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4)
# 244
2부 Chapter.1 신혼여행 가다가
여전히 2층은 혼돈이었다. 덩치 큰 몬스터 놈들이 불러낸 대장 몬스터는 벽이 부서졌든 말든 날뛰고 있었고 쿤들은 남은 버섯이 없으니 우왕좌왕 도망 다니기 급급했다.
그러다 넘어지고, 그런 동료를 일으키고 짧은 다리로 다시 도망가고.
쿠웅-!
그러다 밟히고.
세쿤 버섯이 떨어져서 도망 다니기 시작하자 거대 몬스터는 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브레스를 튕겨낸 오른쪽 팔을 마구 휘두르며 전진했다.
쿤들을 그저 귀찮은 솜털 취급하는 얼굴이었다. 놈이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시선 끝에는 자신의 왼쪽 팔을 날려버린 루린이 있었다.
오른쪽에 신기한 벽돌이 박혀서 방어가 완벽하다고 해도 브레스는 위협이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솔직히 매우 불쾌했다.
감히 루린에게 그런 생각을 품어?
남의 아내를 그딴 시선으로 쳐다보는 건 너무나도 불쾌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 시선을 받으며 서 있는 루린의 손을 잡고 확 끌어당겼다.
“루린, 이리와.”
“그대?”
끌려온 루린이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내 마음을 그대로 말해줬다.
“자꾸 엄한 몬스터들이 쳐다보잖아. 미모를 뿌리고 다니면 안 되는 거야.”
“에엥?”
루린이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이다.
“아니 뭐. 그렇다고. 우리 여보님이 이쁜 건 사실이니까.”
“뭐, 뭐냐? 갑자기! 사실이긴 하지만! 히히.”
루린이 입꼬리를 올리고 웃기 시작했다. 몬스터 때문에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루린에게 그런 찡그린 얼굴은 어울리지 않으니.
“그러니까 저놈들이 못 보게 이쪽으로 고개 돌리고 있어.”
“하지만, 저놈 죽여야 한다!”
“후후. 마나가 돌아왔습니다. 안 느껴지나요? 여보님.”
“오오?”
루린이 내 말을 듣더니 변신을 마친 세일러 문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빙글 돌았다.
“정말이다!”
“그렇지? 벽을 부쉈으니까.”
“그럼 이제 강한 그대냐?”
“응.”
“약한 그대도 좋았는데 아쉽다.”
“정말?”
“그럼 가만히 있는다! 저딴 녀석 이제 아무 상관없어졌다.”
“그건 그렇지. 네, 가만히 계세요.”
그동안 열심히 쿤들에게 지시하고 브레스를 쏘며 열일하던 루린이 파업을 선언했고, 거대 몬스터는 무슨 짓거리냐는 듯 포효를 하며 코앞까지 다가왔다.
“크아아왁아아르라!”
저 멀리서는 세쿤 버섯이 동난 관계로 전세가 역전되어 덩치 큰 몬스터들이 설치고 있었다.
“저놈은 약하다. 라고 했다. 거대 몬스터한테 말이다.”
루린이 방금 놈들의 포효를 해석하고는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아 그랬어? 저놈들도 눈은 있네. 조금 전까진 그랬지.”
덩치 큰 몬스터의 포효는 계속됐다. 루린은 그걸 계속 해석했다.
“나만 처리하라고 했다. 이 몸을 처리하라니. 주제를 모르는 놈들이다.”
뭐, 아까까진 그렇긴 했다. 몬스터 들은 전혀 싸우지 않으면서 입으로만 떠드는 나를 별것도 아닌 존재로 낙인찍은 후 얕보고 있는 모양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사실이기도 했고.
그런 것보단 지금 이 순간에도 무기가 사라진 쿤들이 얼마 남지 않은 덩치 큰 몬스터에게 당하고 있었으므로 그 대책이 먼저다.
“루린. 쿤들에게 전부 방어막을 걸어줘. 더 다치지 않게.”
“알겠다. 쉬운 일이다.”
거대 몬스터가 휘두른 주먹에 땅이 흔들리고 거기에 밟혀 죽어가던 쿤들에게 그 순간부터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쿠우우운, 쿤우우운!”
서로 도망가라며 아우성을 치던 그 순간, 방금 소리친 쿤이 거대 몬스터에게 밟혀버렸으나.
“크어?”
방어막 때문에 발을 내리지 못했다. 거대 몬스터는 힘을 주며 애를 썼으나 쿤이 있는 공간으로는 발을 땅에 붙일 수가 없었다.
