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
# 23
Chapter.7 치즈
“아픕니다. 크놀씨.”
크놀씨의 공격에 눈살을 찌푸려 주고는 이때다 싶어서 가져온 피자를 꺼냈다.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요리를 좀 만들어 왔습니다. 다들 드셔 보실래요?”
조금 식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치즈가 살아 움직인다. 딱 맛있을 때였다.
“이게 뭡니까? 처음 보는… 요린데요?”
가장 먼저 멘트씨가 피자 한 조각을 받아 들었다.
“동그란 모양에 빵… 인가요? 이 하얀 건 뭐죠?”
바로 옆에 있던 크놀씨도 신기한 얼굴이다. 뒤에 있던 두 여자도 다가왔다. 밀테인이 피자를 손에 들고 멘트씨를 바라본다.
“선배님이 먼저 드셔야 저도 먹죠! 어서요!”
밀테인이 또다시 징징거렸다.
“맞습니다. 주인공이 먹어야죠. 좋아하시는 매운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맛은 보장합니다. 회복해서 식당에 오시면 맵게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후후.”
“오! 그렇습니까? 기대되네요.”
멘트씨는 근심 가득한 표정을 잠시 내려놓고 피자를 입에 가져갔다.
“이게 뭐야? 이 늘어나는 건 뭔데?”
크놀씨가 놀란 얼굴로 외쳤다. 밀테인도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이게 뭐야.”
입에 피자를 물고 치즈를 늘어뜨리며 이리저리 흔든다.
“오! 이거, 맛있습니다. 빵의 식감과 빨간 소스가 엄청 잘 어울리고 고기도…. 그리고 이 하얗고 늘어나는 게 대체 뭐죠? 고소하면서도 짭짤하고 전체적으로 빵에 올린 재료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멘트씨가 차분히 감상을 말했다. 차분한 건 멘트씨 뿐이다. 홀린 듯 내 피자를 먹는 사람들. 물론 즐거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즐기지 못하는 여자가 한 명. 분명히 피자에는 고기가 들어있다. 하지만 다른 종류는 파스타와 비슷한 구성이다. 도우와 치즈, 그리고 토마토소스만으로 만든 피자.
파스타가 괜찮았으면 이것도 괜찮으리라.
그녀가 못 먹는 건 오로지 살코기라고 했으니까.
“엘레나 씨는 이쪽 걸 한 번 드셔 보세요.”
이태리식 화덕피자를 엘레나씨에게 내밀었다.
모두가 맛있게 먹는 걸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다 보니 조금 흥미가 생겼는지 엘레나씨도 피자를 입으로 가져갔다. 새하얀 얼굴로 머뭇거리며 피자의 끄트머리를 아주 살짝 베어 물었다.
그러자 치즈가 늘어진다. 금발의 엘프와 치즈가 왠지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엘프는 곧 뺨을 상기시켰다.
“맛있어요! 어떻게 고기를 안 쓰고도 이렇게 요리를 잘하세요? 저도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혼자서 외치더니 그게 부끄러웠는지 등을 돌려버린다.
“죄, 죄송해요!”
“아니 뭐 죄송할 일은.”
간단한 요리라면 못 가르쳐 줄 것도 없다.
“근데 올 수 있겠어요? 식당에?”
내가 살짝 웃으며 묻자 엘프가 뒤로 나자빠졌다.
“그, 그, 그… 그 글쎄요!”
드래곤이 무섭긴 한 모양이었다. 매우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어쨌든 멘트씨는 만족스럽게 피자를 먹었다. 기운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스스로 극복할 일이지. 단골을 잃을 수는 없으니까 어서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자 파티가 끝난 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나 또한 식당으로 돌아왔다.
루린은 피자가 마음에 드는지 혼자서 두 판이나 해 드셨다.
모짜렐라치즈는 한 봉지가 몽땅 털려 버렸고 빈 봉지만이 주방에 널려 있는 모습.
치즈도 분명 가공품인지라 소환해서 쓸 수는 있지만, 너무 불편하다. 모짜렐라를 비롯해서 다양한 치즈를 사용하면 좋은 점은 많은데 소환할 수 있는 양이 너무 한정적이니까.
양주 한 병.
치즈 한 봉지.
소주 한 박스.
