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8)
# 198
Chapter.40 요리 대결
***
아르인 지방의 마아 대축제.
이 축제는 아르인 지방의 특산물인 마아 요리를 뽐내고 먹고 자랑하는 거대한 이벤트다.
그러니 이 지방에 있는 마아 요리전문점들이 대부분 출전한다.
그중에 가장 큰 식당이 바로 리센트의 상대인 르아인 상회소속의 메를리 본점이었다.
축제에 우승하면 1년간 우승점포라는 영예가 주어진다. 준우승이나 3등만 해도 사람이 그쪽으로 몰린다.
순수하게 매상으로 순위를 뽑기는 하는데, 그 와중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다.
첫째 날 오후, 모든 출전 점포가 참가하는 요리대회 이벤트.
여기서 우승하면 당연히 매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현상. 즉 그 이벤트가 결국 축제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요리대회만 하면 사람들이 그다지 참가 안 하니까 축제 같은 방식으로 꾸민 듯 보였다.
어쨌든 이 지방에서 가장 큰 축제이자 이벤트라서 도시의 연휴기간에 열리고 대부분의 시민이 참가한다고 들었다.
그런지라 점포의 자리 또한 중요해 보였다.
요리대회에서 애매한 성적을 낸 점포의 경우, 그런 점포끼리는 이 자리선정에서 매상이 결정 난다.
출입구부터 기역자로 점포가 늘어서 있기 때문에 끝자리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거의 안 오고 매상도 터무니없게 적다.
대회 이틀 남기고 나와 리센트는 예비모임 같은 것에 와 있었다. 자리 추첨은 내일이다.
“참가점포가 과연 많기는 많네요.”
“중간 성적만 내도 지원금이 나오니까 자리선정에 열을 올린다고 들었어요. 이게 그 분석 메모랍니다!”
리센트가 품에서 뭔가가 빼곡히 써진 메모장을 꺼냈다. 이기려는 의지는 대단하다만.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그때, 리센트가 메모를 들고 폴짝거린 걸 봤는지 앞쪽에 있던 두 사람이 찡그린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리센트. 니가 여기에 참가할 상황은 아닌 거 같다만, 분점의 매상이 아주 박살났다던데?”
“주제를 알라는 말 몰라? 드디어 미쳤니?”
리센트보다 살짝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나는 적이오.’라고 광고하는 것 같은 대사를 내뱉는다.
리센트는 눈썹이 부르르 떨렸으나 애써 평정을 가장하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들을 향해 대답했다.
“미치지 않았어요. 오라버니, 그리고 언니!”
“이 사람들이 오라버니랑 언닙니까?”
눈을 부라리는 와중에 슬쩍 귓가에 대고 묻자 리센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은 여전히 그들을 노려보는 채로.
“네. 어릴 때부터 인정받고 자란, 소위 말하는 정실의 남매죠.”
“아아, 그렇구만.”
“리센트! 고얀 것! 윗사람이 말하는 어딜 딴 놈하고 중얼거려?”
다짜고짜 딴 놈이라니?
순식간에 딴 놈이 된 나. 웃기지도 않는다. 물론 이런 피라미 중의 피라미를 일일이 상대하는 것도 지겹지만.
딱 봐도 인성이라곤 없다.
리센트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마구 생기게 만드는 악역이다.
“게다가 누가 언니라고 불러도 된다고 했지?”
빼애액! 거리긴.
너무 전형적인 악역의 대사라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다.
물론 리센트는 당하고만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싱긋 웃는 얼굴을 하더니 두 사람을 향해 차분히 자신의 입장을 또박또박 설명하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부대표님. 하지만 대표님이 이미 참가하라고 하셨는데, 여기에 오면 안 된다는 건 그걸 거역해도 좋다는 말씀이세요?”
“어,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기가 막혀서…!”
언니라는 작자가 발광을 시작했다.
리센트는 지지 않고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거역해도 좋냐고 물었습니다. 대표님께 가서 말씀드릴까요?”
“뭐? 이게 정말!”
짜아악-!
대들며 다가온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리센트의 뺨을 후려치는 언니라는 작자. 오라버니라는 작자는 그걸 보면서 후련하다는 얼굴이다.
노답도 이런 노답이 없다.
“아버지가 참가하라고 했다니 할 말은 없지만, 어차피 넌 꼴찌야. 짐 싸고 꺼질 준비나 하고 있어!”
