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49)
# 149
Chapter.35 이발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일단은 모든 것을 잊고 장사에 집중했다. 차라리 그것이 기분을 더 낫게 만들었으니까.
셀리의 편지가 가져온 후폭풍은 그렇게나 컸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결국 그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그녀가 히비렌 꽃을 통해 우리에게 왔다 갔으니, 엘레나의 이야기에 따라 다른 히비렌 꽃을 찾아내 그녀의 다음 생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하여 나는 요리에 집중했고, 현재 식당은 매우 붐비고 있다.
최근 잘 팔리는 음식은 갈비찜이다. 갈비찜은 의외로 이쪽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왔다.
우바 삼겹살만큼이나 유행하고 있다고 할까. 아마도 갈비찜의 양념과 고기의 식감이 먹혀들었다고 생각한다.
뼈를 잡고 뜯어먹는다는 것 또한 의외로 호응이 좋다.
고기를 그저 구워 먹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까 분석하고 있다.
기분 좋은 것은 갈비찜과 같이 내놓는 매운 콩 볶음도 인기라는 점이다.
이 반달 모양의 콩은 매운맛으로 유명하다. 그러니 따로 매운맛을 추가하지 않아도 그냥 볶으면 매운맛이 난다.
매우면서도 담백한데 이게 또 나름 특이한 게 단품으로는 잘 팔리지 않던 녀석이, 갈비찜과 조합하니 불티나게 팔려나간다는 것이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재고처리가 되니까 기쁜 일이지.
또한 갈비찜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기분이 조금씩 전환된다.
갈비찜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마냥 즐겁다. 비싼 고기지만 적정한 가격에 팔기 때문에 이득은 거의 나지 않는다. 손해도 이득도 보지 않는 적정선.
치즈산업, 팔렌큐산업, 그리고 시계산업으로 펑펑 벌고 있기 때문에 돈은 상관없다.
물론 그렇다고 최소한의 가격조차 유지하지 않으면 시장의 균형이 깨지니 룰은 지켜야한다. 그러니까 손해도 보지 않고 크게 이득도 없는 지금이 적정선.
지금 나는 한쪽에서 갈비찜을 먹고 있는 노부부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당신, 교양 있게 좀 먹어봐요. 밖에서까지 꼭 그래야겠어요?”
노부인은 남편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얼굴을 찡그리고 뭔가를 말하는 중이었다. 물론 남편 쪽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보게 무슨 교양 타령이야. 이건 원래 이렇게 뜯어먹는 거라더만.”
남편 쪽은 나도 익히 아는 인물이다. 존트라는 사람으로 흰머리가 가득한 노신사.
이 할아버지는 그레이크시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나도 머리를 깎을 때마다 이용하고, 그러다가 내 식당에도 와주게 되었다.
어쨌든 존트는 오히려 이게 편하다며 갈비를 손으로 들었으나 노부인은 그건 아니라는 듯 계속해서 칼과 나이프로 갈비를 분리했다.
사실 갈비찜은 스테이크가 아니므로 존트처럼 먹는 것이 더 어울리고 보기 좋지만, 먹는 방법은 개인의 취향이다.
“자, 이거 봐. 이렇게 잡고, 쭈우욱. 너무 부드럽네 그랴. 자자, 당신도 먹으라고.”
존트가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갈비를 뼈에서 뜯어 먹자, 뼈와 살을 분리하는 게 더딘 상태에서 노부인이 갈등을 겪는 얼굴이 포착되었다.
이쯤 되면 내가 나설 차례다.
나는 노부인의 앞으로 가서 설명을 시도했다.
“원래 저렇게 드셔야 더 맛있습니다. 이 음식을 먹는 법은 저게 최고거든요. 손을 닦을 수 있는 손수건을 준비해 드릴까요?”
“어머, 그런가요?”
노부인은 내 설명을 듣고, 다시 남편을 보더니 결심을 세운 듯 결국엔 갈비뼈를 손에 잡아들었다.
매우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우아하게 갈비를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몇 번 씹으니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는 뼈다귀만 분리된다.
그 뒤엔 내가 준비해준 손수건으로 손을 닦는다.
“거봐! 훨씬 먹기 쉽지?”
“그, 그러네요. 맛있어요.”
존트가 거보란 듯 말하자 노부인도 고개를 끄덕여 인정했다. 그리고 나를 보면서 고개를 꾸벅인다.
