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66)
# 166
Chapter.37 [외전> 어느 마법사의 호텔
루린이 씩씩거리며 다다다 로비를 빠져나가버렸다. 그 모습을 백작은 멍하게 쳐다보고 있다가 다시 세레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세레이나는 그런 백작을 험악한 표정으로 다시 갈구기 시작했다. 이미 재미가 들린 얼굴로.
“안 내놓을 거면… 던져버리기 전에 호텔에서 나가면 됩니다. 우리 위대하신 백작 각하?”
무슨 이런 산적 놈들의 소굴이 다 있단 말인가.
참자 참자!
살아남아서 이 녀석들을 토벌한 후 모조리 노예로 삼겠다고 결심하면서 백작은 반지를 빼 세레이나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비싼 다이아가 박힌 반지라서 몹시 아까웠다.
“잠깐만!”
“또 무엇인가!”
백작이 혀를 차면서 화들짝 놀랐다.
“거기 혁대도 풀어. 보석이 박혀있네.”
“이, 이건 아니 된다. 바지가 벗겨지노라!”
“그게 뭐? 저기 밧줄 있으니까 그거로 묶고 다니든지? 아니면 꺼지든지.”
“이, 이 무엄한…….”
“무엄은 죽어서 찾고.”
-퍼어억.
결국 세레이나가 백작의 얼굴에 펀치를 날렸다. 백작은 면상을 강타당해서 코피를 흘리며 다시 레드카펫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벌써 3번째였다.
“줄 때까지 때리지 뭐.”
“아, 아니… 주, 준다. 줘!”
더 맞기가 싫었던 백작은 손으로 코를 막고는 재빠르게 혁대를 풀어 세레이나에게 넘긴 후 던져준 밧줄로 허리춤을 묶어야 했다.
“좋아, 감사합니다. 손님. 그럼 방 열쇠를 드리겠습니다.”
세레이나는 보석을 모두 뺏은 후에야 접대미소를 보이더니 프런트로 돌아가 열쇠를 백작의 몸 위에 던져주었다.
“205호니까 잘 찾아가렴. 자알 찾아가야 된다? 호호, 그럼 즐거운 시간되시길.”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는 세레이나는 보석을 얻었으니 다른 건 다 상관없다는 얼굴로 기지개를 켜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미친것들. 미친것들!
백작은 그런 세레이나의 뒷모습을 향해 속으로 욕지거리를 수 없이 내뱉은 후에 2층을 바라봤다.
오늘 하루만 버티고 보자는 마음으로 계단을 발견했다. 빨리 가서 자버리자는 생각으로 계단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계단조차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계단 대체 뭐야!’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2층에는 벌써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계단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놈의 계단 왜 끝이 없어? 분명히 2층이라고 했거늘?’
백작은 뭔가 잘못된 거 같다고 생각하고 돌아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 내려가는 길도 끝이 없이 이어졌다. 마치 무한한 미로에 빠진 것처럼.
분명히 올라온 것만큼 내려왔으니 로비가 나와야 마땅했다.
하지만 내려가는 계단은 하염없이 이어졌으니, 백작은 참다못해 주저앉아서 다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지금 꿈을 꾸는 건가?’
몇 번씩이나 볼을 꼬집었지만, 감각은 현실 그 자체.
그때 계단 위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앙, 거리는 목소리.
아까 그 미친 여자다.
‘저 위에 있는 건가?’
그리고 그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갑자기 계단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계단 아래는 어느새 암흑이다.
“뭐, 뭐야 이건 또!”
백작은 온 힘을 다해서 위로 뛰기 시작했다. 저 암흑에 빠지는 건 좋지 않다고 온몸의 세포가 말하고 있었으니까.
백작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위로, 또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지쳐간다. 몸은 무겁고 점점 속도가 떨어졌다.
그 덕분에 백작의 발아래 계단도 사라지고, 결국 어둠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한 그 때.
세상이 반전하고 눈앞에 드래곤 인형탈을 쓴 여자가 나타났다.
“뭐하냐? 바보냐?”
“엉?”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은 어느새 2층에 올라와 있었다.
‘뭐지 이건? 환각?’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계단을 내려다봤다. 계단 아래로는 암흑이 아니다.
분명히 아까 서있던 로비가 보였다. 자신이 뒹굴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로비가. 그렇다면 이 미친 여자도 자신과 똑같은 것을 경험했을까? 그게 궁금해진 백작이 루린에게 물었다.
