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49)
# 249
2부 Chapter.3 신혼과 일상
엄마가 있던 장소인가 싶어서 그쪽을 쳐다봤다. 그 방향에는 적어도 꼬마의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반대 방향에서, 급하게 달려오는 사람이 눈에 띈다.
“인성아!”
이름까지 부르는 걸 봐서 아이의 엄마 같았다. 아이는 나에게는 거의 무반응, 루린에게는 살짝 반응을 보였던 것과는 전혀 달리 과장된 몸짓으로 자기 이름을 부르는 쪽을 향해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모자가 상봉하고, 루린은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초코바 줘버렸다.”
“초코바는 그렇다 치고, 너 옛날에 셀리는 그렇게 귀찮아하더니 웬일이야?”
“엄마를 찾는 건 슬픈 거다. 나도 그대고 엄마 때문에 운 적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
부모님의 소식을 듣고 루린의 품에서 운 적이 있더랬지. 루린이야 뭐 엄마의 소식을 듣고 엄청 울었을 테고.
그런 기억의 단편을 미아를 보면서 끄집어내다니. 그런 생각을 하려니 문득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루린.”
“응?”
“우리 애가 있다면 잘 기를 수 있을 거 같아?”
내 뜬금없는 질문에 루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리 애?”
“응.”
“내가 엄마가 되는 거냐?”
“그렇지.”
“우리 엄마처럼?”
“너네 어머니는… 너를 위해 목숨을 내놓으셨는데, 솔직히 그런 상황을 닮으면 절대 안 되지만…….”
“뭔가 어려운 거 같다. 하지만 나와 그대의 아이라면 괜찮다. 다른 아이는 안 된다.”
“다른 아이는 뭐야.”
“바람둥이? 그런 거 죽여 버려야 한다고 누군가 했던 거 같다.”
루린이 으음? 이라는 얼굴로 뭔가를 생각해내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또 쓸데없는 걸 가르쳤어?
“아무튼, 이동하자.”
끄덕끄덕.
미아 해프닝을 뒤로하고 우리는 간신히 과자코너를 벗어났다.
***
그 후로는 별일 없이 장을 봤다. 빌린 집에서 쓸 각종 생필품을 모두 구매했고, 오늘이나 내일 아침에 구워먹으려고 루린이 좋아하는 질 좋은 한우도 카트에 넣었다.
역시나 루린이 좋아하는 맥주도 구입하고, 그렇게 카트를 가득 채워서 계산대로 진격했다.
계산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그렇게 엄청난 양의 봉투와 함께 계산대를 빠져나왔다.
바로 택시를 타고 집 앞까지 이동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멈춰선 루린이 뭔가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루린? 뭐해?”
루린이 멈춰 있는 곳은 핸드폰 매장 앞이었다. 핸드폰의 생김새가 신기했는지 호기심이 가득한 눈동자였다.
“그대, 이건 뭐하는 녀석이냐? 네모나고 얇다. 처음 본다, 이런 건.”
스마트폰이라.
사실 나도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저번에 한국에 왔을 때 이런 게 있다는 걸 배운 정도랄까.
“전화라는 녀석이야.”
그래서 간단하게 핸드폰의 용도를 밝혔다.
“전화? 그건 또 뭐냐?”
하지만 저쪽 세계에는 전혀 없는 개념을 루린이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
루린이 해석하는 언어는 어디까지나 저쪽 세계에 존재하는 개념에 한한다.
아예 저쪽 세상에 없는 개념까지는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전화는 통화를 하는 건데….”
“통화는 또 뭐냐?”
이대로는 뭐냐? 라는 질문이 한없이 지속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냥 사버리기로 마음먹었다. 한 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인 것 같아서.
“음, 어차피 저쪽 세상에서는 절대 쓸 수 없긴 한데, 여기에 있는 동안이라도 써볼까?”
“정말이냐? 뭔지 전혀 모르겠다만, 좋은 거냐?”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뭐냐 그건.”
루린이 뭐 그딴 애매한 게 다 있냐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고, 나는 왠지 엄청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핸드폰 2개를 개통했다.
