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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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
Chapter.28 민물고기
영주 자체에 관심이 없다. 드래곤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재밌는 유희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이다. 마음의 평화가 찾아 오지 않는다. 이럴수록 내 안식처는 언덕의 식당이라는 것이 간절하게 느껴지니까.
그러니 이제 끝이다.
이미 데드란시는 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져 가고 있다. 시의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으며 치안도 제대로 유지된다.
리에든과 그 패거리를 함께 일망타진 시켰으므로 범죄자도 거의 없다.
대규모의 심리를 열어 일반 시민들의 시시비비를 가려 준 것으로 거리도 안정화 됐다.
오로지 필요한 것은 경제적인 측면을 활성화줄 뭔가를 찾는 것이다.
원래부터 데드란시는 특산물이나 관광자원이 없는 그저 그런 조그만 시였다. 그렇기에 데드란 백작이 그레이크시에 야욕을 부렸더랬다.
시는 정상화 됐지만, 상업이 제대로 돌아간다고는 할 수 없다. 농업 또한 마찬가지다.
새로운 조세법이 안정화를 이루었으나, 여전히 활기는 없었다. 세금이 늘어날 리도 현재로는 없다. 오히려 새로운 조세법 특성상 이런 상태에서는 시에서 벌어들이는 세금 수입은 형편없는 수준이 된다.
사실, 원래부터 목표는 이 경제적인 측면이었다.
대관이라는 유희는 베르나와 관련된 일을 마무리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식당을 쉬고 하는 만큼 이득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철칙이다.
그레이크시를 부흥시킨 팔렌큐라는 특산물과 치즈사업과 비슷하게 여기서도 그런 수익은 있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 일은 이미 추진 중이었다. 굳이 영주를 계속하면서 추진할 필요는 없는 일이기도 하니, 가짜 남작 노릇은 여기서 그만할 생각이었다.
황제에게 약속했던 세금 수익의 증가와.
나에게 떨어지는 콩고물.
그것을 위해 아예 손을 떼지는 않을 거지만.
그 이야기는 다음에 또다시 이어지는 것이고.
지금 중요한 것은 이제 다가올 루린의 생일이다.
완연한 봄이 찾아오고 있으니까.
***
영주에서 물러난 후, 많은 것이 변했다.
하지만 내 일상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변한 것은 데드란시와 그레이크시의 시민들이랄까.
아, 이제는 통합 그레이크시라고 불러야 하겠지.
루린의 생일이 지나면 구 데드란시의 상업을 부흥시킬 사업계획을 그레이크 소년에게 제시할 생각이지만.
지금은 봄을 만끽한다.
봄꽃이 휘날리는 아침.
언제나처럼 시장을 본다. 식당일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그레이크 시장은 언제나 북적거린다. 물론 거기엔 내 지분율이 상당히 높다.
생색을 내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지만.
뭐, 그렇다.
사실은 사실이잖아.
최근 그레이크시와 구 데드란시로 이어지는 통합도시의 회전율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사람들의 표정은 살아있고 소비도 활발하다.
여기저기서 각종 야채, 과일, 공예품을 팔고 있다.
시장에 오면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나 아침 시장은 더욱 그렇다.
시간정지의 마법을 사용한 창고에는 물론 다양한 식재료를 저장해뒀다. 하지만 그 창고는 어디까지나 만약을 대비한 의미가 크다.
폭우가 온다든가, 해충이나 가뭄 같은 원인으로 싱싱한 식재료가 들어오지 못할 때 사용한다. 또는, 계절채소나 계절과일 같이 특정 계절에만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언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용도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구할 수 있는 싱싱한 식재료는 매일 아침 이렇게 시장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야채를 한아름 장바구니에 쑤셔놓으며 움직였다.
그런 내 눈에 평소와 다른 식재료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물고기다.
바다와 거리가 먼 그레이크 시장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식재료.
나는 놀라서 그 앞에 멈춰 섰다.
“아저씨, 설마 물고기를 파는 거예요?”
“그렇수다.”