당황한 거대 몬스터가 그 옆으로 발을 옮기자, 쿠웅 소리와 함께 발이 바닥에 붙는다.
밟히려던 쿤은 무사했다.
뭐, 이게 방어막의 효과다.
지금의 루린에게는 그 정도의 마법은 매우 쉬운 일. 드래곤 구슬의 영향으로 보통의 드래곤보다 강해진 루린이다. 그런 루린의 방어막은 웬만한 공격은 다 막을 수 있다고 보면 되는 거지.
“쿤쿤쿤?”
문제는 쿤들도 당황했다는 점. 밟혀서 죽었어야 했던 당사자 쿤은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멍한 얼굴로 솜사탕 같은 몸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갓 태어난 아기같이 순수했다.
그 쿤만이 아니다. 덩치 큰 몬스터의 몽둥이에 당하고 있던 쿤들도 마찬가지. 머리 위로 내려찍히던 몽둥이는 오히려 튕겨나가 그 반동으로 덩치 큰 몬스터를 넘어지게 만들었다.
“쿠운?”
“크러으?”
당하는 쪽이나 보호받는 쪽이나 영문을 모르는 표정.
방어막이 완벽하다는 걸 확인했으니 영문 모르는 표정으로 그러고 있게 놔두고 다시 거대 몬스터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그 앞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거대 몬스터는 쿠어어어 거리며 그런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럼 나도 마법을 사용해야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9클래스 마법을 운용했다.
거대한 에너지가 거대 몬스터의 몸 표면에 달라붙어 강렬한 폭발을 만들어낸다.
플로져니아라는 강력한 폭발마법이다.
작렬하는 마법이 거대 몬스터를 감싸 안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앙-!
하고 시원스러운 폭발음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몬스터의 몸이 폭발함에 따라서 부서진 몬스터의 돌가루가 주위에 휘날렸고,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혹시 몰라 루린의 손을 꼭 잡았고, 루린도 마찬가지로 내 손을 잡았다.
돌가루가 가라앉자 시야가 회복됐다. 거대 몬스터는 하체만 남아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하고 거대 몬스터는 사망하셨고, 그 거대 몬스터를 소환한 덩치 큰 몬스터들은 기겁하면서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른 출구가 있는지 덩치 큰 몬스터들이 향하는 방향은 자신들이 열었던 거대 문이었다.
쿤들은 거대 몬스터가 일격에 박살 난 것에 경악하는 표정들이었다.
이 순간 이미 전투는 끝났다. 도망가는 덩치 큰 몬스터들은 굳이 쫓지 않았다. 쿤들이 그 정도로 전투적이지도 않았고, 어리둥절한 모습이지만, 어쨌든 거대 몬스터가 죽고 얼마 남지 않은 덩치 큰 몬스터들이 도망쳤다는 것을 깨닫고 소란스러워졌다.
“뭐 어쨌든 잘 끝났네. 쿤들의 희생도 그렇게 크지 않은 상황에서 마무리됐어. 그 세쿤 버섯이 공략의 키워드였나봐.”
“그러냐?”
세쿤 버섯으로 이 유적의 벽을 부순다. 바로 그 아이디어가 마나를 돌아오게 만들었다. 즉, 세쿤 버섯이 없었다면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쿤 버섯은 버젓이 1층에 존재했으니 힌트는 1층에 있던 셈이다.
“그러니까 쿤들에게 가서 이야기 좀 전해. 자유를 되찾았으니 더 기뻐하라고.”
루린이 고개를 끄덕인 후 쿤들에게 뛰어갔다. 그러자 쿤들이 엎드렸다. 루린은 득의양양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
이렇게 2층은 완전 정복.
바로 차원의 틈을 열어 다시 원래 가던 길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일단 쿤들이 뒷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거대 문 안쪽을 전부 조사하고 더 이상의 몬스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 떠날 생각이다.
쿤들은 덕분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루린은 거대 문을 헤집고 다녔다. 아무래도 또 호기심이 발동한 것 같아서 그냥 뒀다.
구멍이 뚫린 벽 바깥으로 하늘이 보였다. 넓은 하늘과 구름이 또렷하다.
내가 걱정하는 건 혹시나 거대 문밖 출구가 유적 3층으로 이어져 있고, 이 유적이 끝난 것이 아니라서 쿤들의 자유가 위협받게 되는 상황이다.
해방해 주겠다고 떠들었으니 그것은 약속과 다른 이야기가 된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루린이 와보라 해서 다가가니, 거대 문밖은 다른 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아닌 출구였다.
