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5)
# 25
Chapter.7 치즈
흙빛 강이 흐른다. 폭이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제국 중부에서부터 이곳 남동쪽 해안까지 흘러드는 매우 긴 강이다.
바로 이 근처에서 물소가 서식한다.
서식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물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강에서는 하마가 입을 벌리고 있을 뿐.
가까이 다가가니 고약하게 생긴 악어가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캬아릭크라고 불리는 포악한 녀석으로 몬스터 급의 동물이라고 보면 된다.
“뭐냐 이 하등생물은.”
악어는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며 공격을 시도했으나 루린의 발에 짓밟혀 늘어져 버렸다.
기절한 악어를 쿡쿡 찌르며 괴롭히기 시작한 루린.
물소는 물이 있어야 하니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여기가 서식지임은 틀림없다.
나는 일단 루린을 질질 끌고 강 위쪽의 숲으로 들어갔다.
숲의 나무에는 새빨간 과일이 열려있다. 이름은 잘 모르겠다. 마치 홍옥 같은 빨간색을 자랑하지만, 사과는 분명히 아니다. 매우 물렁하다. 앵두 같은 물렁함이지만 크기는 사과 정도.
10년 전 이 과일로 허기를 달랬던 기억이 난다. 당시 고된 행군 속에서 이 과일은 마치 오아시스 같았다. 그런 추억이 있는 과일.
오랜만에 먹어볼까 싶어서 루린에게 손짓했다.
“루린, 위로 올라가서 저 과일 좀 따줘.”
과일이 열려있는 높이가 조금 높다.
“나무를 베어버리면 되지 않냐?”
“드래곤님, 과일만 따면 될 걸 굳이 베어버릴 필요는 없잖아? 그게 공생하는 관계라는 거지. 나는 과일을 얻고 나무는 너에게 무참하게 잘려나갈 위기를 벗어나고.”
“그게 뭐냐! 이상하다!”
그래 이상하지. 헛소리니까. 필요할 때면 수도 없이 베어버리는 게 나무다. 아까도 참치를 눕힌다며 나무를 베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나무 자체가 목적이 아니니까. 과일만 따면 되는데 굳이 벨 필요야 없다.
“목말이라는 거야. 자, 내 어깨에 앉아.”
루린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도 내 어깨에 앉는 행위에는 관심 있어 보였다.
“오오, 그대의 얼굴을 내가 지배하는 건가!”
대뜸 내 어깨에 앉는 루린. 내가 허리를 들어 똑바로 서자 환호하기 시작했다.
“오오오!”
루린은 그러면서 내 머리카락을 마구 움켜쥔다. 아프다.
“히히, 그대가 내 것이 되었다!”
“드래곤씨? 내동댕이치기 전에 열매나 따실래요?”
“내동댕이치면 아프다.”
루린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과일에 손을 가져갔다. 목표물을 얻었기에 다시 허리를 숙여 그녀를 땅에다 내려줬다.
“좋아, 잘했어.”
“그런데 이거 맛있냐?”
참치를 먹은 지가 얼마나 됐다고 식욕으로 물든 눈빛을 보내며 묻는다.
그래서 드래곤의 입에 과일을 넣어줬다.
“우읍!”
잠시 성질을 부렸으나 달콤한 과즙이 목으로 넘어가자 얌전해진다. 곧 우물우물 과일에 빠져들었다.
나도 과일을 베어 물었다.
딸기와 바나나가 섞이고 물이 매우 많은 느낌이라고 할까. 진한 달콤함과 상큼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과일이다.
“어?”
“어?”
루린이 앵무새처럼 내 말을 따라 했다. 내가 놀란 건 드디어 물소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강으로 향하는 진흙투성이의 물소.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한 무리의 물소들이 강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찾았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다.
물소. 내 모짜렐라치즈가 나타났으니까.
“므어아? 머데? 머어냐!”
루린이 과일을 입에 잔뜩 넣은 그 상태로 묻는다.
“보물이야. 베리네리크라는 동물이기도 하고.”
루린이 저게 무슨 보물이냐는 얼굴로 나와 물소를 번갈아 보았다.
***
루린에게 부탁해 물소를 기절시켰다. 그리고 대규모 텔레포트를 실시했다.
