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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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8
2부 Chapter.3 신혼과 일상
“잘 먹었다! 그대 베이컨도 다 먹었다. 히히. 이 몸은 그런 거는 안 부끄러운 거다. 더 간지럽혀도 된다. 허벅지도 그 위도 그 아래도.”
“뭐? 어라? 얌마!”
루린이 만면에 미소를 짓고 일어났다. 내 접시에 있던 베이컨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남아있는 건 손도 안 댄 샐러드뿐이다.
내가 장난을 치는 사이 여유롭게 내 베이컨까지 다 뺏어서 드신 모양이지.
알 수 없는 좌절감이 찾아왔다.
어쩔 수 없이 샐러드를 퍼먹으면서 뭔가 졌다는 패배감과 함께 허무하게 아침 식사가 끝나버렸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혼자서 그렇게 납득하면서 이번에는 화장실로 들어간다. 레어에서는 매우 넓은 화장실이지만, 여긴 매우 밀착되는 화장실이다.
그렇게 말한 이유는 나와 루린이 동시에 들어가면 밀착할 수밖에 없는 크기이기 때문. 루린은 굳이 내가 씻을 때 따라 들어와서 변기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앉아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그대.”
“응?”
“역시 화장실에서도 다 보인다. 그대가.”
“화장실에서까지 보이는 건 바람직한 건 아닌 거 같기는 한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칫솔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바라만 보고 있는 루린의 입에도, 칫솔을 집어넣었다.
“너도 닦으시죠.”
“으우으우으웁!”
칫솔을 빼고 말해야지. 칫솔을 넣은 채로 하기 싫다고 중얼거려도 해석 불가입니다.
어쨌든 뭐라고 했는지는 뻔해서 그 대답을 전해줬다.
“니 이빨이 아무리 썩지 않는 무적의 이빨이라고 해도 말이죠, 상쾌하게 살려면 닦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키스하려면 깨끗해야지 입안이.”
“…….”
키스라는 소리에 루린이 아무 대답도 없이 슬그머니 칫솔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우 느릿하지만 그래도 닦고는 있다.
“좁아서 씻기기는 편하네.”
“므어어?”
“므어어는 뭐가 므어어야. 이는 이제 그만 닦고 머리 감자. 어차피 다 감아드리니 가만히 계시면 되지 않나요? 우리 여보님?”
“아니다! 나도 그대 머리 감아주니까 똑같다!”
“아 예. 그러세요?”
끄덕끄덕.
자신만만한 얼굴. 처음 머리를 감아준다면서 계속해서 샴푸를 들이미는 바람에 정말로 끊임없이 거품이 일어났던 악몽이 떠오른다.
“히히히.”
갑자기 웃는 루린을 뒤로 하고 머리 감겨주기에 돌입하면 어쨌든 씻는 과정도 거의 끝나간다.
씻고 나오면 이제 옷 갈아입기다.
루린은 지금 어제 사온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있다. 내 거라서 루린이 입으면 허벅지까지 내려온다. 매우 헐렁헐렁하다.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이걸 입고 있으면 손바닥은 팔소매로 들어가 보이지도 않는다.
하품하려고 팔을 들어 올리면 그때야 슬쩍 팔이 귀엽게 빼꼼하고 나온다.
매우 귀엽지만, 내가 강요한 복장은 절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반대다.
하지만 헐렁헐렁한 루린은 이제 끝이다. 밖에 나가야 하니까.
“자, 벗게 손 벌려.”
끄덕끄덕끄덕.
헐렁한 티셔츠를 들어 올려 속옷을 갈아입히고 전에 한국에 왔을 때 사서 입던 비싼 원피스를 입히면 오늘의 복장이 완성된다.
루린의 경우는 맨살을 나에게 보이는 것에는 아예 저항감이 제로다. 보통 부부라도 이렇게까지 저항감이 없는 경우는 없잖아?
먼저 안기는 것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무지막지 부끄러워하는 주제에 이런 부분은 또 신기하다.
하여간 평범하고는 담을 쌓은 녀석이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는 맨살은 보이는 건 커녕 여전히 손끝이 닿는 것도 싫어한다. 그 부분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식당에서 발끝을 들고 물건을 꺼내다 옷이 올라가는 바람에 배꼽을 봤다고 손님을 죽이려 하는 걸 간신히 말렸던 적도 있었으니.
