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3)
# 113
Chapter.26 옆 동네 방문기
“하기 싫습니다.”
“하기 싫기는 왜 하기 싫어!”
직업군인이자 최하급의 부관인 십인장 긴드가 병사를 엎어 메쳤다.
데드란시에서 훈련에 열의를 다하는 건 이 남자뿐이다.
자연히 병사들의 인상은 찌그러진다.
“그만 좀 하십쇼! 아무도 훈련을 안 하는구만, 왜 허구한 날 우리만!”
당연히 그에게 속해있는 십인대만이 이런 훈련을 하고 있었다. 데드란시에서 군역을 지는 영지의 다른 병사들은 훈련은커녕, 오히려 대낮부터 술을 끼고 노는 게 일과였다.
“뭐야 임마! 이리 와라! 그런 거 없다! 군인이면 응당 훈련을 해야지!”
긴드가 병사의 몸을 꺾었다.
어쨌든 상명하복. 군대의 그 규율까지 깨진 것은 아니라서 병사는 고통스런 얼굴로 외쳤다.
“십인장님, 항복 항복!”
“이놈새꺄, 항복이란 말은 남자가 내뱉는 말이 아니다!”
“그런 뭐 죽습니까? 빨리 풀어줘요. 사람 죽네.”
“죽으면 죽는 거지.”
“야, 긴드. 대낮부터 이게 뭔 짓이냐. 다들 늘어져 있는데 혼자 일한다는 티내지 말고, 일어나.”
그때 병영으로 다른 십인장이 다가왔다. 그리고 볼을 긁적였다.
“영주님이 모두를 집합시켰어, 일어나서 집합해.”
“영주님이?”
긴드의 표정이 살아났다. 병사를 풀어주고 눈을 빛낸다.
“얼마 전에, 영주님이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은 세금을 낼 필요 없고, 수입이 생긴 자들만 내도 된다고 하셨더라 안 하나. 그리고 말이다, 병사들에게 음식도 해주셨지. 너 기억 안 나나?”
“납니다. 그건 맛있었죠. 무슨 징기스칸이라고 했던가? 이상한 이름이었는데.”
“고뤠, 그거. 냄비에 딱! 임마 딱! 고기를 팍팍 끓여서 먹는데 그게 또 국물이, 아 또 생각나네. 예전의 데드란 백작놈을 비롯해서 다른 대관, 그리고 리에든이 사라지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냔 말이지. 이번 영주님은 다르다. 뭔가 다르다. 나는 믿는다. 내가 훈련 시킨 우리 병사들이 힘을 쓰게 되는 일이 온다고!”
“웃기고 있네. 여러 가지 하는 거 같은데 과연 그럴까? 개소리 그만하고 집합이나 해.”
동료 십인장이 헛소리 하지 말라는 투로 말하며 사라졌다.
“모두 옷 털어내고 집합하자!”
긴드가, 자신의 십인대를 향해 크게 외쳤다. 누가 뭐라고 하든, 긴드는 힘이 넘쳤다.
***
패기가 없다.
몬스터 전쟁을 치르며 나는 줄곧 군인이었다. 그렇기에 군대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다.
마법사로서의 군인.
그렇기에 일반 병사가 아닌 줄곧 장교였지만, 그래도 세월이 세월이다.
데드란시에서 군역을 치루기 위해 징집된 병사들에게는 의무감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직업군인이라고 하는 장교나 부관들까지도 전부 동태눈깔뿐이었다.
흐리멍텅하기 그지없는 동태눈깔.
급한 불은 껐으나, 데드란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안이었다. 그 치안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는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
치안을 어지럽히는 행동에 대해서 엄격한 처분을 내리도록 판관인 모헨에게 명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턱도 없다.
역시 그 치안을 지키는 시의 군인이 제대로 기강이 잡히지 않으면.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지휘관을 뽑는 것이다.
내가 없어지고 그레이크 소년이 정식 영주가 되더라도, 그는 이곳이 아닌 그레이크시의 영주성에 머문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믿을 만한 치안 담당관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인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 정도로 데드란시는 엉망이다.
전에 감옥에 일부러 잡혀갔을 때도 엄청나게 실감한 일이 아닌가.
치안정비의 일환으로 일단 병영의 모든 병사를 소집했다.
목적은 인재를 찾기 위해서.