두 사람은 시작도 안 했는데 꼴찌를 만들어주고는 뒤돌아 사라져버렸다.
“죄송해요. 웃기는 꼴을 보여서.”
“뺨은 괜찮습니까?”
“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버릇없는 사람들이네요. 게다가 방해를 하겠다고 선언까지 하고 갔으니….”
“맞아요. 어차피 예상은 했어요! 실은 그 부분은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에요….”
“걱정 마시죠. 괜찮습니다.”
“네?”
“방해라는 건 쳐부수라고 있는 거니까요. 부숴버리면 됩니다. 부숴버리면.”
“그게 그렇게 간단할 거 같지는…. 분석을 해보면 매년 르아인 상회에서 늘 좋은 자리를 차지했어요. 특히 메를리 본점은 항상!”
“뭐 돈 있는 곳에 자리도 있는 법이니까 그거야 당연하겠죠. 제가 노리는 건 그게 아닙니다. 일단 좀 둘러보면서 이야기하죠.”
나는 어깨를 으쓱인 후 광장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 광장에서 축제가 치러진다. 따라온 리센트와 함께 최고의 명당자리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니까 저 입구부터 시작되는 자리들이 명당이라는 거죠?”
“네. 맞아요. 저기서부터 배가 부르기 시작하니 적어도 끝자리까지는 아무도 안 오는 구조에요.”
“그거 재밌네요.”
“뭐가 재밌어욧! 심각하게 이야기하는데! 끝자리는 절대 뽑으면 안 된단 말이에요!”
리센트가 방방 뛰기 시작했으나 나는 침착했다. 사실 일부러 그 끝자리에서 시작할 생각이거든.
자리에 연연하는 건 중간 순위를 노리는 점포들이고, 어차피 1위를 하려면 요리 이벤트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 말은 요리 대결에서 승리하면 자리는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요리 대결에서 1위를 할 자신이 없는 점포들이 자리에 연연하는 거지.
아니면 둘 다 독점하겠다는 르아인 상회 정도려나.
“괜찮아요. 괜찮아.”
“안 괜찮아요. 내일 추첨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추첨에 참가 못 하면 어찌 됩니까?”
“그럼 자동으로 끝자리겠죠. 아무도 선택 안 한 자리로 배정되니까요.”
“아, 그래요? 그럼 방해는 오늘부터 시작되겠네요?”
“네? 그게 무슨?”
보나마나 추첨에 손을 써뒀겠지. 그리고 리센트에게도.
안 보고도 뻔하다는 건 이런 경우를 두고 말하는 게 아닐까?
“추첨엔 너무 신경 쓰지 마요. 끝자리라고 해도, 요리 대결에서 우승하면 되는 겁니다.”
“그, 그건 그렇지만… 방해를 할 게 뻔하니까….”
“방금 방해는 부숴버린다고 했을 텐데요? 그런 걸 알면서도 저한테 도와달라고 했으니, 도와줄 생각입니다.”
“네? 대체 어떻게 부수는데요?”
“간단합니다. 방해를 모두 극복하고 요리를 맡기로 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요리 대결에서 우승하면 되는 겁니다. 후후후. 당신 아버지가 축제의 싸움에는 여러 가지 경쟁요소가 있다고 말했었죠. 분명히 뒤에서 움직이는 방해요소들을 어찌 돌파할지 지켜보겠다는 것 같은데, 뭐 제게 그런 건 부질없습니다. 이기면 그만입니다. 이기면.”
“심사위원들도 매수됐을 거예요!”
“말했잖아요. 이길 거라고. 두 번 말하게 하지마세요. 못 이기면 책임집니다. 비세라 식당의 샤브샤브 레시피를 알려드리고 지금의 메를리 분점을 밀어드리죠. 물론, 그런 일은 없을 테지만. 비세라 식당에도 은혜를 갚아야 하니 말입니다.”
“…그건…!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그보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이 넘쳐요?”
“심사위원들을 매수했어도, 도저히 잘못된 평가를 할 수 없을 맛을 내면 되죠. 그리고 조금의 권모술수도.”
“…….”
“그런 표정 하지 말고 믿으세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습니다.”
“믿고는 있지만… 방해들이….”
대꾸하지 않고 다시 메를리 동쪽 분점, 즉 우리의 현재 아지트를 향해서 발걸음을 돌렸다.
