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0)
# 190
Chapter.40 요리 대결
***
그동안 우리가 어디서 지냈냐면.
당연히 집에 와서 잔다. 변한 건 없다. 비세라와 듀란도 식당을 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우리도 돌아갈 뿐.
밤이 되니 퇴근! 그것은 당연한 진리. 거기에 슈퍼 편한 운송장비가 있으니 객지에서 고생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언덕 위 나의 식당은 뭐, 자유업이니 노 상관. 내 맘대로 하기 위해서 연 식당이다.
고정메뉴가 없는 것부터 그런 내 마음을 표현하고 있지. 고정메뉴가 없는 경우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내 경우는 내가 원하는 음식을 만든다. 후후.
침대에 눕는다.
푹신하다.
역시 잠은 집에서 자야 한다. 그것은 진리다. 진지.
하아암.
하품이 나왔다.
그렇게 몸이 피곤할 건 없었던 것 같은데도 하품이 나온다. 홍보도 했고 이제는 손님이 와주기만 바라면 되고, 요리 자체도 비세라가 다 하기 시작했으니 나는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으로 내일부터는 비세라 식당에서 할 일은 없다.
다른 쪽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물론 그건 내가 먼저 접근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때 잠깐 본 경쟁식당의 그 아가씨라는 여자를 상기하면, 절대로 가만히 물러날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으니 알아서 먼저 반응을 보일 테지.
그러니 뭐 별거 없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푹신푹신.
얼굴이 베개에 박힌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어진다.
이대로 자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눈을 감으려는 찰나에, 낭랑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뭔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곧바로 몸을 돌려 반응했다.
“그대.”
“응?”
목소리의 정체야 당연히 루린이었다. 흥건하게 젖은 머리.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내 앞에 서 있다.
씻은 건 좋다. 씻은 건.
그래, 제대로 타월도 두르고 있고.
근데 왜 머리는 안 말린 건지 모르겠다.
“야야, 머리는 왜 그 모양이야?”
“여기 있다.”
“뭐가 여기 있어?”
“수건!”
나한테 내밀고 다다다 의자를 가져와 침대 앞에 두고 앉는다. 즉, 머리를 말려달라는 소리 없는 명령이다.
변함없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안심된다.
갑자기 업어준다느니, 내가 귀엽다느니 안 하던 말을 하지 않나,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루린이었다.
말려 달라니 말려 줘야지.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최근에 머릿결이 상당히 좋아졌다.
특히나 예전 루린의 어머니의 레어에서 지낼 때, 그러니까 산에서 지낼 때는 대충대충 씻었던지라 여러 번 탈색한 개털 같은 머릿결을 가지고 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비단결이다.
이런 게 바로 격세지감인가.
“샴푸 바꾼 거 마음에 들어?”
“그거 좋다. 예전 거보다 좋은 거 같다. 향기도 괜찮고, 그런데 좀 미끌거린다.”
“그런가? 난 딱 좋은 미끌거림이던데.”
뭐 이런 대화가 가능할 정도. 샴푸의 급을 따질 수 있게 되었다.
슥슥.
머리를 닦아줄 땐, 매우 얌전하다. 그저 가만히 몸을 맡긴다. 작은 어깨 위로 내려온 긴 머리가 찰랑거린다.
머리카락이 손에 닿는 감촉이 뭔가 간지럽다.
사근사근한 느낌이랄까.
“자, 다됐다.”
물기를 얼추 제거했으니 이제, 바람의 마법으로 머리를 슈우웅하고 말린다.
머리가 춤을 추는 때가 바로 이때다.
“히히히히.”
그럴 때면 루린은 기분 좋게 웃는다. 바람이 머리를 때리는 게 뭐가 간지럽다고,
“으히히히, 푸하하하! 간지럽다아! 푸하하하하!”
이런 소리를 내면서 좋아한다.
다 말린 후 수건을 던져버리고 다시 침대에 눕자 루린이 고개를 홱 돌려서 나를 내려다본다.
뭐 보통은 이 상태로 뛰어들어서 자는 게 하루의 마무리다.
“그대.”
하지만 루린이 또다시 돌발행동을 시작했다.
“으응?”
