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3)
# 143
Chapter.34 루린의 장보기
지금도 그레이크시에서는 매우 흔하게 먹고 있는 음식이니 이 세상의 누구에게나 익숙할 것이다.
그건 지구에서도 마찬가지고.
빵 한 조각에, 커피 한잔.
직장인에게 얼마나 인기 있는 아침의 풍경인데.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팔렌큐의 알을 풀어 팬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쓰는 우유는 목장에서 공수한다.
사실, 팬케이크 자체는 매우 쉬운 음식이다.
반죽을 잘 해주고 그 이후에 팬에다가 쪼르륵 흘려서 이쁘게 구워주면 그만이다.
필요한 게 있다면 이쁘게 구워주는 기술 정도? 뒤집기를 잘해야 한다는 정도로, 조금만 연습하면 루린도 할 수 있는 일이지.
물론 나의 팬케이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걸로 끝나면 뭔가 아쉬우니까 생크림에 새콤달콤한 딸기를 준비한다.
딸기 대신에 다른 각종과일을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루린이 딸기를 좋아하므로, 내가 만드는 팬케이크는 거의 대부분 딸기가 올라간다.
소녀의 취향은 모르겠지만, 음식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루린의 취향대로 만들 때가 많아서 곤란하다.
아니 뭐, 곤란할 것 까지는 없나.
루린에게 먹이는 것이 행복이라고 인정했으니, 그 마음에 따라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치지지직-!
좋은 소리와 냄새를 내면서 팬케이크가 구워지기 시작하고,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예쁜 모양으로 동그랗게 구워진 팬케이크를 접시에 담은 후, 생크림과 딸기로 장식을 해서 바 테이블로 가져갔다.
셀리는 루린의 소맷자락을 붙잡고 침을 흘리고 있었는데, 루린은 그걸 바라보면서 무슨 인상파 건달 두목 마냥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소녀는 개의치 않고 루린만 바라보고 있었다.
“루린, 침 좀 닦아주고 그래 봐.”
“그대나 내 침을 닦아주고 그래 봐라!”
“알겠으니 니가 먼저 모범을 보여 봐.”
“그러냐?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루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테이블 위에 있는 냅킨을 손에 들었다.
“언니?”
“가만히 있어라. 작은 인간!”
“헤헤헤. 언니.”
루린이 침을 닦으려고 냅킨을 가져간 순간, 소녀의 코에서 콧물까지 흘러나와 루린의 손을 정복했다. 루린은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그걸 쓱쓱 닦기 시작했다.
“으으.”
진지한 표정으로 어린아이의 침과 콧물을 닦아주는 루린이라. 물론 그 손길은 매우 어설프다. 억지로 닦아주고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하지만 왠지 루린과 셀리의 투 샷이 보기 좋은 기분이 들었다. 사진에 담아두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
그리고 왜인지 소녀는 자신의 침과 콧물을 닦아주는 루린의 손길을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됐냐?”
“그래 됐네.”
소녀 대신 내가 대답해주자, 이번에는 루린이 자신도 해달라며 냅킨을 나에게 넘긴다.
“그럼 나도!”
“넌 침을 안 흘리니까 무효. 자, 셀리야, 오빠가 팬케이크 만들었어. 먹어보렴.”
“그대에에에에에에!”
그런 게 어디 있냐는 얼굴로 벌떡 일어난 루린의 앞에도 팬케이크를 내려놓았다.
“일단 이거 먹고 이야기 하자고.”
결국, 루린은 식욕에 져버렸고 포크를 팬케이크로 가져갔다. 아까부터 배가 고프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셀리는 팬케이크를 여전히 신기한 얼굴로 눈을 빛내면서 바라본다.
그 작은 손에다가 포크를 쥐어주니까 고개를 내젓기 시작했다.
“언니는?”
루린을 부르면서 포크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그 포크는 하필이면 내 이마에 부딪힌다. 소녀야 뭐 그냥 내가 준 포크가 싫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하필 왜 이마에.
아프다.
“푸하하하하. 네놈! 감히 엘에게 무슨 짓을 한 거… 푸하하!”
“너… 내가 공격당해서 분노하는 거냐? 웃는 거냐? 한 가지만 합시다. 한 가지만.”
