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36)
# 136
Chapter.31 캠핑
언제나 똑같은 두 드래곤의 입씨름을 무시하고 오두막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누웠다.
자연에서 잠을 잔다. 이렇게 분위가 좋은 곳에서라면.
누워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즐겁다.
그렇게 멍하니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질릴 정도로 싸웠는지 루린이 오두막 위로 올라왔다.
비척비척 움직이더니 내 앞까지 다가와 의외로 다소곳하게 주저앉아 나를 내려다본다.
내가 눈을 감고 있었기에, 잠이라도 든 줄 알았는지 루린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루린은 천천히 손을 움직이더니 매우 조심스럽게 내 코를 만졌다. 그러더니 내 눈을 만진다.
“그대.”
“그대.”
일단은 자는 척을 계속했다.
그러자 루린의 커다란 숨소리가 들린다.
“안자는 거 안다.”
“엥? 어떻게 아는데?”
깜짝 놀라서 눈을 뜨자 루린이 흐응, 이라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머리를 배배꼬았다.
“진짜 잠든 그대는, 내가 만지면 날 껴안는다! 지금은 안 껴안으니까.”
“뭐? 내가?”
그런 잠버릇이? 맙소사.
어쩐지 요즘 일어나보면 나도 모르게 루린을 품안에 안고 자고 있는 경우가 있더라니.
마음의 리미트라는 게 이렇게나 무서운 거였군.
그 전에는 잘 자제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너, 껴안고 싶어? 그래서 만진 거야?”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변함없다.
루린은 적극적으로 보이지만, 정작 자신이 먼저 스킨십을 하거나 적극적인 구애를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나에게 안기는 걸 매우 좋아했고, 그런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설거지는 다 끝냈어?”
“그러고보니 그대 때문에 설거지 했다!”
갑자기 또 입을 삐죽 내민다.
나 때문에 졌다는 무언의 반항인가. 삐진 건가. 둘 다인가 모르겠지만.
“삐졌어?”
“그대가 날 죽여서 설거지 했으니까! 삐진 게 아니고 화났다!”
“죽이긴 뭘 죽여. 게임이니 어쩔 수 없는 거지.”
“나라면 그대를 위해서 내가 죽는다!”
“게임에서도? 아까 이긴다고 장담하던 루린은 어디가고?”
“그런 루린은 없다. 원래부터 없었다.”
루린이 딴청을 시작한다. 여전히 입은 잔뜩 나와 있다. 그러고 보니 루린의 입술이 평소와 다르다.
아까 키스할 때는 조명이 좀 더 어두워서인지 깨닫지 못했는데. 루린의 조그맣고 귀여운 입술이.
입술이.
참지 못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너 입술이 왜 그래?”
“입술?”
그러자 루린이 고개를 갸웃하며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손가락이 입술에 파고들자 부드럽게 폭 들어간다. 덕분에 가장자리에 루린의 튼 입술이 더욱 도드라진다.
그래, 루린의 입술이 잔뜩 텄다.
그것이 루린의 입술 상태다.
이건 비상사태다.
루린의 입술은 물론이고, 손조차도 트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방금 설거지를 시키기는 시켰지만, 바로 핸드크림을 발라주고 싶은 정도니까.
나는 놀라서 루린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이리 저리 살펴봤다.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서 두 눈으로 루린의 피부 상태를 살핀다.
“호, 호에?”
루린의 해괴한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몸이 미세하게 흠칫 떨린다.
“뭐, 뭐하냐? 그대.”
잠시 침묵하더니 입술에 가져갔던 손을 떼면서 살포시 묻는다.
“피부는 깨끗하네. 근데 입술은 왜 이래?”
입술이 튼 거에 비해서 피부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날씨 덕분에 입술부터 트기 시작한 걸까.
“원래 이 시기에는 이렇다. 드래곤 모습으로 있을 때도 피부가 좀 갈라지고 그런다. 체질이다. 체질.”
“그래?”
끄덕끄덕.
루린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그 새초롬한 입술이 여기저기 튼 건 도저히 못 볼 노릇이다.
작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리고….”
“그리고?”
“그대랑 키스… 연… 으웁!”
