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00)
# 200
Chapter.40 요리 대결
“아, 알겠어요! 먹으면 되잖아요. 감사히 먹을게요.”
결국, 리센트도 꼬치를 입에 가져갔다. 겁먹은 아기새 같은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얍 하고 꼬치 윗부분을 뜯어먹었다. 그리고 두 눈을 감는다.
오물오물 씹더니 잠시 후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어머, 이건! 이게 뭐에욧? 고소하고 달짝지근하면서도 식감이 매우 좋아요!”
“그렇다고 아까부터 했는데 겁먹고 안 먹은 게 누구죠?”
“그, 그 그건! 아까 그 사고를 치고도 그 소리가 나와요옷?”
“죄송합니다. 항복입니다.”
다시 할 말이 없어졌다. 죄인이다. 죄인.
그건 뭐 엄청난 실수니까 솔직히 인정할 건 해야지.
어쨌든 넓적다리는 호평이었다.
“이런 새로운 요리에 맛도 좋으면 당연히 인기가 있지 않을까요? 심사위원만 공평하다면….”
“그러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라니까요?”
“마법사님 때문에요?”
“뭐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다가? 제발 좀 믿어요. 한 배를 타 놓고 뭐 그런답니까?”
“믿고 있어요! 그냥 불안해서 하는 말이지.”
어쨌든 이곳 사람들한테도 평가는 좋을 것 같으니 안심이고, 그럼 다음 꼬치의 차례다.
“어쨌든 다음 요리는… 이겁니다.”
이번에는 닭의 껍질 요리다.
닭 껍질, 치킨은 닭 껍질이 생명이듯이 마아껍질을 벗겨내어 바삭바삭하게 구운 것이 바로 이 꼬치인데, 일본에서는 이걸 카와라고 부른다. 목 부분의 껍질을 구운 것으로 역시나 간장소스로 만들었다.
이른바 여러 가지 식감을 즐길 수 있는 꼬치 잔치다.
먼저 부드러운 닭가슴살 꼬치를 먹고, 그 이후에 바삭바삭한 껍질의 식감을 즐기게 한 후, 다시 지방질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넓적다리를 내놓으면 식감의 향연이다.
4번째로는 식감이 가장 쫄깃한 닭의 모래주머니를 준비했다. 한국에서는 닭똥집이라고도 부른다. 그 쫄깃함에 매료되면 다른 건 못 먹을 정도. 고소함과 쫄깃함, 그리고 소스의 만남이 하나의 세계를 만든다.
부드러움, 그다음에 바삭함, 그리고 다시 약간 질감 있는 부드러움. 마지막으로 쫄깃함.
그 후에 살짝 매콤한, 이번에는 제대로 한국산 고추로 만든 닭가슴살 꼬치로 마무리를 한다.
여기에 맥주만 곁들이면 솔직히 천하무적 아닌가?
***
그리고 다음 날 자리 추첨식.
방해 같지도 않은 방해는 하늘 높이 날려버렸고 또 다른 방해도 가차 없이 날려버릴 예정이다.
자리 추첨식에는 점포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다. 축제의 전야제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리센트님.”
“네.”
“우리는 그냥 끝자리로 갑시다.”
그리고 나는 리센트에게 끝자리를 주문했다. 어차피 좋은 명당을 리센트가 차지할 일은 죽어도 없을 거다.
저기 저 오만한 표정을 이쪽으로 보내고 있는 르아인 남매를 보면 답이 나오잖아?
어차피 요리대회로 모든 게 갈라지니 차라리 르아인 남매를 제외한 다른 참가자들의 견제를 받지 않는 끝자리가 편하다.
“하지만 끝자리는 꼴찌를 맡아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자리인데….”
“어제 말했잖아요. 어차피 똑같다고.”
“그건 그렇지만.”
“믿기로 했으면 끝까지 믿어요. 어차피 요리대회는 심사위원의 심사로 정해지니 자리는 의미 없습니다. 우승이 목표라면 말이죠. 어중간한 순위를 위해서는 자리가 엄청 중요하겠지만. 저기 저 사람들처럼.”
자리에 목숨 걸고 마치 경마에 전 재산 건 사람들 같은 표정으로 추첨식에 참가하는 모습을 가리키자 리센트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리센트가 추첨을 하러 달려갔다. 르아인 상회가 이 지방에서 가장 큰 상회인 이상 주최자가 아니더라도 입김은 엄청나겠지.
