거, 네놈부터 때리고 보자. 그동안 얼마나 무시당하면서 살았는지. 이 새끼야!”
리에든은 오크가 오기도 전에 부하에게 맞기 시작해야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