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6)
# 246
2부 Chapter.2 외전 –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아닌 고래가 터졌다
“어?”
걷다 보니 넓은 평원이 나타났다. 루린은 여긴 넓으니까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달려갔다.
어쨌든 네발 달린 동물만 있으면 어떻게든 구워 보겠다는 것이 루린의 머릿속.
하지만 평원에도 동물은 없었다. 동물은 없고 평원 전체가 셀 수도 없는 숫자의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노란색의 꽃의 물결이 펼쳐지고, 바람이 불 때마다 꽃향기가 콧속을 간지럽혔다.
그리고 뭔가 빛나는 것이 날아다녔다. 보통 꽃이 있는 곳엔 꿀벌이 있기 마련이지만, 꿀벌은 아니다.
반딧불처럼 빛나지만, 반딧불도 아니었다.
그것들은 루린의 머리며 몸에 마구 내려앉았다. 루린이 몸을 흔들자 떨어졌는데, 바로 그 순간. 셀 수도 없는 숫자의 꽃들이 모두 입을 벌리고 루린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꽃줄기를 하늘 높이 늘어뜨려 루린에게 내리꽂는 방식으로.
“끄이악?”
루린이 놀라서 브레스를 사용하자, 멀리서 오던 꽃들이 전부 터져버렸다.
하지만 웃기게도 점액은 사라지지 않고 튀어 올랐다. 거리가 있어서 점액이 달라붙지 않았지만 좀만 더 가까웠어도 다시 점액이 튀었을 상황.
루린에게는 그것이 공포로 다가왔다.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다.
터뜨려도, 녹여버려도, 저놈의 점액이 튄다면 그냥 도망가는 게 났잖아?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다. 더러워서 피하는 것뿐.
심지어 입에서 점액을 뿌리기 시작한 꽃들을 보면서 루린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끄아악, 저리 가라!”
그만큼 점액이 싫었던 루린은 쏟아지는 꽃들의 공격을 피해서 어쩔 수 없이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
“루린? 너, 꼴이 왜 그래?”
텔레포트로 돌아온 루린의 상태가 심각했다. 엉망진창이다. 식재료를 구해 오라고 했더니 왜 저리됐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꼴이다. 천하의 드래곤이 저렇게 물에 젖은 생쥐 꼴로 돌아오다니.
내가 온천욕을 하자며 물속에 빠뜨렸을 때를 제외하고 다른 존재가 루린을 이렇게 만든 건 처음 있는 일 아닌가 싶을 정도다.
황당하긴 했으나 일단 짐에서 수건을 챙겨 루린에게 달려가 다시 물었다.
“괜찮아?”
끄덕끄덕.
괜찮은 거 같긴 하지만,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아무 말이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것도 그렇고.
어쨌든 차근차근 묻기로 하고 일단 머리를 닦은 후 몸도 닦아줬다.
이건 옷도 갈아입어야 할 수준이다. 그래서 짐을 뒤지려는데 루린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대….”
“응?”
“여기 이상한 녀석들이 너무 많다. 끈적거리는 거 짜증….”
루린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 반대쪽에서 또 다른 존재가 텔레포트를 사용해 등장했다.
이쪽은 돌아오자마자 냅다 소리를 질렀고.
“야 임마아아아아!”
매우 화난 목소리라 쳐다봤더니, 이건 또 루린보다 더한 꼴이었다.
드래곤이란 녀석들이 쌍으로 왜 이래?
“넌 또 왜 그런 꼴이야? 그렇게나 자신만만하더니.”
루린은 물에 젖은 게 다라면 세레이나는 끈적거리는 액체에 완전히 폭삭 젖어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끈적끈적 거리는 액체가 마치 풍선껌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터지고, 그럴 때마다 쩌억 쩌억 늘어진다.
“푸하하하하!”
웃음소리는 루린이었다. 라이벌의 패망을 보고 나서야 밝은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매우 울상이고 말도 없었던 것은 아무래도 식재료를 못 구해왔다는 좌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세레이나도 빈손이고, 거기에 더해 자신보다 더 심한 꼴이라는 것을 보자 안심해서 저러는 거겠지.
물론 세레이나도 지지 않고 그런 루린에게 악을 썼다.
“닥쳐. 수 없이 달려들어서 죽이면 터지고, 죽이면 터지고, 짜증나.”
투덜거리며 물보라 마법을 사용해 자신에게 뿌리기 시작한 세레이나.
