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4)
# 144
Chapter.34 루린의 장보기
하지만 소녀의 사진을 본 레이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본 적도 없고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는 대답.
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진을 넘겨주면서 혹시라도 소식이 들어오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그 부탁에 레이느는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느와 크놀에게 있어서 엘의 존재는 각별하다. 그만한 도움을 받았다. 팔렌큐의 사업권 덕분에 정육점은 매우 호황이고 남편과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 모든 것이 결국엔 엘의 도움 덕분이었으니.
그런 엘에게 부탁을 받은 이상, 두 손 두 발 다 걷어붙이고 나서서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엘은 그 후로 그레이크 소년을 찾아갔다. 그레이크 소년은 신분상, 당연히 이 소녀를 만났을 가능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러니 엘의 목적은 영주의 권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 아이를 본 적 있는 사람이 있나 조사하면 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엘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그레이크 소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이크 소년도 엘에게 수많은 은혜를 입었다.
자신의 양어머니의 숨겨진 모습을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영주로서의 모든 것을 깨우쳐준 사람이다.
이른 나이에 병상에 누워버린 아버지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준 사람.
그렇기에 그레이크 소년은 엘을 아버지처럼 따르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부탁하는 것이다.
엘이 나간 자리를 한참 쳐다보던 그레이크 소년은 받아든 소녀의 그림을 주머니에 넣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저녁 일정을 잠시 미뤄주겠어?”
그레이크 소년의 명령에 그레이크가의 시종장이 깜짝 놀라 반문했다.
“하지만 각하.”
오늘은 특별한 축제가 있었다.
봄을 맞이해서, 농사가 풍작이 이뤄나길 바라는 풍요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그것은 소년이 스스로 나서서 만든 이벤트이기도 했으므로, 시종장은 깜짝 놀라 되물은 것이다.
“하지만이 아니다. 당장 경비대를 찾아가겠다. 준비하도록. 이쪽일이 먼저다. 그리고 행사장에 안가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네, 네!”
그레이크 소년의 명령에 시종장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숙였다. 평소엔 부드러운 소년이나 한 번 뭔가를 결정하면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사실상 엘의 부탁은 병력을 동원해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병력을 동원하는 것 자체는 시종장을 통해서 시켜도 된다.
하지만 엘이 부탁한 일이다. 혹시라도 건성으로 일을 처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녁의 행사일정에 늦더라도 직접 가기로 마음먹은 그레이크 소년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안대가 움직여서 탐문조사를 벌이다 보면 아는 사람이 나타나겠지.
그레이크 소년도, 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병력을 동원하고, 소식통에게까지 부탁을 해뒀으니 며칠 기다려 보기로 하고 엘은 식당으로 올라가기 위해 걸었다.
퍼어어엉-!
하늘에는 그레이크 소년이 기획한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있었고, 거리는 어수선했다.
이 시대의 어설픈 불꽃이 하늘을 수놓는다.
그레이크 소년이 참가해야 했던 축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축제가 이런 식으로 열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도시의 분위기가 좋냐는 것을 보여주는 것.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다. 엘은 잠시 그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맥주파티를 벌이는 사람들을 보다가 다시 언덕을 올라갔다.
이렇게 된 거 루린과 함께 자신도 불꽃축제를 벌여 볼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저녁이 되고, 해는 완전히 넘어가서 식당의 조명이 돋보이는 그런 시간.
어차피 축제 때문에 어제 이미 오늘 저녁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지했기에 여유로운 저녁이었다.
원래는 루린과 시답잖은 내기를 하면서 밤 시간을 때울 생각이었으나 손님이 생겼으니 계획은 변경될 수밖에.
그리고 그 계획은 언덕을 올라오면서 급조됐다.
하지만 나름 괜찮은 계획이라고 엘은 생각했다.
오늘 루린에게 장을 보게 한 것도, 제대로 장을 보고 오지 않더라도 저녁 장사에는 전혀 영향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식당 안에 들어오니 루린과 셀리는 여전히 수면 중이었다.
깨울 때가 되었으므로 엘은 루린의 어깨를 살포시 잡고 천천히 흔들었다.
