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17)
# 217
Chapter.41 망각
***
콰아아앙-!
이것은 감옥 문짝이 날아가는 소리.
더불어 루린이 타다다닥 뛰어다닌다. 때려 부수니까 아주 신이 났다. 드래곤의 본능은 때려 부수는 거라더니.
본능대로 움직일 때가 가장 신나는 법이긴 하지.
“콰아아앙!”
으아아악-!
문지기들이 그 폭발에 놀라서 바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근무하고 있는데 폭발음과 함께 문이 부서지고 땅이 흔들리면 당연히 뛰쳐나올 수밖에.
“나왔냐? 하지만 못 간다!”
지하 감옥에서 뛰쳐나온 병사들은 1층 평지로 올라가는 계단을 벗어나지 못하고 루린의 마법에 당해버렸다.
모조리 기절해서 계단위에 널브러졌고 루린은 나뭇가지를 든 채 그런 병사들을 쿡쿡 찌르며 즐거워한다.
그럴 때도 결코 손으로 찌르진 않는다. 맨손으로 나 외의 생명체를 만지는 걸 싫어한다. 가끔 예외는 존재하지만, 보통은 그렇지.
“기절했냐?”
쿡쿡쿡.
문지기의 볼살이 나뭇가지 때문에 움푹 파였다.
그 상태에서 꾸욱꾸욱 누르곤 웃는다.
“키키킥, 이상하게 생겼다! 으으.”
그렇게 양 볼을 짓누르면 누구든 이상해 보인답니다. 루린님.
“왜 안 일어나냐! 일어나라. 에잇에잇! 찌르면 일어나라!”
목적을 잊은 소리를 내뱉으니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왜 일으켜? 기절시키는 게 목적인데?”
그러자 루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뭐 그런 걱정을 다 하냐는 얼굴로 소리쳤다.
“걱정마라. 일어나면 다시 기절시킬 거다!”
아,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뭐 딱히 문제는 없지만요.
꾹꾹-!
“히히, 일어나 봐라. 바보 같은 얼굴아.”
혼자서 잘 놀고 있으니 슬쩍 놔두고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치안대장이 알아온 정보는 진짜일까?
겉에서 나도는 이야기는 진실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다. 보통 그 출처가 높은 곳이면 눈가림, 눈속임, 뭐 기타 등등, 안 좋은 쪽인 경우가 많지.
녀석이 직접 첫사랑이었다고 말한 적 없지만. 말하는 눈빛을 보면 평소와는 너무 다르다. 시에나를 보는 그레이크의 눈빛은 깊은 감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첫사랑이라.
아련한 단어네.
그러니 웬만하면 떠도는 이야기와는 또 다른 진실이 있기를 바란다.
그레이크와 베르나.
그 두 사람은 충분히 고생했다. 이제는 좀 평탄한 삶을 살아도 되는 사람들이다.
“이게 뭐야!”
“폭발이다!”
“으아아악!”
“우리도 꺼내라! 이 새끼들아!”
“끄아아악!”
감옥 이곳저곳에서 악다구니가 울려왔다. 귀가 울릴 정도다. 하여간 목청들은 좋다.
감옥 안에 발생한 폭발은 사실 소리만 큰 뻥카다. 간수들이 놀라서 튀어나오면 일망타진 해버리는 일종의 병법이지.
교도소가 아닌, 옛날 방식의 감옥.
뻥 뚫린 감방들이 늘어서있는 바로 그런 식의 구조. 끝으로 이동하다 보니 딱 봐도 귀족 같아 보이는 남자를 발견했다. 귀족이라고 모두 귀족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천박한 놈들도 많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뭐랄까 고고했다.
그리고 독방이다.
아무리 대역죄인이라고 해도 신분제도의 사회에서 귀족과 평민을 같은 방에 가둘 리는 없으니까.
결론적으로 이 남자가 사건의 중심에 있는 바로 그 남작이겠지.
그런 확신과 함께 감옥 창살에 딱 붙어서 조용히 정좌하고 있는 사내를 불렀다.
“남작각하?”
“뭔가?”