“너, 너도 계단으로 올라왔나?”
“너라고 부르지 마라!”
퍼어억-!
물론 돌아온 것은 응징이다. 루린이 다시 백작을 걷어찼다.
“크아아악!”
지친 몸 그 자체로 2층 복도를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그만 때려라! 이것들아! 그만 때려!”
백작의 팔로 몸을 보호하면서 외쳤다. 평소에는 백작이 때리고 죽이는 위치였으나 지금은 정반대가 된 상황이다.
“그러니까 이 몸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루린은 백작의 몸을 질질 끌었다.
“하지만 난 착하니까 질문에 대답해준다.”
“어어?”
“히히, 이 몸은 말이다, 저걸 타고 올라왔느니라!”
루린이 질질 끌어 백작을 던진 곳 앞에는 문이 있었다. 루린은 바로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때마침 띵 하고 문이 열린다.
그 문에서는 미소년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테, 저쪽으로 가자! 멍!”
“형님, 그, 그게 좋을 거 같아요. 멍!”
어째선지 두 형제도 인형탈을 입고 있었다. 원래부터 귀여운 두 형제는 강아지 모양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마치 오리처럼 뒤뚱뒤뚱 걸어서 2층에 내렸다가 루린을 발견하고는 쫄아서 후다닥 앞으로 걸어갔다.
“이, 이런 게 있었구만. 왜 난 안 알려준 거지!”
백작이 화를 내면서 그 문으로 들어갔다. 보아하니 1층에서 2층으로 끌어다 주는 물건이겠지. 위에서 노예들이 도르래를 이용해 끌어올리는 구조인가?
백작은 영주성에서 노예들에게 수많은 일을 시키고 있었기에 자연히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으로 발을 디뎠다.
하지만 있어야 할 바닥이 없었다. 분명히 저 강아지 옷의 남자 둘이 여기서 나왔는데 말이다.
“으아아아악!”
백작은 필사적으로 2층 복도 모서리를 잡고 간신히 아래로 떨어지는 걸 피했다.
“그거 엘리타? 엘리베타? 엘리베이타? 뭐 이상한 이름의 놈인데 별로 마음에….”
“야! 루린, 이리 와봐. 너 여기 있던….”
백작이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는 와중에 안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불렀냐? 지금 간다아! 히히힛.”
그러자 루린은 백작이 너라고 부를 때와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얼굴, 마치 녹아내리는 눈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는 투다다다 달려가 버렸다.
“너 여기 있던 린테와 마테의 손님용 간식 어쨌어?”
“야! 호텔 안에서 텔레포트 써서 도망 가지마!”
“이 새끼들이… 지금 사람이 매달려 있는데… 으아아악! 사람 살려라!”
“난 모른다. 정말 모른다! 빨간 거가 그랬다. 그리고 나 지금 그대가 시킨 일 한다! 그러니까 모른다!”
백작의 앞으로 텔레포트를 사용해 도망친 루린이 큰 목소리로 그렇게 변명하면서 다시 백작을 보았다. 그 입가에는 확실히 케이크의 크림이 조금 묻어있었으나 백작은 그런 걸 눈치챌 정신도 상황도 아니었다.
“그거 재밌냐? 별로 재미없어 보인다.”
“재미없다! 당장 살려라! 뭘 구경만 하고 있느냐! 난 손님이다!”
“짜증난다. 명령조. 하지만 봐줬다.”
루린이 눈을 깜빡하자, 백작의 몸이 다시 2층 복도로 붕 떠서 처박혀버렸다.
“크히힛, 그럼 살려줬으니 알아서 방으로 가라. 얌전히. 난 케이크를 먹어버려서 도망가야 한다. 바쁘다!”
루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인형옷을 휘날리면서 1층 쪽으로 폴짝거리며 사라져버렸다.
인형탈이 흐늘거린다. 인형옷 때문에 뒤뚱뒤뚱 뛰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매우 귀여웠으나 몸과 마음이 모두 황폐해진 백작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
백작은 기다시피 해 205실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곤 간신히 일어나 205호 문을 열었다.
“다행히 제대로 된 객실이군.”
백작은 드디어 살 것 같다는 얼굴로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킹사이즈 침대. 그리고 고급스러운 융단 카펫. 호화로운 방이었기에 조금 만족하면서 침대에 누웠다.
‘그래. 이런 이상한 여관. 자버리면 끝이다 자버리면.’