게다가 요즘엔 또 내 옷은 루린이 갈아입히려고 한다. 루린의 부끄러움 생태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미묘한 부분이 있다.
이럴 거면 그냥 각자 갈아입는 게 낫지만, 그건 또 싫어한다.
“그대. 멋있다.”
루린이 까치발을 들어 밥상에 올라가 내 티셔츠를 입히면 길었던 외출준비가 마무리된다.
“근데, 루린.”
“뭐냐?”
“손톱이 너무 긴 거 같은데? 손톱은 왜 이렇게 빨리 자라?”
하지만 나가려다가 루린의 손톱이 눈에 띄었다. 레가나 때문에 루린은 손톱을 기르지 않는다.
또한 손톱이 긴 걸 싫어하는지라 자주 정리를 해주는 편인데, 오늘 보니 상당히 긴 상태다.
“그렇다. 그래서 짜증나는 참이었다. 길어서 싫다.”
“음. 눈에 띈 김에 자르고 나가자. 얼마 걸리지도 않으니까.”
“오오!”
루린이 좋아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외출은 잠시 미뤄졌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루린이 따라와서 저도 내 앞에 앉았고, 나는 짐에서 손톱깎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루린의 손가락을 잡는다. 동시에 손톱깎이로는 손톱을 꽉 물고. 살짝 힘을 주니 –짤깍 소리와 함께 손톱이 깎여나간다.
그 깎여나가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릴 때면, 루린은 살짝 다리를 꼬아버린다.
다시 –짤깍.
“꺅.”
“왜 꺅이야?”
“모르겠다. 뭔가 꺅이었다.”
“뭔가 꺅은 뭐래?”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건 그냥 무시하고 다시 손톱깎이를 가져갔다. 짤깍 소리가 수십 번을 오가면 한 손의 손톱이 거의 정리된다.
그러면 사각사각 손톱을 예쁘게 정리한다.
“그대. 잘 역시 잘 깎는다. 손톱 깎는 장인이다.”
“어쭈?”
“하지만 내 손톱 외에 다른 손톱은 깎으면 안 된다. 꺅이니까.”
“내 손톱은?”
“그건 알아서 해라. 상관없다.”
“내 손톱하고 니 손톱 말고 다른 손톱을 깎을 일이 어디 있습니까. 게다가 꺅이니까는 뭔데 도대체?”
“그냥 그런 게 있다. 뭔가… 그대가 집중해서 손톱깎이로 짤깍 내 손톱을 깎으면 그, 뭔가 두근거린단 말이다.”
“…손톱 깎는데?”
“모른다!”
자세히 설명하려는 포즈더니 또 뭔가 부끄러워졌는지 말을 돌리면서 슬쩍 다른 손을 내민다.
그래서 그 다른 손도 마저 정리했다.
“좋아. 이제 나갈 수 있다.”
“그러냐? 그런데 나가면 재밌는 거 있냐?”
“글쎄, 어떨까?”
“뭐 재미없어도 재미있으니 상관없지만.”
루린이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를 위해 내가 이러고 있으니, 후후.
***
그렇게 손톱을 깎아준 후,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첫 번째 목적지는 대형마트였다. 어제 편의점에 들른 게 전부라서 생필품을 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오! 여긴 대체 뭐냐? 뭔가가 엄청 많다!”
곧바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마트로 직행했고, 그 안에 들어서자 루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시장에 문화충격을 받은 얼굴.
“그대, 이게 시장이냐?”
“응.”
“무슨 시장이 이렇게 크냐? 게다가 되게 이상하다.”
대형마트에 대한 루린의 첫 감상은 이상하다였다. 뭐 이세계인이 본다면 당연히 그럴 수는 있다.
“이상하긴, 저기 저 높은 선반에 있는 게 모두 파는 물건이야. 숫자가 어마어마하지?”
“이게 다?”
“응.”
“뭔가 우리 드래곤용인 거 같다.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뭐 거의 박스 단위로 파는 게 많으니 그럴 수도 있지.”
신기한지 루린은 이리저리 빨빨거리며 돌아다녔다. 눈빛은 호기심이 잔뜩 담겨 빛나고 있다.
