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55)
# 155
Chapter.36 히비렌 꽃과 연주회
“히비렌 꽃? 음, 황궁 보물고에 여러 가지 진귀한 꽃들이 보관되어 있다는 건 알고 있네만 그런 꽃이 있는지는 모르겠군. 물론 자네가 달라는데야 당연히 들어줘야지. 당장 찾아보라고 하겠네. 황궁 보물고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도 다 자네의 공이 아닌가.”
“그건… 감사합니다.”
다행히 이 황제는 지난 일을 잊거나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소인배의 부류는 아니다.
뭐, 폭군이었다면 돕지도 않았을 테니까.
“게 있느냐!”
황제의 부름에 서재의 문이 열렸고 급한 몸짓으로 시종장이 들어왔다. 황제는 시종장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히비렌 꽃이란 것이 보물고에 있는지 알아보거라.”
“그리 하겠나이다.”
황제의 명령이 내려지자 시종장은 허리를 숙인 그대로 뒷걸음질하여 빠르게 서재를 나갔다. 뒤로 걷는 게 매우 빠르다. 볼 때마다 신기한 풍경이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이야기는 일사천리다.
루린은 상황이 순조로워 보이자 관심이 없어졌는지 이리저리 책을 빼면서 닥치는 대로 읽고 있었다.
물론 진지하게 읽는 건 아니다. 대충 펼쳤다가 던지고, 대충 펼쳤다가 던지고, 오오? 하면서 뭔가 관심 있는 걸 찾아내면 읽고 있다.
덕분에 평화롭다.
황제와 별거 아닌 신변잡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니 곧 시종장이 돌아왔다.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매우 당황한 얼굴이었다.
“폐하….”
“내가 말한 것은 찾았느냐?”
“그것이….”
시종장이 땅을 향해서 허리를 숙인다. 거의 땅바닥을 파고 들어갈 기세였다.
“폐하께서 저번에 연주회의 상품을 정하시면서 영원히 지지 않는 마법의 꽃인 라플라티아를 선택하신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레가나 연주의 아름다움과 상응하는 꽃이자 여러 가지 전설이 있다는 그 라플라티아라는 꽃을 선택했지. 그 가치가 매우 높다고 들어서 연주회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왜 묻지?”
“그것이… 보물고 담당관의 말에 따르면 진상 받을 당시 선대 황제 폐하께서 하사한 이름으로 써놓았는데, 민간에서는 히비렌 꽃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
시종장의 말에 황제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가만히 시종장을 바라보다가 겸연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인다.
체통이라고는 없는 행동이었으나 시종장도 당황하고 황제도 당황했으니 그걸 지적할 사람은 없었다.
“하필 왜 그것이?…. 허어….”
황제는 일단 시종장을 물렸다. 그리고 곤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마치 문제가 생겼으니 도와달라는 5살 꼬마 같은 표정이다.
그러자 관심 없는 척해도 귀는 이쪽으로 열려있었는지 루린이 떡하니 보던 책을 던지고 황제의 앞으로 털레털레 걸어와 말했다.
“간단한 거 아니냐. 다시 가져와라.”
“위대한 존재시여… 그것이….”
“이 몸은 분명히 가져오라고 말했다.”
루린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하긴 히비렌 꽃을 구하러 가자고 했을 때, 항상 수도로 가자고 하면 귀찮다고 투덜거리던 녀석이 이번에는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히비렌 꽃이 셀리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루린은 묘하게 진지했다.
루린의 피어가 새어나온다.
황제는 신분일 뿐 속은 평범한 인간이다. 드래곤의 피어에 휩싸여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무릎을 떨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으로 드래곤 피어를 온전히 견디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황제는 그 공포심에 제대로 말조차 못 하겠는 듯 말을 짜내며 입을 열었다.
“아, 알겠나이다…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자신은 제국의 황제, 그러니 불굴의 의지를 발휘, 의자를 붙잡고 몸을 떨고 있었다.
루린이 더 화나면 저대로 죽어버릴 수도 있는 일.
하지만 황제의 입장도 황제의 입장이다.
