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18)
# 118
Chapter.28 민물고기
“그렇죠? 제가 가장 추천하는 식당입니다. 드세요!”
혼타는 그제야 자신도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위화감이 느껴진다. 데밀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혼타의 표정과 행동이 수도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던 것이다.
“아, 저 화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
혼타는 밥을 먹다가 급해졌는지 그렇게 사라졌고 데밀리는 혼자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서 아까 그 남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왜 그러세요?”
“아, 아뇨. 그거 맛있습니까? 물고기.”
“네? 아 네. 맛있어요.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물고기인가요? 이런 걸 파는 식당은 또 처음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순간적으로 남자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걸 보더니 엘이 다른 말을 꺼내며 데밀리에게 물었다.
“그건 그렇고 혼타님의 가게 사장님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
“수도에 같이 다녀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일은 잘되셨나요?”
“네, 뭐 일은 잘됐지만….”
데밀리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혼타님이 걱정이 많더라고요. 사장님을 잘 모시고 싶은데 수도는 가본적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설친다고 하던데.”
“네? 그런 말을 했습니까?”
“아무래도 식당 분위기가 분위기다 보니, 술을 마시면서 그런 이야기도 곧잘 하니까요.”
“그런 녀석이 그렇게…?”
“네?”
“아닙니다. 갑자기 실수를 하지를 않나, 혼자 돌아다니지를 않나 오는 내내 잠을 자지를 않나.”
“혼타님이요?”
엘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보니 수도에 가서 꼭 사장님께 그동안의 보답을 해드린다고 했었는데, 혼자서 사장님을 모실 맛 집을 찾아 헤매다가 돌아와 보니 사장님은 이미 잠들었고, 뭐 그런 오해가 있던 건 아닌지, 아마 혼타님은 여정 내내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레이크시에서 떠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했으니.”
“네?”
흠, 데밀리는 엘의 말을 듣자 순간적으로 짐작 가는 게 있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모두 자신의 오해였단 말인가?
“네, 꼭 사장님을 제대로 모시고 싶다고 의욕에 넘치던데요? 그 의욕이 너무 넘쳐서 화를 불러일으킨 건 아닌지 잘 이야기를 해보세요. 혼타님이 돌아오면 술을 내놓겠습니다.”
엘이 부드럽게 웃었다.
데밀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보셨죠?”
장사가 끝난 후, 그때까지 쭉 바 테이블에서 손님들을 관찰한 은어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 그러네.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어. 맛은 있었어. 맛은 있었는데….”
“네, 바로 그거에요. 모르니까 안 팔리던 것뿐입니다. 건강에 좋다는 점과 특히 이 담백한 맛을 어필하면,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육류에 비해서 소화하기도 좋고요.”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은어 아저씨는 흰머리를 벅벅 긁으며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정말 거들떠본 사람조차 없었으니 자신이 없네.”
“식당에서 반응이 좋은 거 보셨잖아요? 제가 잘 도와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일단 내일 점심까지 물고기들이나 충분히 준비해 오세요. 충분히요. 만약 안 팔리면 준비해 온 건 제가 다 사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요.”
그래, 내 예상이 빗나가서 안 팔리면 시간 정지 창고에 놓고 식당에서 쓰면 그만이다.
***
오늘의 판매 도우미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도우미는 당연히 루린이다. 그리고 두 번째 도우미는 세레이나.
솔직히 이 도시에서 이 두 드래곤 만큼 할 일 없는 존재는 없다. 먹고 자는 두 드래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해서 뒷덜미를 잡고 끌어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엘레나였다.
뭐 진료소 바로 앞에서 하는 거니까, 환자가 있으면 돌아가면 되고.
사실 두 드래곤은 없어도 되지만, 생선이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증언해줄 신뢰도 높은 존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엘레나는 반드시 필요했다.
현대에 와서는 바다의 오염 때문에 생선을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 세상에서는 그런 게 있을 수가 없으니.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칼슘, 마그네슘 등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고 저지방 식품이기까지 해서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것이 바로 이 생선.
목표는 저녁 찬거리를 사러 나온 일반 서민들의 눈과 귀를 잡는 것.
“자, 오늘은 저한테 맡기고 손님이 계산하면 돈만 받으세요.”
“그, 그럼세.”
은어 아저씨는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은어를 굽기 시작했다.
