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50)
# 150
Chapter.35 이발
루린이 살짝 떨어진 위치에서 그 장면을 집요하게 바라본다.
존트의 가위질을 철저하게 두 눈으로 따라다니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다양한 각도에서.
앞에서 보고 있다가 어느새 뒤로. 그리고 옆으로 가서는 턱을 괴고 가위질을 관찰한다. 그 시선은 매우 뜨겁다. 가위에게 질투가 느껴질 정도로 뜨거운 시선이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아예 천장으로 올라갔다.
“자네?”
“아, 죄송합니다.”
루린의 행동을 쫓다가 고개를 올려버리자 존트가 놀라서 가위를 멈춘다.
다시 고개를 원위치하자 다시 가위질이 계속됐다.
루린 때문에 미치겠다.
도마뱀이냐.
왜 천장에는 매달려?
아, 하긴. 비슷한 종류기는 한가?
도마뱀과 비교하면 드래곤이 대 굴욕이기야 하지만.
어쨌든 루린은 천장에 거꾸로 붙었다. 아마도 위에서 조감도를 보듯 머리 깎는 모습을 내려다보겠다는 심산 같은데.
다행인 점은 존트가 위를 올려다보지 않았다는 점. 현재 옆머리를 깎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린이 하고 있는 행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뭐랄까, 딱 뱀파이어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과 똑같다고 할까.
“히히히.”
그러더니 다시 내려와서는 가까이 다가와 가위와 내 머리의 방향을 눈에 입력하듯이 쳐다본다.
저러는 이유가 매우 궁금했다. 보통 다른 인간이 뭔가를 하는 행위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이는 루린이 아니다.
콰당!
그리고 루린이 바닥으로 내려온 순간.
안쪽 방에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다.
깜짝 놀란 존트가 가위질을 멈추고 안쪽 방으로 달려갔다. 나도 놀라서 일어났다. 덕분에 가운에 묻어있던 잘린 머리카락이 엉망진창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보게! 아이고, 이 사람아!”
쓰러진 건 아무래도 부인 쪽인 것 같아서 가운을 벗어 던지고 방안으로 달려갔다.
이거 설마 루린이 거꾸로 매달린 걸 보고 놀라서 넘어진 건 아니겠지?
“야 루린…!”
아니지.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나는 재빠르게 노부인을 안아 들었다.
“이 앞쪽에 진료소가 있으니까요, 그쪽으로 달려가겠습니다. 따라오세요.”
“그, 그런가?”
존트가 고개를 끄덕인 순간 나는 뛰기 시작했다. 루린도 나를 뒤따르고, 할아버지도 허겁지겁 나를 뒤따랐다.
하지만 나와 루린이 뛰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뒤쳐졌고 곧 나는 엘레나의 진료소로 뛰어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노부인은 넘어진 충격으로 기절했을 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이 엘레나의 설명이었다. 할아버지는 크게 안도한 표정이었다.
“깨어나실 때까지 여기 계세요. 가게 문은 제가 닫고 가겠습니다.”
“그래 주겠는가? 머리는 내일 다듬어주겠네…. 미안하이.”
“아닙니다.”
존트는 부인의 손을 꽉 잡고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 못했다. 일단 두 사람을 그렇게 두고 이발소로 돌아왔다. 가게 문을 닫아야 할 뿐 아니라, 겉옷도 이곳에 벗어던지고 왔으니 당연한 선택이다.
거울을 보니 깎다만 머리가 매우 웃겼다. 오른쪽 머리카락만 짧아져서 비대칭 그 자체다.
내일까지만 버티면 되니까 모자라도 쓰고 있지 뭐.
그래서 벗어던졌던 윗옷을 집어 들었다.
“얍!”
그러자 뜬금없이 루린이 겉옷을 집어 든 내 손목을 친다.
덕분에 겉옷이 다시 대기석 의자로 툭 떨어졌다.
“무슨 짓입니까? 루린님?”
이건 또 뭐 하는 짓인가 해서 루린을 쳐다봤다. 그녀는 웃음기가 없는 매우 진지한 얼굴로 나를 올려본다.
“그대.”
“어?”
얘가 왜 이렇게 진지해?
