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34)
# 134
Chapter.31 캠핑
그 사랑스러움의 마수에서 벗어나서 고개를 강하게 젓고는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살 수 없다는 건 다른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니까.
“그렇습니까.”
“히히히. 그렇다고 하고 있지 않으냐.”
할 말이 없어서 패배를 시인했다. 공평하니까 봐준다. 결국 내 턴은 끝났고 다음은 세레이나의 차례다.
“호호호.”
세레이나가 뜻 모르게 웃으며 굴린 주사위는 주인의 머리 색깔처럼 화려하게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마구 놀더니 한참 후에 멈춰 섰다.
숫자는 5였다.
세레이나가 멈춘 곳은 황금열쇠를 뽑는 칸이었다. 부루O불에는 중간 중간에 황금열쇠라는 칸이 존재한다.
그 칸에 걸리면 엘레나가 가지고 있는 황금열쇠라는 카드를 뽑아야 한다. 그 카드는 행운이 될 수도 있고 불운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것이 쓰여 있는 황금열쇠는 적혀 있는 문구를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는 절대적인 규칙이 있다.
못하면 결국 패배의 시인이다.
원래 부루O불의 황금열쇠에는 대표적으로 시작점으로 돌아가서 월급을 받으라는 카드도 있고, 어느 특정 도시로 이동하라는 카드도 있다.
만약 그 이동한 도시가 다른 플레이어의 땅이라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
또한 귀퉁이에 있는 무인도로 강제로 보내서 3턴 정도 휴식을 하게 만드는 카드도 있다.
황금열쇠란 난데없이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물건인 것이다.
그렇게 길흉화복이 전부 들어있는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은 카드가 바로 황금열쇠인데, 루린과 세레이나가 가장 많이 바꿔 놓은 것도 바로 이 황금열쇠였다.
원래 도시였던 칸마저 황금열쇠로 탈바꿈 해놓은 게 수두룩하다. 원래 부루O불에는 몇 개 없는 황금열쇠 칸이 너무 많이 증가했다.
그러니 결국 두 드래곤이 장난을 쳤다고 하면 이 황금열쇠에 모든 것이 담겨있을 터.
“황금열쇠네. 뭐 아까도 말했지만 공평하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노려 보지 말아줄래?”
세레이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엘레나에게 황금열쇠를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미리 꼼꼼하게 섞어놓은 황금열쇠 카드의 맨 윗장을 집은 엘레나가 카드에 적힌 문구를 읽기 시작했다.
“무인도로 가세요. 라고 적혀 있어요.”
“엉? 무인도?”
세레이나가 매우 놀란 얼굴로 엘레나의 손에서 카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오만상을 찌푸린다.
“야 검은자식아!”
“왜, 왜! 너 따위가 무인도엘 가냐!”
웃기게도 이번에 두 드래곤은 서로를 향해서 화내기 시작했다. 무인도라고 하면 페널티다.
그러니까 루린은 좋아해야 마땅한데도 왜 무인도에 갔냐며 손을 치켜들었다.
“이거 빼라고 했지! 웃기지도 않는 거라고.”
“니가 가는 게 잘못된 거다!”
세레이나야 무인도에 갔으니 맘에 안 드는 건 당연하지만. 루린은 대체 왜 저런 반응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자, 진정들 하고, 다음은 루린 차례니까 주사위나 던지라고.”
“너도 참 바보냐? 부부가 쌍으로 바보네.”
“뭐 임마?”
나한테까지 바보라니 이 드래곤이 미쳤나?
하지만 세레이나는 당당했다. 내 시선에 쫄지 않고 당당하게 계속해서 바보드립을 치면서 씩씩거린다.
한참을 그러다가 세레이나는 부루O불 게임판 귀퉁이에 있는 무인도를 가리키면서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아직도 모르겠어? 그러면 저걸 읽어보시지!”
“그건 왜? 읽을 게 뭐 있나? 무인도야 세 턴이 지나면 탈출할 수 있고 주사위가 같은 숫자가 연달아 나오면….”
그렇다.
보통의 부루O불판의 귀퉁이에 있는 무인도는 주사위를 2개 가지고 동시에 같은 숫자가 나와야 탈출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처럼 주사위를 하나 가지고 하는 경우는 마찬가지로 연달아 같은 숫자가 나와야 탈출이 가능하다.
같은 숫자가 안 나오면 세 턴이 지나야지만 탈출 할 수 있는 부루O불의 유일한 함정 같은 곳이다.
