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15)
# 215
Chapter.41 망각
그 상태로 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시에나의 표정이 너무 어두웠던지라, 룸메이트인 헤라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시에나? 괜찮아? 얼굴이 왜 그래?”
“아, 아니야. 몸이 조금 안 좋아서 그래.”
“그래? 몸이?”
시에나는 그녀의 걱정에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러자 헤라도 흐음, 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2층 침대 위로 올라갔다.
헤라가 위로 올라가자 시에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저기, 있잖아….”
“응?”
“영주님은 어떤 분이야?”
헤라는 어릴 때부터 영주성에서 일했으니 자신보다 잘 알겠지, 하는 바람에서 물었다고 할까.
도중에 들어온 자신이 모르는 일면을 많이 알 수도 있으니까.
“글쎄. 평소에는 수도에 가 계시니까 잘 모르겠어. 하지만 예전부터 바깥사람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더라….”
“그래?”
“근데 갑자기 그건 왜?”
“아니야. 그냥 쓸데없는 호기심이야. 잘 자, 헤라!”
여기서 바깥사람이란 성 밖의 일반 백성들을 일컫는다.
시에나는 침대에 누워서 헤라의 말을 곱씹었다. 그럴수록 잠이 오지 않았다.
아니, 그날 이후로 사실 푹 자본 적은 없다. 그러니까 잠이 오지 않는 건 이 탓만은 아니겠지만.
‘오라버니. 잘 계신 거죠? 여기 영주님은 오라버니나, 그레이크의 영주님과는 너무 달라요….’
떠올리면 바보같이 눈물만 나오는데.
그래도 안 떠올리고는 배길 수가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데드란 백작의 로비와 음모에 의해서 그레이크 성의 사용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옮겨 오는 과정에서 그녀는 데드란 백작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너무 많이 들었기에 한시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
오라버니가 그런 악독한 영주 밑에서 잘 버티고 있을지에 대한 걱정.
하다못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만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었으나 한낱 시녀인 그녀에게 그레이크시의 상황을 들려줄 귀족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오늘 들은 이야기는 너무 충격적인데…. 어떡하면 좋지?’
어릴 때부터, 언제나 자신의 옆에서 좋은 영주에 대한 영주론을 설파하던 그레이크에게 시에나는 알게 모르게 감화되어 있었다.
‘물론 오라버니가 항상 말해주던 영주론은 거의 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래도 영주라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 백성들을 위한 구호물자를 정치에 이용하는 건 안 되는 일일 텐데!’
시에나는 분명히 비슷한 일화를 들었던 것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건 잘못된 일이다.
밖에선 지금도 굶어죽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자신은 운이 좋아 영주성에 속해있기 때문에 굶어 죽을 일은 없지만, 시장에만 나가도, 조금만 귀를 열어도 어디 어디 마을이 몰락했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보통의 시종이나 시녀들은 구호물자의 운용 같은 것에 대한 어려운 이야기는 알아들을 수도 없고, 가뭄에 의한 기근을 영주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없었기에 폭동이 일어나는 일도 없이 조용히 죽어가고 있는 상황.
‘오라버니….’
그럴수록, 결국 그 책임이 영주에게 있다는 것이, 그레이크에게 들었던 내용에 의하면 명백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놀라울 정도로 전혀 없었다.
자신의 편이 되어줄 만한 사람도 없다. 여기서 시에나는 굴러들어온 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에나는 그저 평소처럼 일했다. 아무리 나쁜 영주가 있는 곳이라고 해도 일은 해야 한다. 일을 포기하는 것은 오직 죽을 때뿐.
시에나는 어머니에게 항상 그렇게 배워왔다.
2층부터 3층에 이르는 자신에게 할당된 구역을 닦고 또 닦는다. 영주성을 언제나 번쩍이게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니까.
“하지만 각하!”
“당장 나가라!”
영주성의 집무실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시에나는 놀라서 물끄러미 그 장면을 바라봤다.
어제는 찻잔을 가져갔다가 들린 이야기가 신경 쓰여서 문을 살짝 닫은 후 몰래 엿들었었다. 그러니 지금 같은 상황은 의외다.
오늘처럼 집무실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온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드문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에나는 집무실을 계속 바라봤다. 곧 집무실에서 귀족 한 명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걸어 나왔다.
“이건 잘못되었다. 잘못되었거늘… 막아야한다. 하지만 어떻게….”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뭘 막아야 한다는 걸까? 설마…?’
시에나는 너무 자기 편한 대로의 해석이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귀족이 완전히 사라지자, 곧 위층에서 헤라가 달려왔다.
“시에나!”
“응?”
그녀는 시에나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아이참, 시에나. 남작님을 그렇게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어떡해? 그러다 시녀장님께 걸리면 큰일 난다?”
“아, 미, 미안….”
“하긴, 저분 멋있지? 이해는 해. 나도 그런 적 많으니까. 누군지 모르지? 딘크 남작님이라고 해.”
“그래?”
멋있나?
얼굴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니 잘 모르겠다는 것이 시에나의 감상.
“하지만 항상 영주님께 혼나더라고. 아. 내가 이런 말한 건 비밀이야!”