“정말로 고기가 부드러워요. 어떻게 요리하면 이렇게 되는 건가요? 우리 같은 늙은이들도 아무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니….”
“갈비찜의 고기라는 것은 입에 들어가면 녹아야 한다는 게 제 신념이라서 그렇습니다. 하하.”
“정말 맛있어요.”
노부인이 환하게 웃으면서 칭찬을 하는 도중 존트는 내 머리를 힐끗 보더니 갈비를 내려놓고 전혀 다른 주제를 꺼내 들었다.
“그건 그렇고 자네… 머리를 자를 때가 된 것 같은데?”
“머리요?”
존트는 4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이발사. 그만큼 베테랑이다. 머리는 단정한 것을 좋아하기에 자주 다듬는 편인데 그러고 보니 최근에 너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 덕분에 머리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루린의 생일도 그렇고, 셀리의 일도 그렇고, 정신없는 한때였으니까.
“그러네요. 자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쉴 때 들리게나. 빠르게 정리해 줄 테니.”
“그러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손님이 계속 들어왔기에 노부인에게 인사를 한 후 주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존트의 말대로 생각난 김에 머리를 다듬기 위해 점심 장사를 끝내자마자 이발소로 향했다.
머리를 깎는다든지 하는 섬세한 것들은 마법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공격마법도 그렇고, 루린이 사용할 수 있는 정신마법도 마찬가지.
인간생활의 기본인 머리 깎고 손톱 깎고 기타 등등 일련의 행위들은 모두 직접 해야지 마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언덕을 내려가는 도중, 그저 내가 나간다니까 따라온 루린은 성큼성큼 걷다가 이제야 몸을 돌려 질문을 던졌다.
“근데 어디 가냐?”
“머리 깎으러.”
“머리카락?”
“야!”
머리를 깎는다는 소릴 했더니 내 등으로 찰싹 달라붙어서는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우악스럽게 머리를 쥐어뜯는다는 건 또 아니다. 그건 세레이나의 머리카락을 공격할 때 취하는 자세고, 지금은 그냥 등위로 올라와 철썩 붙어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중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루린을 업고 언덕을 내려가고 있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힘들어 임마!”
“이 몸은 안 힘들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겠지.”
뒤에 달라붙어 있어서 표정은 안보이지만, 분명히 뻔뻔한 표정을 하고 있다는 건 안 봐도 훤하다.
업혀 있는 녀석이 힘들 게 어디 있어?
그러더니 폴짝 땅으로 내려와 다시 내 앞쪽으로 쪼르르 돌아와서는 입을 열었다.
“난 어떤 머리라도 상관없다.”
“아이고, 그러세요? 그런데 저는 상관이 있답니다.”
“그러냐.”
“응.”
우리는 이 대화를 끝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한 가지가 떠올랐다.
어떤 머리라도 상관없다는 루린에게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과연 루린은 탈모가 온 나라도 괜찮을까?
탈모가 오게 할 생각은 없지만, 그냥 궁금했기에 물었다.
“정말 어떤 머리라도 상관없어?”
끄덕끄덕.
“그대는 그대니까 상관없다. 모든 걸 품어준다!”
“그래, 그건 고마운데….”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진지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빡빡이어도?”
“빡빡이?”
“머리가 없다는 거지. 대머리.”
“대머리?”
루린이 잠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어느새 애용품이 되어버린 분홍색 립밤이 발린 입술을 붙였다가 떼더니 곧 배를 잡고 커다랗게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정말이냐? 대머리이이? 그건…! 그건 웃기다! 머리가 없는 그대라니, 풉, 푸하하하하하하!”
한 번 웃기 시작하니까 아주 그냥 꺄르륵 난리가 났다. 앞장서 걸어가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시 웃고, 그러다가 다시 또 걷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 몸을 돌려 또 웃기를 반복한다.
실제로 대머리가 된 것도 아니건만 이게 무슨 행패인가.
“너, 아까랑 말이 다르다? 뭐가 그렇게 웃겨?”
“그치마아안, 머리가 없는 그대를 생각했더니 너무 웃긴 걸 어떡하냐! 히히히히히. 뭐 괜찮다. 머리가 없어도 내가 잘 어루만져준다. 좀 웃긴 하겠지만.”
답이 없다. 대머리란 단어가 루린의 웃음코드를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다.
그렇다고 조금 걷다가 멈춰서 뒤돌아 날 보고 웃고, 다시 걷다가 멈춰서 또 날 보고 웃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무한 반복을 계속 지켜봐 줄 수는 없다.
