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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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8
Chapter.30 시계
“이건 무엇인가…?”
처음 보는 물건에 대해서 드워프가 휘둥그레 해진 눈으로 물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물건에 대해선 놀라지 않는다. 옆에 드래곤이 있으니 이런 걸로 놀랄 리야 없겠지만.
“시계라는 겁니다. 이 세상에 제대로 된 시간을 보급할 생각이라서요.”
수도의 황궁에는 해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을 크게 6개로 나눈 것이며, 황궁에서만 쓰인다.
그리고 체계적인 시간은 오로지 이 세상에서 나만 쓰고. 시간이란 개념은 독점해서 좋을 게 없다. 너도나도 알고 있어야 그 효과가 발휘되는 거니까.
“시계?”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나무상자다. 앞면에 시계 침이 금속이기는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정교함은 없다. 그렇기에 드워프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이리 와보시죠.”
그래서 드워프를 시계 뒤편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뒤판을 뜯어서 보여줬다. 정교한 톱니바퀴의 세계. 아름답기까지 한 그 배열을.
드워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그 뒤판을 바라본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서로서로 정교하게 맞물려서 돌아가는 톱니의 연쇄. 드워프의 표정이 황홀하기까지 하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과 감정이 최고조에 달아올라서 서로를 응시하며 더 가까워지려고 애쓰는 표정처럼.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각 시간을 60분으로 나누는 시간의 개념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표현해주는 기계에 대해서, 이해하고 만들어낼 자신이 있으십니까?”
드워프는 천천히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매우 떨리는 손으로 톱니바퀴를 만지려다가 스스로 손을 멈춘다.
드워프의 종족 특성상, 그들은 이런 종류의 물건에 대하는 자세가 그 어떤 종족보다 남다르다. 지금 랜돌은 손자를 만났을 때보다 더 간절한 표정으로 심지어 무릎까지 꿇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기계는 본적이 없다. 죽어도, 죽어도 이해하겠다. 반드시, 반드시!”
기계식 괘종시계. 추시계의 원리는 네덜란드의 천문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호이겐스라는 사람이 갈릴레오가 발견한 규칙적인 진자운동을 응용해 발명한 것인데 이 세상에서도 황동제 톱니바퀴를 이용하는 태엽식 괘종시계는 그 원리만 이해한다면 얼마든지 구현이 가능할 터였다.
무려 200년이나 넘게 정교한 공예를 해온 드워프라면 더더욱.
“좋습니다. 당분간 데드란시라는 곳에 있는 공장에 나와주세요. 그곳에서 이해하신 기술을 전파해 기술자를 키워주세요. 뭣하면 손자분도 데려오셔도 됩니다. 급료는 매우 넉넉하게 지급될 예정이니까요.”
랜돌은 홀린 듯한 표정으로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 시계를 보여줬으면, 아마 인간이고 뭐고 상관없이 달려들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계에 대한 일시적인 흥미일 뿐이다. 내가 인간 기술자들에게 이 기술을 이해해서 가르치기는 전문분야도 아니고, 또한 그럴 시간도 없다.
식당과 드래곤 돌보기에도 바쁜데.
지금처럼 진심으로 따라준다면, 더 빠르게 시계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으리라.
커다란 괘종시계에 빠져버린 드워프를 놔둔 채, 오늘은 드워프가 반항적으로 나오지 않은 관계로 쭈욱 방관 자세를 유지하던 루린의 앞으로 다가갔다.
루린은 지루했는지 바닥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뭘 그리고 있어?”
자세히 보니 요리의 그림처럼 보였다.
“고기다!”
정답인가 보다. 루린은 나뭇가지를 집어던지며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매달렸다.
“배고파?”
“배고프다. 그대. 끝났냐?”
“응. 끝났어. 고생했어. 돌아가자, 방금그린 고기를 잔뜩 해주지 뭐. 수고했으니.”