진정한 군인의 냄새를 가진 남자가 필요하다. 내가 그동안의 전장에서 봐온, 그런 감각을 가진 남자.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영주님을 뵈옵니다!”
내가 나타나자 병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예전에는 이 숫자의 100배가 넘는 병력을 이끈 적도 있다. 새삼스러운 숫자지만.
역시나 패기라고는 전혀 없다.
여기도 저기도.
다 그냥 서있기도 싫다는 얼굴들이다.
“그대는 백인장인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요즘의 치안은 어찌 생각하나?”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귀청이 울린다.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패기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커다란 목소리는 전혀 소용없다.
눈알이 이미 다른 곳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심하다.
“앞으로, 어제까지의 군대는 잊는다! 철저하게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폐하께 아뢰어, 불성실을 이유로 오히려 군역을 늘리며, 부관들에게는 봉급삭감이라는 불이익이 따라올 것이다. 물론, 제대로 움직이는 병사들이나 부관들에게는 상이 있다. 봉급, 승진은 물론, 군역의 단축까지! 사람 마음에 달려있는 법.”
“그, 그게 정말입니까?”
병사들이 급격하게 소란스러워졌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쨌든 채찍과 당근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나 헤이해진 기강에 무조건 채찍만 때리다가는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뭐, 이런 인센티브제 같은 제도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그런 의욕조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없기는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자들을 이끌 지휘관이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겉만 봐서는 모르는 일이다. 투지가 있는 자. 심지가 굳은자를 알아보기 위해서 어찌해야 할까.
예전 전장에 있을 때 사용하던 방법을 써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오늘 집합시킨 것은 병사들의 투지를 보기 위함이다! 지금부터 모의전투를 한다. 그리고 그중에서 백인대별로 뽑힌 한명은 나와 대련을 하겠다. 우승자에게는 상금을 수여한다. 투지를 보여주도록!”
그래서 다시 외쳤다. 반응은 극과 극이다. 상금이라는 소리에 혹하는 병사들. 그리고 귀찮아하는 얼굴들.
물론 영주 앞이니 대놓고 불평을 말하지는 않지만.
이것이 바로 데드란시의 현주소다.
점점 암울해진다.
그렇다고 그레이크시에서 병사를 데려오는 것도 마뜩찮다. 이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병사가 지휘를 맡는다면, 오히려 하급병사를 지휘관으로 승진시키는 것보다 저항을 받을 수 있었다.
투지가 있는 자.
그것은 가만히 서서 찾기보단, 직접 대련을 해보면 그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곧 모의전투가 벌어졌다.
뽑힌 것은 15명.
그래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
물론 내 검 실력은 정식 기사단장들과 비교할 바는 못 되고, 더욱이 내 마법과 비교하면 거의 태산과 모래언덕 수준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십 수 년을 전장에서 굴렀기에, 그래도 이곳의 병사들보다는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나름 오크 한 마리 정도는 검을 잡고 싸워도 죽일 정도의 실력은 된다는 것.
드래곤 로드의 하트를 얻기 전에는 마법 하나만으로 몬스터와의 싸우는 것에 무리가 있었고,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검술 또한 죽어라고 배웠다.
실전에서 말이다.
“아무튼 우승한 15명에게는 상금을 줄 것이다. 지금부터 나와 대련하는 것은 상금과 별개다.”
나는 일부러 15명의 남자들을 향해서 그렇게 말했다.
아까부터 말하지만, 이 모든 것이 투지와 끈기, 그런 것들을 갖춘 남자를 찾아보고자 함이다.
이미 포상을 얻었으니 대련에 임하는 자세가 또 완전히 달라질 테니까.
상금을 얻었다고 제대로 싸우지 않는 놈들은 이미 싹수가 노란 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병사가 검을 들고 돌격했다. 나는 그 병사를 세로로 양단 낼 기세로 세차게 내리쳤다. 돌격하던 병사는 얼떨결에 공격을 받아냈지만, 그만 들고 있던 칼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대로 걷어찼다.
병사의 몸이 바닥을 뒹군다. 바들바들 떨더니 엎드려 외쳤다.
“져… 졌습니다!”
한심하다.
너무나도 한심하다.
“다음! 다음!”
