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5)
# 165
Chapter.37 [외전> 어느 마법사의 호텔
길티먼드 백작은 수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혼자 떨어져버렸다. 구한 노예와 은밀하게 즐기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사 2명만 대동하고 샛길로 빠져나왔다.
참을 성 없는 행동이 불러온 일.
산적들에 의해서 기사는 죽고 노예는 뺏기고 길티먼드 백작은 쫓기는 몸이 되어버렸다.
기사라 하면 산적에게 당하는 건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상한 산적이었다.
너무나도 강했다.
“버러지 같은 새끼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간신히 도망친 주제에 길티먼드 백작은 마구 숨을 들이키면서 씩씩거렸다.
‘비싸게 주고 산 노예인데… 노예상인 놈들도 요즘 너무 악덕이란 말이야. 비싸다고… 빌어먹을!’
빌어먹을 이란 말이 입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까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에도 기껏 비싼 돈을 주고 사온 노예가 건드리기도 전에 죽어버렸다.
뭐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져있어?
얼마나 약해져있으면 조금 때렸다고 바로 죽어?
절대로 말이 안 된다.
그런 불량품을 판 놈들이다. 수소문해서 처리하려고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먹튀라고 할까.
덕분에 새로운 노예상인과 거래를 트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그렇게 간신히 구했는데 이번에는 산적이라니.
‘이 길티먼드 백작님에게 산적이라니!’
즐기기 위해서 호위를 풀어낸 그 순간 닥친 산적들이라니. 너무나도 타이밍이 절묘하다.
최근에 여러 가지로 일이 잘 되지 않고 있었다. 하도 몸부림쳐서 몇 대 때렸더니 죽어버린 그 여자애, 멜리라는 이름이었나?
그걸 내다버린 후부터 뭔가 계속 안 좋다는 것이 백작의 생각이다.
셀리가 자신의 이름을 속였기에 백작은 셀리를 여전히 멜리로 알고 있었고.
‘재수가 없으려니까.’
제국법으로는 사사로운 노예거래를 금지하고 있었으나 뒤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나는 법.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길티먼드 백작은 자신이 완전히 길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갈수록 안개가 자욱하다.
-아우우우~~~~!
근처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칼을 차고는 있었으나 이렇게나 안개가 자욱한 곳에서 맹수의 공격을 받는다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에 눈살을 찌푸리며 어떻게든 길을 찾아내려 움직였다.
“크르르르르르.”
하지만 귓가에 들리는 건, 맹수의 울음소리. 커다란 몸집의 맹수를 발견한 길티먼드 백작은 무작정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의 눈앞에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이런 산속에 건물?
길티먼드 백작은 의아했으나 맹수가 쫓아오고 있으니 여유가 없었다.
문을 쾅쾅쾅 필사적으로 두들겼다.
-끼이이이익!
그러자 철문이 끼이익 하고 양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문을 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거의 자동으로.
상당히 기이한 장면이었으나 길티먼드 백작은 쫓아오는 맹수들에게서 피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므로 다짜고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문이 자동으로 닫히기 시작한다.
워낙에 급한 상황이라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문에 집중하지 못한 길티먼드 백작은 그저 살아났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건물 안을 둘러보았다.
건물 안은 안개에 둘러싸인 산속에서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호화로운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진 복도에는 레드카펫이 깔려있었다. 천장은 매우 높고, 샹들리에가 반짝인다.
레드카펫이 끝나는 지점에는 로비 같은 곳이 보였다. 길티먼드 백작은 일단 그 로비로 걸어갔다.
로비 끝에는 프런트 같은 곳이 있었다.
‘여긴 여관인가? 여관치고는 매우 호화로운데?’
호화로운 여관이라. 그것은 또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 길티먼드 백작은 프런트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여긴 뭐하는 곳인가?”
거만하게 앉아있던 빨간머리의 여자, 즉 세레이나가 백작의 말에 귓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귓구멍을 판 손을 입으로 가져가 후, 불더니 귀찮다는 듯 백작에게 대답했다.
“뭐하는 곳이라니? 보다시피 호텔이지.”
“호텔?”
“뭐 여관이라고도 하더라고. 호화로운 여관은 호텔이래. 뭐, 엘이 그렇다면 그런 거니까.”