“오오! 고기고기고기그대그대그대!”
“나는 왜? 나도 먹으려고?”
“히히히히.”
루린은 웃으면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
그레이크시와 데드란시.
그 경계에 있는 그레이크산. 그 지역에 있는 그레이크 가문소유의 빈 토지에 거대한 시계공장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시계부품에 사용되는 주요금속인 황동을 비롯한 자원들이 나오는 광산을 구매했다.
앞으로 시계가 대륙에 퍼져나가면 부품에 사용되는 자원도 당연히 가치가 높아진다. 지금은 그저 공예품 정도만을 만들 때 사용하는 동이지만, 시계로 동의 수요가 늘면 그 가치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질 테니 일종의 투자라고 볼 수 있었다.
“루린, 이 황동을 곧 금으로 바꿔서 레어에 칠해줄게.”
“그대, 연금술사였냐? 그건 드래곤들도 못하는 거다!”
루린은 처음 듣는 소리에 너무 놀라서 먹던 고기를 떨어뜨리고 입을 벌렸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만한 로열티가 들어온다는 거지.”
“로열티? 그건 또 머냐.”
현대의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며 루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한 달 뒤.
내가 번역해준 여러 가지 자료와 함께, 그 원리에 대해서 이해한 랜돌은 드디어 시제품을 만들어 냈다.
괘종시계의 톱니바퀴는 손목시계의 것처럼 작고 정교한 하나의 세계 같은 느낌은 아니다. 그렇기에 200년간 축적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랜돌은 한 달 만에 시계를 만들어냈다.
처음 생각해내고 발명하는 것과 이미 발명된 것을 이해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니까.
괘종시계의 태엽이 제대로 작동해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며칠간 확인한 후 시제품을 만들게 지시했다.
그 시제품은 특별 한정판으로 초침과 분침이 있는 앞면에 실제 금을 써서 사치스러움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것을 그저 데드란시에 내놓기만 해서는 대륙 전체에 퍼져나가는데 한 세기가 걸릴 수도 있으니까.
그 시기를 당겨야 일의 보람도 빠르게 나타나는 법.
“결과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위에서부터 내려와야, 아래에도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습니까?”
공장 터의 주인이자 공장이 있는 도시의 주인인 그레이크 소년이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소년은 처음 이 시계를 데드란시 백성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여 퍼뜨리자고 했고, 그 방침에 내가 이의를 제기했다.
“시계 값을 아껴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시계 산업이 신그레이크시의 주력 사업이 되게 해야 하니까요. 수도로 갈 것입니다. 배우고 싶다면 따라오세요.”
“당연히 가겠습니다!”
그레이크 소년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특별한정판 시계와 함께 수도를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 그레이크 소년을 비롯한 일꾼들이 함께 있기에 일부러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 여정은 꽤나 길어졌다.
하지만 추후 실제로 데드란시에서 이 루트로 수도로 시계가 공급되어야 하기에, 한번 경험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었다.
그레이크시를 베르나에게 잠시 맡긴 소년과 나, 루린, 그리고 랜돌이 이번 여정의 주된 인물들이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신분제 사회에서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황족들이 사용하는 특별한 물건들은, 금방 귀족들에게 유행처럼 퍼진다.
황족이 사용했던 물건을 똑같이 사용하여 마치 자신도 황족이 된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끼는 게 귀족들의 주된 욕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귀족이 사용한 것은 서민층에서도 돈이 있는 부유한 상인 및 지주, 자산가들에게 금방 유행한다. 귀족이 될 수 없으나 돈이 넘치니 어떻게든 귀족이 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엔 서민이기에, 같은 방식으로 다른 서민들에게도 그 영향력이 퍼진다.
반대로 서민부터 시작해서는 오히려 귀족들이 그것을 하찮게 여기기 마련이니 제대로 퍼뜨리는 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그것이 신분제 사회의 특성이고, 내가 사는 곳이 신분제가 엄격한 사회인 이상 그것을 거슬러서 퍼뜨리려고 하는 어리석은 짓을 할 생각은 없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에 따라라.
