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5)
# 195
Chapter.40 요리 대결
“으으으으음?”
진루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다른 거라면… 아!”
그러다가 곧바로 뭔가가 떠오른 얼굴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텔레포트를 쓰자마자 시장바구니를 놓고 왔다는 게 떠올랐다! 심부름하러 온 건데 맨몸으로 가면 안 되니까, 그럼 포상도 없다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라서 텔레포트 취소 같은 걸 생각하다가, 마나가 꼬여버렸고, 그 순간 뭔가 하얀빛에 빠져버렸다.”
“딱 봐도 그게 원인이네! 그런 중요한 걸 이제 떠올리고 그래?”
“아. 그런 건가. 히히힛, 뭐 알아냈으니 된 거 아니냐? 그러면 나는 이제 돌아갈 수 있나?”
“가능할 것 같아. 텔레포트를 이미 사용한 상태에서 그걸 취소한다는 건 원래 절대로 불가능한데 드래곤 구슬로 마나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폭주한 것 같아. 텔레포트는 공간을 이동하는 거지만, 시공간의 블랙홀을 타고 이동하는데, 그 안에서 네 마나가 폭주해서 원래라면 있어서는 안 되는 균열, 틈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쪽으로 빨려든 거겠지. 그러니까, 결론은 다시 똑같은 조건으로 텔레포트를 하면서 그 틈새를 찾아서 돌아가는 게 최고인 것 같아. 한 번 열린 틈새는 그렇게 빠르게 닫히지는 않을 거야. 이론적으로라면 이삼일? 대신 환경이 똑같아야 그 열린 틈새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시공간의 블랙홀도 장소마다 그 흐름이 전부 다르니. 아무튼, 텔레포트는 10클래스의 정신계 마법인데, 그런 고차원의 마법을 쓰면서 딴생각을 하는 녀석이 어딨어?”
“그, 그게… 시장바구니가아!”
텔레포트를 할 때 집중해야 되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그건 뭐 할 말은 없지만. 결국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무튼 시간도 중요해. 내일 똑같은 시간대에 그리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텔레포트를 해서 틈을 찾아서 돌아가. 이미 해가 졌으니 내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네. 그러니 오늘은 여기서 자도록 하고.”
“으으으… 알겠다.”
진루린은 할 말이 없었다. 돌아갈 방법을 찾아준 것만으로 고마운 것이니.
옆에서 다루린이 뭔가 찔리는 얼굴을 하면서 히힛, 거리고 있었고.
***
루린은 씻었다. 똑같은 레어인데, 여기서는 머리를 말려줄 엘이 없다. 다른 엘이 있을 뿐.
“그 엘은 다른 나의 것이니까, 안 된다.”
진루린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혼자서 머리를 말렸다. 머리가 길어서 혼자 말리는 건 많이 힘들었다.
그럴수록 매우 짜증이 났다.
그런 상황에서 침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곳은 자신의 침실이 아니다.
아무리 평행세계의 자신이 쓰는 침실이라고 해도.
루룬들과 같이 잘까.
그것보다는 드래곤 본체의 방에 가서 자야겠다. 진루린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침실에서는 다루린이 엘의 위에 올라타 뭔가를 하고 있었다.
“거, 거기!”
“좋냐?”
“그래, 거기 좋아.”
엘과 다루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의 신음소리 같은 것도 살짝.
자신의 엘에게서는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 톤이었다.
“뭐, 뭐뭐뭐냐?”
놀란 진루린이 궁금증을 폭발시키며 조심스럽게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시원하냐?”
“시원하네. 안마 많이 늘었다?”
“히히히, 이 몸은 이제 안마의 왕인 거다.”
다루린이 엘의 어깨부터 등을 지압하고 있었는데 매우 능숙한 손놀림이었다.
자신은 그런 거 해준 적 없다. 엘이 좋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저 다루린이 뭔가 대단해 보였다.
저런 거라면 부끄럽지 않으니까 자신도 엘이 저런 목소리를 흘리며 좋아하는 걸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갑자기 더더욱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 그대로 밖으로 나와 버렸다.
루린은 아예 식당 밖으로 나와 깜깜한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언덕에 주저앉았다.
옆에 있어야 할 존재가 없다. 여기 있는 존재는 다른 존재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팍팍 들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외롭다.
