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0)
# 20
Chapter.6 의사의 저녁
“너, 메이씨가 널 어떻게 길렀는지 몰라서 그러냐? 어려운 살림에, 너한테는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힌다고 본인은 아무것도…. 게다가 네 아버지도 일찍 죽은 판에, 완전 남남인 너를 키워온 거 아니냐!”
“그건 알아요! 하지만….”
청년이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아저씨, 전 너무 혼란스러워요! 엄마가 엄마가 아니었다니….”
“엄마가 엄마가 아니긴, 20년이나 넘게 널 길렀으면 엄마지. 이 새끼가 진짜!”
크놀씨가 화를 내기 시작한다. 청년은 쫄아서 몸을 움찔거렸다.
“그건….”
그리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돌리듯 내가 내놓은 우바 뱃살을 집어 들었다.
“이, 이거 맛있네요. 아침도 안 먹고 점심도 이 다친 것 때문에 건너뛰었는데.”
“다쳤으면 빨리빨리 집에 들어갈 것이지. 상담이고 뭐고, 네놈, 그거만 먹고 당장 메이씨에게 돌아가!”
“하지만 집안 분위기가 개판이에요! 너무 불편하단 말이에요.”
“이놈아 나는 아직도 메이씨가 너 아프다고 의사를 찾아다니다 동상에 걸렸던 걸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
보아하니 이 청년의 어머니는 상당히 따뜻한 사람으로 보였다. 크놀씨의 말이 진실이라면 말이다. 그러니 나조차도 청년이 답답했다.
“여보!”
그런 와중에 식당으로 레이느씨가 뛰어 들어와 남편을 찾았다. 이마가 땀범벅이었다.
“여보, 큰일 났어! 넬린하고 같이 있지?”
“응, 여깄는데.”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넬린이 레이느씨를 보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였다. 하지만 레이느씨는 지금 인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얼굴. 매우 급해 보였다. 엘레나씨가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너, 너! 이럴 때가 아니야. 메이씨가 광산에서 크게 다치셨어!”
“네?”
“메이씨는 네가 다쳐서 조퇴한 걸 모르고 있으셨나 봐! 광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는데 하필 거기에 휘말린 것 같아.”
“그게 무슨! 어째서요?”
“야간작업하는 너에게 도시락을 챙겨주러 가신 것 같은데….”
“아주머니… 아니, 어, 엄마가…?”
청년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빨리 내려와라! 당신도!”
“그래!”
크놀씨가 나에게 눈짓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요리를 먹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으니까. 나중에 계산하겠다는 뜻이겠지.
세 사람은 급하게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조용해진 식당. 나는 엘프를 봤다. 그녀는 멍하니 사라진 세 사람을 응시하고 있었다.
“진료소를 한다고 했죠? 그 이전에 엘프니까 치료마법도 사용가능하실 테고요.”
“네? 네. 맞아요.”
“아까 인간을 잘 모르겠다고, 실망만 하게 된다고 하셨는데….”
엘레나씨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에 묻은 소스는 어느새 다 닦여 있었다.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저 청년의 어머니란 사람은 낳지도 않은 자식을 수십 년간 혼자서 키워왔다는 건데요,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셨다면 말 그대로 남남인데도 자기 발이 동상에 걸려가면서도 약을 찾아 헤매고, 그런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친자식이 아닌데 말이에요. 친자식이.”
“그건….”
엘레나씨가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깜빡. 깜빡. 그 깜박임이 한참이나 계속된다.
“너무 겉만 보려고 하셔서 실망했을 수 있어요. 그러니 같이 내려가 보지 않으실래요? 아무리 인간이 싫어도 생명을 구한다는 그런 신념까지 잊어버리신 건 아니죠?”
치료마법. 그것은 공격마법이나 방어마법하고는 완전히 계통이 다른 마법이다. 루린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치료마법을 사용하는 건 신성력이 깃들었다든지. 아니면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엘프들이라든지.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제한되어 있으니까.
“엘님 말이 맞아요. 죄송해요. 제가 잠시 이상해졌나 봐요. 일단 내려가 볼래요. 생명은 일단 살리고 봐야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엘레나씨와 함께 크놀씨를 뒤쫓았다. 그들은 도시의 북쪽. 그레이크 산의 광산으로 가는 길 쪽까지 뛰어갔다. 언덕 아래 도시가 있고 그 도시 너머 북쪽에 그레이크 산이 있으니 상당히 먼 거리.