“자네, 태도가 그게 뭐지? 나는 요 뒤쪽에 있는 길티먼드의 영주인 길티먼드 백작이시다!”
“어머, 그래서?”
세레니아는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귀를 파기 시작했다. 귀족인 자신이 안중에도 없는 모습을 보자 길티먼드 백작은 울화통이 터졌는지 커다란 소리로 외쳤다.
“어허, 무엄하다!”
“무엄이고 뭐고, 묵고 싶으면 가진 보석, 금 다 줘. 아, 지금 가지고 있던 재산도 포함이다? 보석이란 보석은 몽따앙! 후후후.”
세레이나가 보석을 향한 집념을 불태우면서 눈을 빛냈다.
“네 녀석들, 아까 그 산적이란 한 패거린가? 용서할 수 없느니.”
“용서할 수 없으면 다시 나가시든가? 물론 밖에 맹수들은 여전할 걸? 무사히 여기서 날이 밝은 후 나가지 않으면 기다리는 건 짐승들의 먹이가 되는 거지 뭐.”
“시끄럽다!”
감히 귀족을 향해 반말을 지껄이며 건방진 소리를 내뱉어? 백작은 화가 끓어오는 것을 느끼면서 칼을 뽑았다.
그리고 세레이나의 목을 향해 겨눴다.
“무엄한 것. 살고 싶으면 당장 무릎을 꿇어라!”
하지만 세레이나는 그저 풉, 하고 웃을 뿐이었다. 백작은 그것을 비웃음이라고 파악하고 칼을 휘두르려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멀쩡하던 칼이 뚝 부러지더니 떨어져 버렸다.
“이, 이게 왜 이러….”
“손님, 나가는 문은 저쪽입니다. 보석을 바치고 싶으면 다시 오라고.”
세레이나는 귀찮다는 듯 말한 후 손뼉을 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몬스터가 나타났다.
“뭐, 뭐야… 몬스터어어어어?”
“손가락질하지 마라아아! 벌레 따위가!”
퍼어어억-!
“으아아아악!”
몬스터가 날아차기를 날렸다. 길티먼드 백작은 놀라서 뒷걸음질 치다가 날아차기에 맞고는 땅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때, 때리지 마라… 이것들!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영지로 돌아가서 군대를 끌고 돌아와 박살을 내겠다고 마음먹고는 일단 후퇴해 문까지 돌아왔다.
그러자 다시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크르르르르르.”
하지만 백작은 곧바로 다시 문 뒤로 도망쳤다. 밖에는 수많은 맹수가 모여서 눈을 빛내고 있었으니.
“으아아악!”
깜짝 놀라 넘어진 길티먼드 백작은 젖 먹던 힘까지 내서 다시 건물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놀랍게도 맹수들은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으며 문이 다시 닫히고 곧 짐승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하악-! 하악-!
간신히 살아났다. 길티먼드 백작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주위를 돌아봤다.
어쩔 수 없다. 일단은 거짓 약속을 한 후, 이 맘에 안 드는 여관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영지에만 돌아갈 수 있다면 약속이든 뭐든 모조리 일망타진하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래, 좋다. 거기 너!”
길티먼드 백작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프런트 옆에 서 있는 괴물체를 다시 바라봤다.
자세히 보니까 아까 몬스터라고 생각했던 물체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인형탈 같은 거였다. 그 안에는 사람이 들어있었다.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사람이 입고 있는 것은 무려 드래곤의 모습을 본 딴 인형탈이었다.
드래곤의 입 부분이 얼굴이고 손과 다리, 날개가 인형탈에 그려져 있었다. 드래곤의 입 부분에 여자의 얼굴이 나와 있다.
엄청난 미소녀.
하지만 그런데도 길티먼드 백작의 90%를 차지하는 색욕이 발동하지 않았다.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말했다아아!”
드래곤 인형탈이 다시 하늘을 날아올랐다.
-퍼어어억!
-콰아아앙!
두 번째 작렬한 강력한 날아차기에 길티먼드 백작은 저 멀리 날아서 로비 안을 뒹굴뒹굴 구르다가 벽에 고꾸라졌다.
길티먼드 백작은 다시 나자빠져야했다.
“난 드래곤이다! 크크크크!”
“야, 넌 그 뭐라더라? 펭귄이라고 했나? 그 옷을 입으라고 했던 거 같은데 왜 그거 입고 설치고 있어?”