세레이나의 표정이 하도 해괴해서 무인도판 위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두 드래곤은 그 글자도 바꿔 놓았던 것이다.
새로 써진 무인도의 탈출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무인도>여기에 인간이 걸리면 무인도에서 나가기 위해서 블랙 드래곤에게 키스해라.
나머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음. 원래 규칙에 따른다.
누가 봐도 루린이 쓴 것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야, 루린! 무슨 이런 걸 다 적어놨어?”
“모른다. 나 아니다.”
“그럼 나냐!”
세레이나가 화를 내기 시작했으나 루린은 계속 딴청을 부리기 시작했다.
꼼꼼히 안 읽어보고 시작한 내가 잘못이지.
뭐 키스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지만.
예전 같이 마음을 완전히 숨기고 속이고 사는 건 관두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무인도에 안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뭐, 상관없으니 던지기나 해.”
“어어?”
루린의 손에 주사위를 쥐어주자 뭔가 잠시 당황한 얼굴이었으나 어쨌든 곧바로 주사위를 던졌다.
그리고 나온 숫자는 4.
또다시 황금열쇠였다.
“뭔 황금열쇠만 나오냐.”
황금열쇠 칸이 많으니까 자주 걸리는 거야 당연하기는 하지만, 루린이 황금열쇠에 걸리니 뭔가 불안하다.
정확하게는 루린의 주위를 맴도는 강운이란 녀석이.
그리고 엘레나는 루린이 뽑은 황금열쇠 카드를 읽기 시작했다.
“축하합니다. 10만린드에 당첨되셨습니다.”
“뭐?”
“오오?”
“왜 그걸 니가 뽑아!”
황당함에 내가 먼저 뭐? 라는 소리를 내뱉었고, 루린은 기뻐했으며, 세레이나는 절규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반응을 보아하니, 지금 뽑은 이 돈과 관련된 황금열쇠는 아무래도 세레이나가 만든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세레이나는 주로 돈 관련으로.
그리고 루린은 키스에 대한 열망 같은 걸로 게임 룰을 바꿔 놨다. 그렇다고 하면, 루린이 좀 더 귀여운 건가?
그건 그렇다고 할지라도, 자신들을 위해서 쓴 카드를 서로 뽑고 있는 모습은 웃기다고밖에 할 수 없는 장면이다.
게다가 루린은 역시 운이 좋다는 게 다시 한 번 실감이 가는 장면이고.
“으히히히. 10만린드다! 그대, 내가 이긴다!”
루린이 엘레나에게서 돈을 받으면서 싱글벙글 웃기 시작했다. 저 돈이면 시작부터 반은 이기고 들어간다.
“아직 끝난 거 아니야! 두고 보자!”
세레이나가 억울한지 크게 외쳤으나 루린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세레이나를 보았다.
“뭘 불쌍하게 쳐다봐? 웃기고 있어. 무인도 따위 금방 탈출한다!”
시선으로 서로를 백번은 더 죽였을 것 같은 두 드래곤 사이에서 나는 주사위를 던졌다. 내 차례니까.
주사위는 또르르 다시 굴러간다.
내 말이 멈춰선 곳은 또다시 황금열쇠였다.
“무인도로 가세요. 라고… 적혀 있어요. 어떡해요?”
엘레나가 안타까운 얼굴로 카드를 읽더니 나에게 넘겨주었다. 무인도로 가라는 카드가 뭐 이렇게 많아?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루린의 농간이다.
그 농간의 주범은 환호하는 중이고.
트랩이다. 트랩이야.
곳곳에 트랩이 있다니.
그렇다고 이제 와서 거부할 순 없다. [무인도로 가세요] 라는 카드에 따라서 내 말이 무인도로 이동된다.
“푸하하하!”
세레이나가 꼴좋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드디어 그대가 무인도에 걸렸다.”
루린은 여전히 신나 죽겠다는 얼굴이다.
“그대, 그럼….”
“아닌데? 그냥 3턴 동안 갇혀 있지 뭐.”
“뭐? 그럴 수는 없다. 그대는 평생 나올 수 없다! 그런 것이 무인도다. 그렇도다! 저저저저기 봐라! 그렇게 써 놨다!”
루린이 마치 살인누명이라도 쓴 것처럼 매우 억울해 하면서 손가락으로 무인도 칸을 가리켰다.
너무나도 억울해 죽을 것 같은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점점 볼따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냥 뒀다간 난리가 날 것 같다. 그래서 부들부들 거리는 루린의 옆으로 가서 귓가에 속삭였다.