헛수고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병사와 싸웠다. 먼저 달려 나가 병사와 검을 맞부딪쳤다. 병사는 힘의 크기에 압도당해서 그대로 밀려난다.
그 상태로 밀려난 병사의 가슴팍을 돌려 찼다. 병사는 그대로 바닥을 구른다.
답이 없다.
거듭 말하지만, 나는 기사단 수준의 검술도 지니지 않았다.
그리고 대련은 계속됐다.
하지만 단 한 놈도 쓸 만한 놈은 보이지 않았다.
병영 전체가 이렇게나 해이해져 있다면, 도대체 치안을 누구에게 맡긴단 말인가.
이제 슬슬 식당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은데.
동태눈깔처럼 혼탁한 눈들과 싸우고 있으니 흥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도 몸을 쓴다고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리고 또 다음 병사.
짜증을 담아서 공격을 시도했다.
-챙!
내 검과 병사의 검이 부딪친다.
여느 때와 똑같이 그 병사는 검을 놓쳐버렸다. 나는 역시나 똑같은 이 상황에 그대로 그 병사를 다시 발로 차서 쓰러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웬걸, 강하게 내지른 발차기가 허공을 갈랐다.
그 병사는 바닥으로 몸을 굴리더니 필사적으로 기어가 떨어뜨린 검을 다시 집어 들었다. 할 수 없이 다시 병사의 허리를 향해 검을 세로로 베었다. 그러자 병사가 다시 검을 이용해 내 공격을 막는다.
-챙!
-챙!
몇 번 검이 부딪치자, 내 힘이 월등한 탓에 병사는 다시 검을 놓쳐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병사가 맨몸으로 나에게 돌격하기 시작했다. 날 깔아뭉개기라도 하겠다는 기세.
마치 진짜로 전장에라도 온 것 같은 필사적인 행동이었고, 나는 그런 필사적인 병사의 돌격을 옆으로 잽싸게 피한 후 검을 휘둘렀다.
곧 피가 튀었다.
생각지도 않은 유혈사태.
그 병사가 팔을 움켜잡았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또다시 발로 걷어차자 병사가 드디어 땅바닥을 굴러 쓰러졌다.
하지만, 달랐다.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다.
아까부터 그렇게나 입에 담았던 투지가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기어와서 팔에서 피를 흘리는 그 상태로 다리를 잡고 늘어진다.
물론 이것이 싸움에 의한 이성상실. 분노조절 실패에 따른 마구잡이 돌격이라면 필요 없다.
그래서 일단, 크게 외쳤다.
“그만!”
그러자 그 병사는 잽싸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대, 대단하십니다! 졌습니다!”
목소리가 우렁차다. 인격까지는 모르겠지만, 군인으로서의 투지와 끈기가 상당한 남자였다.
“자네 이름이 무엇이지?”
“긴드라고 합니다!”
남자가 다시 커다랗게 외쳤다.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오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그렇군. 수고했네.”
나는 일단 그 자리에서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아마도 얼굴은 웃고 있을 것 같다.
오늘 흘린 땀이 헛되어 보이지 않으니까.
***
곧 긴드에게는 치안담당관이라는 직책이 내려졌다.
십인장에서 백인장급으로의 이례적인 승진.
긴드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얼토당토하지 않다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뭔 소리야! 나 같은 게 무슨 담당관을 해?”
“그러게. 내가 봐도 웃기네.”
그 소식을 전해주러 온 십인장이 그렇게 내뱉었다.
“하지만 진짜야. 영주님이 찾으시니 가봐.”
“그런 게 어딨노? 뭔가 착오가 있는 거다!”
긴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엘을 찾았다.
그리고 곧 그것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뭔가 어리둥절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긴드는 이미 맡은 일에 대한 열의는 대단한 남자다. 영주님이 어째서 자신을 믿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언젠가 대단한 군인이 될 거다, 라는 말에는 솔직하게 감격했다.
시민들을 친절하게 살피고, 여러 가지 정책을 시도하며, 요리까지 해주며 병사들과 함께 훈련을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런 영주는 태어나서 처음 본다는 것이 긴드의 생각이었다.
그러하면 목숨을 걸 것이다.
믿어준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목숨을 걸어야 하는 법.
긴드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은, 지금껏 한명도 없었다.
평생토록 단 한명. 부모조차 신뢰하지 않았던 자신.
그것은 영주에게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 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