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38)
# 238
2부 Chapter.1 신혼여행 가다가
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상처들이 루린의 브레스 크기와 비슷했다. 드래곤 상태에 비해서 현저히 작은 면적이지만, 이렇게 몬스터를 꿰뚫어버릴 위력이 있는 건 루린의 브레스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여기까지 날아오는 동안 브레스의 에너지도 많이 소진돼서 맨 뒤의 몬스터는 꿰뚫지 못한 것도 그렇고.
탱탱볼 브레스는 천장과 벽을 마구 요동쳤기에 각각 몬스터의 상처가 다른 것도 말이 된다.
이 몬스터들이 어느 정도의 몬스터 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레스의 위력은 이 공간에서도 충분히 강하다는 뜻이 되는 거고, 그렇다면 역시 문제는 출구라는 건가.
“우리 여보님 강하네?”
“웬일로 그대가 약하고 내가 강하냐?”
“그러게?”
“그럼 내가 지켜준다! 항상 그대가 지켜줬는데 반대다. 히히.”
루린을 지켜준 건, 같은 드래곤들에게서 지켜줬지. 예전에 그녀의 어머니가 남긴 레어에서 지낼 때 주로.
어쨌든 루린은 색다른 포지션이 기쁜지 연신 웃더니 허리에 손을 올렸다. 위풍당당한 자세다.
“잘 지켜주세요.”
그래서 당당하게 부탁했다. 지켜달라고.
“아무튼 몬스터가 있다는 건 오히려 다행이야. 몬스터가 먹는 식량이 있을 테니까.”
“호오.”
그 식량이 혹시 인간이라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좋고, 아니라 다른 몬스터라면, 어쨌든 먹이사슬이 있을 테니 우리가 먹을 식량은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니 더 걷자.”
나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식량을 찾으면 좋고, 출구를 찾으면 더 좋고.
“그대!”
그러자 루린은 타다닥 뛰어와 내 앞에 섰다.
“지금의 그대에겐 내가 방패다!”
“방패?”
“그렇다! 내가 앞장설 거다. 다치면 안 되니까. 그런 건 용서 못한다.”
힘들다고 질질 끌려오던 녀석이 몬스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내 앞에서 걷겠단다. 드래곤인 루린은 폴리모프 상태여도 기본적으로 인간보다 방어력이 강하니까 옳은 결단이긴 하지만.
평소와는 확실히 다른 포지션이었다.
아니 평소라면 나도 루린도 서로를 보호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신기한 경험이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다. 부부니까 한쪽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의지하는 건 당연한 일.
우리는 그 상태로 또 한참을 걸었다. 하지만 길이 끝나지 않는다. 덕분에 앞서 걸어가던 루린이 한 번 더 폭발 할 때가 되어갈 때쯤, 또다시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그 변화는 갈림길이었다.
지루했던 외길이 끝나고 눈앞에 나타난 갈림길. 갈림길이 나타났다는 건 뭔가 커다란 변화가 있다는 소리기도 했다. 그러니 반가울 수밖에.
물론 어느 한쪽은 함정이라든지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선택장애를 일으킬 수는 없는 일. 지금은 루린의 브레스와 방어력을 믿고 아무데나 골라서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으로 갈까, 왼쪽으로 갈까?”
육안으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갈림길. 하지만 루린은 내 질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입을 열었다.
“오른쪽!”
“오른쪽? 왜?”
“오른쪽의 그대가 왼쪽의 그대보다 요만큼 멋있다. 그래서 나는 오른쪽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여기서도 오른쪽이다!”
“엥? 그런 게 있어? 얼굴에 차이가 있단 말야? 요만큼이 어느 정돈 데?”
“으음 먼지 녀석을 10분의 1로 분해해서 다시 공중에 흩뿌린 후 그 입자를 다시 분해시키면 나오는 정도?”
“…….”
그거 차이가 있는 거 맞아?
뭐라 할 말이 없는 미세한 차이다. 그걸 구별할 수 있는 게 더 신기한 게 아닌가?
새삼 루린이 내 얼굴을 얼마나 나노입자로 나누어 구별하고 있는지 두려워질 정도였다.
아니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오른쪽을 선택한 이유는 황당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선택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루린의 말에 따라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잠깐은 아까와 똑같은 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곧 그 외길은 끝나버렸고 천장이 훨씬 높아졌으며 원형으로 된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또한 그 곳엔 살아있는 몬스터가 있었다.
