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7)
# 197
Chapter.40 요리 대결
“그, 그런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식재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선보일 요리는 라면의 범주에 있는 면 요리다. 국수라고 할 수도 있고, 라면이라고 할 수도 있고.
여기서 말하는 라면은 일본의 라멘을 말한다. 한국의 라면은 주로 인스턴트인데 비해서 일본의 라멘은 국물부터 직접 만드는 방식.
지금 만드는 요리는 일본에서 츠케멘이라고 부른다. 닭 대신에 마아를 사용해 육수를 만들 생각이었다.
츠케멘은 보통 여러 가지 육수가 혼합되니 마아 뿐 아니라 다른 재료도 왕창 써볼 생각으로 움직이다가 강렬한 시선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루린은 묘한 표정이다. 리센트는 기대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 두 시선이 합쳐져서 뒤통수를 마구 가격한 덕에 뭔가 따끔따끔한 느낌마저 든다.
“음, 나가 있어 줄래요? 집중이 안 되니까.”
“네에? 왜, 왜요오옷!”
부담스러운 시선에 솔직히 말했더니 리센트는 뭘 또 숨기려고 하냐는 얼굴로 말꼬리를 올렸다.
“다른 뜻은 없어요. 레시피라면 적나라하게 공개해 줄 테니 일단 나가있어요. 모르고 먹는 편이 좀 더 일반 손님의 입장이 되니까 좋지 않겠어요? 자, 자. 출구는 저깁니다.”
“무, 무슨…! 칫. 알겠어요. 그렇게까지 말하면 나가주겠어요. 대신 맛없기만 해봐욧!”
등을 떠밀었더니 결국, 쿵쾅거리면서 밖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으갸악?”
하지만 무사히 빠져나가진 못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도 자빠지는 아가씬데, 물기가 있는 주방 바닥은 쥐약이겠지. 어휴.
콰다아아앙-!
리센트가 휴무를 선언했고, 주방직원들이 대충 청소를 한 후 철수했기에 바닥은 미끄러웠다.
덕분에 리센트는 매우 근사하게 자빠져버렸다. 다행인 건 이번엔 앞이 아니고 뒤로 넘어져서 엉덩이부터 부딪혔다는 것 정도.
다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 넘어지면서 리센트의 손이 주방 테이블에 있던 칼자루를 건드렸고, 식칼은 허공으로 날아오른 뒤 리센트의 몸을 향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슬쩍 바람 마법을 사용해 칼의 방향을 바꿨다.
칼은 리센트의 머리 위쪽에 떨어진다.
“꺄아아아악!”
눈앞에서 죽을 위기를 넘긴 리센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고, 벌떡 일어나서 칼을 붙잡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 이게….”
막 원수를 갚으려고 식칼을 든 복수의 화신 같은 포즈였다.
“이게 뭐야아아아아! 으아아아앙!”
그리곤 칼을 쥔 채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대단한 여자다. 덤벙의 화신이라고 할까.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는 루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리센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손바닥을 딱 소리가 나게 마주쳤다.
“저런 이상한 인간은 처음 봤다!”
그건 동의한다만.
“저 여자는 그렇다 치고 사실 이상한 걸로 치면 최근의 너도 지지 않는데?”
그래, 루린의 이상행동은 정말로 이상하지. 왜 저러는지 짐작이 안 간다는 점에서 정말로 이상하다고 할까. 이 녀석의 행동이 예측이 안 되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나? 내가 뭘 이상….”
“응?”
“안 이상하다! 나는 루린이다.”
“누가 뭐랬어? 근데 방금 뭔가 뜸을 들인 건 뭐야? 스스로도 뭔가 찔리는게… 으아아악!”
비명을 지른 이유는 단순하다.
뭔가 확실히 찔리신 루린님께서 갑자기 올라타 내 어깨를 콱 깨물었으니까.
콰아아아악-!
“야, 왜 남의 어깨를 물어어어! 요괴냐!”
“드래곤이다!”
그래, 요괴가 아닌 드래곤이지.
“알겠으니 떨어져. 충분히 아프다고.”
“모른다!”
폴짝 바닥으로 돌아와서 소매로 입가의 침을 닦더니 빙글 돌아서 다시 나를 올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배고프다아… 으으으.”
배를 움켜잡고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 가만 둘 수는 없지.
“알겠어, 알겠어. 빨리 요리하자.”
그렇게 말한 후 요리에 돌입했다. 일단 면부터 만든다. 자주 만드는 칼국수 면이 아니다.
