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2)
# 242
2부 Chapter.1 신혼여행 가다가
“아, 잠깐! 루린, 석화된 녀석 만지지 말고 가만히 두라고 해. 빨리!”
그 순간 쿤들이 석화된 자신의 동족을 만지려고 하기에 나는 급하게 루린을 다시 급파해야 했다.
내가 심각한 얼굴이었기에 루린은 별말 없이 쿤들에게 다다다 뛰어갔다.
석화라는 것.
그것은 아마도 적이 상대를 쉽게 죽이기 위한 도구가 아닐까. 뭔가 게임의 아이템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들어서 급하게 쿤들을 말렸다.
건드려서 깨지기라도 하면 절대로 다시 원상복구 될 것 같지 않았으니까.
만약 이 구운 세쿤이 아이템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거라면 어떻게든 되돌리는 방법은 있긴 할 텐데.
쿤들은 어쨌든 루린의 호통에 행동을 멈췄고, 건드리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소리 때문인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아예 그 자리서 굳어 버렸다.
그 상태는 약 5분간 지속됐다. 쿤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 5분후 석화가 됐던 쿤의 몸이 회복하기 시작하면서였다.
신기하게도 머리에서부터 석화가 회복되더니 잠시 후 다리까지 모두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쿠쿤! 쿤쿤!”
쿤들은 대장이 살아나자 매우 좋아하면서 폴짝거렸다. 아마도 이 구운 세쿤을 먹으면 석화가 되긴 하는데 그 지속시간은 약 5분인 것 같았다.
그 5분 동안은 적이 쉽게 공격을 할 수 있을 테고. 먹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장격의 쿤은 구웠던 세쿤을 반 베어 물고 석화가 되었기에 손에는 아직 세쿤이 남아있었다. 그렇기에 놀라서 그 세쿤을 땅바닥에 던졌는데 하필 그게 동료 쿤의 발바닥에 떨어져버렸다.
그 순간 또다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다리에 맞은 순간 떨어진 세쿤이 터졌고, 그 효과로 먹지 않았는데도 쿤이 석화가 되기 시작했다.
다리부터 머리까지 석화가 되는 쿤. 방금 석화에서 풀렸던 대장 격의 쿤은 황당한 얼굴이었으나 괜찮다면서 동요하는 동료 쿤들을 열심히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자신도 5분 만에 회복했으니 똑같다는 논리겠지.
침착한 것이 대장답기는 했다. 그러니 루린을 통해서 구우면 세쿤의 효과가 변한다는 사실을 대장에게 전했다.
그리고 조금 전 현상을 분석해 봤다. 단순히 만지는 것만으로 석화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세쿤을 버리는 과정에서 충격이 가해졌는데, 그저 손에 드는 것이 아니고 충격을 받으면 석화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그럼 무기나 마찬가진데?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저절로 아까 잠깐 고민하던 2층 공략법이 나타났다. 이 세쿤 버섯을 많이 모은 후 쿤들과 함께 2층으로 쳐들어가면 아무리 덩치 큰 몬스터의 숫자가 많아도, 쿤들의 숫자가 더 많다고 하니 손쉽게 제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구운 세쿤은 강력한 무기다.
2층을 공략하면 이 유적을 탈출할 방법이 생기니 그럼 만사 해결이다.
일단 오늘은 너무 늦었고, 푹 잔 후에 쿤들을 설득해서 같이 2층을 정복하면 이 이상한 곳에서 빠져나가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신혼여행지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1층에서 그렇게 억압당하고 노예로 부려졌으니 자신들의 손으로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고.
평화를 좋아하는 녀석들 같으니 이 유적을 점령하면 평화롭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턱을 만지며 고심하던 손을 내리고 루린을 찾았다.
루린은 내 옆에서 구운 세쿤을 먹는 걸 멈춘 후 매우 관심 있게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었다.
“그대?”
그러더니 나에게 종종 다가와 세쿤을 내밀었다.
“응? 뭔가 알아냈어?”
“아니. 그보단 나도 돌이 돼보고 싶다. 무슨 기분일지 궁금하다. 저 녀석들도 돌이 됐다가 금방 회복했으니 상관없지 않냐?”
“돌이 되고 싶다고?”
