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7)
# 147
Chapter.34 루린의 장보기
그 긴장감 없는 모습에 호위무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게다가 이 여자를 상대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뭔가 거대한 공포심이 흘러들어온다.
몸이 이상하게 굳어지고 있었기에 고작 이딴 여자한테 이게 무슨 짓이냐며 애써 자신을 타이르고 검을 휘둘렀다.
“흐엉? 립밤 아직 다 안 발랐다! 혼자 바르는 거 아직도 안 익숙하단 말이다! 짜증난다!”
콰앙-!
루린의 외침과 동시에 호위무사가 서 있던 공간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당연히 호위무사는 없어졌다.
강렬한 에너지가 호위무사를 감싸 돌았고 그 응축된 폭발이 하늘에서 터져버린다.
그걸 본 멜챠크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기분으로 주저앉았다.
“누, 누가 고용했지? 나, 나는 그거에 10배… 아니 100배를 주겠어.”
멜챠크의 말은 루린의 귀에 들어오지 조차 않았다. 바퀴벌레의 울음소리가 인간의 귀에 들려오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건물 안에 차려있는 진수성찬에는 조금 관심이 있었다.
“호오, 이거 맛있냐?”
멜챠크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마, 맛있습니다! 그러니 마음껏 드시고 100배에 고용을, 아니 모조리 드릴 수도 있습니다!”
루린은 마침 배가 고팠으므로 잔뜩 차려진 진수성찬으로 다가갔다.
“이, 이건 요즘 여기서 유행하는 팔렌큐라는 겁니다. 팔렌큐 구이!”
하지만 루린은 살짝 깨물었던 팔렌큐 구이를 그냥 내뱉어 버렸다.
“맛없다.”
그리곤 그 맛없는 팔렌큐를 가져다 머리까지 남자의 입에다 우겨넣었다.
“그건 그렇고 셀리의 부모를 죽인 건 누구냐?”
“그, 그게 무슨 소린지 모, 모르겠습니다.”
“너가 여기 우두머리냐?”
“아닙니다. 저, 저기 죽어버린 저놈이 우두머리입니다.”
“흐응 그러냐?”
“네, 네!”
“나는.”
“네?”
“그런 거짓말 싫어한다. 알았냐.”
“제가 우두머리입니다!”
“그럼, 그 잡혀온 녀석들이란 건 어딨냐?”
“그, 그건 밖에 있는 지하수용소에….”
“그렇군, 아 그런데 난 거짓말을 안 해도 인간을 싫어한다. 난 엘만 좋아한다.”
“뭐, 뭐…!”
“히히히.”
루린이 그 자리에서 한 바퀴를 빙그르 돌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냥 가는 건가? 라고 생각한 멜챠크였으나.
약 1초 후 멜챠크와 건물은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
“다 부쉈어?”
“잘했냐? 히히.”
루린은 엘에게 달려와 머리를 들이밀었다. 쓰다듬 해달라는 소리다. 엘은 곧바로 알아듣고 다정하게 루린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줬다.
“잡혀있는 사람들은? 거기까지 부순 건 아니겠지?”
“그대. 그대가 시킨 건데, 내가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지 않냐. 따라와라!”
“그래? 웬일이래?”
곧바로 엘은 루린을 따라 이동했다. 혹시 몰라 셀리의 눈을 가린 채.
그리고 곧 지하수용소에서 떼거지로 잡혀 있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여자들은 그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여자들만 있는 게 아니다. 남자들도, 그리고 어린 소년과 소녀들도.
그 중에는 군데군데 상처가 있는 아이도 있고 꼴이 말도 아니었다.
엘은 그런 사람들을 향해서 나지막이 물었다.
“누가 멜비의 동생이니?”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는다. 잡혀있는 사람들은 그저 엘을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난 멜비의 부탁을 받고 온 사람이란다.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야.”
엘이 다시 부드럽게 말하자 뒤쪽에서 한 소녀가 머뭇머뭇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오, 오빠의 부탁이요?”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다른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오들오들 떨면서 대답하는 소녀.
엘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살아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사람들을 풀어줬다. 미안하지만 이 일의 뒤처리는 또 그레이크 소년이 해야 하겠지.
엘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셀리가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루린의 손을 잡았다.
“언니.”
“왜 부르냐? 니 언니가 아니고 주인님이다!”
“고마워.”
“고맙냐? 뭐 부하2호니까 당연하다. 앞으로 더 나를 엘에게 밀어붙여라.”
“헤헤, 언니. 나, 잠시라도 좋았어.”
“응?”
셀리는 루린의 발에 다시 껌딱지처럼 강하게 달라붙었다.
***
이후 멜리라는 아이만, 진료소로 데리고 돌아왔다.