나는 쿵쿵 다가가 루린의 손목을 잡고 질질 끌기 시작했다.
“그만 웃고 따라오시지. 대머리가 될 일은 없으니까.”
“푸하하하하하!”
루린은 손목을 나에게 잡힌 순간 몸에 힘을 빼버렸다. 덕분에 계속해서 질질 끌려온다. 끌려가는 것이 마음에 든다는 거다. 덕분에 루린이 지나간 흙길에는 신발이 끌린 자국이 길게 이어졌다.
그 고생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드디어 엘레나의 진료소와 시장 입구 사이에 있는 이발소에 도착했다.
나는 해방된 느낌으로 루린의 손목을 놓고는 이발소로 입장했다.
“같이 가라. 대머리! 아니아니, 대머리 말고 그대!”
곧 루린도 여전히 헛소리를 내뱉으며 멈춘 자리에서 개구리마냥 폴짝 점프해 이발소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쪼르르 내 옆으로 붙은 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루린과 같이 이발소에 온 적은 꽤 많다. 그러니 신기해서 두리번거리는 건 아니다. 저것은 뭔가를 찾는 두리번이다.
물론 그게 이발사인 존트일리는 없었다. 루린의 시선은 존트와는 매우 떨어져 있었으니까.
실제거리로도 그렇고, 정신적 거리로 말할 것 같으면 아마 수억 광년정도 떨어져 있겠지. 즉, 아예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자네 왔는가?”
“네. 바로 왔죠. 머리를 다듬을 때가 된 건 누가 봐도 사실이니까요.”
“잘했네. 머리들을 자주 깎아줘야 나 같은 사람도 먹고 살지 않겠나? 이 사람아.”
존트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의자 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게요. 자주 못 와서 죄송합니다.”
나는 그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대사를 받아주고는 의자를 향해서 걸어갔다.
그레이크시를 포함한 이쪽 세상은 머리를 깎고 다듬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조선시대처럼 머리카락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사상도 없고, 서양 중세처럼 씻지도 않고 사는 세상도 아니다.
오히려 목욕탕이 보편화 되어있고, 머리 또한 개성시대다. 각양각색의 머리색이 다양해서 더 그렇기도 하고.
그러니 도시마다 이런 이발소는 꽤 많이 있다. 현대와 다른 점은 이발소에서 여자 머리도 손봐준다는 점.
파마의 개념은 없다. 주로 긴 머리를 자르거나 간단히 멋을 내는 등의 일반적인 게 대부분이다.
이발소 안은 조그맣다. 수제로 보이는 목재 장식물들이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고, 화분에는 화사한 봄꽃이 채워져 있다.
은은한 꽃향기가 흘러나온다.
의자는 하나다. 이발사라고는 존트 혼자니 당연한 일. 의자 앞에는 반사도가 다소 부족한 이쪽 세계의 거울이 걸려있다.
“이쪽으로 앉게나. 저녁 장사를 해야 할 테니 빠르게 해주겠네.”
“아,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루린을 향해 말했다.
“거기 얌전히 앉아 있어.”
“싫다.”
돌아온 대답은 강렬한 거절.
“싫으면 뭐하게?”
“가까이서 지켜볼 거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머리카락이 없어지는 그대를 보는 거 재밌다.”
“아 그래?”
“그렇다!”
그럼 그러시던지.
루린을 그냥 둔 채 윗옷을 벗었다. 다소 두꺼웠기 때문에 가운을 두르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윗옷을 뒤쪽 대기석에 올려놓고 다시 의자에 앉자 이발사 할아버지가 내 몸 위에 하얀 가운을 둘러주었다.
“자, 그럼 시작하겠네.”
오랜 세월의 경력을 가진 존트의 이발가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챙챙.
허공에 부딪히는 가위. 그 가위는 곧 내 머리카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루린의 얼굴도 가까이 다가왔다.
엥?
가위보다 루린의 얼굴이 더 가깝다. 거리감이 제로다.
“야, 루린?”
“그대! 너무 가깝다!”
“네가 다가 와놓고 뭔소리여?”
“흐갹!”
루린은 희한한 소리를 내면서 스스로 뒤로 물러났다. 존트가 그 모습을 보고 허허 웃는다. 루린이 멀어진 후 이번에야 말로 드디어 가위가 내 머리카락에 다가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