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87)
# 187
Chapter.40 요리 대결
***
이쯤이었나?
근처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는데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영 방향감각이 없다. 루린이 이미지 하는 장소와 내가 생각하는 장소가 달라서 발생하는 일이니 어쩔 수는 없다지만.
“나는 루린~! 루린~! 이다~!”
그 와중에 루린은 콧노래에 이어 아예 노래를 부르며 내 주위를 맴돈다.
“뭐 하냐 대체.”
“이 몸의 등장 노래다. 새로운 곳에 왔으니 이 몸을 알리는 거지.”
그만하라는 뜻을 담아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더 황당했다.
“예전에 와봤거든요? 그러니 텔레포트도 된 거지 새로운 곳은 무슨?”
“나는 루린~ 이 반지도 루린~!”
그러더니 아예 씹어주시고는 햇빛을 향해 손을 뻗은 자세로 다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대체 언제쯤 저 반지 사랑이 끝날지 알 수가 없다.
하도 빙글빙글 내 주위를 중심으로 돌아다녀서 나까지 어지러울 지경.
그냥 무시하고 다시 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 여기서 헤매고 있는 건 니립의 말 때문이다. 몰랐으면 모를까 날 도와줬던 소년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니 들러볼 수밖에 없지.
“루린.”
“뭐냐.”
“우리 날까?”
“날아?”
나는 마법은 없다. 인체가 공중에 뜨는 것은 그렇게 만들어진 생물뿐이다. 그러니 날려면 드래곤이 되어야 하지.
“오랜만에 변신 좀 해봐!”
“무, 무무무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루린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뛰어오를 정도로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렇게 싫어? 반응 한번 대단하네.”
“그대. 나 화낸다?”
이미 화내고 있는데?
물론 실제로 여기서 드래곤이 됐다간 난리가 난다. 그러니 당연히 농담이다. 어깨를 으쓱이며 루린의 등을 토닥였다.
“알겠습니다. 농담이야. 농담.”
그러나 이미 루린은 홱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대는 가끔 너무한다! 개선을 요구한다!”
소리치면서 볼까지 부우우 부풀렸다. 자신이 왜 드래곤이 되기 싫은지에 대한 마음을 왜 몰라주냐는 표정이다.
“알고 있으니 진정해. 볼 터지겠네. 게다가 이런 데서 드래곤이 되면 마을이 공포에 떨 테니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모른다!”
왕 삐졌다.
하지만 이 정도는 놔두면 자연히 풀린다. 진짜로 삐지면 볼을 부풀리는 게 아니라 무표정을 만들어내니까.
그러니 루린을 두고 다시 방향에 집중했다. 모르겠으면 산에서 내려가 찾아가는 게 차라리 낫다. 그것이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의 가장 좋은 대책이지.
나는 그렇게 정하고 루린의 손을 잡고 질질 끌며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에 이 근처에서 전투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분명히 낯이 익다.
그럼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루린, 제대로 온 것 같은데… 어? 뭐하냐?”
루린은 또 해괴한 짓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묻자,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상한 게 반지하고 손에 뚝 떨어졌다!”
뭐가 묻었는지 손에서 반지를 빼더니 옷자락으로 벅벅 반지를 닦기 시작했다.
“이제 됐나?”
한참을 그러더니 울상을 한 채 반지를 집어 들고 햇빛에 비춰본다.
음?
이런 맑은 날에 하늘에서 뭔가 떨어졌다면 그건 새똥이…. 아닐까 싶지만, 굳이 언급하진 않았다.
루린의 불행이 거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세상일 엎친 데 덮친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새가 날아와 덥석 반지를 물고 날아올랐다.
“끄아아아악!”
당연히 루린은 분노했다.
“이 몸이 아무리, 최근에 피어를 밖으로 전혀 안 내보내고 있다고 해도 감히, 감히 미물따위가아아아아!”
퍼어어어어엉-!
루린이 입에서 브레스를 뿜었다. 하지만 새는 이미 날아갔다.
“거기 서라!”
“거기 서!”
“으으, 에잇, 피어다!”
피어 덕분에 주변의 다른 새들까지 공포에 떨면서 도망가기 시작, 곧 산은 완전히 아수라장이 돼버린다.
“호, 호에?”