흰머리가 듬성듬성한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양동이에는 생선들이 잔뜩 들어있다.
아직 살아있었다.
“대체 이걸 어디서 가져오셨어요?”
“어디서 가져오긴, 오늘 아침에 잡아 왔지!”
“허, 그래요?”
나는 놀라서 양동이에 든 물고기를 자세히 보았다. 당연하지만 바닷물고기가 아니다. 민물고기였다.
기다랗게 빠진 자태가 은어를 연상시킨다.
바다와 이어진 강은 없는 걸로 안다. 그렇다면 은어가 자라나지는 못할 텐데.
생태계가 내가 살던 지구와 똑같지 않다는 것은 뭐 여러 번 경험했고.
은어와 비슷한 민물고기라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이 주변에 이런 민물고기가 나는 호수나 강은 없던 걸로 아는데.
이 아저씨만의 포인트가 있는 걸까?
“일단 두 마리만 줘보실래요?”
“두 마리? 그래, 가져가. 맛있어!”
아저씨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생선을 내어주었다.
그리고 식당으로 돌아왔다. 2마리만 구입한 것은 아직 맛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재료창고에 생선은 있지만, 많은 양은 아니다. 바다까지 나가서 생선을 낚아오기에는 여러 가지로 제약이 있다.
일단 하루가 통으로 들어간다. 아무리 텔레포트가 있어도 그만큼 물고기를 대량으로 잡는다는 건 어부가 아닌 이상 어렵다.
바다를 통째로 뒤흔드는 마법을 사용하면 근처 생태계가 엉망이 되니 당연히 논외다.
순수한 기술이나 자잘한 마법 밖에 사용할 수 없는데, 그게 또 귀찮다.
바다마을에서 소량으로 구입한 생선을 보관해 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기에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민물고기는 반가웠다. 물론 바다의 물고기와 민물고기는 여러 가지로 차이가 심하다.
하지만 이게 진짜 은어랑 비슷한 물고기라고 하면,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일단 은어 손질을 시작했다.
칼을 집어넣자마자 은은한 수박향기가 올라온다. 싱싱하고 맛좋은 은어일수록 수박향기가 감돈다는 말이 있다.
지금 나는 그 말을 맹렬하게 실감하는 중이었다.
역시나 은어다. 이건.
이곳에서는 뭐라고 불리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전쟁통에도 접하지 못한 생선이기에 더욱.
이쪽의 강에는 이런 은어랑 비슷한 생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흐음. 어디서 잡았지?”
신기함이 배가 된다.
일단 냄새가 상당히 은은해서 맛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두 마리. 하나는 내 거, 남은 하나는 루린 거.
숯을 준비했다. 화로에 길쭉한 숯을 세운다. 그리고 불을 붙인다. 파이어볼이라 보통 불과 다르다. 숯이 화르륵 타기 시작했다. 곧바로 파이어볼에다 굽는 게 아니고 숯을 이용하는 이유는, 은어란 것이 숯 향에 굽는 것이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숯이란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지.
좋은 물건이다.
까만 녀석 주제에.
까만 녀석이라고 하니까 세레이나의 입버릇이 떠오른다.
손질한 은어에 꼬챙이를 꼽는다. 입으로 들어간 꼬챙이가 꼬리에서 튀어나온다.
그리고 여기가 중요하다. 적당한 소금을 뿌리는 것.
팟팟!
TV에 나오는 쉐프가 된 느낌으로 멋들어진 폼을 생각하며 소금을 뿌렸다.
해놓고 부끄럽다.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지.
어쨌든 소금을 촥촥 뿌려서 꼬챙이에 꽂은 은어를 타고 있는 숯 옆에다가 세운다. 지탱해 주는 것은 당연히 기다란 꼬챙이다.
돌려가면서 슬슬 익히면 노랗게 익어간다. 숯 향이 배어가면서 좋은 향기가 콧속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계곡에서 낚시를 하고 불을 피워 놓은 뒤 갓 잡은 생선을 굽는, 어디선가 많이 본 바로 그 장면을 식당에서 연출한 후 불을 껐다.