그 상태로 다가와선 내 손목을 잡고 질질 끌었다. 하고자 하는 게 뭔가 싶어서 질질 끌려갔더니 거울 앞 의자에 멈춰 선다.
양손으로 내 어깨를 누르며 의자에 앉으라는 시늉을 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앉아버렸다.
“히히히. 그대!”
갑자기 사고 칠 때 보이는 전매특허의 묘한 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이상하게 올리더니 존트가 던져놓은 가위를 들고는 챙챙- 거리면서 나를 본다.
“너, 가위는 왜…?”
챙챙-!
다시 가위의 양날이 맞부딪힌다. 그리고 루린이 그 소리에 맞춰서 외친다.
“내가 그대 머리카락 잘라준다!”
“니가?”
“그렇다.”
“내 머리카락을?”
“그렇다!”
루린의 눈동자가 티 없이 맑다. 강한 의지가 담겨서 맑다 못해 반짝거린다. 밤하늘의 은하수를 담은 것 같은 두 눈동자가 예사롭지가 않다.
그렇게도 한없이 맑은 표정으로 쳐다보면, 그냥 다 네 맘대로 하라고 하고 싶어지지만, 그래도 일단은 반항한다.
내 머리카락은 소중하니까.
“아니… 굳이 그럴 건 없는데.”
“그럴 거 있다.”
“왜죠?”
루린은 내 질문을 묵살했다.
그저 빗과 가위를 양손에 움켜잡고 이리저리 내 머리를 살피더니 다른 말을 꺼낼 뿐.
“그거 아냐 그대. 지난번에 머리를 깎을 때도, 그리고 오늘도 요리조리 살폈다. 그러니까 방법은 다 터득했다. 걱정마라.”
머리를 자르는 기술이 옆에서 몇 번 봤다고 터득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건 아닐 텐데.
하지만, 아까도 그렇고 가위질에 그렇게나 큰 관심을 보이더니 아무래도 직접 해보고 싶어서였나보다.
어쩐지 답지 않게 큰 관심을 보이더라.
“잠깐만, 잘못하면 머리를 빡빡 밀어야 할 텐데. 조금 생각할 시간을…!”
“날 못 믿는 거냐? 그대?”
정말 못 믿는 거면 가위로 확 목을 자를 것 같은 살벌한 표정으로 묻는데….
“그대!”
살벌한 표정으론 안 되겠다고 느꼈는지 이제는 눈가가 글썽글썽하다.
으읔.
안 믿으면 울어버리겠다는 뭐 그런 아기 같은 얼굴. 언제부터 이렇게 다양한 표정으로 심리공격을 할 수 있게 된 거지.
“그리고 말이다! 그대의 머리를 다른 놈에게 맡기는 것 자체가 맘에 안 든다. 그런 거 싫다. 방법을 몰라서 참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대의 머리카락, 인간 따위에게 주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 미용실에 데려갔을 때 나 아닌 존재가 머리를 만지는 게 싫다고 폭파를 시켜버렸던 주범이 아닌가.
하지만 남이 내 머리를 만지는 것조차 싫어서 가위질을 공부하려 이리저리 움직이고 천장에까지 올라갔다는 건, 질투의 일종이면서도 결국은 어찌 보면 모두 나를 위해서라는 거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뭔가 찡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가슴 한 곳이 시리도록 찡한 느낌.
사람 있는 데서 함부로 천장에 올라가지 말라고 혼내려고 했더니, 말도 못 꺼내겠다.
뭔가를 배우기 위해 열정을 보이다가 그리 된 거니, 의도한 게 전혀 아니기도 하고.
어쩔 수 없지.
“그럼… 조심해서 해봐.”
빡빡이가 되는 한이 있어도, 만사 귀찮아하는 루린이 뭔가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거절은 불가능했다.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의자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 루린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환한 웃음을 선보였다. 마치 반달을 입에 머금은 것 같은 그런 입꼬리다.
“그대.”
“응?”
“삐딱하게 앉지 마라! 똑바로 앉는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엄격한 얼굴로 자세를 지적한다. 이것 참 무섭네.
“아… 예, 알겠습니다. 잘 좀 부탁드려요.”
내 머리카락의 생사여부를 손에 쥔 권력자다. 고개를 숙이고 복종하는 수밖에.