“분명히 요리는 맛은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참, 잠깐만요! 같이 가요오옷! 꺄아아악!”
“응?”
비명이 들려서 뒤돌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따라 뛰다가 자빠져서 코피가 나고 있었다. 못 말린다.
정말로 못 말린다.
“코는 안 부러졌대요?”
“넘어지는 게 내성이 돼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어요! 호호호! 아, 아니 내성이 아니고! 그냥 원래부터 민첩해서!”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코나 막아요. 피가 너무 흐르네.”
나는 손수건을 북북 찢어서 리센트의 코를 막았다.
“이엉거 피요 없어요!”
“필요 없기는, 지혈입니다. 지혈.”
“그래도 자재에 걸려서 넘어졌으니 아무것도 없는데 넘어지던 거에 비해선 선방했네요.”
“아니거등요오오!”
코를 막고 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외쳐봐야 전혀 무섭지 않다.
***
“그 건방진 것이!”
“그러게요. 아버지의 딸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도 않은데, 다른 남자랑 잤을 수도 있고! 출신도 불명한 것이 주제도 모르고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거 봤어요? 기가 막혀서!”
리센트의 의붓 언니인 르아인 세런이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그래. 정말 못 봐주겠더구나.”
리센트의 의붓 오라버니인 르아인 데런이 그에 동조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눈썹이 불쾌함을 잔뜩 머금고 파르르 떨린다.
“그렇죠?”
“지깟게 감히 무슨 후계자 싸움에 끼어들어? 나조차도 오라버니에게 양보하고 있는데!”
“그러게 말이다. 주제를 모르는 건 밟아 주는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니. 하지만 그것이 최근 메를리 분점의 매상을 엄청 올려놔서… 그것 때문에 아버지가 기회를 준 것 같구나.”
“철저하게 밟아줘야겠어요. 다시는 따박따박 대들지 못하게 말이에요.”
“호오, 뭔가 수를 썼나?”
“네, 오라버니. 내일 추첨에 오는 일이 없도록 다리를 부러뜨려두라고 했어요. 그리고 하루 동안 가둬두라고 명령했으니 이제 못 나댈 거예요.”
“그랬느냐? 후후,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내가 이미 손을 써뒀다. 참가해도 그것은 꼴찌란다.”
“심사위원과 추첨자체를 작년처럼…?”
“당연하지.”
“으음, 그럼 괜히 돈 버렸네요. 돌아오라고 할까요?”
“아니지. 정신을 좀 차리는 편이 좋으니까 손은 잘 썼다. 끝자리에서 시작해 비참한 얼굴을 하는 걸 보는 것도 재밌겠지.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말이야!”
“그거 좋네요. 오라버니. 오호호!”
***
이것 참.
그렇지 않아도 전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렇게 가면 갈수록 판에 박힌 수밖에 못 쓰는지.
바둑이라면 벌써 게임 끝이다 이건. 이렇게 악수만 두는데 게임이 되겠어?
메를리 앞에 대놓고 모여 있는 무리들. 딱 봐도 아까 그놈들이 리센트와 나를 손보라고 보낸 녀석들이 틀림없었다.
멀쩡하게 생긴 놈들이지만, 멀쩡하지 않다. 우리를 보자마자 건들거리면서 다가온다.
이 또한 너무 판에 박혀서 그저 한숨이 나올 뿐이다. 다만, 얼굴들이 왜 이렇게 깔끔한지, 건달을 보내려면 좀 험상궂은 놈들로 보내야 지레 겁먹는 거 아니었어?
“다, 당신들은!”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녀석들을 보면서 말을 더듬는 리센트. 딱 그때였다. 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아주 적절한 때에 깨어났구만?
“음냐? 우우웅? 그대…? 왜 밖이냐? 우리 어디 갔다 왔냐?”
“그러게요. 이제 일어나셨어요?”
“나 왜 업혀있냐? 업혀 있는 건 좋은 거니까 상관없긴 하지만.”
그러십니까.
그래, 축제가 열리는 광장에 다녀오면서 나는 계속해서 루린을 업고 있었다.
계속 자고 있으니 업고 다녔지 뭐.
레어에 두고 그레이크 시내를 다녀오는 거야 루린도 그렇게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정도로는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을 정도.
하지만 이런 낯선 장소에서 혼자 놔두면 한 이틀은 삐져있을 확률이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업고 다녔다.
“안 일어나서 업고 다녔지. 드디어 일어났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