맛있어 보인다.
시간도 점심 때.
곧바로 레어로 내려가 루린을 들쳐 업고 식당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루린은 비몽사몽이다.
“일어나 밥 먹자.”
“그대. 나 머리가 빙빙 돈다.”
“너무 많이 자서 그래,”
“그런가아아아?”
루린이 말을 잔뜩 늘이며 테이블 위에 올라가 몸을 늘어뜨렸다. 거기에는 밥 먹는 데지 침대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도.
“자, 점심이다.”
구워진 은어를 내밀자 루린이 코를 킁킁거린다.
“이거 생선 아니냐? 뭔가 좋은 향기가 난다.”
“그렇지? 내가 정성들여 구운 거라니까? 이렇게 굽는 방식은 현대에서는 오히려 값어치가 높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잠에서 깨면 배가 고픈 것이다. 아앙!”
그런 말을 하더니 은어를 한입에 베어 물었다.
바삭-!
루린이 은어를 입에 넣고 바삭바삭 껍질을 씹기 시작했다.
“뭔가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또 짭짤하다. 향기도 좋다. 그대, 이거 뭐라는 놈이냐?”
루린이 관심을 보이면서 히죽거렸다.
그래, 루린이 맛있게 먹었다면 맛은 보장된다.
내가 먹어도 맛있었다.
결론은 상당히 맛 좋은 물고기라는 거다.
여전히 이름은 모르니 일단은 은어라고 이름 붙이고.
다음날 나는 시장에 가자마자 은어 아저씨를 찾았다. 오늘도 잡아온 은어가 들어있는 양동이를 가져와 시장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어제도 그랬던 것 같지만, 손님은 전혀 없다.
아예 앞에 멈춰서는 사람도 없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그레이크 시는 내륙이고, 생선요리에는 완전히 무지하다.
특히나 민물고기도 거의 없는 이쪽 도시에서는 너무 생소한 식재료기에 사람들이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아저씨, 어제 얼마나 파셨어요?”
“자네는, 어제… 두 마리를 사간 청년이 맞지?”
반가워하면서도 표정은 좋지 않았다.
“네, 맛있었어요.”
“그렇지! 맛있지? 그게 정상이지!”
은어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서 내 손을 맞잡는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별로 인 것 같어. 어릴 때 맛본 후 평생을 키워보겠다고 고생한 놈들인데, 그게 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놈들의 맛을 알려주고 싶어서였고…. 그런데 아무도 안 사가. 자네 말고는.”
시무룩하게 이야기하는 얼굴.
그건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들의 인식만 바뀐다면 충분히 팔릴만한 물건일 텐데.
일단 식당에 가져가서 팔아볼까?
하지만 내 식당의 단골은 철저하게 정해져 있다.
내가 그런 식으로 개입하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던 아저씨의 꿈과는 달라진다.
“아저씨, 그럼 이걸 키우신 거예요?”
“잡았다고 할 수도 있고 키웠다고 할 수도 있지. 그러니까 이만큼씩 팔러 가지고 나올 수 있는 거여! 물론 아무도 안사가지만.”
아저씨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가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음, 그럼 이 생선의 정체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면, 판매를 좀 도와드릴게요.”
그래, 식당에서 팔 필요는 없다.
바로 이 시장에서 팔면 그만이다. 사람들의 선입견을 조금만 틀어버리면 얼마든지 팔아재낄 수 있으니까.
물론 잡았다기보다는 키웠다고 하는, 이 생선의 정체가 궁금하니까 그것부터 듣는 것이 조건이기도 하지만.
이런 생선이 없는 지역에, 몸에 좋은 물고기가 잘 팔린다면 여러 가지로 나쁜 건 아니다.
“자네가?”
“네.”
“정말로 도울 수 있는가?”
“뭐 속고만 사셨어요? 저 이래봬도 능력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아무도 안 사가니까… 생선의 맛들을 모르는 놈들 같으니라고.”
결국 아저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 것처럼 일어서더니 내 팔을 잡았다.
“직접 데려가서 보여주겠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