당연히 신분 증명에는 또다시 루린의 정신 마법이 활약한다. 그렇게 복잡한 절차를 걸쳐서 우리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지게 되었다.
나도, 루린도 처음 써보는 미지의 현대 문명을.
“집에 가서 사용해 보자.”
루린의 양손에도 구매품이 잔뜩 담긴 봉투가. 그리고 내 두 손에도 봉투가 잔뜩 들린 채 우리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이동.
집에서 가까운 마트였기에 도착은 금방이었다. 루린은 여전히 전화가 뭘까? 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냉장고에 냉장보관, 냉동보관을 나누어 쑤셔 넣고, 과자는 선반에 진열하거나 집 구석구석에 쌓아 놓고 있는 사이 루린은 스마트폰 박스를 이쪽저쪽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궁금해?”
“모르는 개념이란 궁금한 법이다.”
“그래, 그 궁금함을 해소해 줄 테니 박스에서 꺼내봐.”
“알겠다!”
루린이 빠른 손놀림으로 박스를 까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내 박스도 깠다.
박스에서 나온 것은 검은색의 얇은 스마트폰이었다. 솔직히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저쪽 세계로 넘어가기 전 내가 접했던 컴퓨터는 386에서 486으로 전환되려던 시기였으니. 잘 모르면 공부다.
아예 개념을 모르는 건 아니다. 저번에 왔을 때 대충 배워두긴 했다. 그래서 설명서를 독파하기 시작했다. 매우 두꺼운 설명서를 다 읽자니 골치가 아파 와서, 일단 기본 기능에 대한 것들만 독파하기로 했다.
마치 수험공부를 하는 느낌으로 설명서를 읽고 있자니, 루린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다.
그랬더니 루린과 눈이 마주쳤다. 확실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는 증거다. 양손으로 턱을 괴고 그저 가만히, 숨만 쉬면서 지그시 나를 보고 있어서 오히려 민망하다고 할까.
“왜 그러고 있어? 과자라도 먹으면서 기다릴래? 사용법을 숙지하면 알려줄게.”
“알겠다.”
루린은 대답은 했으나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시선은 여전히 따끔거릴 정도로 나를 향하고 있었다.
“루린?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지루해?”
“안 지루한데?”
“정말?”
“그대가 그렇게 진지하게 뭔가에 집중하는 거 오랜만에 본다. 그러니까 보고 있는 거 좋다!”
“…그러세요?”
“그렇다!”
아니, 사랑한다는 말 같은 건 입 밖에 잘 꺼내지도 못하면서 저렇게 우회적인 심쿵 단어는 너무나도 잘 꺼낸다. 정말로 미스터리지.
보고 있는 게 좋다고 하니 따끔거리는 시선은 무시하고 다시 설명서에 고개를 파묻었다.
한 손에 설명서를 들고, 다른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이리저리 사용해보기를 한참 후.
정말로 신기한 핸드폰의 기능에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나 기술이 발전했다니. 이 정도면 거의 마법보다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화면을 터치하면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자체가 거의 혁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기능을 알 필요는 없기에 내가 터득한 것은 전화와 문자, 그리고 카메라 기능이었다.
인터넷이라는 것까지 들어가서 복잡해질 생각은 없었다. 계속 쓸 수 있으면 모를까, 인터넷도 전화도 문자도, 전부 돌아가면 쓸 수 없으니 말이다.
카메라 기능만은 저쪽으로 가도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어쨌든 또 그렇게 핸드폰을 들고 시름시름 앓기를 한참. 드디어 어느 정도 핸드폰의 기본기능을 파악하고 기지개를 켰다.
뭔가를 이뤄낸 후 만족이 묻어나는 기지개였다.
“루린. 드디어 끝났다. 지루했지? 엉?”
루린은.
졸고 있었다.
뭐가 진지한 모습이 두근거려야? 이게 루린답기는 하지만.
“루린씨, 일어나시죠. 침 떨어져요.”
“으오어? 끝났냐?”
그 말에 루린이 숙였던 고개를 벌떡 세우고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잘 주무셨습니까? 근데 방금 한 말 하고 뭔가 행동이 다르지 않냐?”
“안 잤는데? 보고 있었다!”