끄덕끄덕.
루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게 다 궁금하다?”
“그대는 궁금하지 않냐? 돌이 된다는 느낌! 평생 돌이 되면 물론 절대로 안 되지만, 잠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니까. 그런데 평생 돌이 되어도 괜찮은 것 같다. 대신 그대가 계속 안고 다녀야한다. 한시도 떨어뜨리지 말고. 돌이지만 나니까!”
“……그 어마 무시한 미션은 둘째 치고 너한테는 안 통할걸? 우리 루린님은 위대한 존재이신 드래곤이시니까요. 드래곤이 돌이 되다니 말도 안 되지. 자 봐봐.”
나는 루린의 발에다 세쿤을 떨어뜨려보았다. 쿤이 석화된 과정과 똑같다.
역시나 루린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인간 형태로 변신했다 뿐이지 어쨌든 드래곤의 피부다. 독이 침투할 수 있을 리는 없지.
드래곤의 피부를 상처 입힐 수 있을 정도의 공격이면 통하겠지만 고작 버섯에 그 정도의 공격력이 있을 리도 없고.
“……그럼 그대는?”
“엥?”
“그대가 돌이 된 것도 보고 싶다. 아니 사실은 내가 되는 것보다 그대를 돌로 만들어보고 싶다!”
“뭐? 잠깐. 루린님? 멈춰보시죠?”
“히히히히. 5분이면 된다!”
“잠깐! 드래곤 하트가 몸속에 있으니 먹어서는 돌이 안 되겠지만, 나의 경우는 드래곤 피부가 아니고 그냥 인간의 피부잖아? 그러니까 독의 침투 자체를 막지는 못해. 물론 피부를 통해 독이 들어오면 드래곤 하트가 금방 해독을 해주겠지만, 그때까지 아주 잠깐이라도 석화가 될 것 같긴 하니까 멈춰줘. 석화가 되면 그동안은 의식을 잃을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러면 큰일이니까 절대 안 돼!”
“오오, 그런 거냐? 걱정마라! 그대가 하지 말라는 거 하는 거 봤냐? 후후후.”
꽤 많이 본 거 같은데?
“에잇!”
“야!”
“끄아악, 손이 미끄러졌다!”
“그것도 연기라고 하고 있냐!”
루린은 나를 향해서 구운 세쿤을 던졌다. 그것도 매우 강하게. 에잇! 하면서 투수가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듯 말이다. 그래놓고 뭐? 손이 미끄러져?
“너……!”
나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돌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내의 뒤통수에 망부석이 되다니.
“오오!”
뭐가 오오야. 석화가 풀리기만 해.
아주 그냥.
루린의 마수에 걸려 몸은 돌이 되기 시작했다. 돌이 된다는 느낌은 솔직히 매우 이상했다.
점점 굳어져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마치 가만히 있다가 마비가 온다거나 자다 가위에 눌려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정신을 잃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돌이 되니까 그 순간의 기억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만약 돌이 된 상태에서 공격받아 부서지면?
아찔한 일이다. 딱히 생각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오오!”
루린은 뭔가 어벙한 얼굴로 돌이 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돌이 됐다!”
루린은 호오, 호오. 하면서 돌이 된 내 주위를 다다다 한 바퀴 돌더니 턱을 괴고서 한마디 내뱉었다.
“돌이 되어도 멋있다.”
그래?
그건 고맙네. 루린의 혼잣말에 돌이 된 분노가 조금 내려갔다.
아주 조금.
그러더니 나를 부른다.
“그대.”
대답도 못 하는데 부르기는.
루린은 조심스럽게 내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가져왔다. 그리곤 슬쩍 내 볼에 손가락을 대본다. 그리고 쿡쿡 찌르는 시늉을 했다. 시늉만…….
이런 시늉조차도 평소에는 거의 안 하는 행동이다. 부끄러우니까.
“히히. 그대 볼 귀엽다. 하지만 만지면 안 된다고 했으니 안 건드린다.”
다행히 아까 쿤에게 주의 줬던 걸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항상 안고 싶지만 부끄러워서 못하니까! 돌이 됐을 때라도 안는 시늉을 해보고 싶다!”