“그대에…?”
“응?”
그러자 루린은 잠에서 깼는지 잠결인지 모를 조그마한 목소리로 엘을 부른다.
“졸리다.”
자고 있으면서 졸리다니?
하여간 모를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연이어 입꼬리를 올리면서 웃기 시작한다.
“히히히.”
아무래도 잠꼬대였던 듯 루린의 그 행동은 잠시간 반복됐다. 그대애에!를 외치다가 히히히 웃는다. 무한반복이다.
황당하게 그걸 쳐다보고 있으려니 소녀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리곤 눈을 마구 부빈다.
“일어났니?”
끄덕끄덕.
엘은 고개를 끄덕이는 셀리에게 덩달아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본격적으로 루린을 깨우기 시작했다.
“셀리도 일어났으니 너도 이젠 좀 일어나시지. 루린.”
일단은 루린의 머리를 다정스러운 손길로 쓸어내린다.
여기까지는 깨우기 1단계다.
그러자 루린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결과적으로 소녀도 그리고 루린도 쌍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 다른 듯 같은 모습에 엘은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둘 다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인다. 그래서 엘은 이번에는 2단계에 들어갔다.
보통 루린은 2단계쯤에서 깨어난다.
“일어나! 밥이다. 밥, 밥!”
“벌써 밥이냐!”
때늦은 밥을 먹고 잤던 루린이 번쩍 눈을 뜬다. 루린이 일어나자 소녀도 자동으로 땅바닥으로 내려와 루린을 올려봤다.
“날도 좋으니까 밖에서 밥 먹게 셀리 데리고 올라와!”
엘은 루린과 셀리에게 그렇게 고한 후 언덕으로 올라와 바비큐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아까 루린에게 사오라고 시켰던 고기 중 일부는 오늘 먹어버리려고 산 것이다.
그러자 루린이 흐늘흐늘 걸어온다. 뒤에는 셀리도 함께였다.
“이리와.”
그리고 고기파티가 시작된다. 밖에서 구워진 고기는 누가 뭐래도 맛있다.
“오오 고기냐?”
“그래, 이리와. 앉아. 셀리도 데리고 오고.”
아장아장 걸어온 추정 나이 5살 꼬마 셀리. 그리고 다다다 뛰어온 루린이 구워지는 불판 위에 서서 발을 구른다. 입에서는 침이 고이고 있었다.
그건 뭐 엘도 마찬가지인 심정이다. 고기는 사랑이니까.
“자, 이거랑 같이 마셔봐.”
엘은 제조한 칵테일을 루린에게 내밀었다. 스푸모니라는 칵테일이다.
캄파리라는 이탈리아의 리큐어를 가지고 만드는 칵테일인데 달면서도 시고 시면서도 씁쓸한 맛을 가진 칵테일이다.
고기 먹는데 약간의 쓴맛과 신맛은 상당히 잘 어울리므로 엘은 간만에 칵테일을 준비해 봤다.
루린의 것에는 가득 채운 얼음잔에 캄파리를 조금만 넣고, 자몽주스의 비율을 높인다. 그리고 자몽 슬라이스를 안에 넣은 후 쓴맛이 나는 토닉워터를 섞어주면 예쁜 연주황색의 칵테일이 완성된다.
캄파리의 비율을 낮추면 조금 그렇지만, 루린이 취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다.
“오오? 이건 뭔가 쓰지만 맛있다. 고기가 술술 들어간다!”
원래는 식전에 입맛을 돋우는 칵테일이지만, 같이 마셔도 그 특유의 쓰고 시고 단 맛이 고기를 계속 들어가게 해준다.
나쁘지 않은 선택 아닌가?
엘은 스스로 그렇게 자화자찬 하면서 입을 열었다.
“셀리도 좀 챙겨줘. 자몽주스를 먹을 수 있으려나? 내가 주면 또 던질 것 같으니 니가 좀 챙겨줘라.”
한 손에 술을 들고 한 손에 우카 등심을 포크에 찍어서 먹고 있던 루린이 자기 옆에서 얌전히 바라만 보고 있는 셀리를 쳐다봤다.