루린은 얼이 빠져서 눈을 깜빡거리다가 피어보다는 차라리 마법으로 잡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다다다다다 빠르게 뛰어서 새를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잘못 맞춰서 입에서 반지를 떨어뜨리면 더 찾기 힘들어진다는 건 계산했는지, 마법 사용이 매우 소극적이다.
당황스런 상황이구만.
나는 그런 루린의 뒤를 쫓았다. 드디어 알 것 같은 장소가 나왔는데 오히려 반대쪽으로 가야 하다니.
내가 못 산다.
“루린!”
이 녀석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한참을 쫓아가자 저 앞에서 간신히 루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루린은 무릎을 꿇은 채 새를 붙잡고 있었다. 그리곤 그 새의 목을 조르는 중이었다. 내가 온 걸 봤는지, 벌떡 일어나 새를 들고 다다다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대에에에에!”
그 새는 이쪽 지역에서 엄청나게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꿩이랑 비슷한 녀석이다.
루린이 든 새는 화살에 꿰뚫려 있었다. 보아하니 브레스로 잡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화살에 뚫려있으니 루린이 잡은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이놈이! 이놈이 내 반지를 먹었다!”
루린이 울 것 같은 얼굴로 하소연했다. 물론 그럴 필요는 없다. 새가 먹었으면 오히려 다행이다.
“먹었으면 꺼내면 되지 뭐. 진정해. 차라리 숲에 떨어진 게 아니니 오히려 찾긴 쉬워.”
“그, 그건 그렇지만!”
루린은 새를 매우 소중하게 안았다. 루린이 뭔가를 소중하게 안는 것, 이건 매우 희귀한 장면이다. 보석 같은 거 말고 생물 중에서 루린의 품 안에 안겨본 건 나 정도인가?
내가 지금 죽은 새한테 질투하는 거야?
“저어, 그거… 제가 사냥한 건데….”
그 와중에 화살을 든 남자가 터벅터벅 걸어와 우리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 남자를 올려봤다. 매우 낯이 익다.
“어?”
“호, 혹시 장군님?”
그쪽도 마찬가지인지 놀란 얼굴로 나를 부른다.
그래서 나도 그를 가리켰다.
“그때 그?”
“역시 맞으시죠? 네, 그때 길 안내를… 했던 듀란입니다!”
“맞네, 맞아, 이 녀석! 오랜만이다?”
이쪽으로 달려온 게 더 행운이 된 상황. 찾고 있던 인물을 찾았으니 헤매는 것은 끝을 고했다.
“정말로요!”
“키가 꽤 컸는데?”
“네. 한참 성장기라서.”
이제 뭐 곧 성인이 될 나이다. 크는 게 당연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줬다.
“아, 걱정마라. 저 새는 곧바로 돌려줄 테니. 그보다 일단 집까지 안내해 좀 해줄래?”
“아, 물론입니다!”
듀란 또한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식당은 조촐하다.
듀란의 어머니인 비세라는 전쟁통에 남편을 잃고 홀로 듀란을 키웠다고 했었다.
그 시절 전장에서 잃은 목숨의 숫자를 생각하면 특이한 일도 아니다. 특히나 전쟁의 한 가운데 있었던 이쪽 지역은 더더욱.
그리고 나는 꿩처럼 생긴 녀석, 여기 말로는 마아라고 부르는 이 새의 배를 가르는 중이다. 반지부터 안 빼주면 대성통곡을 하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니.
“오, 여기 있었네.”
해체하다 보니, 다이아는 금방 찾아냈다. 다행히 다른 새랑 헷갈리진 않은 모양이다. 눈은 좋다니까.
아니지. 드래곤이니 눈이 좋은 게 당연하지.
루린이 요즘 드래곤이 된 적이 없다 보니 확실히 가끔은 그냥 루린이 그냥 인간이라고 생각해 버릴 때가 있다. 녀석은 엄연히 드래곤인데 말이다.
뭐 우리 사이에 인간이냐, 드래곤이냐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지만.
어쨌든 반지를 찾아내자 루린은 다른 의미로 날뛰기 시작했다.
“오오오! 내놔라!”
순식간에 내 손에서 반지를 빛의 속도로 낚아채 주저앉아 물을 뿜어내면서 반지를 씻기 시작한다.
“씻고 나면 다시는 손에서 안 뺄 거다!”
굳건한 다짐을 하면서 말이지.