아까 본 몬스터와 똑같은 종류.
놈들은 커다란 손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손톱이 웬만한 칼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게 날카롭게 보였으며 전신은 털로 뒤덮여 있었고 몸체는 커다랬다. 내 키의 두 배 정도?
“크와아아악!”
대화를 할 생각은 전혀 없는지, 몬스터 전쟁 때 질리게 봐왔던 미쳐 날뛰는 몬스터처럼 다짜고짜 공격을 시작해왔다.
마나가 없는 상황이니 일단 후퇴를 선택하고 소리쳤다.
“루린, 일단 도망치자!”
“오오옥? 뭐, 뭐냐! 오아아악! 그대! 같이 가라!”
타다다다닥!
본능적으로 도망치자 루린도 따라왔고, 우리는 갈림길까지 줄행랑쳤다.
하지만 놈들은 쿵쿵 거리면서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다.
왜 도망쳤냐에 관한 중요한 사실이. 왜 망각하고 있었지?
“야, 루린.”
“왜 그러냐?”
“넌 왜 도망친 거야?”
“나? 그대가 도망치자고 해서 도망쳤다.”
“아니, 넌 브레스가 있는데 왜 도망쳐?”
“오오?”
“오는 무슨! 마나는 못써도 브레스는 쓸 수 있다는 걸 아까 확인했는데 도망칠 필요는 없지.”
“하지만 브레스든 뭐든 그대가 도망치자고 했으니 도망쳤다.”
“그럴 때는 또 말을 잘 들어요.”
“무슨 소리냐? 나는 원래 그대의 말만 듣는데? 항상 난 그대를 따라간다!”
당당한 루린님이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도망쳤던 길을 바라봤다. 숫자는 약 5마리. 달리기는 다행스럽게 매우 느리다.
어쨌든 아까 죽어있던 몬스터가 브레스 한 방에 죽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루린이 꿀릴 숫자가 아니다.
“아무튼 저놈들부터 정리하자.”
내 말에 루린이 고개를 끄덕였고, 거의 다 쫓아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는 듯 눈에 불을 켜고 날붙이를 휘두르는 몬스터들을 향해 루린은 브레스를 사용했다.
“크어으크어!”
“시끄럽다. 건방진 놈들이다. 마음에 안 든다. 감히 내 남편에게 덤비다니!”
루린은 놈들의 표효를 해석했는지 한층 더 화난 얼굴로 브레스를 뿜어냈다. 에너지의 입자가 화려한 색을 만들며 방출, 고에너지의 폭탄이 몬스터를 향해 직격했다.
퍼어어어엉-!
맨 앞에 있던 몬스터는 그 한 방에 몸 반쪽이 사라졌고, 그 뒤에 있던 몬스터는 머리가 날아갔다. 피를 뿜을 새도 없다. 브레스에 닿자마자 그 닿은 면적이 그대로 잿더미가 되어 없어졌다. 갓 방출해서 에너지가 전혀 소실되지 않은 브레스이기에 그 위력은 아까 죽어 있던 몬스터를 죽였던 것보다 강하다.
“그대. 저리로 가자.”
“응?”
루린이 웬일로 나를 질질 이끌었다. 지금 싸우고 있는 건 루린이기에 얌전히 그 말에 따랐다.
두 마리의 몬스터를 날려버린 브레스는 벽을 향해 날아갔고 남은 몬스터들이 다시 우리에게 돌격했다.
하지만 브레스는 반대쪽 벽에 닿자마자 반사되어 다시 날아왔고 몬스터들의 뒤통수를 향해 직격했다.
코아아아아앙-!
아까보다는 위력이 약해졌지만 몬스터 한 마리가 그대로 가슴이 뻥 뚫려 쓰러져버렸고 브레스는 우리가 조금 전 서있던 자리의 천장 쪽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반사되어 방향이 꺾였다.
“히히히. 이거 재밌다.”
“방향을 계산 한 거야?”
끄덕끄덕. 루린은 고개를 끄덕인 후 브이자를 그렸다.
“예이!”
루린이 시선을 끌자, 몬스터가 잠시 멈췄고, 딱 그때 천장에서 브레스가 몬스터를 덮쳤다.
“크아아아악-!”
몬스터 4마리를 없애버린 브레스는 천장 높이로 날아가다가 서서히 사라져버렸다.
“으음, 이 정도냐? 그럼 이렇게다!”