갑자기 내 위로 올라와 나를 지그시 내려다본다. 방금 말려준 머리카락이 아래로 늘어져 내 얼굴에 닿았다.
머리카락의 끝이 내 뺨을 사사삭 간지럽히는 그 거리에서 루린이 그저 나를 바라봤다.
움직이지 않는다.
“왜 그래?”
아무 말이 없어서 침묵을 깨보았으나 대답은 없었다. 그러더니 한참 후, 살짝 입술을 삐죽이면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내가 안마해준다.”
“뭐어어어?”
그리고 루린이 말한 대사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서 나는 그만 소리를 질러버렸다.
“왜 나한테는 소리 지르냐?”
루린이 대뜸 볼을 부풀렸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주로 보이는 표정이다. 그런데 나한테는 이라니? 말의 뜻을 모르겠네.
“아냐 아냐, 그냥 놀라서 그런 거지, 정말로 안마를 해준다고?”
“흐응, 정말이냐? 아무튼! 그 뭐지… 그래 맞다. 피곤한 거 같으니 안마해준다!”
“그, 그래? 그렇다면 뭐.”
어쨌든 엄청나게 드문 기회다. 나는 재빠르게 몸을 돌려 누웠다.
“그럼, 어깨랑 등을 좀 부탁합니다.”
“…짜증난다.”
“뭐가 짜증 나? 갑자기. 먼저 해준다고 해놓고는.”
“그런 게 있다!”
뭐야 진짜.
“그래도 할 거다. 여기냐? 이 어깨?”
“응. 맞아”
“좋다. 그럼…!”
루린의 손가락이 내 어깨에 올라왔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느껴진다.
그리고 곧, 힘을 주는 루린.
음, 시원한가?
아니, 아니, 잠깐!
“아아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지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강하게 주무르면 당연히 비명이 나오지.
가느다란 손가락이 느껴진다 싶더니, 무슨 파워가 이렇게 초강력해.
“얌마! 멈춰, 어깨 부러지겠네. 아아악.”
“싫다. 모른다 그런 거.”
“뭘 몰라… 살려줘. 잠깐, 거긴 또 왜!”
어깨가 빠질 것 같은 기분.
“잠깐만, 루린, 살살 좀 해 봐. 살살… 힘 좀 빼고, 릴렉스….”
“왜 나는 살살이냐.”
“뭐?”
“계속한다. 그대가 해달라고 했으니까.”
“잠깐, 으아아악! 얌마!”
다시 비명을 지르니까 간신히 루린이 손을 떼었다. 나는 더 이상의 폭거에 몸을 방어하고자 재빨리 일어나 몸을 돌렸다.
루린은 그런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나 잔다.”
홱 고개를 돌리고 이불 속으로 풍덩 들어가 버렸다.
대체 뭐야?
평생 안 하던 소리를 한다 싶더니, 어깨를 부러뜨리려고 하지를 않나, 이제는 잔다고?
변한 게 없어 보이면서도 부분적으로 뭔가가 이상하긴 이상했다.
이상한 루린이다.
뭔가가 살짝살짝 이상하다. 귀엽다는 발언, 업어준다는 발언, 안마해준다더니 고문을 하고는 홱 자버리는 모습 전부.
이상하다.
이유가 뭐지?
***
“요즘 이상해. 왜 이렇게 손님이 확 줄었어? 이 시간이면 1층은 만석이 되어야 하는 시간대 아닌가?”
“그런 것 같습니다. 사장님.”
“뭐가 그렇게 태평해? 언제든 아버지한테 돌아가면 된다는 거야?”
“그, 그럴 리가요.”
리센트의 추궁에 호라이가 땀을 흘렸다. 리센트는 그런 호라이를 더욱 매섭게 노려보면서 소리쳤다.
“당장 매상 장부를 가져와!”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호라이가 꽁지 빠지게 뛰어서 장부를 들고 왔다. 비세라 식당의 경쟁식당이자 엘이 이미 살펴보고 갔던 바로 그곳.
메를리라고 불리는 이 식당의 주인인 리센트가 입술을 깨물면서 장부를 살폈다.
장부를 마지막까지 살핀 리센트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질러더니 결국엔 폭발!
