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199)
# 199
Chapter.40 요리 대결
“배가 고파서 일어났다. 그대의 등이 너무 안락하니까 일어나기가 싫은 거다. 문제 있는 등이다! 너무 따뜻하다!”
“따뜻한 게 잘못이야? 이게 업어줘도 헛소리야.”
“히히힛.”
깨어난 주제에 등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히히거리면서 슬쩍 등에 얼굴을 붙이더니 그 후론 미동도 없다.
“헛소리 아니다. 문제 있는데… 따뜻해서 다시 졸린다.”
못 말린다.
게다가 지금은 이렇게 담소를 나눌 상황이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일단 눈앞에 있는 깡패무리부터 해치우자. 설렁설렁 다가가는데 성질 급한 깡패 놈이 리센트를 노려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너가 리센트냐?”
“아닌데요.”
그러자 리센트가 부정했다. 너무 당당한 부정이다.
“아니라는데?”
설마 발뺌이 통하는 건가? 그렇다면 정말 구제불능바보인데.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 이 멍청아!”
퍼억-!
그러자 그 깡패는 옆에 있던 동료에게 발차기를 당하고 굴러가 버렸다.
건달의 질이 너무 낮아서 말이 안 나온다. 상황 자체가 너무 리얼리티가 없다. 현실감이 제로다.
리센트는 코피를 막기 위한 찢은 손수건으로 코를 막은 채 고개를 가로젓고 있고.
계속 자기는 리센트가 아니란다.
“정말 아니에요!”
“웃기는 소리하지 마. 여기 그림이 있다. 똑같잖아!”
“아니에요. 이거 봐요. 코가 다르잖아요!”
“코가?”
“그림의 코에는 이런 게 없잖아요!”
내가 준 손수건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말한다. 이게 무슨.
더 듣기도 귀찮아질 지경.
“리센트 씨.”
“네?”
“이리 와요. 제가 말했죠?”
“뭐, 뭘요?”
“거봐 네가 리센트잖아! 지금 저놈 말에 대답해 놓고!”
“아, 정말이지.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방해되는 건 다 부술 거라고. 그리고 요리로 1등 한다고. 심사위원의 방해든 뭐든!”
“네, 네… 그랬죠.”
“일단 이 같잖은 방해질부터 부술 테니 보고 있어요. 루린, 이놈들 다 날려버려.”
“어디로 날리냐?”
“그냥 하늘 높이? 뭐 죽든 살든 그건 운인 거지.”
“오오. 그거 재밌겠다!”
루린이 신나 했고, 곧바로 눈앞의 사람들이 죄 하늘 높이로 올라갔다.
슈우우우우웅-!
굉장한 회오리다. 토네이도에 휘말린 것 같구만.
“히히히. 다 날렸다!”
그와 동시에 비명이 들려온다.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이게 뭐야아아!”
꺄아아악, 이건 리센트의 비명이었다. 루린이 눈앞의 사람을 몽땅 날려버린 거다. 아니 몽땅 날리라고는 했지만, 우리 편은 빼야지.
“야 임마아아!”
“왜, 왜 왜! 소리치냐….”
“당장 저 코에 휴지 꽂은 저 여자는 조심스럽게 내려놔.”
“어어? 그대가 다 날려버리라고 해서 그랬는데!”
“쟤는 일단 같은 편이잖아!”
“같은 편?”
그런 거 전혀 모르겠다는 억양으로 물어도 말이지. 뭐 인간이 루린의 뇌 속에 자리 잡으려면 한두 번 만나는 걸로는 불가능 하기는 하지만.
“됐으니 쟤는 내려놔.”
“알겠다. 그런 건 어렵지 않으니까.”
루린이 다시 마법을 사용했고 리센트가 두둥실 우리 앞으로 착지했다. 리센트는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멍하게 나를 쳐다봤다.
가뜩이나 코피가 난 상태였는데 날아다닌 탓에 머리가 이판사판 헝클어져 꼴이 완전 못 봐줄 상태가 되어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에요?”
“놀랐어요?”
“다, 당연히 놀라죳! 이, 이게 무슨…! 갑자기 왜….”
“부순다고 했잖아요. 마법입니다. 마법. 사실 뒤에 이 녀석이 마법사라서요.”
“네에? 마법사요요오오옷?”
놀라서 경악한 리센트.
“저, 정말요?”
하늘을 날다가 내려와서 후들거리는 다리로 루린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존경의 눈빛을 머금으며 말이다.
“아! 알겠다. 너 엊그제 같이 그 시원하고 뜨거운 국수 먹을 때 있던 애다!”