박스로 포장되는 거야 박스로 불러낼 수 있지만, 그것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에 한한다. 소환품에는 언제나 한계가 따른다.
이곳 사람들 입맛에도 치즈나 피자가 잘 어울리는 걸 알았으니, 갑자기 치즈를 직접 만들고 싶은 욕망이 부풀어 오른다.
드래곤 레어 위에 치즈 공장이 있으면 눈속임도 된다. 물론, 보통 사람이라면 언덕 아래에 레어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야 생각조차 못하겠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튼 치즈는 필요하다.
모짜렐라치즈는 분명히 물소젖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요리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럼 이 김에 목장을 만들어 볼까? 한적한 목장을 만드는 건 또 하나의 워너비.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물소라고 하면 분명히 본 적이 있다. 사실, 이 세상의 기본적인 생태계는 지구와 매우 비슷하다.
말하다보니 갑자기 그라탕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라면에도 치즈를 올려 먹고 싶어졌다. 직접 만든 치즈를.
의욕이 솟구친다. 요리에 대한 의욕이랄까.
레어는 이제 드워프에게 맡겨도 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드워프와의 교섭만이 남아있다. 치즈에 눈을 돌려도 문제는 없다.
목장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물소를 잡아다가 언덕 위에 가둬놓고, 물길과 우리를 만들어 놓은 후 루린에게 부탁해 얌전하게 만들어 기르면 그만이다. 태어나는 물소들은 처음부터 길들이면 얌전해질 테고.
관리할 사람은 면접을 봐서 뽑으면 되는 일. 체계만 잡아놓으면 모짜렐라치즈가 계속해서 손에 들어오게 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다. 나는 지하로 달려가 루린을 붙잡았다.
“그대, 언제 돌아왔냐? 어어? 뭐가 이리 급하냐!”
“어디 좀 가자.”
“어디를?”
루린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질문한다.
“보물을 잡으러.”
루린은 내 말에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보물이란 말에 본능이 꿈틀거리는 거다. 드래곤은 보물이라면 사족을 못 쓰니까. 그녀의 799번째 생일에 내가 선물한 금팔찌를 몸에서 한시도 떨어뜨리지 않고 차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고.
“오오? 보물이라니?”
나는 지도를 펼쳐서 장소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가야 할 곳은 그레이크시하고는 상당히 떨어진 곳이다. 몬스터 전쟁이 한창이던 10년 전.
그때는 루린의 존재 자체도 모르던 시절이다.
말 그대로 코흘리개 마법사였던 시절의 이야기.
제국의 남동쪽 외곽인 베린트강의 하류. 바다와 강이 만나는 그 지역에서 물소랑 비슷한 놈을 봤던 기억이 났다. 당시에 그 뿔로 활을 만든다며 설치는 귀족들 때문에 기억이 생생하다.
물소. ‘베리네리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놈은 고기가 맛이 없었지만, 그 뿔은 귀족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었다. 사용하지도 않는 활을 물소 뿔로 만들면 그것이 강함의 상징이 되는 것처럼.
그레이크시는 제국의 남서쪽에 있으니 매우 먼 길이다. 물론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한 방이지만. 그게 아니면 물소를 잡아오겠다는 건 일 년이 더 걸릴 일이지.
하지만 드래곤이 있으면 금방이다.
식당과 목장.
목장이 있는 식당.
단순한 우카목장은 그레이크 산에도 많기 때문에 참고 있었는데, 물소라면 특이하고 돈도 된다. 나만의 목장.
얼마나 좋은 울림인가.
***
우리는 베린트강의 하류. 제국의 거대한 바다 앞에 도착했다.
베린트강의 푸른 물줄기가 바로 이 바다로 흘러들어온다. 이 베린트강을 올라가다 보면 물소의 서식지가 나온다. 그 서식지로 바로 가지 못한 것은 텔레포트의 한계 때문이었다.
루린은 직접 가봤거나 눈으로 보고 있는 장소가 아니면 텔레포트가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남동쪽에 있는 드래곤 레어의 마력을 찾아내서 텔레포트를 했다. 그리곤 베린트강의 하류가 맞닿아 있는 남쪽바다까지 걸어와야 했다.
여기서부터 다시 베린트강을 거슬러 올라가 물소를 찾으면 된다.
올 때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물소만 발견하면 게임은 끝이다. 돌아가는 건 간단하니까.