그 결과로 좋은 자리는 르아인 상회의 식당인 메를리가 잠식하는 중이다.
그 와중에 리센트의 메를리 동쪽 분점만 푸대접이었다. 당연한 일이니 놀랍지는 않다.
“추첨은 중간 순서가 나왔는데, 당신 말대로 그냥 끝자리로 선택해버렸어요.”
“잘했습니다. 기적을 만들어 보죠.”
“이렇게까지 했으니 망해버리면 레시피 전부 알려줘야 돼요?”
리센트가 내 팔을 붙잡고 애원하듯 말했다.
“암요. 다 알려드려야죠, 우승 못 하면 다 알려줍니다. 전 한 번 말한 것은 제대로 책임지는 남자니까요. 후훗.”
“뭐, 뭐래는 거예요. 차, 참나. 왜 이렇게 더운 거지?”
리센트가 손으로 부채질을 한다.
뭔 짓이래?
“아니, 너 끝자리를 선택했다며?”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서운한지 르아인 세런, 그러니까 리센트의 의붓언니가 나타나 비웃기 시작했다.
“네, 그랬어요.”
“풉. 드디어 실성했니? 아니면 드디어 자기 신세를 깨달은 거야? 하지만 이미 늦었어. 철저하게 밟아줄 테니 기다려. 어제는 운 좋게 피해간 모양인데.”
리센트의 아래위를 훑으면서 그렇게 말한 르아인 세런은 홱 고개를 돌리고 사라져버렸다.
“……저도 저런 건 이제 화나지도 않아요.”
리센트는 차분하게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
“저번에 말했듯이 이번 축제에 승자에게 상회 경영권 일부를 넘겨줄 것이다.”
“아버지. 그건….”
“너도 같은 방식으로 네 삼촌에게서 부대표를 넘겨받았지? 상회를 위해서라면 경쟁은 당연한 것이니 그렇게 알 거라.”
“그건 그렇습니다만.”
“뭐가 문제지? 우승하면 그만 아닌가? 너에게 엄청나게 유리한 싸움이다. 거기서 지면 그건 쓰레기라는 소리밖에 안되지. 리센트 같은 것에 지지 말거라. 밖에서 나온 아이를 인정하기는 싫으니까.”
“아버지… 그건… 어째서 그런 녀석에게 자격이 있는 겁니까!”
“능력이 있다면 인정한다. 그것뿐이다. 반대로 네가 무슨 짓을 해서든 이긴다면, 리센트는 결국 상회에 쓸모 있는 능력은 없다는 것이니 필요 없겠지.”
“그건 그렇죠.”
“맞아요. 오라버니가 이기는 거야 당연하니까, 걱정 없어요.”
“흥. 나는 실력주의다. 내 피가 섞여있다면 아무리 근본이 없어도 실력만 있다면 일을 시키겠다.”
“알겠습니다.”
르아인 데런과 세런이 서로를 마주 봤다. 이런 아버지인 건 잘 알고 있으니 더 할 말은 없었다.
어쨌든 무슨 수를 써도 된다는 것은 다시 확인했으니, 그거면 만족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상태에서 르아인 세인트는 점포 자리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인데 끝자리를 골랐지? 네가 수를 쓴 게냐?”
“아닙니다. 그건 저도 의외였습니다. 물론 명당을 줄 생각은 없었지만 알아서 끝자리를 고르더라고요.”
그러자 대뜸 르아인 세런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별생각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아예 포기한 게 아닐까요?”
“뭐, 뭔가 계획하고 있는 거라면 그건 좋은 현상이지. 상회는 결국 그런 수완이 필요한 거니까. 이도 저도 아닌 자포자기라면, 정말 써먹을 길이 없는 녀석인 거고.”
르아인 세인트는 흥미 있는 얼굴로 지켜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리센트에게 딱히 별 방법은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르아인 데런은 이미 심사위원 전부에게 손을 썼다.
그러니 과연 어떤 출구가 있단 말인가.
그나마도 비벼볼 수 있는 자리조차도 끝자리.
“그렇다면 역시 쓰레기인가.”
르아인 세인트는 뒷짐을 지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
그날 밤.
레어로 돌아온 나는 몸에 배어버린 꼬치 냄새를 씻어내기 위해서 꽤 오래 탕에 몸을 담갔다가 노곤노곤 익어버린 몸을 이끌고 침대로 돌아왔다.