칼국수나 라면과는 조금 다른 생면.
주로 일본 라멘에 쓰이는 면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 일본식 라멘에 들어가는 가늘고 노란 면 말이지.
인스턴트에 들어가 있는 튀기거나 말려놓은 면이 아닌, 생면!
칼국수나, 일반 국수면에 비해서 생라멘은 조금 더 까다롭긴 하다.
재료는 중력분, 물과 소금, 소다, 색을 노랗게 해주는 치자 등. 이 식당 자체가 국수를 만드는 곳이니 웬만한 재료는 다 있지만, 치자는 없다.
지금은 맛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니 색깔은 딱히 큰 의미가 없긴 하지만.
그렇다면 문제없다. 만들어 볼까나.
생라멘은 가수율을 낮게 잡는 게 특징이다. 수분을 적게 잡는다고 할까. 그래서 손보다는 기계로 반죽하는 게 보통이다. 반죽하기 빡세거든.
나에겐 기계는 없다.
하지만 마법은 있다.
물론 힘들긴 해도 손으로 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마법이 있으니 굳이 고생할 필요 따윈 없다고 생각한다.
“루린, 요리하게 이정도 크기의 방어막을 만들어 줄래?”
“갑자기 웬 방어막?”
나는 기계보다 더 좋은 마법 기계 루린님을 소환했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오작동을 일으킨다.
“요리하려고 그래. 싸우는 게 아니니까 전투 의지를 뽐내지 마.”
“으엉?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알겠다.”
방어막 안에다가 반죽을 넣고 방어막의 크기를 줄였다가 늘렸다가 변형했다가, 고압축의 방어막이 반죽을 세상 그 무엇보다 강하게 주물럭거리겠지.
그런 후 반죽을 꺼내 손으로 마무리를 한다. 체중을 잔뜩 실어서 팍팍팍!
이렇게 되면 남은 문제는 숙성이다.
3시간 이상의 숙성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루린의 상태를 보니 손가락을 빨고 있는 지경이다. 더 기다리게 했다가는 폭발한 것이 분명하니 어쩔 수 없이 또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루린, 이 반죽에다가 시간정지, 아니, 시간정지면 큰일 나지. 시간정지말고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해봐. 요 공간에다만.”
“그건 머리 아픈 마법이도다!”
시간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건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쉬운 건 아니었다. 10클래스 정신계 마법 중에서도 톱클래스. 게다가 범위도 매우 한정적이다.
“그런가? 그럼 3시간만 기다리자.”
“3시간?”
루린이 내 팔목을 휙 걷고 시간을 본다. 시계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일이 시침과 분침을 확인해야 실감이 오는 모양이었다.
“끄아아악! 그건 너무 길다!”
“음, 뭐 길다면 길긴 하지.”
“그런 거 싫다. 내 뱃속은 지금 실신 직전이다!”
“싫으면 마법을 써주든지.”
루린이 잠시 고민을 시작했다. 고작 한 끼 식사에 사용하기 까다로운 마법을 강제로 쓰라고 하기도 그래서, 루린의 의사에 맡기고 팔짱을 끼고 기다렸다.
루린의 눈썹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이놈한테 거냐?”
그리고 결국 식욕이 승리했다. 루린은 팔을 걷어붙이고 반죽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우리 식당에서야 아침부터 준비를 해놓는 게 보통이니 마법을 쓸 일은 없지만, 여긴 남의 식당이고, 준비된 게 전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루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손이 밀가루 범벅인 걸 깨닫고 흐르는 물에 닦았다.
면은 이 정도면 된다.
그다음은 육수다.
닭 육수 대신에 마아의 육수. 그리고 멸치랑 다시마의 기본 육수. 일본라멘의 돈코츠. 그러니까 돼지 뼈 육수도 있으면 좋겠지만 시간이 너무 드니까, 일단은 멸치랑 다시마, 마아 육수 등으로 맛을 낸다.
살짝 얼큰하도록 매운맛을 위해 이쪽 지방에서 사용하는 투이아쇼라는 빻은 가루를 넣어주면 실제 츠케멘과 매우 비슷한 비주얼의 국수가 탄생한다.
루린도 그렇고 리센트도 매운맛에 익숙할 거 같지는 않으니 맵기는 그냥 매콤한 정도로.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여기다 또 여러 가지를 섞어서 국물을 만든다.
깊으면서도 여러 가지가 배합된 맛이 나는 게 일본 츠케멘의 특징이기도 하고, 그러니 나도 여러 가지를 배합했다.