그래서 그냥 놔두고 주방에서 나와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던 모자에게 다시 안부를 전했다.
“그나저나, 잘 지내셨어요?”
그 당시 비세라는 어린 아들이 위험한 일을 하려고 할 때, 아버지를 앗아간 놈들이니 그렇게라도 복수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던 인물이다.
“네. 그때 쓰라고 준 금화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나마 요리가 가장 자신 있는지라 식당을 열었었지요. 그때 일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니요. 그건 당연한 대가였습니다만, 이리 앉으시죠. 듀란, 너도.”
“네!”
두 사람이 앉자마자, 나는 슬쩍 여기에 온 목적을 입에 담았다.
본론으로 들어가야지, 언제까지 인사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실은 드워프 녀석이 여길 다녀 갔나본데, 신경이 쓰여서 오랜만에 들러봤습니다.”
“그, 그러셨어요? 죄, 죄송합니다!”
비세라가 놀란 얼굴로 갑자기 고개를 꾸벅였다. 여기까지 오게 했다는 사실이 미안한 모양이어서 나는 말을 조금 바꿨다.
괜히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닙니다. 이쪽으로 올 일도 있어서 겸사겸사 들른 거니 죄송할 일은 아니에요. 자, 자리에 앉으세요.”
“그, 그러시군요. 하지만 장군님….”
이들은 나를 장군님이라고 불렀다. 이들을 만날 당시 군의 총지휘관이었으니 당연한 호칭이긴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매우 불편하다.
“아, 이젠 저도 은퇴했으니 엘이라고 불러주시겠습니까?”
“헉, 정말요? 은퇴하셨어요?”
“네. 평화가 찾아왔으니까요. 그런 후 실은 저도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숨겨서 뭐해. 솔직히 식당에 대해서 말하자, 모자는 놀란 얼굴로 벌떡 일어났다.
“네에에?”
“자, 장군님께서 식당을요?”
“저도 뭐 남한테 뭘 이래라저래라 할 정도로 대단한 식당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머리를 맞대면 좋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들러봤어요.”
“그, 그러셨군요. 가, 감사합니다!”
비세라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엘님! 그게 실은…. 최근에 장사가 전혀 안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한때는 그래도 꽤 장사가 잘 됐던 적도 있었는데… 갑자기….”
그러자 듀란이 비세라가 고개를 저음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네. 그것도 듣긴 들었습니다. 같이 타개책을 생각해보죠. 둘보다야 셋이 나은 거 아니겠습니까.”
반지에만 빠져있는 드래곤 한 마리는 제외니 셋이다.
“최근에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데?”
비세라보다는 듀란이 솔직하게 말할 것 같아서 소년을 향해서 묻자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전혀 안 됩니다. 장군님… 아니 엘님!”
“전혀?”
“네. 실은 저 앞쪽에 저희랑 같은 메뉴를 하는 식당이 열었는데 큰 상회에서 운영하는 데라, 손님을 다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까요….”
이런 현황은 듀란의 말만 들을 건 아니라서 나는 이번에는 비세라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가요?”
그러자 결국 비세라도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네. 실은, 맛은 비슷한데, 가격이 저희보다 훨씬 싸서… 저희는 더 가격을 낮추면 오히려 적자인 상황이라….”
확실히 니립이 말한 그대로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아 실례지만, 주요리가 어떤 건가요?”
보통의 식당이라면, 나처럼 그냥 내키는 요리를 파는 막무가내의 장사는 하지 않겠지.
“아, 그거야 마을의 전통음식인 마아의 알과 밀가루로 만든 면을 마아육수에 담아 만든 국수요.”
“그럼 혹시 그 경쟁식당이라는 곳도?”
“네… 똑같은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으음, 맛을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 물론이죠! 내 정신 좀 봐.”
비세라는 그렇게 말하며 후다닥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비세라와 교차하듯 루린이 주방에서 나와 내 옆에 앉는다.
다시 손에 반지를 꼈기 때문에 일단 만족한 얼굴이었다.
“그건 그렇고 저렇게 재료는 항상 직접 잡아 오나?”
“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서요.”
뒷산에 널린 게 마아다. 그러니 직접 잡는 게 제일 낫기는 하겠지. 쓸데없는 질문을 했네.
어쨌든 재료는 엄청 신선하다는 뜻이다.
물론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겠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