루린은 뭔가 말하려다가 급하게 손바닥을 입으로 가져가 막는다. 그리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너무 급한 행동에 오히려 수상하다. 하지만 굳이 그걸 캐묻는 짓은 하지 않았다.
비밀은 비밀로 남겨둘 때 더 아름다운 법이라는 걸 긍정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정말 비밀은 비밀로 놔두는 것이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니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렇다 치지 마라!”
“그렇다 치고!”
“그렇다 치니까 왠지 진거 같다. 흐잉!”
스스로 말하다가 숨기는 듯 입을 급하게 막더니, 이제는 그렇다 친다 했다고 입을 내밀고 나에게 엉겨 붙어 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스킨십은 먼저 잘 못하면서, 공격하는 건 잘한다. 특히 깨무는 걸 말이지. 난 먹이가 아니라고.
게다가 그러면 그럴수록 더 안 캐묻게 되는 게 당연하다. 반항심리라고 할까.
어쨌든 나는 슬쩍 립밤을 소환했다. 입술 트는 데에는 립밤이다. 가볍게 소환마법을 사용해서 불러낸 립밤을 들고 루린을 불렀다.
“알겠으니까 짜증 그만내고 이리와 봐.”
내 머리를 짓누르며 씩씩거리던 루린이 쪼르르 다가온다.
“뭐냐?”
“이거.”
“그거?”
루린이 립밤을 받아 들고 나를 바라봤다. 그건 뭐냐는 얼굴 그 자체다.
“입술에 바르는 거야. 발라봐.”
“아! 그거냐? 입술이 빨개지는 거?”
루린이 립스틱을 떠올렸는지 흥미를 보이며 립밤을 쳐다봤다.
“아니, 아니야. 입술 트는 걸 방지해주는 거야.”
“입술 트는 걸? 그런 게 있다니 몰랐다.”
루린이 새로운 뭔가를 발견했다는 기쁨이 담긴 얼굴로 호기심을 내뿜은 채 손에 올려진 립밤을 잡고 요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뚜껑을 열어.”
내 말에 따라서 뚜껑을 열자 립밤이 나타난다. 핑크핑크 립밤에서 아련한 꽃향기가 흘러나왔다.
달콤한 그 향기에 루린이 킁킁 거리더니 본능적으로 혓바닥을 대려 한다.
“아냐, 아냐. 먹는 거 아냐 임마. 입술에 바르는 거라니까.”
“흐힝, 달콤한 냄새가 난다. 먹고 싶다.”
“먹어봐야 향기만 그런 거지 맛은 별맛 안나.”
“그런 거냐. 후웅.”
이 녀석은 드래곤이 아니고 강아지인가. 킁킁거리는 거랑, 맛보는 걸 왜 그리 좋아해?
전생에 강아지가 아니었는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루린은 어쨌든 드디어 입술에다가 립밤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행동이 매우 어설프다.
이리저리 대충 바르는 탓에 입술에도 입술 주변에도 립밤이 잔뜩.
“너… 입술에만 바르지 뭐하는 거야? 피부에 양보하는 것도 아니고.”
루린이 콧잔등에 립밤을 바르다가 나를 보며 의아한 얼굴을 하며 물었다.
“트는 걸 막아준다며? 그러면 피부에도 발라야 한다!”
“아니… 그건 아니지. 그건 입술에만 양보하라고. 니 피부는 말짱해.”
“뭐 그렇게 조건이 많냐.”
루린이 귀찮다는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이 루린의 손에서 립밤을 뺏어들었다.
“보고 있다가 답답해 죽느니 내가 해줄게.”
“히히히히, 그건 당연하다. 이 몸에게 봉사해라 그대!”
진작 그럴 것이지 라는 표정으로 바짝 다가와 입술을 내미는 루린.
이쯤 되면 이 모든 것이 계략이 아닌가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드는데.
그 장본인은 한 없이 맑은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며, 빨리 발라달라는 얼굴이다.
에이 설마.
의문을 떨쳐내고 엉망진창 발라놓은 립밤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으으.”
루린이 표정을 찡그린다. 닦아낸 후에 조그마한 루린의 입술에다 다시 립밤을 바르기 시작했다.