그 앞에는 많은 부상자가 광산에서 옮겨져 있었다. 시체도 많았고 환자도 많았다.
크놀씨의 모습도 보였다. 청년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들것에 실려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레이느씨가 아는 척을 했다.
“엘씨? 여기까지 따라오셨어요?”
“네, 엘레나씨가 식사를 하고 계셨기에 모시고 왔어요.”
“어! 엘레나님?”
“레이느님!”
두 사람이 고개를 꾸벅인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레이느씨는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무 안쓰러워요. 메이씨는… 아들이 도시락을 안 챙겨 가서, 굶고 있을까봐 걱정됐는지 야간작업을 하면서 먹을 도시락을 챙겨서 광산에 찾아간 모양인데 하필 낙석 사고가 나서… 게다가 편지에….”
레이느씨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그녀의 손에는 편지가 들려있었다.
이미 그 편지를 읽었는지 청년은 움직이지 않는 여인를 향해서 꿇어앉아 엄마를 부르짖고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넬린아. 아무리 그래도 밥까지 안 먹고 다닐 것은 없잖니? 나하고는 당분간 이야기를 하기 싫은 것 같으니까 도시락과 편지를 네 동료에게 맡길게. 그래도 말이야. 언젠가는 다시 엄마라고 불러주지 않을래? 언젠가는 말이야. 엄마는 요즘 힘이 하나도 안 나니까. 그거 아니? 엄마는 네 엄마야. 인정해주지 않아도 난 네 엄마니까….]“들것에 실어온 사람들이 머리에 커다란 돌을 맞아서 아마도 살기는 힘들 거라고…. 흐윽, 평생 고생만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레이느씨가 계속해서 흐느꼈고, 청년도 계속해서 엄마를 부르짖었다. 이제 와서 말이다.
아주머니라고 대못을 박아놓고 저렇게 어머니가 가버리면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려고.
나와 함께 편지를 읽은 엘레나씨가 뭔가 큰 결심을 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은 마음에 안 들어도 내 말마따나 누워있는 여인이 안쓰러워 보였나보다.
“비켜보실래요? 제가 살펴볼게요.”
“그래 맞다! 넬린, 엘레나님은 실력 있는 치료사셔. 혹시 모르니 비켜봐!”
흐느끼던 레이느씨가 동조하면서 넬린의 어깨를 잡았다. 엘레나씨는 가만히 여인을 쳐다봤다. 사람의 목숨은 아무리 거대한 마나를 가졌어도 나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대회복을, 대회복을 사용하겠어요. 제 마나가 따라줄지는 모르겠지만.”
엘레나씨는 여인을 잡고서 그렇게 외쳤다. 식당에서는 망설이는 모습도 보였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생명을 위하는 엘프 그 자체로 돌아가 있었다.
환한 빛이 엘레나씨의 손에서 빛난다.
곧 엘레나씨의 이마에서 땀이 맺혔다. 뚝뚝 그 땀이 떨어질 무렵, 다행히도 여인의 의식이 돌아왔다.
그건 하나의 기적이었다. 대회복이란 엘프가 가진 최고위의 치료마법이니까 그 존재 자체가 기적인 건 맞지.
“엄마! 엄마!”
그러자 청년이 달려들었다. 누워있는 여자가 간신히 정신이 든 듯 아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넬린, 다시… 다시… 엄마라고 불러주는 거니?”
딱 그 한마디를 남긴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아들을 향해 뻗던 손을 떨궈버렸다.
“엄마? 엄마!”
나조차도 깜짝 놀랐다. 그대로 죽어버린 건가 해서.
“괜찮아요. 정신을 잃으신 것뿐이고, 고비는 넘겼어요.”
다행히 엘레나는 괜찮다며 청년을 안심시켰다. 마나를 거의 대부분 소진해서인지 그녀는 일어나면서 비틀거렸다. 나는 그녀를 급히 부축했다. 레이느씨는 기쁜 얼굴로 여인을 붙잡고 청년과 울먹거렸다. 크놀씨가 곁에서 그런 레이느씨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엘레나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괜찮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는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주위의 다른 부상자들을 쳐다봤다.