그건 어딜 가나 통용되는 명언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이걸 무상으로 귀족에게 선물할 생각은 없다. 그 귀족들이 이 시계의 가치를 알고 직접 구매해주는 것이 소문을 가장 빠르게 퍼뜨리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귀족들에게 이걸 팔지?
일일이 유력 귀족들을 찾아다니면서 물건을 파는 것은 정말로 귀찮은 일이다.
황제에게는 하나 선물한다고 해도, 나머지는 한 데 모아서 한꺼번에 이걸 구매하도록 부추기고 싶은데.
그렇다고 내 정체를 드러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거야 말로 자폭행위다.
그런 제한조건이 따르니 어떤 방법을 써야할지는, 역시 수도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메드린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수도에 있는 인맥 중에서 가장 극비리에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메드린느였으니.
수도에 도착한 뒤 우리는 메드린느의 집에서 회동을 가졌다. 여기서 우리란, 당연히 나와 루린 그리고 메드린느가 전부다.
“이게 무엇이옵니까? 동그란 부분은 마법진을 닮았는데 혹시…?”
메드린느는 마법진을 바라보면서, 혹시 마법도구인가 하는 호기심을 내보였다.
“아쉽지만, 그건 아니다. 이건 시계라는 물건이지.”
“시계요?”
나는 천천히 시계의 원리와 실효성에 대해서 설명했다. 마법사들에게도 어찌 보면 이 시계는 큰 도움이 된다.
마법실험에 있어서 시간을 재는 것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 없이 중요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메드린느는 마법도구가 아니라는 것에 실망했던 얼굴을 확 바꾸고는 급 관심을 보이며 금으로 도배된 괘종시계를 바라봤다.
“아, 저건 네 것이다. 선물이지. 황제와 너에게는 하나씩 미리 나눠줄 생각이었거든.”
“가, 감사합니다. 마탑에 두고 쓰겠습니다!”
메드린느는 기쁜 얼굴로 대답했다. 하지만, 용건은 그게 아니다.
“그보다, 이걸 귀족들에게 한꺼번에 팔 방법이 없을까. 공작이하의 귀족들이 서로 앞 다투어 이걸 사게끔 만드는 좋은 방법이.”
이게 용건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체를 밝히지 않고 귀족들을 한자리에 모을 이벤트가 떠오르지 않는다.
황제를 움직이거나, 정체를 밝히거나.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수도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메드린느라면 뭔가 다른 발상이 떠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
“으음, 글쎄요.”
하지만 기대를 저버린 메드린느는 난감한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
“아!”
“응?”
“있습니다!”
메드린느가 손뼉을 치면서 호들갑을 떤다. 있다고? 그건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기에 나도 반색하면 되물었다.
“뭔데?”
“수도에는 경매회라는 게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생긴 건데요, 각 상회가 대륙 전체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귀한 물품을 우선 대귀족들에게 먼저 선보여서 판매하는 자리입니다. 마침 이번 달에 경매회가 예정되어 있어요. 저도 초대를 받기 때문에….”
“그렇군.”
어쨌든 메드린느도 백작인데다가 유력 공작에게 줄을 대고 있으니 당연히 초대받을 만한 귀족이다. 뭘 내 눈치를 보면서 말을 흐리기는.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추가 정보를 물었다.
“거기에 판매측으로 참가하기 위해서는?”
“상인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상회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상회?”
“네, 공작가의 힘을 쓰면 어떻게 단독출품도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아냐, 그건 됐어.”
자연스럽게 놀라서 시계를 구입해야지 거기에 공작가의 후광이 붙어버리면 곤란하다. 어차피 앞으로 데드란시 공인으로 시계를 팔려고 하면 상회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니 하나 만들면 그만이지 뭐.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