“저, 오빠는 어디 있어요? 정말로 오빠의 부탁으로 구해주러 오신 건가요?”
데려오는 내내 멜리는 오빠만 찾아 부르짖었다. 여전히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하다. 그래서 누워있는 소년에게 데려가 주자, 그제야 멜비에게 달려가 울기 시작했다.
“오, 오빠!”
왈칵왈칵 쏟아지는 눈물.
동생을 구하겠다고 맨몸으로 요새에 침입했던 소년이다. 너무나도 무모하지만, 그래서 어리석지만, 그 정신만은 높게 쳐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감격의 상봉을 그냥 두고 진료소 밖으로 나왔다.
“루린.”
“어?”
“셀리는?”
그래 문제는 셀리다. 결국 멜비와 멜리는 셀리와는 상관없었다.
노예상단의 주인을 죽이기 전에 사진을 주고 물어볼 걸.
그런 생각을 했으나, 아직 알아낼 길은 많이 있었다. 셀리가 도망친 거라면 같이 잡혀 있던 지하수용소의 사람들 중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셀리의 문제를 해결해야지.
나는 그런 생각으로 셀리를 찾았다.
하지만 셀리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다 두고 왔어?”
“아니다. 진료소까지 같이 왔다. 아까 저 인간들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그래?”
그럼 어디 갔지?
나는 한참을 셀리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셀리의 모습을 끝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루린도 황당한 얼굴이었고.
그런 우리에게 멜비를 수면마법에서 깨운 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엘레나가 다가온다.
“수고하셨어요.”
“네, 엘레나님도. 그런데, 혹시 저희랑 같이 있던 아이 못 봤어요? 셀리라는 아인데.”
“네?”
그 말에 엘레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저 소년을 구했을 때도 같이 왔었는데? 루린 옆에 서 있던 소녀요.”
내 말에 역시나 엘레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 소년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는데요?”
“네? 네에???”
엘레나가 황당한 소리를 입에 올렸다.
“어머, 이건….”
그리고는 루린의 바지에 붙어 있는 풀꽃을 보더니 다시 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셀리가 계속해서 먹고 있던 히비렌 꽃이다.
“그게 왜요? 그냥 꽃 아닌가요?”
여전히 황당한 얼굴로 되묻자 엘레나는 신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이건 아무데서나 자라는 게 아니고, 매우 희귀한 꽃이에요. 명계의 꽃이라고 해서, 죽을 때 이 꽃을 품고 있으면 죽은 사람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다고도 하죠. 영혼의 정화, 환생, 성불 등과 관련 있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냥 뭐 전설은 전설이겠지만요.”
“네?”
나는 멍하게 엘레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건 루린도 마찬가지였다.
“잠깐만, 그럴 수가?”
나는 멜비의 동생 멜리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셀리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멜리야, 감격의 상봉중인데 미안하지만… 혹시 이 아이 모르니?”
8살은 되어 보이는 아이, 멜리는 가만히 내가 내민 사진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놀라서 입을 열었다.
“세, 셀리 언니! 셀리 언니에요!”
***
셀리는 외로웠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이의 귀여움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없는 집에서 그런 귀여움은 오히려 해악으로 다가왔다.
셀리를 판 것은 그녀의 부모였다.
그녀는 어느 마법사의 연구소로 팔려갔다. 작은 아이들을 데려다가 불사의 마법을 연구한다던 연구소로.
셀리는 그곳에서 이유 없이 피를 뽑혀야 했다.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 어느 누구도.
집에서도 그랬으나, 이곳에서도 셀리를 챙겨주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고, 있는 것은 그저 목숨을 연명시키기 위한 마법 약뿐.
그런 셀리에게 마음이라는 것은 어느덧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가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이 더 사라져 버리기 전에.
이 세상을 자유롭게.
하지만 그런 자유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연구소에 수년을 갇혀 지낸 셀리는 10살이 넘어서도 여전히 작은 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매우 우연한 기회에 탈출에 성공했다. 그것은 이른바 행운이라는 것이었으나.
세상은 셀리에게 그 이상의 행운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리를 떠돌다가 곧바로 그녀를 찍은 노예상단에게 잡혀버렸다.
그레이크시의 치안이 좋다고, 제국의 거리 곳곳이 모두 치안이 좋은 것은 아니다.
드래곤 전쟁 이후, 아직도 전쟁의 상흔은 곳곳에 남아 있었으며, 3공작의 싸움으로 정치판은 여전히 어지럽다.
그런 상황이니, 누가 봐도 버려진 꼴의 소녀에게는 결국엔 자유라고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잡혀간 노예상단.