헤라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여기 갔다 저기 갔다 바쁜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혼나던 남작과, 그가 중얼거린 말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렸다.
별 거 아닌 혼잣말일 수도 있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몹시도, 몹시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시에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음날, 루티안 백작은 게린 남작과 함께 성에서 빠져나갔다. 도시 시찰을 위장한 사냥모임을 위해서였다.
그 때문에 평소보다 조용한 영주성에서, 시에나는 여전히 묵묵하게 일하는 중이었다.
집무실 아래 2층의 계단을 빠득빠득 닦고 또 닦는다. 그때 3층 복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3층 복도는 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지금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사냥을 위해서 사용인을 대거 데려갔고 동료인 헤라또한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자신이 전 층을 혼자 담당하고 있었으니.
시에나는 슬쩍 3층으로 올라가 상황을 몰래 살폈다.
집무실의 복도를 어제 그 남작이 쭈뼛거리면서 더듬고 있었다. 집무실의 잠금장치를 뭔가로 열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지 곧 포기하고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어제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 남작의 행동은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그렇기에 시에나는 행동에 나섰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남작님?”
“어, 어어어? 아, 아무것도 아니다!”
“영주님과 다른 귀족님들 모두 나가셨는데….”
“나는 할 일이 있어서 남았을 뿐이다.”
“그러신가요. 하지만 문은 잠겨 있는데요? 시종장이 키를 가지고 있어요.”
“그거야 알고 있다! 흠흠, 생각해보니 할 일은 각하께서 돌아오시면 해야겠군.”
딘크 남작은 그렇게 말하며 등을 돌리고 떠나가려 했다.
시에나는 생각했다.
이것은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자신이 뭔가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이 기회를 놓치면, 그저 그레이크를 그리워하며 늙어 죽을 때까지 일만 하다 세상을 떠나겠지.
자신은 그런 삶을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은 그렇지 않다는 듯, 저도 모르게 남작을 잡아버렸다.
만약 잘못 생각한 거라면 이 순간 죽는다. 죽는 건 상관없지만, 그레이크의 이상은 실현하고 죽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었으니 마음속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오라버니에 대한 죄책감… 을 가지고 살아가긴 싫어!’
구호물자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는 것. 그것은 사실 그녀에게 있어선 기근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정의감이 아니었다.
오로지 그레이크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그레이크가 매일매일 낭독해준 영주론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이 상황.
그저 묵과하고 죽은 후에 그레이크를 만나면 과연 자신은 떳떳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그렇게나 이야기했던 이상에 대해서, 죽고 만나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떳떳하게 박수를 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시에나의 입은 자신도 모르게 주절대기 시작했다.
“혹시, 구호물자에 대한 일 때문이신가요?”
“뭐? 뭣이라?”
그 말과 동시에 딘크 남작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쉿! 이라는 동작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시에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영주님과 싸우시고, 혹시 구호물자를 빼돌려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몰래 집무실에 오신 거 아닌가요?”
“…너, 넌 누구지? 어떻게 그 사실을…! 각하께서 살펴보라고 하셨더냐?”
딘크 남작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시에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자신이 영주성에 왔을 때 묵고 가는 3층 구석의 객실로 그녀를 밀어 넣었다.
사냥에 따라가지 않은 사용인들은, 전부 1층에 있었다. 사용인들은 뭔가 용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2층부터 4층까지는 함부로 올라올 수 없다.
현재 저택을 책임지고 있는 시종장은 1층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계단의 청소를 맡은 시에나만이 2층과 3층을 오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에나는 쥐도 새도 모르게 딘크 남작에게 끌려갔다.
그녀를 방으로 밀어 넣은 딘크 남작은 곧바로 시에나의 새하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이건 백성들을 위해서야.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되는 일… 그러니… 그러니… 미안하다!”
딘크 남작이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시에나의 목을 더욱 졸랐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 본 일이 없는지 그 힘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백성들을 위해서라.
목이 졸리는 상태에서도 시에나는 태연했다. 오히려 이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남작님의 편이에요.”
“뭐?”
“콜록콜록콜록.”
그 말 한마디에 딘크 남작은 손에 힘을 빼버렸고 시에나는 콜록거리며 주저앉아 버렸다.
“넌 대체….”
“전 굴러들어온 아이예요. 여기에 온 지 몇 년 되지도 않았어요. 그러니 다른 시녀나 시종들과 달라요. 딱히 영주님께 충성을 다할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지나가다가 그 사실을 들었어요. 사람들을 향한 구호물자를 정치를 위해서 쓰다니! 그건 잘못된 거 아닌가요? 전 그렇게 배웠어요.”
“네가 정치를 안단 말이냐?”
딘크 남작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다시 시에나의 목에 손을 가져가지는 못했다.
“잘은 몰라요. 하지만, 전에 모시던 영주님의 아드님이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하셔서….”
시에나가 자신의 편이라고 말한 것이 오로지 목숨을 살려달라는 것으로 해석한 남작이 물었다.
“그랬나? 으음, 하지만 널 살려두는 건…. 나의 행동을 발설하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믿지?”
그럴수록 시에나는 매우 태연하게 남작을 향해서 대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