눈을 감고 있던 남자가 살짝 눈꺼풀을 올리고 나를 봤다. 확실히 잘생겼다. 남작각하라는 질문에 뭔가라고 대답했으니 백퍼센트 남작인 것 또한 확실하다.
“저는 여기다가 폭발을 일으킨 사람이랄까요.”
콰앙-!
살짝 마법을 사용하자 다시 감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남작의 얼굴이 조금 동요했다.
“마, 마법사?”
감옥이 흔들렸다는 것 보다는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에 동요한 것처럼 보였다.
“배, 백작각하가 보냈소? 이런 수로 죽이려고 들다니.”
“아니, 아니, 무슨 착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고.”
“그럼….”
“시에나 때문에 왔다고 하면 알아듣겠습니까?”
나는 슬쩍 웃어 보였다. 시간 낭비할 것도 없으니 바로 시에나란 이름을 꺼냈다.
반응은 바로 왔다.
목숨이 위급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침착했던 남작이 벌떡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왔으니.
“그, 그녀를 아시오? 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루티안 백작인가 뭔가 하는 나부랭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나, 나부랭이? 다, 당신은 대체….”
“그보다 시에나의 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진실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질 순 있지만.”
진짜로 시에나가 이 남작을 사랑했고, 그래서 도피하려다 이렇게 된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니까.
“그, 그렇소? 그렇다면 말해주시오! 시에나는, 그녀는 무사하오? 잡힐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도망가주길 바랬거늘…. 그렇게 착한 아이가 잘못되기를 원하지 않소…!”
으음.
간절해 보이는 표정이다.
결국, 그레이크는 실연을 했다는 걸까.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니까, 이렇게 되면 그레이크가 불쌍해진다.
저 간절함에 담긴 것은 아무리 봐도 사랑이 아닐까 싶은데.
“진심으로 사랑하십니까. 시에나를? 불장난 같은 거였다면 이대로 그냥 가겠습니다만.”
“그게 무슨…? 잠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남작이 순간적으로 김빠진 사이다 같은 얼굴을 하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엥?”
덕분에 나도 덩달아 얼굴을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당신이 이 감옥에 온 이유, 시에나와 사랑의 도피를 하다가 백작에게 걸려서 그렇게 된 거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일단, 영주성에서 공공연히 떠도는 소문을 그대로 설명했다.
그러자 남작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진다. 마치 빈 맥주 캔이 찌그러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루티안 백작… 루티안! 설마 그런, 그런 소문들 내고 있는 것인가. 말도 안 돼! 그건 완벽한 날조란 말이오!”
“날조? 어떤 부분이 날조죠? 시에나는 현재 무사합니다. 그레이크가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그녀를 구하기 위해선 진실이 필요합니다. 남작각하. 날조된 부분이 있다면 사실을 말해 주겠습니까?”
날조라 외치는 남작의 말이 진지했다.
남작의 간절했던 얼굴은 사랑과는 다른 감정이었나?
“알겠소. 당연히 그래야지. 그녀의 명예가 걸려 있는 일인데. 나는 상관없지만, 그녀는…. 그 착한 아이가 그런 식의 날조된 누명을 쓰고 있는 거라면…. 그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소. 빌어먹을!”
남작은 그렇게 감정을 토로한 후 자신과 시에나가 벌였던 일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진실이란 것은 소문과는 전혀 정반대의 이야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시에나와 이 남작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대단하고 대담하고.
“그런 일이었습니까?”
“그렇소. 하지만, 어째서 그레이크 백작가에서는 그녀를 보호하는 건지 아시오?”
“그건 뭐 여러 가지가 얽힌 일인데, 시에나는 잘못되는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런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좋겠소. 옳은 일을 한 자가 벌을 받는 세상은 잘못된 세상이오.”
“그런데, 오다가 보니까 여전히 상황이 안 좋아 보이던데요? 구호물자를 풀었는데도 그 모양이라면 얼마나 심한 가뭄인 건지….”
“그건… 시간이 촉박해서 모든 구호물자를 밖으로 빼돌리는 덴 실패해서 그렇소. 백성들이 당분간 먹고 살 거리는 생겼지만, 결국 한계가 있는 이야기지. 창고에 있는 모든 식량을 푼다면 여유가 생긴 백성들이 가뭄을 이겨내고 농사일에 다시 매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을…! 오로지 정치자금 만들기만 바쁘다니….”