이곳은 산 정상 같은 지형이고, 출구를 나가서 산 아래로 하산할 수 있는 구조였다. 도망간 덩치 큰 몬스터들은 밖으로 도망친 것 같아서, 거대 문을 닫으면 쿤들은 유적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덩치 큰 몬스터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세쿤 버섯이 있는 한 괜찮을 것이다.
바로 그 점을 쿤들에게 설명한 뒤 루린을 바라봤다.
뭔가 쿤들과 신나게 이야기를 하던 루린이 내 시선을 깨닫고는 뒤돌아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대? 왜 부르냐?”
“아직 부르지 않고 쳐다만 봤는데?”
물론 부를 생각이었지만.
“날 부르는 눈빛이었다.”
“그건 그런데, 이제 그만 떠나자. 불시착은 이걸로 끝. 다시 가던 길을 가야 하니까.”
“쿤쿠우우운!”
루린이 내 말을 듣자마자 쿤들에게 쿤들의 언어로 소리쳤다.
그러자 쿤들이 갑자기 당황하면서 이쪽으로 달려왔다.
“떠난다고 했다. 그러니까 가면 된다.”
“그래?”
작별인사 한 번 쿨하군. 뭐 나쁘지 않은 작별이라곤 생각한다. 이제부터 저들끼리 알아서 잘 살아가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루린의 손을 잡았다. 차원의 틈을 열자 강한 빛이 나기 시작했고, 쿤들은 놀라선 사방에 엎드렸다.
***
대한민국. 서울.
차원의 틈을 통해, 이번에는 무사히 서울에 도착했다.
다행히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같은 혼돈은 없었다. 그땐 정신을 잃고 루린은 지나가는 자동차들과 전쟁을 하고 난리였지.
이번엔 루린도 나도 매우 침착했다. 이미 한 번 방문했기에 이질감이 적었기 때문이다.
루린은 자동차들도 이해했고 괜한 싸움도 걸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이번에는 엉뚱한 세계에 불시착했다가 온 것이니 완전 무사고라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잘 도착했으니 그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장 먼저 살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의 체류예정을 생각했을 때 호텔을 구할까 집을 구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이미 저쪽 세계에서 질리게 한 신혼여행보다는 이쪽 세계에서의 삶을 살아보는 신혼생활을 해보고 싶었기에 집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래서 부동산을 뒤져보는 도중에 일주일 정도의 기간이라면 집보다는 요즘 에어비O비라는 것이 잘 되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민박 같은 개념인데, 집 전체를 빌릴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바로 그걸로 결정했다.
신분증이라든지, 뭐 그런 부분이야 루린의 10클래스 정신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서울의 모처의 한 조그만 주택의 방을 빌릴 수 있었다.
인터넷이 많이 발전했다고 하더니 이런 것도 다 있고, 현대란 역시 편리했다.
보증금이니 월세니 하는 귀찮은 절차 없이 일주일간의 대여로 모든 것을 해결한 후 우리의 보금자리로 들어섰다.
들어서면 우선 부엌이 나온다. 작은 화장실이 하나 있다. 욕조는 없다. 샤워기는 있어서 샤워에는 무리 없었다. 그리고 안방 겸 침실 겸 방이 하나 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더블베드 하나.
레어의 것보다야 못하지만, 이만하면 자는 데는 전혀 문제없었다.
호화침실에, 전용목욕탕에, 드레스룸에, 사우나실에, 레어를 관리하는 몬스터 거주구에, 드래곤 본체의 방에, 창고에, 기타 등등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레어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되지만, 여행을 온 거니 진짜 집하고 비교하는 것도 웃기다.
그래도 호텔이 아니고 민박이라 취사가 가능해서 현대에서의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루린에게는 미래 세계의 생활을 체험하는 느낌이겠지?
물론 루린은 이 집에 산다고 하자마자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창고냐? 하고 물었다.
“아니, 여기가 집인데.”
“여기가?”
“왜, 좁아?”
“음. 상관없다! 그대가 어디서도 보이니 이런 집도 좋은 거 같다. 레어에서는 그대 찾으려고 돌아다니는 것도 일이니까! 루룬들을 닦달하는 것도 그렇고.”
루린이 내 생각을 읽은 듯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나도 그런 말이 하고 싶었어. 신혼생활은 오히려 좁은 것도 좋잖아?”
“그대. 하지만 내가 폴리모프 풀면 여기 다 부서진다.”
“그러니까 폴리모프를 풀면 안 되지.”
“그건 그렇다. 히히.”
전혀 불만이 없어 보이는 루린.
그런고로 일주일간 신혼생활을 보낼 베이스캠프는 문제없이 결정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