루린은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물론 돌이 된 내 몸에 닿지는 않은 채.
“……으으.”
그러더니 귀가 빨개져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잠시 후 다시 슬쩍 눈을 내 얼굴을 향해 치켜떴는데 반짝이는 눈동자 때문인지 너무 귀여웠다.
부끄러워하면서 빨개진 얼굴로, 그러면서도 뭔가 행복하다는 듯 웃고 있으니.
그러는 사이에 석화가 풀려가기 시작했다. 쿤들의 경우에는 5분이지만, 역시나 생각대로 내 경우에는 해독하는 시간이 매우 빨랐다. 3분도 되지 않아서 내 의지로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루린이 내 허리를 감아 안고 있는 장면 그대로 석화가 풀렸다.
루린은 당황해서 그대로 굳어 버린 듯 움직임이 없었다. 입을 살짝 벌리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만 깜빡였다.
귀는 이미 빨갰으나 그 즉시 얼굴까지 완전히 홍당무가 돼버렸다. 만약 드래곤 상태였으면 블랙드래곤 주제에 그렇게 싫어하는 레드처럼 되는 걸까? 웃기게도.
“왜 벌써 돌아오냐아아아아! 끄아아아악!”
당황한 루린이 결국 터져버렸다.
나는 그런 루린의 허리를 내 쪽에서 당겨서 강하게 끌어안았다.
“뭘 그렇게 당황해? 남편을 껴안는 거야 당연하지.”
“으으. 그렇지만….”
그러자 루린은 내가 당겨서 끌어안아줬다는 그 행위가 마음을 안심시켰는지 저쪽에서도 나를 끌어안았고, 결국 우리는 부둥켜안고 그렇게 시간을 꽤 오래 보내야했다.
“뭔가 또 진거 같다!”
한참 후에 몸을 떨어뜨리자 루린은 그렇게 외치면서 볼을 부풀렸다.
***
나는 짚 위에서 눈을 떴다. 잠시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그러다가 레어의 침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약 10초 후 떠올렸다.
눈앞에 있는 건 루린의 얼굴이다. 평온한 얼굴로 내 품에서 잠들어있었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살짝 웅크린 상태로 고로롱 고로롱 소리를 내는 중이었다.
석화가 됐다가 풀린 후에 일단 자기로 마음먹었고, 잠을 자겠다고 하니 쿤들이 모아놓은 짚을 깔아 주는 등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친절한 몬스터들이다.
한두 마리였으면 레어로 데려가서 루룬들과 같이 살게 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그중에 한두 마리만 데려가는 건 무리고.
이 몬스터들은 공동체 의식이 매우 강해보였다. 그러니 떨어뜨릴 수는 없다. 루룬들의 경우에는 그래서 가족 전체가 레어로 넘어왔지.
쿤들의 아침은 매우 분주했다. 아니 지금이 아침은 아니다. 식당을 열 필요가 없기에, 그냥 푹 자버렸으니까.
어제 잠든 시간도 평소 식당을 마무리하고 자는 시간과는 동떨어진 늦은 새벽이었다.
일단 루린과 길고 긴 통로를 헤매면서 쿤들이 있는 이곳을 찾아낸 시간이 거의 밤늦게였고 그러고 나서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
어쨌든 쿤들은 땅을 파고 있었다. 식량을 위해서다. 버섯의 머리 부분을 분리해서 심으면 그것이 땅에서 증식한다는 것 같았다.
이 넓은 구역에서 세쿤과 라본을 증식시키는 구역과, 캐내는 구역이 구분되어 있었다. 마치 이모작처럼?
그렇기에 무한히 먹을 수 있는 구조라고.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중요한 건 덩치 큰 몬스터들이 다시 내려올 거라는 사실이었다.
쿤들이 말하길, 자신들을 감시하는 몬스터는 교대제라고 했다. 하루마다 감시하는 몬스터가 교대한다는 거였다. 그렇다는 건 곧 그들이 내려와서 동료가 죽어버린 걸 본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 부분에서 나는 루린을 통해 쿤들을 설득했다. 설득은 딱히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쿤이라는 무기의 위력을 직접 체험한 쿤들은 마치 구원의 신을 만난 것 마냥 무릎 꿇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