“그치만… 그건 화나지만! 그대 이마가 포크자국으로 빨갛다. 웃기다! 푸하하하!”
“어이고.”
그리고 곧 셀리는 루린과 다르게 고개를 꾸벅이면서 울상을 지었다.
“죄, 죄송해요.”
예절이 제대로 되어있는 소녀군. 나는 괜찮다고 웃으면서 말해준 뒤 떨어진 포크를 주워 설거지통에 갖다 놓고 다른 포크 2개를 가져와 루린의 손을 펴고 올려놓았다.
“하나는 네 거고, 하나는 네가 직접 줘 봐.”
“왜냐?”
“팬케이크 식어. 묻지 말고 빨리.”
루린이 포크를 쳐다보고 팬케이크를 바라봤다. 그리고 소녀를 바라본다.
투덜거리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소녀에게 포크를 쥐어주었다. 그러면서 협박도 잊지 않는다.
“너, 나한테도 던지면 한입에 먹어버릴 거다.”
하지만 그 협박이 없었어도 아마 소녀는 루린에게 포크를 던지는 짓은 하지 않았겠지. 아니 애초에 먹혀들 수가 없는 협박이다. 드래곤 본체 상태면 또 모를까.
그리고 셀리는 내 생각대로 루린을 보면서 그저 웃는다. 대체 왜 루린을 따르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미스터리 중에서도 미스터리다.
특히나 루린은 드래곤이기에, 인간이라면 그 피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텐데도.
그러니까 혹시 인간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아무리 뜯어봐도 그건 아닌 거 같다.
그러니 미스터리다.
어쨌든 포크를 쥔 소녀는 슬쩍 팬케이크를 보더니 루린을 향해 질문했다.
“이건 맛있어?”
“맛있다. 그 이상한 꽃에 비할 수 없지!”
“정말?”
“엘이 만들었으니 당연하다. 후훗.”
소녀의 옆에서 루린이 팬케이크에 대한 자부심을 뽐내며 외쳤다. 마치 저가 만든 음식인 마냥.
그리고 포크를 들더니 팬케이크와 딸기를 정확하게 푹 찍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걸 보고 있던 소녀가 루린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며 포크를 움직인다. 그리고 어디서 꺼냈는지 히비렌 꽃을 팬케이크 위에 올린다.
꼬맹이가 먹기에는 양이 조금 많았으나 그걸 지적하기도 전에 꽃을 올린 팬케이크를 양 볼에 잔뜩 우겨서 입안에 다 넣어 버렸다.
입 안에 팬케이크를 잔뜩 우겨넣으니 볼이 한 움큼 부풀어진다. 루린이 볼을 부풀리며 투정부릴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생크림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이어 마이어!”
그러면서도 뭔지 모를 소리를 루린에게 내뱉었다. 루린은 그 와중에 뭘 하고 있냐면, 소녀와 똑같이 팬케이크를 잔뜩 입에 넣고 딸기를 손에 들고 씹는 중이었다.
딸기를 손에 들고 있는 이유야 간단하다. 루린은 딸기를 마지막에 먹는 걸 좋아했다.
더불어 루린의 입 밖으로도 생크림이 튀어나온다.
먹는 속도는 소녀가 더 빨랐다. 아무래도 애초에 루린이 포크에 찍은 팬케이크의 양이 소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소녀가 다시 팬케이크로 포크를 가져갔다. 그러자 입에 넣은 팬케이크를 간신히 다 먹고 딸기까지 입에 넣어 으으, 하면서 시고 단맛을 눈의 떨림으로 표현한 루린이 셀리를 향해 외쳤다.
“그건 내 거다!”
“안 먹으니까.”
드디어 둘 사이에 싸움이 발발하는 건가? 마치 세레이나와 루린의 임시휴전처럼? 그런 마음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으나 소녀는 세레이나가 아니다.
“안 먹기는 누가 안 먹냐. 지금 먹고 있었는데.”
“알겠어. 그럼 언니 꺼.”
누가 언니야?
“그래 내 꺼다. 뭐, 너도 좀 준다. 작은 거 먹어라.”
그랬더니 웬일로 자비를 베푼다.
“너, 입가에 생크림 좀 봐라.”
“호오?”