“오냐! 히히.”
생전 해본 적 없는 이발이라는 행위를 하면서 도대체 어디서 샘솟아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루린은 가위를 챙챙거리며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차가운 가위 끝이 머리카락에 닿는다.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잡고 가위를 들이민다.
루린의 따뜻한 손과 차가운 가위. 그 대비가 절묘하다.
-사각.
곧 간지러운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머리카락 끝이 조금 가운 아래로 흩날려 떨어진다.
루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온 신경을 머리카락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조심스럽게,
-사각.
머리카락 끝이 살짝 잘려나간다.
숙련되지 않은 사람이 머리를 깎아주면 잘릴 때에 아픈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없었다.
“후아, 잘랐다.”
그런 소리를 내면서 다시, 또 머리카락을 움켜쥔다. 루린 답지 않게 매우 조심스럽고 나름 정확하다.
게다가 존트가 머리를 잘라줄 때와는 다르게 뭔가 엄청 간지러운 기분이 든다.
간지러우면서도 찌릿한 느낌.
-사각사각.
다시금 느린 손놀림. 그리고 루린의 손에 붙잡힌 머리카락이 사각소리와 함께 절단.
이 정도면 안심해도 되는 수준인가?
어느새 루린은 내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코앞까지 루린의 얼굴이 다가온다. 루린의 숨결이 얼굴에 닿는 거리.
그 상태에서 루린은 빗과 손으로 내 앞머리를 붙잡았다.
“잘 되고 있어?”
“힘들다.”
“그래?”
“그렇지만 재밌다. 그대 머리가 내 취향으로 되고 있다!”
“니 취향이 있었어?”
“으음, 그대 자체가 내 취향이니 뭘 해도 취향이긴 하다.”
“….”
또 시작이다. 이 바보 드래곤이 가끔가다 사람 두근거리는 말을 하는 것이.
루린은 그렇게 웃으면서 내 앞머리를 잡더니 가위를 갖다 댔다.
-사각.
루린의 얼굴이 코앞. 그러다보니 아까보다 조금 더 간지럽고 찌릿한 기분이 온몸을 감싼다. 가위가 머리카락을 잘랐을 뿐인데.
행동이 매우 조심스러워서 루린의 숨결이 피부에 닿는 기분이다.
“후우!”
머리카락이 떨어진 얼굴을 후 불어준다. 루린의 입김에는 립밤의 향기가 섞여 있었다.
달콤한 향기가.
“잠깐, 루린.”
“그대로 있어라 그대! 지금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이상하게 자꾸 오묘한 기분이 차올라서 루린을 껴안고 싶은 충동에 빠졌으나 루린은 엄했다.
덕분에 웃기는 충동이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루린에게 혼나는 건 거의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거울을 보면 나름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하긴, 루린은 드래곤이라 그런지 하기 싫어하고 귀찮아해서 그렇지 정작 뭘 시키면 실패한 적이 거의 없다.
드래곤은 드래곤이다.
어떤 기술이든 논리구조를 파헤치는 것이 인간보다 빠른 것 같다. 숙달조차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루린은 어느새 뒤쪽으로 돌아갔다.
뒷머리를 자르기 시작한 듯.
뒤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들린다.
면도칼로 잔머리와 잔털을 정리하는 건 아무래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낫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루린이 소리를 질렀다.
덕분에 현실로 돌아왔다.
“호악!”
“뭐야? 뭔데? 불안하게시리?”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무것도 아니지 않은 것 같은데.
“그대. 나는 먼저 돌아간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
“뭐가 어째? 야, 루리이이이인!”
루린은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해 사라져 버렸다. 달려든 내 손이 허공을 가른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나는 떨리는 심정으로 거울에 내 뒷머리를 비추었다. 뒷머리를 비추기 위해서는 손거울도 사용해야 한다.
거울 두 개를 마주보게 해서 뒷머리를 살핀다. 손이 떨린다.
앞머리. 완벽하다.
옆머리도 완벽하다.
하지만 뒷머리는 엉망진창이다. 균형이 전혀 맞지 않는다. 한쪽은 파여 있고 한쪽은 덥수룩.
으하하하하.
당장 레어를 향해 뛰었다. 가공할 만한 벌을 내려주겠다고 다짐하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