“뭘 그렇게 불쌍하게 쳐다보냐. 흠, 뭐 기분 좋으니까 봐줬다.”
루린은 할 수 없는지 셀리의 앞에다 작게 자른 고기, 물론 엘이 잘라준 거지만, 아무튼 그 고기 접시와 자몽주스를 앞에 내놓았다.
“먹어라. 맛있으니까.”
“언니.”
“응?”
셀리는 어디서 꺼냈는지 히비렌 꽃을 고기 위에 올리더니 루린을 쳐다봤다.
“그건 왜 꼭꼭 챙겨 먹냐? 신기한 인간이다. 정말. 그런 거 같이 먹으면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마이어!”
하지만 셀리는 아랑곳 하지 않고 꽃과 함께 고기를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퇴근 후 화장을 지우고 맥주를 들이키며 환호하는 음식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주스를 마신다.
자몽주스는 호불호가 약간 갈릴 수 있어서 긴장하고 쳐다봤는데 별다른 이변은 없었다.
엘은 그 장면을 확인하고 자신도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린과는 달리 캄파리 30ml 자몽주스 45ml 토닉워터 60ml 라는 상큼한 조합으로 만든 칵테일을 먹으면서 드래곤과 소녀를 바라봤다.
술을 마시며 루린을 보면 왠지 행복하다. 그것은 최근 스스로 잘 깨닫지는 못하고 있는 엘의 행복이었다.
그리고 언덕 아래 그레이크시에서는 아직도 불꽃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퍼어어엉-!
“와아…!”
소녀가 그 불꽃을 바라본다. 소녀 같지 않은 표정으로. 그 표정에 환한 불꽃의 그림자가 비췄다.
소녀는 뭐가 감동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빛내면서 눈가까지 촉촉해졌다.
하지만 그런 소녀의 감상과는 반대로 루린은 불꽃놀이를 심드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시시하다. 저렇게 터뜨리지 말고 좀 더 화려하게 폭발시켜야 멋있는 거 아니냐? 내가 마나를 공중에 마구 터뜨려보냐?”
“그러지 마. 저것도 충분히 예쁘구만 왜 그래? 이것도 그렇고.”
“뭐냐 그건?”
“우후후. 선향 불꽃이라는 예쁜 거지.”
엘은 루린에게 하나, 조금 위험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마나로 정지시키면 되니까 셀리에게도 하나. 그리고 자신도 불꽃을 손에 쥐었다.
“이건 이런 거야.”
선향 불꽃은 가느다란 막대에 타올라 가면서 이쁜 불꽃을 발생시키는 녀석으로 그 순간은 짧지만, 그 타올라가는 순간이 매우 예쁘다는 특징을 가졌다.
“오오!”
“이뻐!”
루린도 셀리도 불을 붙여 달라며 막대를 내민다. 엘은 두 여자의 눈에도 불꽃이 담긴 것 같다고 느꼈다.
곧 불꽃이 타오른다.
루린이 쭈그리고 앉아서 신기한 표정을 하고 있고 엘이 그 옆에서 웃고 있는 와중에 셀리는 그걸 보면서 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언니!”
그리고 그 덕분에 선향 불꽃이 루린의 옷에 닿았다.
“뭐, 뭐냐!”
옷에 튄 불꽃에 놀란 루린이 균형을 잃었고 엘 쪽을 향해서 쓰러진다. 아니, 놀란 김에 엘에게 뛰어들었다는 것이 맞는 걸까.
지금의 루린은 어쨌든 알코올이 들어간 루린이다.
덕분에 소녀의 불꽃이 기폭제가 되었고 루린은 진격했다.
콰당-!
사고와 우연과 연기력이 합쳐져서 루린은 엘과 입술을 박치기 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일어난 루린은 자기 입술을 어루만지며 엘을 깔고 앉아 있다가 일어나 소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잘했다! 히히, 잘했으니까 자비를 배풀어서 내 부하로 인정해 준다!”
물론 또 엘에게 헛소리라고 치부될 말이었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