“알았어. 알았어. 끝나고 정산하자. 다 보고 있는 데선 그렇잖아?”
“그게 정말이냐? 거거거짓말이면 안 된다?”
루린이 순식간에 얼굴을 활짝 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다 들린다 니들. 웃기고 있네.”
세레이나가 고개를 가로저었고 엘레나는 뭔가 동경하는 표정으로 손을 모은 채 부러운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게임은 계속됐다.
루린은 10만린드를 자금 삼아 결국에는 우리 식당과 자신의 레어를 구입했다. 다른 곳에는 걸려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제국의 수도. 구입가격 2천린드입니다.”
우리 식당이 5만린드인데 제국의 수도를 2천린드로 설정하다니. 대단하다 대단해.
“안 산다 그딴 거.”
이런 식으로 루린은 다른 땅에 대해서는 콧방귀를 끼면서 관심도 주지 않았다. 마치 나 이외의 존재에게는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는 그 상태 그대로라고 할까.
반면에 세레이나는 다르다. 살 수 있는 만큼의 땅을 모조리 긁어모으고 있었다.
“뭘 그렇게 많이 사냐. 난 레어랑 식당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걸렸다 너.”
“어어어어!”
루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세레이나의 거미줄 같이 퍼진 땅을 고슴도치처럼 이리저리 피해다니더니 드디어 걸려버렸다.
“레드드래곤의 성지. 여기에다가는 건물을 2개 지었으니까, 통행료 1만린드다.”
“나 지금 날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땅 안 밟는다.”
걸렸다는 세레이나의 환호에 루린이 손바닥을 들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날고 있다고 선언하고는 고개를 픽 돌렸다.
“웃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루린의 레어>와 [언덕 위 식당> 두 고가의 땅에 투자하느라 지금 루린은 가진 돈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1만린드를 내버리면 영락없이 거지가 되고 만다.
“그대! 돈 좀 빌려줘라!”
루린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를 본다. 두 손을 내밀었다. 평소라면 루린에게 돈을 주는 게 무엇이 아까우랴마는. 지금은 게임이다. 승부다.
잔인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대… 그대가 나를 버렸다! 나쁜 그대다. 나쁘다. 나쁘다나쁘다. 나쁘다. 콰아아아악!”
“머리 물지 마 임마, 야생의 습성이냐. 왜 머리를 깨물어 깨물기는.”
“맛없다.”
“얼른 안내면 너 규칙 불이행으로 꼴찌다?”
“그건 안 된다. 으으.”
결국 루린은 볼을 잔뜩 부풀리면서 원망스러운 눈빛을 나에게 보내고 1만린드를 지급했다.
비싼 땅에 올인한 루린은 1만린드를 내자 돈이 거의 바닥났다.
루린이 가진 돈은 1천린드가 전부다.
그래도 통행료 치고는 싼 편이다.
루린이 걸린 레드드래곤의 성지는 세레이나가 매우 싸구려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레드드래곤의 장로가 알면 게거품을 물겠지.
어쨌든 그런 이유로 건물을 2개나 지었는데도 통행료가 1만린드다. 루린의 레어에 전혀 못 미치는.
뭐, 세레이나도 비장의 카드는 있다. 바로 [엘레나의 진료소>
저 땅에 걸리면 치유의 힘으로 강제로 2턴 휴식도 해야 하고 당연히 통행료도 내야 하는데, 루린의 레어 다음으로 비싼 곳이다.
“너, 또 걸리면 끝이다. 끝. 푸하하하.”
세레이나가 기분 좋게 웃기 시작한다. 확실히 루린은 위기였다. 가진 땅이 딱 두 개뿐이니 걸릴 확률이 적어 돈을 벌기도 어렵다. 물론 한 번 걸리기만 하면 즉사 수준이지만.
꼴찌에게는 뒷정리와 기타 등등, 잡일이 모두 걸려있다.
그리고 다시 루린의 차례.
“이게 뭐냐아아아아!”
루린이 절규하기 시작했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끝난 건 아닌데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루린이 멈춘 곳은 악마의 지역 앞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구간이다. 그도 그럴게 1부터 6까지, 몽땅 다 세레이나의 땅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가진 돈이 거의 없는 루린은 다음에 무조건 탈락인 상황.
어쨌든 나도 우승해야 하니, 도울 수는 없는 법. 어깨를 늘어뜨린 루린을 무시하고 주사위를 던졌다.
“쳇.”
세레이나가 혀를 찬다.
루린은 내 팔을 잡고 분노로 부들부들 떨면서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