“이 몸은 한 번에 알아내고 그냥 도망쳤다. 그거 끈적거려서 너무 싫으니까. 차라리 피하는 게 낫다. 그걸 모르다니, 푸흡!”
루린이 다시 한 번 세레이나를 비웃었다.
“시끄러!”
세레이나는 점액을 씻어내면서 다시 한 번 짜증을 냈다.
대체 둘의 대화에서 등장하는 저 점액은 어떤 존재인데. 나는 그런 순수한 의문을 가지고 질문했다.
“아니 근데, 둘 다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던 거야? 대체 왜?”
“그대!”
“야!”
그러자 세레이나와 루린이 동시에 나를 노려봤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아무튼 매우 억울하다는 표정들이다.
“응? 왜 날 노려보십니까들.”
“그대! 여기 이상하다. 꽃들이 전부 다 공격한다! 전부 다. 예쁜척하고 있다가 거대화해서 입을 벌린다!”
“맞아. 나도 똑같이 당했어. 짜증이 나서 전부 뿌리 뽑으려고 태워버리는데, 그럴수록 끝도 없이 나타나서 어쩔 수 없이 텔레포트했지. 아예 무인도 째로 날려버리려다가 니 땅이라는 게 생각나서 일단 참았지만.”
“엥? 식물?”
끄덕끄덕.
“빨간 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녀석들은 정말… 으으.”
루린이 혀를 내둘렀다. 루린이 세레이나의 말에 동의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일이다.
꽃들이 난리를 친다고?
약한 몬스터들이 있고, 끈적끈적한 것 때문에 처리가 귀찮다는 이야기 같기는 한데.
“여기 해안만 괜찮고 안쪽은 거의 그 녀석들이다.”
“맞아. 맞아.”
루린이 이야기하자 이번에는 세레이나가 격하게 동의했다.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을 뒤로하고 갑자기 엘레나가 떠올랐다.
“잠깐만, 그럼 엘레나는?”
“걔도 그냥 돌아오겠지. 끈적거리는 것 때문에 그렇지 못 상대할 몬스터는 아니야. 엘레나가 당할 정도는 아닌데….”
“엘레나는 텔레포트를 못 쓰잖아. 그러니 곤란해진 상황이면 꽤 늦게 돌아올 수도 있어. 찾아보자.”
“아. 그러네?”
끈적거림의 끝에 어쩔 수 없이 텔레포트를 했다는 것이 떠올랐는지 세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엘레나가 사라진 남쪽으로 가보려는데, 그 남쪽 길에서 우리가 찾던 엘레나가 천연덕스럽게 등장했다.
“어머? 두 분 다 벌써 다 돌아오셨어요?”
“엥?”
두 드래곤과 달리 매우 멀쩡한 모습에 루린이 얼빠진 소리를 냈고 세레이나도 황당한 얼굴로 엘레나에게 다가갔다.
“루린님, 세레이나님! 왜 다 젖어 계세요? 식재료를 물속에서 찾으신 거예요?”
폭삭 젖은 두 드래곤을 향해 엘레나가 순수한 질문을 던졌다.
“아, 물고기 잡으셨구나!”
게다가 여전히 혼자 요리대결 모드가 켜져 있는 상태다. 황당한 루린이 그런 엘레나를 향해서 소리쳤다.
“너, 너…! 그 쪽엔 꽃 없었냐? 괴상한 녀석!”
“그러게. 상태를 보니 없었나본데? 젖기는커녕 뽀송뽀송해 보이잖아.”
둘이 저러는 이유. 그 괴상한 꽃이라는 것이 대체 뭐길래?
“네? 전 이상한 건 못 봤어요!”
물론 엘레나는 상큼하게 웃을 뿐이었다.
“그보다 음식재료를 구해왔어요. 엘님, 저는 이걸로 샐러드를….”
하지만 엘레나의 말은 끝날 수 없었다. 두 드래곤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 못하고 냅다 소리쳤기 때문이다.
“어째서!”
“잠깐 이러면 우리가 진 거야?”
“그럴 리가 없다! 아니다!”
이쯤 되면 저것들이 식재료를 구하기 싫어서 일부러 저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건 엘레나의 승리다.
“유일하게 제대로 된 식재료를 구했으면 엘레나의 승리지 뭘. 어디, 보여줘요.”
나는 엘레나에게 다가가며 그렇게 선언했다.
“이거요!”