호라이는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 됐다.
슬그머니 뒷걸음질 쳤으나, 눈이 마주쳐버렸고 호라이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게 대체 무, 무슨! 3일 전부터 매상이 엉망진창으로 하락하더니, 어제는 평소 매상의 4분의 1? 반토막도 아니고 네토막? 잠깐, 이게 말이 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나 매상이 곤두박질치다니. 무슨 재난이나 전쟁이라도 발생하지 않고는 나올 수가 없는 이변이었다.
“내가 본가에 다녀오는 동안, 대체…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 호라이!”
“죄, 죄송합니다.”
호라이가 고개를 급하게 숙였다. 서릿발 날리는 시선을 눈앞에 두고는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 접객이야? 무슨 짓을 했어! 아니면 맛? 그 사이에 맛을 어떻게 버려 놨는데!”
호라이의 대답이 답답했는지 리센트가 주방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주방에서도 한동안 난동을 부린 후 호라이의 앞에 국수그릇을 내밀고 소리쳤다.
“맛은 똑같잖아! 똑같아. 문제없어. 그럼 원인이 뭐야. 새 식당이라도 생겼어? 출근하면서 그런 식당은 못 봤는데?”
“그, 그게….”
물론 호라이는 쭉 여기에 있었으니 그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을 알게 되면 더 난동을 부릴 테니,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를 생각하면 위가 콕콕 쑤셔올 정도였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숨겨서 될 일도 아니다.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호라이는 왼쪽 배를 한 손으로 부여잡고 입을 열었다.
“그, 그게….”
“그게? 그게 뭐… 대체 뭔데…!”
“최근 비세라 식당에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뭐?”
리센트는 순간적으로 호라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만 깜빡거렸다.
“다, 다… 망한 그 비세라식당을 말하는 거야? 그 식당에… 손님이?”
“네, 바로 그렇습니다.”
“그게 대체 무슨….”
리센트는 호라이의 대답을 듣지 않고 식당을 박차고 나왔다. 눈으로 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콰당-!
“꺄아아아악.”
하지만 너무 서둘렀고, 그 기세 그대로 식당을 내려오다 계단에서 굴러 엎어져 버렸다.
무릎에서 피가 묻어나왔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절룩거리며 비세라 식당을 향해 뛰어갔다. 엄청난 집념이었기에 호라이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으나 곧 리센트를 뒤쫓아 뛰었다.
“사장님, 잠시만요. 피가, 피가 나십니다!”
“그게 문제야 지그으으음?”
그리고 결국 리센트는 비세라 식당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놀라서 입을 벌렸다.
경악 그 자체다.
“저, 저게 뭐야… 지금 주, 줄 서 있는 거야? 줄을?”
“그, 그러게 말입니다. 같은 국수라면 경쟁은 매우 쉬웠는데 특선요리를 팔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신메뉴? 흥. 결국 그런 거였군. 그럼 우리도 신메뉴를 만들어! 알겠어? 그리고 당장 저 음식 싸와 봐. 맛 좀 봐야겠어. 어떤 걸 파는지 알아야 할 테니까.”
리센트는 그렇게 명령하고 다시 절뚝거리면서 메를리로 돌아갔다.
호라이는 줄을 선 후 얌전히 음식을 포장해야 하는 신세에 놓여버렸고.
그리고 잠시 후, 호라이가 사온 비세라 식당의 신메뉴를 주방장과 함께 먹어 본 리센트는 다시 또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맛있잖아… 맛있잖아. 어째서 우리는 이런 걸 못 만드는데?”
“그, 그것이….”
당연히 주방장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난처한 얼굴로 리센트의 시선을 피했다.
“당장, 당자아아아아앙 신메뉴를 만들어. 그렇게 월급을 많이 주고 있는데 대체 이게 뭐야!”
“아, 알겠습니다!”
리센트의 아버지는 이 지역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는 대상인. 잘리기라도 하면 이 근처에는 취직도 안 된다. 주방장과 주방직원들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주방으로 돌아갔다.
물론 리센트와 대상인인 그 아버지간의 관계. 그 속사정을 전혀 모르는 데에서 나오는 복종이었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