고개를 갸웃거린 루린이 입가에 손을 가져가더니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닦아 달라는 표시다. 매우 자연스러운 이유는, 항상 뭘 흘리면 이렇게 닦아 줬기 때문인데.
어쨌든 평소와 똑같이 닦아주니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붕붕 저어보였다. 고개 붕붕 젓기는 저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을 때 자주 나오는 거부반응이다.
“왜 그래?”
“그거 아닌데. 이거다 이거! 이렇게!”
루린은 소녀를 보더니 마침 잘됐다는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가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소녀의 입가에 묶은 생크림을 핥았다.
셀리의 입가에 새어나왔던 생크림이 모조리 루린의 혀로 빨려 들어갔고 루린은 히히히, 거리면서 나에게 다가와 다시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나보고 혓바닥으로 지 입가에 묶은 생크림을 닦아 달라고? 대낮부터 뭔 헛소리야 이 드래곤은.
“웃기고 있네.”
“왜오애왜왜 뭐가 웃기냐!”
고개를 저으며 투정의 원인이 되는 생크림을 재빠르게 손수건으로 캐치해서 닦아버렸다. 뭐든 빠른 자가 이기는 법이지.
“으으으, 이게 아니다아.”
루린은 졌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떨어뜨렸다.
소녀는 그런 루린을 쳐다보더니 포크로 남은 팬케이크를 쿡 찔러서 루린에게 들이밀었다.
“괜찮아 언니. 이거 머거.”
“으으으으으으으으으!”
루린은 진 게 분하다는 얼굴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소녀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팬케이크에서 떨어지는 생크림을 발견하고는 입을 가져간다.
“그래, 먹어준다.”
그리고 나를 올려보았다. 이번엔 이기겠다는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잘 놀아라. 생크림은 스스로 닦고. 여기 손수건 놔둔다? 난 점심 장사 때 나온 설거지나 해볼까.”
“어이가냐!”
슬쩍 몸을 빼자 팬케이크를 문 루린의 외침이 들려왔으나 무시했다.
“이리 올래? 같이 설거지 할 거면 오고.”
나의 통고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뭔가 불평불만을 소녀에게 퍼붓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녀는 언니, 언니 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별일 없는 광경에 맘을 놓고 설거지에 매진했다. 그리고 설거지를 다 하고 나오니 루린은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소녀를 안고 잠들어 있었다. 소녀 또한 잠들어 있었다. 루린의 뒤쪽으로 저녁놀이 비추어 반짝거린다. 잠들기 딱 좋은 날씨기는 했다.
루린이 고개를 꾸벅이면 소녀도 고개를 꾸벅인다.
하지만 닮지는 않았다. 루린이 히히히 거리면서 뭔가 이상한 꿈을 꾸고 있다면, 소녀는 그냥 무표정했다.
하지만 보기 드문 장면인 건 확실하다. 소녀를 안고 자고 있으니 모성애가 느껴지는 건 솔직히 아니지만 왠지 보기는 좋은 장면이어서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드래곤과 소녀가 자고 있는 모습.
뭔가 이렇게 설명하면 이질적이지만, 어쨌든 아름답다.
물론 아름다운 건 둘째 치고 이제부터는 소녀의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소녀를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 여기서 기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온 곳이 있으면 갈 곳도 있는 법.
소녀가 시장에 혼자 웅크리고 있었다면 그에 따른 인과관계가 있을 건 당연하다.
뭔가 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혼자가 되어서 시장바닥을 헤매고 있었을 터.
엄마 아빠가 죽었다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고, 그게 아니더라도 친인척이나 어쨌든 소녀를 아는 사람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였다.
***
“그럼 좀 부탁드릴게요.”
“네, 누구 부탁인데 당연한 일이죠.”
엘은 자고 있는 루린과 소녀를 뒤로하고 시장으로 내려왔다. 소녀의 사진을 찍은 후 그림처럼 인쇄한 뒤 지인들에게 부탁을 하고 다니는 중이었다.
가장 처음에 찾아간 곳은 시장의 마당발 레이느였다. 정육점의 레이느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모르는 일이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마당발이다.
그리고 소녀는 시장에서 발견했으니 관련 이야기가 있다면 레이느를 찾아가는 게 최우선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