외롭다.
외롭다.
급기야 진루린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글썽글썽.
루린은 그 눈물을 닦아내지 않았다. 너무 외로워서 닦아낼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저기 있는 엘이 아니고, 자신을 안아주는, 자신의 엘이 보고 싶었다.
이런 고독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대. 어딨는 거냐….”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우울해졌다. 그럴수록 입을 삐죽 내밀고 무릎을 더 감싸 안은 채 몸을 강하게 웅크린다.
하루 못 봤는데도 다른 엘이 눈앞에 있고, 그 엘에게는 또 다른 자신이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더더 혼자가 됐다는 실감이 온몸을 감싸고돌았다.
“후윽.”
바람이 불어오지만, 다른 세상의 바람이니 그것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마나 그렇게 청승을 떨고 있었을까.
“뭘 해? 여기서. 씻고 바로 바람 쐬면 감기 걸린다?”
“그대?”
“응?”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랐으나, 곧 이쪽 세계의 엘이라는 걸 깨닫고 다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엘은 그런 루린을 내려다보며 살짝 웃은 뒤, 진루린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 뭐뭐냐 그대… 아니, 너,너너넌 그대가 아니니까, 너니까 너지만!”
“뭐라는 겁니까. 으이그, 그나저나 왜 울고 있어? 어차피 내일이면 돌아갈 수 있는데. 그만 울고 들어가서 잠을 자. 그렇지, 맥주 먹을래?”
“싫다. 그대가 없는데 맥주 같은 거 먹을 기분이 아니다!”
“너한테서 그런 말 들으니 기분이 묘하네. 우리 루린하고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목소리로….”
“하지만 다르다. 나는 나라는 인격체다.”
“뭐 그거야 그렇지만.”
“그러니까 우리 그대를 내놔라. 너 말고….”
“내일 돌아가면 너만의 내가 있겠지.”
엘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루린이 다른 루린을 찾으며 물었다.
“다른 루린은 뭐하냐. 왜 혼자 나왔냐.”
“그 녀석 잠들었어.”
“그, 그러냐?”
빨리도 잔다고 생각하면서 진루린이 다시 고개를 숙이고 웅크렸다.
엘이 그런 루린의 손가락을 가리키며 물었다. 계속 궁금했던 것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그 반지… 그쪽 세계의 내가 준거지?”
“그, 그렇다! 그대가 준거다. 너 말고 그.대.가!”
루린이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핑크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반지를 낀 손을 소중하게 감싸 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이 있는데, 그거 자랑하지 말아줘. 여기의 루린에게는 아직 안 줬거든. 줄 생각이야 있지만,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까.”
“그, 그그러냐? 푸훕, 여기의 나 녀석 안됐다! 사랑의 증표를 못 받다니.”
“음, 반지가 사랑의 증표라는 건 모르고 있을 걸? 넌 그런 것도 알아?”
“후후후. 이 몸은 다르다! 반지라는 게 사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지. 그래서 받고 싶다고 했더니 엘이 마법처럼 반지를 줬다. 이쁘지?”
“그, 그래. 예쁘네.”
“아직도 안 주다니. 넌 나쁜 그대로구나! 아니, 자꾸 그대라고 하게 되니까 날 쳐다보지 마라! 그대랑 모든 게 똑같으니 자꾸 정신을 놓는다. 으우!”
루린이 볼을 부풀리면서 손을 치켜들었다.
엘은 역시나 루린이라고 생각하면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나도 니가 그렇게 귀여운 짓 하면, 이상해지니까 가만히 있어 줘.”
“하, 하하하지마라! 넌 나의 그대가 아니니까 안 된다!”
진루린이 깜짝 놀라서, 왜인지 얼굴까지 빨개져서 슬쩍 옆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넌 나쁜 엘이다. 반지를 안 주다니. 우리 그대는 안 그런다.”
“아니지. 곧 줄 거라니까?”
“흐응? 모른다. 아직 안 줬으니까 나쁘다. 안 나쁘려면 여기의 나에게 빨리 반지를 줘라. 불쌍한 나는 싫으니까.”
“그러니까 그걸 비밀로 좀… 곧 줄 예정이야.”
“그건 어떨까나? 히히히.”
루린이 승자의 얼굴을 하면서 엘을 쳐다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땅을 파고 들어가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상태.