그 노예상단은 제국은 물론, 왕국, 그리고 다른 제국까지 떠도는 큰 조직이었다.
그리고 제국에서 큰 경매를 열기 위해서 사람을 모으는 중이었기에 불행 중 다행이랄까 당장은 별일 없이 그저 갇혀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셀리는 멜리를 만났다.
똑같은 처지의 아이.
보기에는 셀리가 어려보이나, 엄연히 셀리가 나이가 많았고, 그녀가 그걸 설명하자 멜리는 대뜸 셀리를 언니라고 불렀다.
“언니, 우리는 이름이 비슷하잖아. 그러니까 꼭 이곳에서 탈출하면 잘 될 수 있을 거야. 그치?”
멜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셀리를 잘 따랐다.
“언니, 이거.”
“그게 뭐야?”
“고구마야. 나 숨겨놨었는데 안 뺏겼어. 같이 먹자. 언니.”
그리고 멜리가 처음 잡혀온 날 나눠주었던 고구마는, 셀리에게는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것은 난생 처음 느껴본, 따뜻함이라는 이름의 충격이었다.
멜리와 붙어있으면서 셀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꼈다.
“언니. 우리 오빠가 구하러 와줄 거야. 꼭… 나는 죽더라도 그렇게 믿고 죽을 거니까. 언니도 꼭 같이 구해달라고 할게. 우리 나가면….”
“그래?”
그런 한편으로 누군가 구해줄 사람이 있고,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셀리는 그저 부럽기도 했다.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는데.
이 세상에서 살아갈 자유조차 없던 그런 자신인데.
하지만 몇 개월간 이동하는 내내, 선천적으로 밝았으며 그래도 어머니가 잘못되기 전에는 정상적인 삶을 살았던 멜리는 셀리에게 하나의 등대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바깥세상을 알려주었으며 꿈을 꾸게 해주었다.
항상 언니언니 하고 따르는 것이 고마웠고, 자신도 누군가를 언니라고 부르며 애교를 부려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셀리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수용소에서의 그 짧은 행복조차 오래도록 느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멜리가 자신의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그때, 셀리는 지나가는 경비병들의 말을 엿듣고는 충격에 빠졌다.
“내일 이 방에서 한 명 팔릴 거니까, 준비시키라고. 아무것도 먹이지 마.”
“그래?”
“어, 그 밝은 아이 있잖아. 2번 꼬맹이.”
“걔로 결정된 거야?”
“뭐, 경매회까지 놔두려고 했는데 클라인트가 필요하다니 어쩔 수 없나봐.”
“그렇군.”
그 대화를 들은 뒤 셀리는 멜리를 내려다봤다.
잘은 모르지만.
그나마 여기에 갇혀 있으면 시간은 벌 수 있다. 그것조차 한정된 시간이지만.
그러나 왜인지 저 경비병들이 말한 클라인트에게 끌려간다면 비참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소에서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자신의 옷에 적혀 있는 번호는 1번이다.
그리고 멜리의 옷에는 2번이 적혀 있었다. 셀리는 가만히 멜리를 바라봤다.
-오빠가 구하러 와줄 거야. 언니, 같이 행복해지자.
항상 멜리가 하던 말이 귓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구해주러 올 사람이 있다. 정말로 그게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멜리는 희망이 있는 아이였다.
셀리는 그 희망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어차피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나간다고 해도, 멜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
어차피 아무것도 없는 인생.
피해를 당하는 것은 자신뿐이기를.
멜리만큼은 정말로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기를 바랐다.
자신이 구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오빠라는 존재가 대단한 존재여서 그녀를 구해가기를 바랐다.
멜리가 자신에게 준 것은 커다랗다. 커다란 행복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생애 유일의 행복이었겠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돌려줄 차례다.
자신이 여기서 대신 나간다면 그 커다란 경매회까지 멜리는 시간을 벌 수 있겠지.
셀리는 그렇게 생각해서 푹 잠든 멜리와 옷을 바꿔 입었다.
어차피 여기 사람들은 아이 얼굴과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지 않는다. 그저 상품일 뿐으로, 번호로 구별하는 것이 전부다.
밝은 아이라는 것이 걸렸으나.
그것은 연기하면 그만이다.
자신은 이제 2번 상품인 멜리였다.
그리고 셀리는 멜리 대신 팔려간 곳에서, 학대를 당한 끝에 죽어버렸다.
그런 최후였다.
그것은 원래 멜리가 맞이했어야 할 최후였으나.
셀리는 그렇게 거적때기에 감겨서 어두운 산길에 버려져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버려진 산길 옆에는, 자연을 사랑하며 숲에서 살아가는 엘프조차 평생에 한 번 만나기 힘들다는 히비렌 꽃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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