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1)
# 191
Chapter.40 요리 대결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신메뉴는커녕, 오히려 매상은 점점 줄더니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아버렸다. 리센트는 입에 거품을 물고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빈혈이었다.
“으으으으, 싫어. 안 돼. 이대로 질 수는 없어. 이대로는…! 이대로는 안 되잖아? 그렇지 호라이?”
“네? 네. 하지만 이대로는 승부조차 안 됩니다. 게다가 이거 저희 지방에 없는 재료를 사용한 거 같기도 해서 쉽게 따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신메뉴가 그렇게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장님… 이렇게 된 거 포기하시고….”
“호라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를 이겨야 돼….”
리센트가 이번에는 간절한 얼굴로 호라이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 봐. 대체 저 식당이 왜 잘 되는 거야. 갑자기 저런 메뉴를 어떻게 개발했냐고! 그 비세라에게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일 텐데. 내 분석이 틀린 거야?”
“그건 아닙니다. 아무래도 새로 외지에서 고용한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의 영향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외지에서?”
“네.”
“어디 꿍쳐둔 돈이 있으셨나 보지?”
“네?”
“그랬으니까 사람을 고용했을 거 아냐.”
“그거야 뭐….”
“뭐야. 그런 거였어? 그러면 간단한 거 아냐?”
“사장님?”
호라이는 당황했으나 리센트는 답을 찾았다는 얼굴로 인상을 펴고 당당하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가서 그 사람 고용해 와. 지금 비세라 식당에서 받는 급료의 두 배, 아니 세 배 준다고 해! 알았어?”
“하지만 사장님, 그건 돈이 너무….”
리센트가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호라이의 앞까지 다가갔다.
“왜 그걸 못 알아들어? 어차피 그 사람을 빼와서 우리도 똑같은 요리를 만들면, 결국 이기는 건 우리야. 알겠어?”
“당장의 지출은, 뭐 내 용돈에서 지출할 테니까 어떻게 해서든 데려오란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명령이니 할 수 없다. 호라이는 어쩔 수 없이 스카우트에 나섰다.
***
“메를리에서 일 해준다면 여기서 받는 급료의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호라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남자가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시내에 나온 틈을 타 접근하더니 한다는 소리가 이거라니.
너무 뻔하지만, 매우 기다리던 접근이었기에 오히려 반갑다. 식당에 그때 그 식당에서 본 그 여자가 다녀간 것은 확인했다. 그리고 곧 뭔가 접근을 해올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나 단도직입적일 줄이야.
“그건….”
“역시나 어렵겠죠. 그렇다면 세 배는 어떠십니까.”
“세 배요?”
“역시 그렇겠죠. 알고는 있었으나 저도 윗사람에게 명령을 받은 거라서.”
“아니요? 일하겠습니다. 세 배면 좋죠.”
“네에?”
내가 승낙하자 호라이는 오히려 당황하면서 놀란 얼굴로 눈을 깜빡거렸다. 예외라는 표정이다.
나와 듀란이 아는 사이 같다는 정보라도 얻어낸 건가?
“괜찮습니다. 기꺼이 일하겠습니다.”
“그, 그거 감사합니다만. 허허허?”
호라이는 너무 당황했는지 손수건을 꺼내서 뺨을 닦기 시작했다. 얼굴은 위화감에 싸여있는데 입꼬리는 억지로 웃고 있는 표정이다.
“그럼 언제부터….”
“언제부터라뇨. 오래 끌 것도 없죠. 바로 오늘부터 그쪽으로 출근하겠습니다.”
“네? 정말입니까? 그럼 저희야 감사드립니다!”
간신히 표정을 수습한 호라이가 고개를 숙였다. 주방장 빼내기라. 뭐 여기까지는 간신히 경쟁의 울타리 안이다.
나는 호라이를 향해서 다시 어깨를 으쓱이며 웃어줬다.
산 쪽으로 텔레포트해서 식당으로 가는 길에 접근을 해오기에 예상은 했다만.
“그, 그럼 저는 먼저 가서 사장님에게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하죠. 저, 정말 바로 오실 겁니까?”
“네. 바로요.”
“알겠습니다!”