“힐만 쓸 수 있으면 지혈해드릴 수 있는 인간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마나를… 마나를 다 써버려서….”
그리곤 안타까운 얼굴로 눈썹을 떨었다.
“하지만, 저, 뭔가 잘못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엘님 말대로 제가 너무 겉만 봤던 것 같기도 하고요. 좀 더 이곳에서 지내볼래요. 그럼 인간 분들의 다른 모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은 물론 잘 모르겠지만요.”
엘레나씨는 그렇게 말하더니 비틀비틀 움직이려고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다른 환자를 돌보는 건 무리다.
어쩔 수 없지.
“잠시 만요, 엘레나씨.”
“네?”
“전 치료마법은 사용할 수 없지만 고갈된 마나를 채워드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한 번 맡겨보실래요?”
“넷?”
엘레나씨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는 동시에 나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마나의 일부분을 그녀에게 흘려주었다. 이건 마나의 전이라는 스킬이다.
“이, 이건…….”
“괜찮아요. 이건 엘프족인 베덴에게 배운 비술이니까, 엘프에게 해를 입힐 리는 없답니다.”
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은 엘프인 엘레나씨가 더 잘 알 것이다. 잠시 후 나는 이마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대회복은 무리겠지만 간단한 치료마법 정도는 이제 얼마든지 사용 가능할 겁니다. 어서 사람들을 도와주세요. 그러면서 당신이 찾고자 하는 걸 찾아봐요.”
엘레나씨가 신기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엘님, 너무 대단하세요! 그, 그…다, 다시 찾아갈게요. 언젠간 그 베덴님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위, 위대한 존재께 누가 안 된다면…. 조금 무섭지만….”
엘레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환자들을 향해 뛰어갔다. 마나가 회복되어서인지 더 비틀거리지는 않았다.
“도와드릴 테니까 손을 움직여보세요.”
환자를 살피는 그녀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없어졌다. 점점 병사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의사들도 더 증원되겠지.
나는 등을 돌려 언덕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돌아가기 위해서.
그러다가 가슴에 발차기를 얻어맞았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그대! 그대! 그대! 그대! 땅 파고 나와 보니까 아무도 없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느냐! 이런 밤에 없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으면서!”
내 몸에 뛰어들어 멱살을 잡은 괴한.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집 드래곤이다.
땅 파다가 식당에 아무도 없자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한 건지 온몸이 완전히 흙투성이인 꾀죄죄한 몰골의 드래곤.
못 봐줄 몰골이다. 이쁜 얼굴이 흙으로 뒤범벅이라니. 어휴.
“아, 미안. 말하는 걸 깜빡했네.”
“너무하다 그대!”
“아무도 없어서 겁먹고 허겁지겁 찾아오셨어요?”
내가 실실거리며 묻자 멱살에서 손을 뗀 드래곤이 벌떡 일어난다.
“웃기지 마라! 이 몸이 왜 그런 짓을 하겠냐!”
“그래그래, 알았으니 돌아가자, 씻겨줄 테니까. 아무 말도 안 하고 온건 확실히 좀 너무하긴 했네.”
“그, 그래? 웬일이냐! 인정을 다하고? 그럼 꼬옥도 포함이다. 꼬옥도!”
“생각해보고, 아니, 근데 이 식충이가 그렇다고 발차기를 해?”
“모른다! 그런 적 없다!”
루린은 잡아떼면서 나에게서 비켜났다. 덕분에 내 옷도 흙투성이다. 하지만 뭔가 기분이 좋아졌다.
“옛날에는 생명을 돌본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지. 싸움에 지치기만 했다고 할까? 전투와 파괴만 일삼던 나 자신이 생명을 구하는 걸 돕는다니 좀 여러 가지 기분이 드네.”
내 말을 들은 루린은 그게 뭔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으음. 뭔지 모르지만, 그대는 예전에 나를 살렸지 않으냐? 파괴만 했다고 누가 그러냐! 데려와라. 갈가리 찢어서 브레스를 먹여줄 테니까.”
“그러고 보니 널 살렸네?”
“히히, 그대 오늘따라 바보같구나.”
“그러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내가 의외인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는 드래곤의 손을 이끌고 식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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