뻔뻔하기도 하시지.
“침이나 닦고 거짓말하시지.”
“으갺?”
침이라는 소리에 루린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다다다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곧 씩씩거리면서 돌아왔다.
“침 안 흘렸는데… 속이다니!”
“속았다는 게 잤다는 증거니까.”
내가 승자의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자, 루린이 으으 거리면서 입을 닫아버렸다.
“아, 그게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이건 대체 뭐라는 녀석이냐?”
결국, 은근슬쩍 말 돌리기 스킬을 사용하며 내 앞에 있는 핸드폰을 가리켰다.
“이제부터 알려줄게. 이리와.”
끄덕끄덕.
내 앞을 탁탁 치자 루린이 걸어와 내 가슴에 등을 붙이고 앉았다. 그렇게 뒤에서 껴안은 상태서 핸드폰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자, 이걸 들어봐.”
끄덕끄덕.
루린이 내 말에 따라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켜지면 이렇게 된다? 이 옆에 있는 버튼으로 끄고 켜는 거야.”
“오옼? 빛난다! 신기한 녀석이다. 전등 같은 녀석인가?”
저번에 알려준 형광등이나 LED를 기억하고는 질문했겠지만, 그거와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어떻게 설명하면 될까 고민하다가 역시나 핸드폰의 기본 중의 기본, 통화기능을 직접 체험해보는 게 가장 빠를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내 폰을 켜 루린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벨소리가 울렸고, 루린은 깜짝 놀라서 핸드폰을 던질 뻔했다.
간신히 던지려던 손목을 잡고 핸드폰을 받아서 귀에 가져가 줬다.
“왜 던지고 그래? 그러지 말고 귀에 대고 말해 봐.”
“귀에? 이놈을?”
“응.”
“아무 말이나 하냐?”
“응. 해봐.”
“음음, 나는 루린이다!”
아무 말이나 하랬더니 루린은 핸드폰에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핸드폰에 자기소개라니.
심지어 고개를 젖혀 나 잘했냐는 얼굴을 한다. 젖힌 얼굴 덕에 검은 머리칼이 바닥으로 늘어져 살랑거린다.
“아니. 이건 그러니까 나랑 멀리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거야. 자, 여기 있어 봐. 그대로 귀에 들고 있어. 절대로 떼지 마. 그 상태로 나는 잠깐 집 밖으로 나가볼게.”
“어어? 그게 무슨 소리냐! 어디 가냐! 같이 가라.”
“괜찮으니까 여기 있어 봐. 잠깐이면 돼.”
“잠깐? 할 수 없지. 금방 와라!”
“응.”
루린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내 말대로 귀에서 핸드폰을 떼지는 않았다. 그걸 본 후 재빠르게 밖으로 나와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루린. 들려?”
“오아악? 그대? 어딨냐? 나갔는데 왜 소리가 들리냐?”
“지금 네가 귀에 대고 있는 거에서 나는 소리야.”
“여기서?”
“응.”
“여기에 그대가 들어간 거냐?”
“아니 그게 아니고, 내가 든 핸드폰 하고, 너의 핸드폰을 통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거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뭐냐 그건! 처음 듣는 마법이다.”
“마법이 아니라 문명입니다. 아무튼 신기하지?”
“그대가 옆에 있는 것 같다!”
“후후후.”
“그래서 진짜 그대는 지금 어딨는데?”
“집 바로 밖이지.”
“거기 있어봐라!”
곧바로 핸드폰 너머로 다다다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까지 빠짐없이 들렸다. 문이 열렸으니 내 눈에도 루린이 보였다.
루린은 핸드폰을 귓가에 꼬옥 붙이고서 매우 조심스럽게 문 밖으로 고개부터 내밀고, 그 다음에 다리를 내밀어 걸어 나왔다.
“뭐가 그리 조심스러워?”
“오? 진짜 그대랑, 이 녀석이 말해주는 가짜 그대랑 똑같다!”
“……가짜 나라니. 그런 거 아니고 진짜 내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내 목소리만 기계를 통해서 전달되는 거지.”
“으음. 뭔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대 목소리가 두 번 들린다! 이건 이득인 것 같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