믿지 못하겠는지 호라이는 몇 번을 더 확인하고서야 저 멀리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발걸음을 비세라 식당이 아닌 메를리로 옮겼다. 나의 동행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루린, 들었지? 오늘은 저 식당으로 간다.”
물론 그 동행자는 묵묵부답이다.
지금 시간은 아침이다. 아침에 루린이 활동을 할 리가 없으니.
옷을 갈아입히고 머리를 빗기고, 간신히 깨워서 텔레포트만 했다. 그 후는 뭐 계속 업혀서 자는 중이다.
혹시나 해서 불렀지만 고로롱 소리만 들려오니까 그대로 메를리 식당을 향해 걸었다.
비세라 식당에는 이미 나의 계획을 전해 줬다.
그러니 문제는 없다.
메를리 앞으로 갔더니 호라이가, 그때 본 여자를 끼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래서 인사해줬다. 여자는 내 뒤에 업혀 있는 루린을 보더니 황당한 얼굴로 질문한다.
“그런데 그 뒤에 여자분은 누구죠?”
“이 녀석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 맞아요! 급료의 세 배. 지금 우리 주방장 급료의 세 배면 일하겠다고 하셨다면서요?”
“네? 뭐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렇죠.”
“그그그, 그럼 그만큼 일 해주셔야겠어요.”
“일하는 건 좋은데 그 전에 당신은 누구시죠?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아, 그렇군요! 죄송해요. 저는 리센트라고 해요. 여기 사장이죠.”
“저는 엘입니다. 반갑습니다.”
리센트는 20대 후반 정도의 나이로 보이고 단발머리에 동글동글한 얼굴을 가진 여자였다. 뭐 중요한 건 아니지만.
나는 살짝 고개를 꾸벅이고 당당하게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리센트와 호라이가 그 뒤를 따라 들어온다. 그래서 역시나 당당하게 물었다.
“여기 침대는 없어요? 이 녀석 좀 눕힐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거라면 직원용 휴게실이 있기는 한데….”
“그럼 안내 좀 해주실래요?”
“어, 그러니까 이쪽이에요.”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일단은 리센트가 앞장섰다. 호라이가 그 뒤를 따랐고 식당의 종업원들은 그런 나를 기이하게 쳐다본다. 경계심이 가득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이지만.
리센트가 안내한 휴게실은 나름 괜찮았다. 침대도 있고 의자도 있고 있을 건 다 있다.
“저기 침대를 써요. 제가 가끔 너무 피곤할 때 쉬는 곳이니 깨끗해요.”
“아, 그건 좋네요. 감사합니다.”
나는 살포시 웃어준 후 침대에 루린을 내려놓았다.
“고로롱, 고로롱.”
시간은 이제 고작 아침 10시.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거야 너무나도 당연하니 굳이 깨우지도 않는다.
그나마 눈을 비비면서 자는 상태로 내 등에 업혀 억지로 텔레포트를 써준 게 대견하다고 할까.
졸면서 마법을 쓰면 전혀 엉뚱한 장소로 날아가는 건 아닌가 조금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매우 정확한 지점으로 텔레포트에 성공했다.
“어디 보자, 그럼 곧 점심 장사시간이겠네요?”
“당연하죠. 세 배나 주기로 했으니 열심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음, 글쎄요. 점심이라. 죄송하지만 저는 조금 쉬겠습니다.”
구석에 방치된 의자를 가져와 침대 앞에 놓고, 그 의자에 앉아서 침대에 다리를 뻗었다.
“뭐, 뭐에욧?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당장 일해요!”
“지금 시간은 쉬는 시간이라, 그건 안 되겠네요. 죄송합니다.”
“뭐, 뭐가 어째요? 다, 당신 지금 저자세로 나가 줬더니….”
“사장님?”
나는 여전히 웃는 얼굴을 선보이며 리센트를 향해서 또박또박 말했다.
“그럼 돌아갈까요?”
“돌아가다뇨,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다시 비세라 식당으로 돌아가냐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또 다른 신메뉴를 시험해 볼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갈까요?”
약점을 공격했더니 리센트는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화를 부르르 떨면서 가까스로 잠재운 표정으로 나를 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비세라 식당을 상회의 힘을 이용해 때려 부수기라도 하지 않는 한, 내가 돌아가 버리면 답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테니.