세레이나가 드래곤 인형탈을 주워 입고 날아다니는 루린을 다그쳤다. 동시에 루린이 눈썹을 치켜뜨며 대답한다.
“펭귄? 그 파당파당?”
“파닥파닥 이겠지. 바보냐?”
루린이 드래곤 인형탈의 손 부분, 날개와 합쳐져 있는 그 인형의 손을 파닥파닥거리며 펭귄 흉내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본인이 입고 있는 인형탈의 치렁치렁한 꼬리 부분을 밟고는 앞으로 나자빠져 버렸다.
“꾸아아아악! 우우으아아아아! 아프다아아아아아!”
눈물을 글썽거리며 일어나서는 그 화를 풀기 위해 때마침 간신히 고꾸라진 몸을 일으킨 백작에게 다시 발차기를 먹여버렸다.
퍼어어억-!
“으아아악!”
백작은 다시 나자빠졌고 고통에 몸을 뒹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는 억울한 듯 소리쳤다.
“이번에는 손가락질 안 했거늘 왜 때린 거지! 본 백작은 억울하도다!”
“드래곤이니까 괜찮다! 크앙!”
드래곤 모양의 인형탈을 입고 드래곤 드래곤! 거리는 미친 여자.
루린에 대한 백작의 평가는 그러했다.
진짜 드래곤이 폴리모프 한 상태로 인형탈을 입고 저렇게 설치리라고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단연코 없으니까.
“그래서, 묵고 갈 생각? 그럼 보물을 내놓아용, 백작각하? 호호홍.”
“크으윽, 영지로 돌아가면 수많은 보물이 있다. 그것이면 되는가!”
“흐음, 많이 있니?”
세레이나가 관심을 보이면서 백작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백작이 멱살을 잡힌 채로 고개를 끄덕이자 로비의 소파로 내던지고는 그 앞의 테이블에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럼 여기다 양도각서를 쓰실까? 네놈의 보물은 모두 이 세레이나 님의 것입니다. 영지의 보물을 모두 양도하겠습니다. 이렇게 적고, 서명하고, 날인하고, 뭐 기타 등등.”
“그럼… 안전을 보장해 주는 건가?”
“뭐 그렇지. 내일이면 저 몬스터는 사라지고 집으로 갈 수 있을 걸? 쟤들 낮에는 활동안하는 맹수들이거든.”
“그, 그런가! 그렇다면…!”
길티먼드 백작은 일단 영지로 돌아만 가면 그 이후 다 잡아 죽이겠다는 비릿한 속내를 숨기고는 종이에 대충 각서를 휘갈기기 시작했다.
이딴 각서 따위,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다. 영지로 돌아가면 모든 건 끝난다.
하지만 일단은 살기 위해서 억지 미소로 각서를 쓴 후 세레이나에게 넘겼다.
“어디, 흐음.”
세레이나는 각서를 챙겨 넣은 후 백작의 몸을 이리저리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령했다.
“그 손에 낀 반지도 빼시지? 이제부터 내 꺼니까. 후후.”
“이, 이 산적 놈들이!”
“누구보고 산적이래?”
세레이나가 눈썹을 찡그리며 백작의 머리채를 잡았다. 세레이나는 경험이 적은 루린과 다르게 미세한 피어조차도 조절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눈이 마주치든 옆에 있든, 세레이나가 마음먹으면 피어로 인한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세레이나는 이번에는 일부러 피어를 흘렸다. 길티먼드 백작은 덕분에 알 수 없는 공포감과 함께 몸을 떨어야 했다.
“야, 루린. 이 녀석 몇 대 더 차 줘.”
“크앙! 먹을까!”
“드래곤 코스프레 그만하고, 차라고! 진짜 먹든지.”
“싫다. 이딴 거 안 먹는다. 더럽다. 그리고 넌 산적이 맞다. 나쁜 놈이지! 히히히, 크아아앙!”
루린이 입을 크게 벌리며 세레이나를 향해 잡아먹는다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콰아앙-!
그러면서 히히히, 웃는 거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빙그르르 몸을 돌리다가 다시 또 인형탈의 꼬리부분을 밟고는 넘어져 버린다.
“크아아앙! 이 꼬리 잘라 버릴 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