현대의 마트에서는 흔한 판매방법이지만, 이 세상에는 아무도 생각조차 안 하는 판매 방식.
시식을 통해서 판매하자는 것이 내가 던진 승부수다. 그냥 떡하니 살아있는 물고기를 양동이에 잔뜩 담아서 팔겠다는 건, 사실 그것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눈길조차 가지 않는 판매방식이니까.
일단 전에 은어를 구웠던 방식 그대로 숯불을 두르기 시작했다.
냄새가 너무 곳곳에 퍼지면 불만들이 들어오니 알게 모르게 주변에 보호막을 펼친 후 꼬챙이에 은어를 꽂아서 불 옆에다가 세운다.
그러면 구워진다. 참숯에 구워지는 은어의 자태를 보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한다. 아직 멈춰서는 사람은 없지만, 분명히 이쪽을 한 번씩은 꼭 보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즉, 반응이 있다.
여기부터가 중요하다.
“자, 루린.”
나는 루린에게 은어를 통째로 내밀었다. 자다가 끌려 나와 루리둥절하더니 맛있게 구워져 가는 은어를 보고는 쪼그리고 앉아서 침을 흘리다가 세상을 가진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왜 이런 데서 먹냐?”
“바보야, 그걸 눈치 못 챘음?”
그러자 나 대신 세레이나가 대답하면서 팔짱을 낀다.
“눈치 같은 걸 왜 채냐. 귀찮게.”
하지만 루린은 아예 세레이나의 비아냥을 무시해버린다.
“루린.”
옆에서 화를 내려는 세레이나에게도 은어 꼬치를 넘겨주고 루린에게는 주위를 가리켰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편히 먹어. 배고프지?”
“뭐, 배고프니까 알겠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루린이 은어를 베어 물었다.
바사삭!
그리고 한 입 더 베어 물자 은어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음, 좋은데 조금 천천히 먹을래? 지금보다 더 천천히.”
“뭐, 뭐냐? 왜….”
“먹는 게 목적이 아니고 보여주는 게 목적이거든.”
“으으으? 그건 또 뭐냐!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
“그러지 말고, 자자.”
은어를 하나 더 주면서 이번에야 말로 천천히를 강조한다.
어쨌든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래 지금처럼.
“저기,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이게 대체 뭡니까?”
“물고기라는 식재료입니다. 담백하고,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었고 특히나 육류와는 전혀 다르게…… 아니 그전에 맛있습니다!”
구구절절 쓸데없는 설명을 하려다가 가까이 온 주부로 보이는 아주머니 앞에 은어를 내밀었다.
“자자! 다른 분들도 오세요. 일단 맛보세요!”
“이게 무슨 맛이죠? 뭔가 색달라서 좋네요.”
“네네,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바다에서만 먹는다는 생선입니다!”
나는 팔딱거리는 생선들을 보면서 설명을 계속했고 사람들이 모이자 호기심이 생긴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거… 분명히 맛은 있는데 어떻게 해먹는 건데요? 매우 어려워 보이는데.”
그중 찬거리를 사러 나온 것 같은 주부가 그런 말을 했고 나는 곧바로 부정했다.
“아닙니다. 우리 종업원이 먹는 거 보이시죠?”
얌얌.
루린이 행복한 표정으로 생선을 뜯어먹는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뼈째로.
머리부터 들어간 은어가 얌얌, 에 반 토막. 또 한 번 얌얌에 사라지는 마술. 내 말대로 루린은 그 행위를 조금 천천히 하고 있었다.
느릿느릿 한 행동을 연기하는 게 왠지 웃기다.
“가져가서 그냥 구워서 드시면 됩니다. 소금으로 간만 잘 맞춰 주시면 돼요.”
“어머, 정말요?”
“뭔가 요리하기도 편해 보이네. 가뜩이나 반찬으로 내놓을 게 없었는데 그렇다면 하나 싸주세요.”
“네, 얼마든지요. 저쪽에 가서 손질법을 배워서 사가세요.”
나는 은어 아저씨를 가리키며 그리 말했다.
호기심은 사람을 부르고 늘어난 사람에게는 군중심리가 생긴다.
“자, 양이 별로 없습니다. 곧 다 떨어져요.”