그렇게 생각하고 침대에 누웠다. 매우 푹신한 침대였다. 하지만 그런 백작의 휴식을 누군가 또 방해했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들긴 것이다.
“시끄럽다! 접객이 엉망진창이군! 엉망진창이야!”
-똑똑.
소리를 지르고 눈을 감으려는데 다시 또 똑똑 소리가 들렸다.
문이 쾅쾅! 울리는 건 아니다. 매우 조심스러운 똑똑 이었다. 그런데도 그 똑똑은 계속 이어졌다.
그게 너무나 거슬려서 잠들 수가 없다고 생각한 백작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문을 열었다.
“본 백작은 그만 쉰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
“그,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식사시간입니다. 각하.”
금발의 엘프가 고개를 숙였다. 백작의 눈이 번드르르해지기 시작했다. 드래곤 인형탈의 미친 여자나, 데스크의 빨간 머리 여자도 분명히 미녀였으나 이상하게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는데, 이 여자는 다르다.
평범하게 가슴이 뛰면서 평소의 백작을 구성하는 구성요소인 색욕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백작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엘레나를 스캔하더니 말을 바꿨다.
“그런가? 식사라. 그래, 그건 먹어줘야지.”
“식당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게다가 예의 바르다. 귀족인 자신에 대한 대우를 제대로 하고 있었다.
그 미색에 홀려서 몸이 녹초인데다가, 이 여관 자체가 이상한 것투성이라는 사실도 잠시 망각하고는 쫄래쫄래 금발의 엘프, 그러니까 엘레나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왜 이 여자도 인형탈을 쓰고 있는 거지? 이상한 동물의 인형탈이었다. 아까 그 미친 여자보다 더 뒤뚱뒤뚱 걷는다. 덕분에 전혀 몸매를 볼 수가 없어서 백작은 매우 불만스러운 마음이었다.
“여기에요. 들어가세요.”
펭귄 엘레나가 식당 안을 가리켰다. 백작이 어흠, 하면서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몸동작에는 자신의 영주성에 있는 것 같은 거만함이 묻어나왔다.
“데려왔냐?”
“네, 네네!”
그러자 또다시 백작의 앞에 루린이 나타났다. 펭귄 엘레나가 고개를 숙이자 루린이 드래곤 인형탈의 머리 부분을 까닥였다. 그러니까 드래곤의 입부분에 루린의 얼굴이 나와 있고 그 위가 인형탈의 머리 부분이다.
엘레나는 그 모습이 감히 귀엽다는 생각을 했으나 당연히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했다.
“자, 이 몸은 배고프다. 그러니까 요리해라.”
“뭐? 식사를 준다고 해서 왔는데 내가 왜 요리를….”
-퍼어어억!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루린의 발차기가 다시 날아왔다. 인정사정없는 루린의 발차기에 백작은 급하게 소리 질렀다.
“잠깐, 잠깐!”
그제야 자신이 펭귄 옷을 입은 여자에게 홀려서 미친 짓을 했다는 걸 깨닫고는 간신히 일어나 말했다.
“도, 돌아가겠다. 방으로….”
“못 간다. 잠겼다. 요리대회가 끝나면 풀어준다.”
“무슨 요리를 하느냐! 이 몸은 요리 같은 거 해본 적이 없도다!”
“걱정마라, 나랑 거기 펭귄 엘프도 요리는 별로 해본 적이 없으니까, 매우 공평하다! 히히히.”
“그게 무슨?”
“아니면 또 맞던가.”
“한다! 한다고!”
백작은 맞기가 싫었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마구 끄덕여야 했다.
“좋다. 그럼 기다려라. 그럼 일단 저 요리는 10점이다!”
루린이 난데없이 10점이 적힌 점수판을 들고서 그렇게 소리쳤다.
“저게 무슨 요리야? 재료만 있는데!”
백작이 필사적으로 외쳤다. 아무리 봐도 루린이 가리킨 것은 재료였으니까.
“이따가 엘이 요리를 만들어 준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 재료는 이미 10점인 것이다. 엘이 만들면 맛없어도 맛있다. 그러니 10점인 것이드아! 그렇지 않냐? 엘프?”
루린이 엘레나에게 동의를 구하자 엘레나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엘님이 만들기로 했다는 것만으로 저 재료는 이미 10점이에요!”
‘이 미친것들이? 저 여자도 미쳤구만? 다 미쳤네 다 미쳤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