반대로 내 등에서 업혀 자거나 빈둥거리며 자거나, 어쨌건 거의 잠만 잔 루린은 팔팔하다 못해서 팔딱팔딱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 옆에 누워서 침대의 포근함과 노곤함을 느끼면서 이대로 자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빠져들려고 하는 그 순간.
슬그머니 다가와서 내 위에 올라타더니 중얼거렸다.
“그대, 이 몸이 안마해 주냐?”
며칠 전 내 어깨를 박살냈던 그 공포의 안마?
“아니.”
“뭐가 아니냐. 자주 해야 느는 거다!”
“하다가 폭발해서 나가버린 녀석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그대가 그대랑 다르니까!”
“뭐? 그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그대랑 그대가 다르단다. 나랑 내가 달라? 뭔 소리여?
“뭐 꼭 해야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난 잘 건데? 내일은 온 종일 꼬치를 구워야 할 것 같고.”
“으으으으으! 그대는 그 나쁜 엘 녀석보다 더 나쁜 거 같다!”
“나쁜 엘?”
나랑 내가 다른 것에 더해서 나쁜 엘까지 나타났다. 꿈이라도 꿨나?
“요즘 왜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걸까요? 우리 루린님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으나 루린은 미간을 좁히더니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 게 있다. 나만 아는 일이다.”
아. 그러세요.
비밀스러운 여자네요. 비밀은 아름다운 법이지. 루린은 그렇게 말하더니 뭔가 찔리는지 슬쩍 내 위에서 내려와 침실 밖으로 사라졌다.
뭐가 뭔지. 에라 모르겠다.
생각을 포기했다. 이럴 땐 자는 게 최고다. 잠이나 자자.
그래서 눈을 감으려는데 갑자기 다다다다 달려와서 내 옆으로 점프해 강하게 주장했다.
“좋다. 안마는 양보한다.”
“그럼 난 잘 수 있는 거야?”
양보해준다니 잘 수 있겠군. 그런 바람을 담아서 물었다. 내 어깨와 척추의 안녕을 위해서는 양보를 해줄 때 바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
“무슨 소리냐 그대는.”
하지만 루린은 배가 고픈데 밥이 없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거보다! 이거다. 이걸 할 거다!”
“응?”
이게 뭔데?
웬일로 만사 귀찮은 녀석이 의욕이 넘친다.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입은 쏙 들어가 있다.
이런 걸 종합하면 뭔가를 강하게 하고 싶다는 상태인 걸 알 수 있지.
그러고 보니 루린의 손에 뭔가가 있다. 그걸 꼭 쥐고는 이걸 할 거라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면봉 같은 느낌의, 아니 면봉이 아니다. 저건 귀이개였다.
귀이개?
귀를 파준 적은 몇 번인가 있다. 그러니 저 녀석도 익숙하게 귀이개를 들고 있는 거고.
문제는 갑자기 왜 안마를 해준다고 하질 않나, 귀를 파준다고 하질 않나, 받는 걸 좋아하는 녀석이 뭔가 해주려고 하냐는 거다.
순수한 마음에 그러는 거라면 아무 상관없겠지만, 루린이 이럴 경우 항상 주변에서 뭔가 부추긴 경우가 많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
“왜?”
“뭐가 왜냐? 귀를 파고 싶으니까!”
“아, 그래? 파고 싶어?”
끄덕끄덕.
내 배를 깔고 앉아 있다가 내려와 자기 허벅지를 톡톡 쳤다. 거부는 용서치 않으니 어서 와서 머리를 대라는 뜻이었다.
최종적인 목표가 뭔지 알 수 없어서 찜찜하지만, 일단 뜻대로 루린의 허벅지에 누웠다.
포근한 느낌이 스며들어 온다. 베개를 베고 있을 때와는 그 느낌이 전혀 다르다. 안락하기도 하고, 뭔가 엄마의 품 같기도 해서 잠도 오고.
좋은 향기도 나니까 이 상태는 매우 좋다. 나쁘지 않다.
이 뒤가 문제다.
이제 귀이개가 내 귀로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루린은 귀이개를 잡은 채 콧김을 내뿜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시작했어? 루린?”
“이, 이제 할 거다! 가만히 있어라.”
말은 왜 더듬어? 말을 더듬으니 더 수상하다. 평범하게 귀를 파는 목적이면 말을 더듬을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