“좋아요. 쉬세요. 이따 오겠어요! 그럼 쉬고 나서는 꼭 일해 줘야 돼요!”
“알겠습니다. 내키면요.”
웃으며 대답했다. 내키면요는 매우 작게 말했다. 후후. 어쨌든 리센트는 몸을 홱 돌려버렸고 그대로 쿵쿵 걸어 나갔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그러다가 발을 헛디뎠는지,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그대로 우당탕 넘어져버린다.
“꺄아아아악!”
그리곤 그대로 한동안 아무 소리 없이 자빠져 있다가 일어나 머리를 벅벅 긁었다.
“바닥에 먼지가 있나 없나 확인해 본 거예요! 먼지는 없네요. 어제 제가 청소했으니까요!”
묻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외치더니 쿵하고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사장님!”
호라이가 그 뒤를 따라 나갔고.
감상은 뭐, 참 정신없는 아가씨라는 것 한마디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네.
뭐, 그렇다.
그녀는 나를 놓아줄 수 없다. 내가 다시 비세라 식당으로 돌아가면 손해 보는 건 자신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하니까.
그러니 일단 저 여자를 좀 관찰해 볼까나.
“싫다!”
그 와중에 루린의 잠꼬대가 들려왔다. 인상을 쓰고 있다. 뭐가 그리 싫은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
“저 남자 대체 뭐야! 기가 막혀!”
“사장님, 그럼 당장 짜르시지 왜 참으신 겁니까?”
리센트가 홀로 나와서 마구 씩씩거리자 호라이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질문했다. 평소 리센트의 성격을 보면 매우 신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놔주면 그 남자 말대로 다시 비세라에게 돌아갈 거 아냐!”
“그거야 그럴 거 같기도 하지만….”
“어제 매상이 어땠는지 알아? 그걸 보고도 이런 소리가 나와?”
“그거야 그렇지만요.”
리센트는 날뛰면서 가게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이래 보여도 가게는 확실하게 꾸리고 있었다. 가장 기본인 청결부터 종업원의 몸가짐과 손님에게 보이는 예절.
그리고 주방의 청결 및 맛.
신경 쓰고 신경 써서 인정받고야 말겠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실제로도 잘 돼 가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이래서는 안 된다.
리센트는 입술을 깨물었다.
억울하게 죽은 어머니를 위해서도, 절대로 인정하게 만들고 말겠다는 그런 강한 바람이 리센트의 마음속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초조해지는 마음도 컸다.
그럴수록 일을 망친 그 남자가 미웠다. 마음에 안 든다.
“자신의 상황을 이용해서 이 나를 협박해 보려는 모양인데, 절대로 안 통해. 그런 거. 세 배의 급료는 절대로 뽑아내 보일 테니까.”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성질을 내다가, 퍼어어억!
기둥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꺄아아악!”
그리고 그 충격으로 계단을 닦기 위해 2층에 올려두었던 물 양동이가 리센트의 머리로 떨어졌다.
“이, 이게 뭐야!”
순식간에 물 맞은 생쥐 꼴이 된 리센트가 발을 옮기는 순간, 물 때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불운 3종 세트.
아니 덜렁거리며 고민에 빠져서 걷다가 일어난 참사라고 할까.
“이게 뭐냐고오오! 정말 싫어!”
그리고 천장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아직 클로징 시간이니 문제없다. 그것도 계산한 고함이다.
그 후엔 식당 코앞에 있는 조그만 자신만의 집으로 달려갔다. 다시 식당에 돌아왔을 땐 이미 점심시간.
하지만 식당 안은 매우 썰렁하다. 실제로 이 점심시간은 광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그런 시간대다.
일이 끝나면 집에 가서 식사하는 가정이 있는 광부들이 많은 관계로 오히려 이 점심때가 가장 대목이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도 1층이 꽉 차는 건 바로 이때였는데.
어제보다 더 썰렁해진 것 같은 1층.
“호라이. 그 남자는 설마 아직도 쉬고 있어요?”
“네. 휴게실에서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 대답에 리센트는 눈물까지 글썽거릴 정도로 답답했다. 이 모든 상황이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