신기한 식재료에 대한 호기심이 직접 시식으로 충족되고, 여기에 매진임박을 선언하여 망설이면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말로 사람의 가장 큰 심리를 자극해주면.
판매는 순조롭게 되는 거지.
“그대, 이제 배부르다…. 언제까지 먹냐.”
그 와중에 우리 대식가가 고장을 일으켰고, 나는 세레이나를 쳐다봤다.
“뭐, 뭐? 뭐! 나는 저렇게 많이 못 먹….”
“루린이 소화될 때까지 이리 오세요. 레드드래곤님.”
“싫어어어어어!”
나는 레드드래곤을 질질 끌고 은어를 내밀었다. 그렇게 판매시식회는 계속됐다.
은어 아저씨는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생선이라는 것이 인류의 식단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해 볼 때, 앞으로도 순조롭지 않을까?
***
은어를 파는 한중간.
그 쉬는 시간.
“야 꼬맹이.”
“늙다리는 있어도 꼬맹이는 없는데.”
세레이나의 질문에 루린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꼬마야, 웃기지 말고 가서 물 좀 떠오렴. 위대하신 레드드래곤님께서는 목이 마르단다.”
“지지지지금! 쉬는 거 안보이냐!”
루린은 세레이나의 헛소리에 짜증이 올라와서 들고 있던 행주를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철퍼덕-!
행주가 세레이나의 얼굴을 강타한다.
“잘 어울린다. 히히히.”
그리곤 도망가듯 슬쩍 일어섰다.
“너, 너! 당장 와서 이거 치우고 사죄하지 않으면 후회할 텐데.”
“내가 왜 후회하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러냐 너는.”
“왜, 또 구석에 처박혀서 엘이나 힐끗힐끗 훔쳐보다가 맥주를 뿜으려고?”
“그, 그그그걸 어떻게 알았냐? 망할 빨간 녀석이!”
“후후후, 오늘 엘레나가 없으니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데?”
세레이나에게 있어서 엘과 루린의 사랑 기록은 매우 중요하다. 관찰일지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변화를 주고 싶었다. 이대론 관찰이 매우 지루하니까.
“도움? 그런 거 필요 없다. 빨간 거 도움을 받느니 죽는다.”
“호오, 그러셔? 보아하니 저번에 목욕하면서 알려준 거 하나도 실행 못했지?”
“그건….”
세레이나의 단호한 질문에 루린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네 말을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 리가 없으니까 안할 뿐이다.”
“그럼 평생 그렇게 살든가.”
세레이나가 여전히 얼굴에 행주를 붙인 채 어깨를 으쓱이자 루린의 눈동자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건 사실이다. 좀 더 엘과 가까워지고 싶고, 좀 더 엘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달라지는 건 전혀 없다.
다른 차원으로 소환되었을 때 이마에 뽀뽀를 받은 것이 가장 행복한 기억이었다.
그 이후에 벌써 얼마가 지났던가. 다시 뽀뽀해준 적도 없었다. 요즘엔 꼬옥도 힘들다.
“어, 어… 왜 여기에 행주가 있지.”
루린은 슬그머니 세레이나에게 돌아와 얼굴에 있는 행주를 치웠다.
“목도 마르다니까?”
“오오, 여기 왜 물컵이 있지?”
그러더니 이번에는 은어가 구워지는 한창인 옆으로 가서 물을 떠왔다. 손님들을 위해 시식용으로 놓아둔 물이다.
“좋아, 정성을 봐서 네가 바보인 점을 말해주지. 맨날 그렇게 좋다고 달려들기만 하는 게 문제라고 저번에 분명히 그랬을 텐데?”
“좋으니까 달려들지 그럼 어떡하냐?”
“너의 존재감을 내비치란 말이야. 엘에게 네가 별로 존재의미가 없다고 하면 아무것도 안 일어나겠지만. 호호.”
“뭐, 뭐어어어? 그럴 리가 없다! 우리는!”
“아아, 그러니까 진정하고. 너, 좀 있으면 성체의식이지? 젖비린내가 조금은 빠지려면 빨리빨리 의식을 받아야지.”
“그렇다. 그런데 그거 귀찮다.”
“그게 아니지, 그걸 기회로 삼아야지. 바보야.”
세레이나는 루린의 이마를 쿡쿡 찌르며 승리자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루린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왔으나, 기회라는 말에 성질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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