“뭐 그럼 가서 자자. 빨리 자야지 너도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지 않겠어?”
“알겠다.”
조금 기분이 나아졌으므로 진루린은 잔디밭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엘이 진루린의 어깨를 토닥이며 웃었다.
“걱정 마. 혹시 실패하더라도 어떻게든 돌아가게 해줄 테니. 다른 세계의 루린이어도 어쨌든 루린이니까, 불행하게 만들지 않아.”
“으으으….”
진루린은 그 말에 귀가 새빨개져 버렸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자신의 엘과 모든 것이 똑같은 엘 주제에 두근거리는 말을 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아진다.
다른 존재라면 죽이거나 날려버렸겠지만, 왠지 그럴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진루린은 그냥 뛰기 시작했다.
“모, 모른다. 너, 너너너는 그래도 엘이니까 멋지다.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마라!”
혼자서 이런 말을 외치면서.
***
“여기서 식당으로 텔레포트를 했단 말이지?”
끄덕끄덕.
진루린이 엘레나의 진료소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 세계에서는 어쩐지 엘레나와 엘이 친해 보이지 않았지만 루린에게는 그런 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원래 세계에서도 엘레나에게는 그다지 별다른 감흥이 없기도 하고.
“이 뒤에서 텔레포트 하다가 바구니를 깜빡했다는 걸 깨닫고 혼란에 빠졌고, 눈을 떴을 땐 식당 앞이 아니고 바로 이 앞이었다. 그래서 다시 진료소로 들어가 텔레포트를 했더니 너랑 너가 있는 식당이었다.”
진루린이 다른 세계의 엘과 다른 세계의 루린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렇군. 그러면 역시나 똑같은 환경에서 진행하도록 하고. 어제 말한 대로 마나가 폭주해서 갈라진 틈새를 만들었을 거야. 그런 게 보이면 그 즉시 마나를 그쪽으로 모아. 몸이 그쪽으로 향하게. 틈새라는 건 원래대로 복구되려는 특성이 있어서 가까이 가면 너를 빨아들일 거야. 내가 쓰는 소환마법의 이론도 그거랑 비슷하니까 충분히 가능해.”
“알아들었다. 그렇다면 얼른 돌아간다. 빨리 가고 싶다.”
“그래. 잘 가고, 그쪽의 엘이랑 잘 지내.”
엘이 작별인사를 하자, 옆에 있던 다루린도 덩달아 소리쳤다.
“맞다. 그쪽의 엘도 멋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서 돌아가라. 나는 그대가 하루라도 없었으면 벌써 죽었다!”
“그건 그렇지. 그나저나, 너 이리 와봐라.”
텔레포트를 사용하려던 진루린이 깜빡했다는 표정으로 다루린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자 다루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한다.
“왜 그러냐. 이 몸이여?”
엘 외에 다른 존재가 만지는 걸 용납하지 않지만, 자기 자신은 예외인 법. 그 상태에서 진루린이 뭔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반지를 달라고 해라.”
“뭐냐. 반지? 나 받은 거 많다. 너는 그 손에 낀 게 전부인 것 같지만, 나는 목걸이도 팔찌도 귀걸이도, 그리고….”
“에잇, 그런 게 아니다! 그거랑 전혀 다르다!”
진루린이 답답하다는 듯 반지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자 다루린이 점점 볼을 부풀린다.
“뭐, 뭐뭐냐! 그런 거냐? 으으으.”
“후후, 그렇다.”
“그, 그럼… 이제 키스 안 해준다! 줄 때까지!”
“엘에게 가서 화내라! 어어? 근데 키스? 너, 너, 너, 넌 너가 먼저 키스하냐?”
“그렇다만?”
“부, 부끄럽지도 않냐! 키, 키스는 그냥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그게 제일 좋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다른 건 몰라도, 키스 정도는 먼저 한다. 물론 아무 때나 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엘이 싫어하면 안 되니까 나, 나도 아무 때나 하진 않지! 부,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고.”
“그, 그러냐? 해도 되는 때가 있냐? 그때는 안 부끄럽고?”
진루린이 매우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다루린이 묘하게 웃으면 진루린의 귓가에다 몇 가지를 설명한다.
곧 진루린이 거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살짝 귀가 빨개져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