그러자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 갑자기 손뼉을 치는 루린. 여태껏 그거 생각하고 있었냐.
***
루린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듣고 나서 리센트는 얌전해졌다. 주로 루린 앞에서.
간이며 쓸개까지 빼줄 자세로 받드는 중이다. 마법사가 우리 편이니 정말로 어쩌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뭐 그렇게 생각해주면 편하긴 하지만.
어쨌든 방해공작은 쳐부술 수 있다고 설명하긴 했고, 어쨌든 요리 대결에서 1등을 하는 건 순수하게 맛으로 하는 거니까, 그걸 위해 다시 요리를 선보였다.
요리대회는 축제의 일부일 뿐이고, 그 다음날 실제로 사람들에게 요리를 많이 팔아야 우승을 할 수 있는 거니까 아무래도 따로따로 만들어서 찍어 먹는 요리보다는 좀 더 만들기 편한 놈으로 선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았고 그래서 정한 것이 마아 꼬치 요리다.
“5가지 종류의 꼬치를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꼬치는 정말 무궁무진하긴 한데, 너무 종류가 많아도 정신이 없을 테니 5가지에 집중했다고 할까요?”
“어머, 냄새가 너무 좋아요!”
내가 만들어 온 5가지 종류의 꼬치를 보면서 리센트가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우선 종류별로 맛을 보시죠. 훗. 이거부터, 이게 가장 일반적인 꼬치구이랍니다. 살짝 매콤한 맛이에요.”
나는 리센트에게 꼬치를 내밀었다. 루린은 이미 꼬치를 들고 있다.
이건 한국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파는 닭 꼬치구이랑 똑같은 요리다. 물론 재료는 마아다.
의외로 꼬치가 국물로 낼 때보다 더 어울렸다. 특유의 냄새를 잡기가 국물보다 쉬웠고.
“어디 맛을 볼게요.”
전해준 꼬치를 잡아든 리센트가 꼬치를 입에 가져갔다.
“어머! 이것도 엄청 맛있어요! 맛….”
리센트는 맛있다고 한번 말하고 한 번 더 연발하려다가 갑자기 머리끝까지 뭔가가 올라온 얼굴을 하더니, 결국에는 폭발해버렸다.
“흐아아아아아악! 매우어어어어어어어!”
벌떡 일어나 마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최후엔 그 상태로 기둥에 이마를 가격당했다. 하지만 그 고통보다 매운 고통이 더한지 계속해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뭐냐, 저 생물은. 쯧쯧.”
루린이 그런 리센트를 보면서 자기도 꼬치를 움직인다. 꼬챙이를 꽉 쥐고 입을 벌렸다.
“그래, 불닭볶음면에 단련된 너라면 이 정도는 뭐 그렇게 안 매울 거야.”
“아악, 그거! 불닭! 그놈은 사람이 먹을 게 아니다! 이건 별로 안 빨가니까 괜찮다. 항상 문제는 빨간 거니까.”
의문의 1패를 당한 세레이나. 어쨌든 루린은 입을 벌리고 꼬치를 한 조각 빼내어 물고 냠냠 씹었다. 소스가 루린의 입가에 묻는다.
꼬치의 모양과 루린이 만나면 뭐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거지만.
“쩝쩝. 뭐 별거 아니다. 이 정도 가지고 뭘… 저건 저렇게 난리….”
“응? 뭐야? 왜 그래?”
루린이 갑자기 말없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입을 벌렸다.
“야, 너 설마… 설마 브레스를 쓰려고….”
“…….”
“끄아아아아아악! 안 돼. 멈춰어어어엇!”
마법은 몰라도 브레스는 안되지 브레스는.
나는 그 입을 내 입으로 막아야 했다. 본의 아니게 뽀뽀를 해버렸군.
“으으으으웁으으웁!”
브레스를 못 쏘게 하려는 긴급조치.
그리고 급하게 우유를 소환했다. 우유를 구하러 다닐 시간도 없으니까.
그러자 루린이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면서도 고통스러운지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루린의 입을 막은 내 입이 왜 아프지? 얼얼한데? 이건 매운 맛의 고통인데?
뭔가 좀 이상하다.
그래서 루린이 먹다 만 꼬치를 살짝 베어 물었다. 읔. 이건 매콤한 게 아니고 거의 고문 수준의 맵기다.
매워도 너무 매워서 그대로 뱉어 버렸다.
이런 걸 먹으면 저 둘처럼 날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왜지?