잠시 혼잣말을 하더니 다시 남은 한 마리의 몬스터를 쳐다본 후 브레스를 방출.
이번의 브레스는 조금 전의 것보다는 약해보였는데, 과연 한 마리의 몬스터를 꿰뚫어버리고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 짧은 시간에 루린이 브레스의 강약을 적당하게 조절하기 시작했다. 역시 이럴 때 보면 루린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이 실감난다.
만사를 귀찮아하고 인간 세상에 대한 상식이 놀랄 만큼 부족할 뿐이지 지금처럼 전투상황에 적응하는데 있어서는 그냥 천재다.
“잘했어. 그런데 아까 몬스터가 달려들면서 포효한 거, 뭐라고 한 건데 짜증냈어?”
아마도 루린은 그 포효를 해석했을 거다. 루린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는 없다고 봐도 된다.
실제로 한국에 갔을 때도 무리 없이 한국어를 할 수 있었고, 오크어나 드워프어, 그 어떤 것이든 능수능란하게 해석 가능하다. 그러니까 방금 전 몬스터의 괴성, 나에게는 크어어어라고 밖에 안 들린 그것을 루린이라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터.
그러니 그 포효에 이 공간에 대한 어떤 단서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물었다.
“아 그거?”
“응.”
“감히 하등생물 주제에! 라고 했다.”
“뭐?”
“웃기는 놈들이다.”
“그건 그렇지.”
루린은 최상위의 고등생물인데, 하등생물이라니 정신 못 차리는 몬스터일세. 정보도 전혀 아니고, 도움이 전혀 안 되는 놈들이었다.
“아무튼 잘했어. 우리 여보님.”
“꺄악?”
열심히 날 지킨 루린을 잠시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은 후에 다시 걸어서 아까 그 원형 공간으로 돌아왔다. 조사를 하기 위해서다. 아마 여기서 거주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외벽은 외길에서 쭉 봐왔던 통로의 것과 똑같았다. 신기한 벽돌로 쌓아 올려 만들어진 원형 공간.
통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몬스터들이 사용했던 것처럼 보이는 잡동사니가 꽤 많이 있다는 점이다.
구석 쪽에 몬스터들의 무기로 보이는 채찍과 칼 같은 것이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침대로 추정할 수 있는 나무판이 있었으며 또 한쪽에는 나무로 된 오크통과 흡사한 통이 있었다.
오크통이 있다니.
여기도 나무가 존재한다는 건데?
어쨌든 그 나무통을 조사하니, 안에는 뭔 버섯 같은 식재료가 들어있었다.
몬스터들의 주식인가 싶어서 급 관심이 생겼다.
통을 바닥에 엎자 한 종류의 버섯이 우르르 쏟아졌다.
버섯같이 생겼다고 확실히 버섯이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지나온 통로를 생각해보면 벽 구석구석에 버섯이 자란다고 해도 문제가 될 환경은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몬스터의 식량?
그럼 땡큐지.
나는 그 버섯을 손에 들었다.
생김새는 양송이버섯과 비슷하다. 먹을 것이니 당장 직면했던 아사에 대한 걱정을 해결하기 위해서 버섯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나랑 같이 사방을 뒤지던 루린도 관심을 보이면서 다다다 달려온다.
“그거 뭐냐?”
내가 먹는 걸 본 루린도 다가와 양송이버섯을, 아니 그렇게 생긴 것을 한입에 집어넣었다.
일단 나와 루린은 기본적으로 독에 대한 걱정은 없다.
그렇기에 독버섯일까 하는 염려는 없다.
콰삭-!
이상한 식감과 함께 입안에서 버섯이 씹혀나갔다.
“으엑!”
퉷퉷퉷.
그리고 루린은 버섯을 뱉어냈다. 동시에 나도 버섯을 뱉었다.
이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는 맛이다. 맛만 없는 게 아니고 역하기까지해서 도저히 씹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할까, 질긴 타이어를 씹는 기분이랄까? 뭔가 뜨거운 고무를 먹는 느낌이었다. 씹을수록 올라오는 역한 냄새 또한 인상을 절로 찌푸리게 만든다.
“이런 거 안 먹는다.”
루린은 혓바닥을 내밀더니 갑자기 내 손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대 아까 그 초콜릿 묻은 손가락 어딨냐. 단 거, 단 게 필요하다! 으으으.”
“그게 지금까지 묻어 있겠습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