건조한 입술에 립밤이 닿자 촉촉해진 것처럼 살아나기 시작한다.
좋은 향기가 콧속을 간지럽히고, 루린은 아예 눈을 감은 채 입술에 발라지는 립밤을 즐기고 있다.
“흐에, 기분이 이상하다. 그대가 발라주니까 뭔가….”
“뭐가 이상해?”
“모른다아….”
쓰윽 쓰윽.
“흐, 흐아앙. 그, 그렇게 하면….”
“야! 평범하게 하고 있구만 이상한 소리 좀 내지 마.”
립밤이 입술 끝에 닿자 루린이 해괴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눈을 흐물흐물, 눈썹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루린의 입술에서 립밤을 떼어내자 눈을 뜨고 나를 본다. 그리곤 입술을 손으로 조금 만지더니 신기한 얼굴로 대답했다.
“뭔가 촉촉해진 기분이다. 그리고 달다.”
“응? 별맛 안 날 텐데?”
“히히 모른다. 달다.”
위아래 입술을 맞닿으며 맛을 보더니 나에게서 립밤을 뺏어든다.
“그렇다면 나도 해준다. 그대.”
“나? 나는 별로 안 건조한데?”
“그래도, 그대와 나는 세트다!”
루린이 달려들더니 내 입술에다가 립밤을 바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바른다기보다도 그린다는 행위였다.
루린의 손에 들린 립밤이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그럴 때마다 내 입술에 립밤이 묻어나갔다.
그 기분이 조금 오묘했다.
혼자서 바를 때와는 전혀 다르다. 매우 가까운 루린의 얼굴에서, 콧김이 느껴진다.
간지러운 기분이 온몸을 찌르르 떨게 만든다.
쓰윽 쓰윽.
그런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모르는 게 확실하지만, 어쨌든 루린의 손은 계속해서 쓰윽쓰윽 조그맣게 움직였다.
“히히, 다 발랐다!”
잠시 후 립밤이 입술에서 제거됐다. 그리고 만족한 얼굴로 거리를 벌린다.
“어떠냐? 그대.”
“뭐가 어때, 너, 잘만 바르는데? 아까 혼자서 바를 때는 대체 왜….”
“그거야 거울이 없으니까 당연한 거다.”
언뜻 또다시 소악마 같은 미소와 함께 루린은 오두막을 뒹굴기 시작했다.
뒹굴 뒹굴 뒹굴.
그러다가 앉아있는 내 발끝에서 멈춘다.
그리고 생각났다는 듯 일어났다.
“그대.”
“응?”
“아까… 키스 때문에 졌지만! 분명히 한 번 더 남….”
그래, 남아있지.
“흐, 흐엥?”
나는 루린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사실 키스란 것은 사랑이라는 애끓는 감정이 없다면, 정말로 별 거 없는 행위다.
혀와 혀가 만나는 그 행위에 끓어오르는 감정이 합쳐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저 접촉이다.
하지만 정말로 사랑한다면, 키스를 통해 상대를 느끼고, 더욱더 깊어지려는 듯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머릿속이 어떤 감정, 사랑으로 가득 차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마음속이 간지럽고, 뭔가 애간장이 끓어서.
내 입술은 곧 루린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 후.
곧 우리의 입술은, 그리고 콧잔등은, 립밤이 번져서 번드르르하게 돼버렸다.
“그, 그대…?”
루린은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바라본다. 내가 살짝 루린의 입술을 핥듯이 건드리자 자신도 똑같이 따라 혀를 움직인다.
“그대, 나….”
“응?”
잠시 서로를 그 상태로 바라봤다. 감정이 고조된다.
그래, 웃겨서 죽겠다.
“너무 웃기다! 그대 코가 반짝인다!”
“그건 너도 마찬가진데?”
그리고 그 좋았던 분위기는 핑크핑크하게 얼굴 전체에서 번들거리기 시작한 립밤의 효과 덕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대폭소 뿐.
“그대 얼굴 너무 이상하다. 푸하하하!”
“너도 이상하다니까! 풉.”
그렇게 캠핑의 밤은 깊어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