이미 내뱉은 말을 돌리는 것은 황제라는 자들의 특성상,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나라의 정점에 군림하는 자가 함부로 말을 바꾸면 어떻게 되는가?
모든 정책이 혼란에 빠진다.
그러니 황제 된 자는 한번 내뱉은 말은, 그것이 설사 잘못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고치지 않는다.
그리고 나 또한, 히비렌 꽃을 미리 찜해둔 건 아니다.
순서상 저쪽에서 먼저 쓰기로 한 후 내가 등장했다. 그러니 뒤늦게 등장해서 상대의 입장도 헤아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폭력이며, 힘에 의한 갑질일 뿐.
내가 이들을 구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구해줬으니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 논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구해준 것과 별개로 황궁의 보물은 당연히 황제의 소유다.
황궁에서 히비렌 꽃이 딱히 쓰이는 곳이 없다면 얻어가려고 온 것이지만, 그것을 갈취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셀리 때문이라고 할지라도.
히비렌 꽃이 황궁에 있는 한 뿌리가 전부가 아니지 않은가. 세상에는 다른 히비렌 꽃도 존재한다.
“루린… 피어를 거둬.”
나는 루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살포시 껴안았다.
“그대? 그렇지만.”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폐하. 이미 쓸 곳이 생긴 것을 뒤늦게 뺏어가는 것은 약탈이나 다름없으니.”
“그치만 그대! 히비렌 꽃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필요하다고 해서 억지로 뺏는다면, 셀리를 괴롭힌 인간들과 달라질 것이 무엇일까? 그렇게 해서 히비렌 꽃을 얻은들, 셀리는 기뻐하지 않아.”
“…….”
내 말에 루린은 입을 꽉 앙다물었다.
“괜찮아. 히비렌 꽃이 귀하다고는 하지만, 황궁에 있던 것도 겨우 한 뿌리. 다른 곳에서도 분명히 찾을 수 있으니까.”
“나… 난 딱히 그 녀석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그대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겸사겸사… 그런 것이다.”
“그래그래. 잘 알지 내가.”
그 진정한 속마음이 무엇이든.
나는 루린을 계속 토닥였고 루린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피어를 거뒀다.
그걸 확인하고 다시 황제를 바라봤다.
“그래서 그 히비렌 꽃이 연주회의 상품입니까?”
“그렇게 되었네. 아마 이미 보물고에서 나가 대회본부에 보관되어 있을 걸세. 하필이면 자네가 필요로 하는 것이 그것이라니….”
“됐습니다. 그 연주회란 그럼… 레가나의?”
“그렇네.”
그렇다면 연주회의 우승자에게 그가 바라는 것을 넘겨주고 개인적으로 구해야 하나?
그 꽃의 가치를 알아서 넘겨줄 수 없다고 하면, 뭐 다른 꽃을 찾으면 되는 일이고.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루린이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
일단 내 말은 납득한 모양으로 더 이상 황제에게 피어를 내보이지도, 황제에게 관심을 두고 있지도 않은 상태다.
“그대.”
“응?”
“레가나가 뭐냐?”
“음, 악기야.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
“그러냐?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가겠다. 그대가 힘으로 뺏으면 안 된다고 하니까, 그럼 실력으로 우승해서 히비렌 꽃을 그대에게 선물로 주겠다!”
“너가?”
끄덕끄덕.
루린이 평소처럼 강한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가나 쳐본 적 있어?”
“아니 없다.”
루린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당연하다. 방금 전에 분명히 레가냐가 뭐냐고 물은 녀석이 레가나를 쳐봤을 리는 없다.
“하지만 이 몸은 이 몸이다. 그러니 이 몸이 마음먹고 안 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그대.”
“그런가?”
“그렇다.”
묘하게 납득이 가는 말이다.
루린은 몇 번 본 것만으로 이발 기술을 터득하고, 몇 번 보는 것만으로 완벽하게 인형 뽑기를 하고, 인간들이 하는 놀이 따위는 마음만 먹는다면 완벽하게 해내는 녀석이다.