당연히 국물은 조금 진하게 만든다. 이건 기본 국물이고 면수와 국물이 섞인 싱거운 국물도 만들어 둔다.
완성된 요리를 테이블로 옮겼다. 츠케멘은 기본적으로 면 따로 국물 따로 먹는 요리다.
면을 국물에 찍어먹는 것이 포인트.
메밀소바와 비슷한 방법이다.
“이거 봐요. 먹는 법은 이 면을 이 국물에 적셔서 먹는 겁니다. 국물에 면을 한꺼번에 투하하면 안돼요.”
“면을 국물에 넣고 적셔요?”
“네, 바로 그렇죠.”
“어머머, 특이하긴 하네요.”
“루린, 잠깐! 그렇게 먹는 거 아니야. 면을 왜 한 입에 털어 넣으려고 난리야?”
“배고프니까. 배고프다배고프다배고프다배고프다앙!”
“그래도 정지! 먹는 법은 지켜야 합니다. 루린님.”
어쩔 수 없이 루린을 위해 테이블에 앉아서 시범을 보이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면을 들고 국물에 담갔다가, 후루룩 먹으면 됩니다. 여기서 삶은 면에 좋아하는 정도로 국물을 담그는 게 포인트에요. 국물의 농도를 조절할 수 있죠.”
“해볼게요!”
“그런 거냐? 이상한 방법이다. 오오오오!”
무심하게 면을 국물에 푸욱 담그고 입으로 골인시킨 루린이 환호했다.
“이게 무어냐아! 차갑고 뜨겁다! 그리고 맛있다!”
“고기도 들었으니까, 같이 먹어봐.”
이미 말하기도 전에 잘 먹고 있지만. 리센트는 멍하게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똑같이 면을 국물에 적시고 조심스럽게 흡입했다.
“약간 맵다! 하지만 괜찮다. 이정도 녀석은 내가 이긴다. 후으, 면도 쫄깃하고 얇으면서 단단하구나!”
평론가가 되신 루린선생께서 찰진 평가와 함께 계속해서 면을 빨아들인다.
“칭찬은 감사한데 천천히 드시죠.”
물론 루린 사전에 천천히 먹는다는 건 없다. 맛있는 건 빠르게. 신속하게 그리고 많이!
그리고 다른 쪽에서 리센트도 호평을 하기 시작했다.
“저, 정말이네요. 면이 어떻게 이렇게 차갑죠? 겨울도 아닌데… 그런 차가운 면을 뜨거운 국물에 넣어 먹으니까 뭔가 신기하면서도 조화롭고… 국물도 이 지방 사람들이 그렇게 사랑하는 마아의 맛이 나면서도 여러 가지 맛이 나고….”
“네네, 그게 포인트입니다.”
“역시나 맛있어요. 정말로…!”
“다 먹으면, 이 싱거운 국물을 그 진한 국물 그릇에 부어서, 거기에 밥을 말아 먹으면 더 든든해지죠. 먹어요, 먹어. 이거랑 꼬치라는 요리가 있는데 그 둘 중에 축제에 낼 요리를 정할 겁니다.”
“이거 말고도 더 있어욧?”
“국물 튀기니까 먹고 말해요!”
“아, 죄, 죄송해요.”
놀란 리센트가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리고 식당엔 곧 먹는 소리만 들리기 시작했다.
후루룩, 냠냠.
후루룩, 쩝쩝.
사실 이건, 간단한 인스턴트로도 만들 수 있다.
라면을 분리해서, 면을 잘 삶고 식초나 후추 같은 양념을 쳐준 후에 기호에 따라서 얼음을 띄워 차갑게 만든 후 스프를 만들어 찍어먹으면 된다.
스프는 먼저 소고기 등심이 있으면 등심을 조금 볶아 고기기름을 낸 후에 거기다가 라면스프를 3분의1 정도 넣고 찍어먹는 츠케멘은 물이 적어야 하니 물은 큰 컵 1컵 정도로 끓이면 된다.
이때 멸치나 다시마국물로 만들어도 괜찮고, 그냥 해도 되는데 그 후에 맛술이나 간장 다진 마늘, 매운 걸 좋아하면 고춧가루, 여기에 식초와 후추로 마무리해서 찍어 먹으면 색다른 라면이 된다.
맨날 먹는 대로 먹는 건 질리니까 말이지.
“그대!”
그 와중에 벌써 다 먹은 루린이 해맑게 웃으면서 당차게 그릇을 내밀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