“가진 자란 것들은 보통 그러니까요. 상황은 잘 알았습니다. 저는 그레이크가로 돌아가 이 사실을 고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 전에, 제가 문을 열어드리면 도망치시겠습니까?”
“아니오! 나는 떳떳하오. 잘못한 게 없소. 루티안 백작이 날 죽인다고 하더라도 나 스스로는 죄를 저지른 적이 없으니 만족하오! 도망칠 생각이라면 시에나를 도망가게 한 후 나 또한 도망쳤을 것이고.”
음. 강직한 양반이군.
그렇다면 꺼내줄 필요는 없겠지. 꺼내줘도 가만히 감옥에 다시 들어갈 사람인 것 같고.
세상이 순리대로 돌아간다면, 이 남작은 풀려날 것이다.
그레이크가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인재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
나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당신의 뜻은 존중합니다. 그럼 무탈하시길.”
그렇게 말하고 쿨하게 등을 돌렸다.
“으악?”
하지만 그 쿨함은 1초도 유지되지 못했다. 내 바로 옆에서 루린이 쪼그리고 있었으니까.
언제 온 거야?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나는 기술이라도 터득했는지,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상황이 최근 종종 벌어진다.
뭔가 그럴 때마다 놀라는 것도 억울한데.
루린은 감옥에 있는 죄수를 마법으로 기절시킨 후 역시나 나뭇가지로 쿡쿡 찌르고 있는 중이었다.
“루린, 언제 왔어?”
“오, 끝난 거냐?”
벌떡 일어나서 내 앞으로 딱 붙어 싱글벙글 웃는다. 그러고 보니 꺼내달라고 악을 쓰던 죄수들이 너무 조용한 거 같은데.
“네가 한 거야?”
“그렇다! 히히힛!”
루린이 상쾌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빙글 돌았다.
“다 기절시켰다. 그대가 기절시키라고 했잖느냐! 근데 그대가 이야기 중이라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얌전히라.
루린의 입에서 얌전히란 단어가 나오는 날도 다 있다니.
실제로 매우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긴 했지.
“간수들만 기절시키라는 거였는데… 뭐 상관없나? 어쨌든 나가자. 지하라 그런지 공기가 탁하네.”
“공기? 어?”
다다다닥!
루린이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버리고 감옥에 관심이 완전히 꺼진 얼굴로 내 뒤에 따라붙었다.
“이제 돌아가냐?”
“아니, 남작 말이 사실인지 저 영주성 좀 뒤적여보려고.”
“호오?”
뒤적인다는 말에 다시 파괴본능이 돌아왔는지 루린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부수면 되냐?”
“응.”
“오오오!”
“시끄럽게 놀아보려고.”
“오옹? 그대! 난 시끄러운 건 싫다.”
루린이 딱 잘라 고개를 가로저었다. 파괴본능은 거창하면서도 시끄러운 건 또 싫어하는 게 루린답긴 하지만.
여기서 시끄럽다는 건 인간이 많거나 그런 걸 뜻한다.
“뭐 그런 건 아니야.”
우리는 감옥에서 나와 영주성으로 이동했고 영주성을 둘러싼 성벽, 그리고 그 성문 앞에 멈춰 섰다.
“루린, 부수고 싶다고 했지?”
“그랬던 거 같다.”
“그럼 저 커다란 문 부숴버려.”
“정말이냐? 막 부수냐? 가루처럼 부수냐? 폭발시키냐? 불태우냐?”
“음 가루처럼?”
“오오, 정말이냐!”
루린이 신난 얼굴로 성문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콰아아아아앙-! 소리와 함께 성문에 연결된 성벽 전체가 흔들렸다.
물론 성문은 굉음과 함께 찢어지고 발겨져서 가루가 되어 날리기 시작했다.
화끈하구만.
“그대. 성벽도 부숴도 되냐!”
“무슨 파괴본능이야 그건.”
그러자 루린은 팔을 붕붕거리다 멈추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