그것은 그녀가 위대한 종족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반적으로 인간세상을 그저 유희라고 칭하며 노는 것으로 여기는 드래곤이기에 가능한 일.
시켜본 것은 아니지만, 드래곤에게 인간들의 기술을 따라 하는 것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기는 했다.
단번에 공기놀이에 나를 이기고, 뭐 그런 것들은 사소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드래곤은 드래곤.
루린은 상식이 없어서 맹 해보이지만, 뇌 자체는 인간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고도화된 드래곤이다.
“으음, 뭐 그렇다면 한 번 기대해 볼까?”
“당연하다. 인간 따위에게 지지 않는다. 인간에게 지는 것은 그대에 한한다. 히히.”
황제는 나와 루린의 대화를 당황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 그렇게 됐으니 참가신청을 부탁드립니다. 강탈은 할 수 없지만, 그 대회에 참가해서 정당하게 얻어가는 건 양심에 거리낄 것이 전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대회는 여러 가지로… 복잡한 것이 얽혀 있는 것을 아는가?”
“복잡이라. 그런 건 개나 주라고 하세요.”
나는 황제의 말에 짧게 대답했다.
아무리 내가 사람이 좋다고 해서, 호구가 잡힐 생각은 전혀 없다. 강탈하지 않는다. 얻을 수 있으면 공정하게 얻는다. 그것까지 방해하는 것은 용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우리 루린이 나가겠다고 했으니, 실력으로 평가하면 되는 일입니다. 실력으로. 그래서 우승하지 못하면 다른 히비렌 꽃을 찾으면 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
“이런 구조로 돌아간다네.”
“으음, 그러니까 결선에서 뽑힌 우승자가 속한 세력의 대귀족이 1년간 제국의 군사력을 휘두른단 말입니까?”
“뭐 비슷하긴 하네. 그만큼의 이권이 들어오니까. 황권을 견제한다는 구실로 꽤나 오래전부터 시행되던 제도라서 말이네.”
“연주회가 처음에 생긴 목적이 바로 그것입니까?”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생긴 대회라면, 그냥 포기한다.
원래 그런 대회라면 그냥 지들끼리 잘 놀라고 하면 된다. 진흙탕에 발을 내디딜 생각은 없다.
하지만 황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네. 그때는 철저하게 레가나의 선율을 겨루며 평화를 논하는 대회였지. 멋이 있는 시대였어.”
평화를 논하는 대회라.
연주회의 설립취지가 그렇다면, 명분은 얼마든지 있다.
원래 설립취지대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대귀족들만이 이권을 가지는 대회가 아닌 귀족 전체의 대회로 발전시키세요. 세력이 아닌, 각 귀족 단위로 출전을 하고 우승한 가문에 그만한 이득을 주는 겁니다. 1년 세금면제권이라든지, 뭐 그런 것들 있지 않습니까? 세금면제와 상품이라면 열을 올릴만한 이유는 충분히 된다고 봅니다.”
귀족들이 대귀족에게 바치는 세금은 어머어마하다. 자신들이 가지는 양은 반의반의 반도 안 된다. 그렇기에 그것이 면제되면 쌓을 수 있는 부가 어마어마해진다.
“그건… 공작들의 권력까지 약화시킬 수 있는 좋은 생각 같기는 하지만….”
황제는 턱을 괴면서 고민에 빠졌다.
루린을 믿는다면.
얼마나 루린이 레가나를 터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참가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히비렌 꽃을 얻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규칙을 무시하는 루린이 인간의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 세상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니까.
그것은 내가 최근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시장에 장을 봐오라고 했더니, 셀리를 데려오는 바람에 심란해졌지만.
그러니 이것은 의외의 소득이다. 루린이 스스로 참가하겠다고 해준 것이 말이다.
물론 루린이 참가하는 이상, 이미 만들어진 판에 의해서 끌려 다니는 것은 별로다.
힘으로 히비렌 꽃을 빼앗지 않기로 했지만, 대회 자체가 공평할 필요는 있다.
그렇다면 그 판은 내가 만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