엘레나가 다가온 나를 향해서 손바닥에 있는 꽃을 내밀었다.
“달콤한 냄새가 나서 한번 식재료로 써보려고 따왔어요!”
“이 핑크색 꽃봉오리가요?”
“네.”
엘레나가 나에게 따온 꽃 조각을 넘겼다. 확실히 달콤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 달콤함은 설탕이 녹는 화학적인 달콤함이 아니라, 뭔가 자연속의 향긋함이 묻어있는 달콤함이다.
이 정도면 엘레나의 승리다. 둘은 빈손이니까. 내가 엘레나의 승리를 선언하려는 그 순간. 갑자기 루린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연이어 세레이나도 비명을 질렀고.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후 다시 루린이 나를 향해 손짓 발짓을 하면서 소리쳤다.
“그대에, 그거, 그거다아아! 도, 도망쳐라아아아!”
그러면서 저 뒤로 달아난 루린과 세레이나. 둘 다 기겁한 얼굴들이었다.
“이 조그만 꽃이 왜?”
“그러게요? 왜들 그러세요?”
나와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들 저래?
엘레나가 건넨 꽃봉오리는 내 손에서 흐늘거릴 뿐, 별다른 위험은 없어 보이는데?
라고 생각한 그 순간.
꽃봉오리가 갑자기 거대해지더니 커다랗게 입을 벌리곤 나를 덥썩 물어버렸다.
“엥?”
너무나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정신을 차리자 주위는 깜깜하게 물들어 있었고, 세레이나의 몸에 묻어 있던 것과 같은 끈적한 점액들이 나를 향해 늘어졌다.
아.
이런 거였어?
확실히 엄청나게 기분 나쁘다.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고. 특히나 이 끈적거림이 최악이었다. 뭔가 살을 태우는 것 같은 느낌도 들면서.
거기까지 생각하곤, 곧바로 마법을 사용해 날 먹어치운 봉오리의 아래쪽을 터뜨려버렸다.
퍼어어엉-!
그리고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고, 턱이 뚫린 봉오리는 그대로 시들어 버렸다.
“후후후! 거봐. 내가 뭐랬어?”
내 꼴을 본 세레이나가 꼴좋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하여간 저 드래곤은.
“안 믿는 눈치더니 꼴좋다. 푸하하하하하하!”
세레이나가 광분해서 날뛰기 시작했고, 마법을 한 방 먹여줄까 생각하는데, 정의구현은 다른 곳에서 일어났다.
“시끄럽다!”
퍼어어어억-!
루린이 그런 세레이나를 향해서 발차기를 날린 거다. 간만에 보는 날아 차기였다.
“이 꼬맹이가아아!”
발차기에 당해 저 멀리 날아간 세레이나를 무시하고 루린은 손에 수건을 들고 나에게 다다다 뛰어왔다.
“저 꽃 녀석이 나쁜 거다. 그대는 안 나쁘다.”
“그, 그렇지?”
끄덕끄덕.
강하게 고개를 끄덕인 루린. 아까부터 세레이나랑 묘하게 죽이 맞더니 나를 비웃자 바로 다시 전쟁을 시작한 건가.
“그대! 끈적거린다. 으으. 빨리 씻어내라. 닦아준다.”
“그래? 그건 그렇지?”
“나도 그거 때문에 계곡에 다이빙까지 했으니까.”
루린이 마법을 이용해 점액을 씻어내면서 수건으로 닦아주기 시작했다.
그 손길이 섬세하진 않지만 날렵했다.
루린이 내 머리에 수건을 올리고 북북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엘레나는 혼돈에 빠져버렸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것처럼.
“이, 이게 무슨! 저는 멀쩡했는데….”
“엘프한테는 반응하지 않는 건가? 엘프는 동족으로 보는 건가?”
“숲의 종족이라 그런가?”
나와 세레이나가 각자 추측을 내놓았다. 아마 그녀가 엘프인 것과 관련이 깊겠지?
“그럼 대결은 어찌 되는 거죠?”
엘레나가 뭔가 아쉽다는 얼굴로 물었다.
“엘레나님이 가져온 것도…. 안타깝지만 다른 사람은 먹을 수가 없으니 무효인 것 같아요.”
“그래. 무효다!”
세 사람은 각자를 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엘레나를 제외하고는 매우 축축한 하루였으니.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고 한다.
하지만 루린과 엘레나라는 고래싸움에 터진 것은, 바로 루린과 엘레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