한국산 고춧가루를 썼는데 왜 이렇게 매운 건데? 황당해 주방으로 들어갔다. 봉투에 한국산 고춧가루 보관… 이라고 안 써있네?
꼬치에 가장 중요한 소스를 만들기 위해 레어에서 아예 재료를 가져왔는데 가장 중요한 고춧가루를 잘못 가져온 모양이다.
내가 쓴 것은 이 세상에서 나는 고추다.
가루를 만들어놓으면 비슷해서 헷갈렸나?
이 녀석의 빛깔은 한국의 고춧가루랑 비슷하다. 한국산 고추의 고춧가루를 써서 나오는 빛깔과 이 녀석을 써서 나오는 빛깔이 흡사한 것이다.
하지만 맵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지구의 부트 졸로키아 정도의 맵기를 자랑하는 녀석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매운 걸 못 먹는 사람은 기절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도 이런 매운 게 있는 게 신기해서 보관해 뒀던 건데 그걸 가져왔네?
그러니까 왜 색은 똑같이 생겨서.
이건 누군갈 골탕 먹일 때나 쓰는 거지. 다시 나와서 루린과 리센트를 살폈다.
이미 식당은 초토화가 되고 있었다. 테이블은 박살났고.
먹다 뱉은 나도 이마에 땀이 맺히니 어련하겠어.
두 사람이 진정한 것은 무려 한 시간 후였다. 소비된 우유의 양은 열 팩이 넘는다.
게다가 리센트는 아직도 딸꾹질을 하고 있었다.
내가 두 번째 꼬치를 내밀자 경악한 얼굴로 질색하며 대답했다.
“히끅, 그거, 그거… 안 먹으면… 히끅… 안 돼요? 어떻게 재료를 틀릴 수가 있어요오옷!”
“미안하다고 했잖아요. 대신 이건 전혀 안 매운 거니 걱정 마요.”
“그게 정말이에요? 히끅!”
“네. 전혀 문제없습니다. 전혀요. 자, 루린! 네가 먼저 먹어봐. 우리 루린은 나를 절대적으로 믿지?”
“그대…!”
“왜? 어쭈? 뭐야 너, 그 믿음이 부족한 눈빛은?”
“…아까 그대가 한 걸 생각해라!”
루린이 으르릉거리며 질색했다. 할 말이 없다. 내가 잘못한 거니 쥐구멍으로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그래도 잃은 명예는 되찾아야 하니 굴할 순 없다.
“그래도 믿지?”
그래서 다시 간절하게 쳐다봤다. 그러자, 으으으 거리면서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쳐다보는 건 반칙이다! 믿긴 믿는다. 날 죽이려고 해도 믿을 거니 어쩔 수 없다. 이리 줘라!”
루린이 호쾌하게 꼬치를 집어 들었다. 당당한 모습에서 빛이 나는 거 같은데? 후후.
어쨌든 이번 것이 매울 가능성은 제로다.
한국식 닭꼬치가 아니고, 일본식 야끼토리다. 그렇게나 매워하는 매운 첨가물이 전혀 안 들어갔다. 간장소스가 베이스다. 맵기는커녕 달달하고 짠맛이 절묘하다. 단짠의 정석이라고 할까.
지금 루린이 집어든 것은 마아의 넓적다리 살로 만든 꼬치에 간장소스를 입힌 건데, 닭으로 만든 넓적다리 살 꼬치는 일본에서 모모라고 불린다.
지방이 적절하고 일반적인 부위보다 조금 더 고소하다. 그 고소한 맛이 매력이다. 간장소스의 달면서도 진한 맛이 루린이 좋아하는 맛이기도 하고.
그러니 문제는 전혀 없다.
루린이 입을 쩍 벌리다가, 아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매우 소심하게 끝부분만 조심스럽게 빼먹었다. 호쾌하게 집어 든 것에 비해서는 뭐랄까, 볼품이 없다고 해야 하나?
“흐으으으, 으으, 냠냠. 어어?”
잔뜩 인상 쓰고 경계하면서 씹더니 갑자기 화색이 됐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혀를 이리저리 굴리며 맛을 본다. 곧 좋아하는 맛이라는 걸 깨닫고는 남아있던 꼬치를 마구 뜯어먹기 시작했다. 루린의 손에 꼬챙이만 남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입안에 잔뜩 꼬치구이를 넣고 씹는 채로 말했다.
“이어 마이다! 이어는 아 매구나!”
이건 맛있고, 이건 안 맵구나! 라고 소리치는 루린.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리센트를 보았다. 거 보라는 표정을 하면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