그런 루린이 걸음을 멈춘 것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과자 코너였다.
저쪽 세계에서 루린이 늘 심심하면 오독오독 씹어 먹는 과자들이 천장 높이까지 가득 쌓여 있다.
“그대! 저건 내가 가끔 먹는 거다! 오, 저건 자주 먹는 거다! 그대그대그대. 이건 우리 목숨을 지켜준 초코바다! 이 녀석은 사야 한다.”
“과자를? 딱히 먹을 시간도 없을 걸?”
저쪽 세계로 가져갈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의 주장에 루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반론을 펼쳤다.
“그대. 어리석다. 엊그제 일 벌써 기억 안 나냐? 그때 내 주머니에 들어있던 초코바가 얼마나 큰 역할을 했냐! 그러니까 주머니에 한두 개는 넣어둬야 하는 거다.”
물론 그 초코바에 아주 조금의 도움을 받았던 건 사실이긴 하다.
그래서 그냥 뒀다. 사고 싶다는데 사게 놔둬야지 뭐. 구매한다는 그 개념을 잘 지켜주고 있으니 그게 다행일 뿐.
마트의 모든 물건을 마치 전부 자기 것 마냥 가지고 나가면 곤란하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밀고 있던 카트를 봤다. 카트 안에는 이미 과자가 꽤나 들어가 있었다.
어쨌든 현대에선 나는 마나 사용금지다. 차원의 틈새를 여는데 엄청난 마나가 필요하니까. 그런 관계로 소환마법도 쓸 수 없고 이렇게 직접 살 수밖에 없는 상황.
루린은 다다다 움직이면서 과자 이름은 보지도 않고 카트에 대충대충 던져 넣는 중이었다.
“어떤 건지 보지도 않고 넣는 거야?”
“그대.”
“응?”
“어떤 건지 모르고 먹는 게 더 재밌는 거다. 그대는 하수로군!”
“그럼 너는 고수냐?”
“그렇다. 이 몸은 과자의 고수다!”
과자의 왕님이 납시셨네.
그러고도 몇 분이나 지나서야 과자의 고수께서 간신히 쇼핑을 끝냈고, 우리는 카트를 밀고 과자코너에서 빠져나왔다. 아니 빠져나오려고 했다.
혼자 떨어져 있는 남자아이 한 명이 눈에 걸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미아인가?”
“미아가 뭐냐?”
“부모와 떨어져서 헤매고 있는 아이들을 말해.”
“호오.”
과자 코너에서 울먹거리는 아이에게 다가가 주저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겁먹은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는 이렇게 눈높이를 맞추는 게 좋다고 들었던 것 같기도 해서 한 번 해본 건데, 딱히 효과는 없어 보였다.
“괜찮니? 엄마는 어딨어?”
그래서 질문까지 던져 봤으나 여전히 아이는 나를 본체만체도 안 하고 울먹거리기만 할 뿐.
이건 더 볼 것도 없이 미아였다.
그럼 미아보호소에 데려가야지. 아니, 마트 직원에게 맡기면 되는 일인가?
다시 일어나 직원을 찾아보려는데 가만히 그런 나와 아이를 보고 있던 루린이 나 대신 꼬마 앞에 쪼그려 앉았다.
“미아 꼬맹아. 엄마 어딨냐?”
아이는 나를 대할 때와는 조금 다른 반응을 하며 루린을 쳐다봤다. 루린은 그 상태에서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초코바를 꺼냈다.
언제 저건 주머니에 넣었대?
“이거 줄까? 맛있다. 비상용 초코바다.”
루린이 초코바의 껍질을 까면서 꼬마에게 넘겼다. 루린님, 그거 계산 안 된 건데요?
물론 마음의 소리다. 너무나 의외의 따뜻한 장면이라 카메라에 담고 싶을 정도라서 그냥 지켜봤다.
그러자 아이가 루린에게 반응한데 이어 이번에는 초코바에 확실히 반응을 보였다.
“초꼬…?”
“그래. 달콤하니까 울지 마라. 비상용인데 특별히 주는 거니까. 그리고 엄마는 어디 있냐?”
루린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꼬마가 초코바를 받아들고 어딘가를 가리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