물론 루린은 지쳐서 흐느적거렸다.
그래도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마음이 좀 확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강 쪽으로의 지평선. 바다 쪽으로의 수평선.
나는 루린을 이끌고 해안가에 섰다. 그리곤 바다를 눈에 담았다. 바다 냄새가 코를 찌른다. 드넓은 하늘이 더욱 푸르게 보이는 바로 이곳.
“그대! 이 강은 뭐가 이리 크냐? 호수인가?”
“네? 뭐라고 하셨죠, 드래곤님?”
“왜, 왜 그러냐…?”
루린이 루리둥절을 시전한다. 자신이 말해놓고 대체 뭐가 잘못됐는지 모른다는 얼굴이다.
“아니, 최고의 지성체라는 드래곤이 바다를 몰라?”
“아니다! 바다는 안다. 들어는 봤다!”
“바보야. 그러니까 이게 바로 바다야.”
800년의 세월. 대륙의 중앙부. 블랙드래곤의 성지. 그 근처에서 지낸 그녀. 잠만 자던 세월과, 몬스터전쟁에 말려든 세월을 입증하듯 바다까지 날아와 본 적은 없었나 보다.
유희조차 해본 적 없는 드래곤이니까.
“우옼! 이게 바로 바다냐? 강이 아니었느냐? 어쩐지 강치고는 너무 크다고 했다! 히히.”
해맑게 웃으며 받아들이는 모습이 찬란해 보일 정도랄까.
하늘도 찬란하고. 바다도 찬란하고. 앞에 있는 드래곤도 찬란하고.
날씨도 좋다.
쏴아아아!
파도 소리가 기분 좋게 귓가를 때린다.
목장이고 뭐고 놀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눈이 부실 정도의 에메랄드빛 바다. 투명한 바다 속의 산호초. 아무도 없는 해변.
휴양이라곤 해본 적 없는 나의 인생도 그렇고.
바다에 처음 와본 루린도 그렇고.
그냥 지나치기는 너무 아쉽다.
그래서 나는 루린을 안아 들었다. 공주님 안기다. 공주님이 아닌 드래곤이지만.
“어어어?”
전력질주! 마구 달려서 바닷물로 첨벙첨벙 들어갔다. 그리곤 루린을 내동댕이쳤다.
푸우웅덩!
드래곤이 바닷물에 빠지더니 곧바로 일어나 날 쏘아본다. 딱 그녀의 허벅지까지 오는 깊이다.
“으헥! 왜 이렇게 짜냐!”
“바닷물은 원래 짜답니다.”
“갑자기 물엔 왜 들어왔…!”
나는 입을 여는 루린의 얼굴에다가 바닷물을 잔뜩 뿌리기 시작했다.
“원래 인간들은 이러고 놀거든.”
바닷물을 안면에 가득 맞이한 루린은 고개를 마구 휘저어 머리를 털면서 나를 쳐다봤다. 눈이 빛나고 있다. 투쟁본능이다.
“그렇단 말이냐! 그럼 이 몸도 질 수 없다!”
루린은 무려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파도를 등지고 해일이 생겨났다. 자연의 섭리로는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다.
“야, 임마! 무슨 짓이야!”
“푸하하하하하! 받아라! 복수다!”
내 키만 한 해일이 나를 덮쳐왔다. 장난이라는 개념은 있는지 다행히 9클래스의 마법은 아니다. 루린이나 내가 맘만 먹으면 대형 쓰나미를 몰아치게 할 수도 있다.
나는 작은 해일 속으로 잠수해 몸을 숨겼다. 그리고 더 깊은 바다로 헤엄쳐 나아갔다.
“고작 이 정도에 날아가 버렸냐? 그대가 그렇게 허약할 리가 없지! 이 몸이 죽이려고 했는데도 못 죽였으니까!”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나는 숨어서 저 멀리까지 잠수한 채 헤엄친 후 물 위로 나와서 루린의 몸 앞쪽에 낙석을 소환했다. 반격이다. 반격.
푸우우웅덩!
돌덩이가 떨어지자 루린의 몸에 바닷물의 폭풍이 몰아친다. 루린의 얼굴에 다시 바닷물이 잔뜩 튀었다.
“아앙! 짜다! 차갑다!”
루린은 마나를 감지해 나를 찾아내서는 헤엄쳐 다가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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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