언덕 위에 8마리의 물소를 풀어놓고 몬스터가 빠져나갈 수 없는 배리어를 친 뒤에 나무를 잘라서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혼자 하긴 버거우니 인부도 고용해줬다.
그리고 드래곤 피어를 이용해서 물소가 광폭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조작했다. 루린은 아직 어려서 인간의 정신을 조작하는 마법은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뇌의 용량이 작은 동물들은 정신 조작이 가능했다.
그것이 바로 드래곤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10클래스의 정신계 마법이다.
성체가 되고 힘이 원숙해지면 언젠가는 인간의 정신까지 조작하는 10클래스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럴지라도 나에겐 통하지 않는다.
내 안에 드래곤하트가 숨 쉬고 있는 이상은.
어쨌든 그 마법을 사용해서 가축으로 기르는 소와 비슷한 온순한 성격으로 개조했다. 그리고 따로 인공호수를 만들었다.
물소의 우리를 건축할 부지는 레어공사가 진행되지 않는 부분이다. 언덕의 가장자리로 이 아래까지 팔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은 마법으로 충당한다. 물은 매일 갈아줘야 안 썩는다. 갈아준 물은 급경사로 흘려보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레이크시와 언덕 사이에 있는 개천으로 물이 흘러든다.
물소를 위한 호수랄까.
그다음은 우리다. 호수 옆에 우리를 만들었다. 여기에도 고용한 인부를 투입했다. 우리라는 건 물소를 재울 장소로 그렇게 고급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뚝딱뚝딱 금방 만들 수 있는 건축물.
그래도 여기까지 무려 10일 정도가 소요됐다.
제법 목장다운 모습이 갖춰졌고. 잡아온 물소는 암컷과 수컷으로 나뉘어 있으니 교배를 통해서 개체 수를 늘리면 된다.
그럴수록 모짜렐라치즈의 양이 증가하겠지.
이제 목장에서 일할 고용인들을 구할 차례였다. 물소에게 풀을 먹이고 전반적인 관리를 해줄 힘 좋은 남자 두 명 정도. 그리고 한 명 정도는 목장에서 일해 본 적 있는 경험자로 구할 생각이었다. 총 세 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나만의 목장과 식당. 듣기만 해도 평화롭다.
비록 지금은 물소 여덟 마리로 시작하지만.
나는 발이 넓은 레이느씨에게 경험자를 수소문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그레이크 소년에게 부탁해 모집공고까지 붙였다.
어느 시대든 일자리는 환영받는다.
그것도 상당히 높은 수당을 제공한다면야.
오늘이 바로 그 면접날이다.
나는 루린에게 절대로 오늘 오는 인간들과는 아예 한마디도 섞지 말라고 당부했다. 온갖 어중이떠중이가 다 올 텐데 괜히 루린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난리를 치면 곤란하다.
루린은 언제나처럼 테이블 위에 늘어져 낮잠을 취했고 나는 2층을 면접장으로 탈바꿈시켰다.
[면접은 2층입니다. 줄을 서시면 차례대로 진행합니다.]알림판을 붙여놓고 있는데 식당 안으로 사람이 들어온다. 벌써? 아직 면접시간은 꽤 남았는데? 그런 의문도 잠시, 들어온 건 면접과는 무관한 크놀씨다.
“얌마, 목장을 만든다며? 벌이가 좋은가보다? 식당에는 별로 사람도 없구만.”
“그냥 모아놓은 재산이 많을 뿐입니다. 은퇴하기 전에 많이 모아뒀거든요. 사기를 당한 누구와는 달리. 후후.”
“뭐 임마? 이런 젠장?”
말문이 막힌 크놀씨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화제를 전환한다.
“흠, 뭐 아무튼 말이다! 혼자서 무슨 면접을 봐? 용병 일을 할 때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봤으니 내가 도와주지! 누구나 떠받들어 주던 마법사님과는 다르다고! 크하하하!”
크놀씨는 크하하거리며 1층으로 내려가더니 의자를 번쩍 들고 와 내 옆에 비집고 앉는다.
독불장군이시다.
뭐, 하긴. 혼자 하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으니까. 그건 사실이지.
바로 그 상황에서 또 다른 사람이 2층으로 쭈뼛거리며 올라왔다. 이번에도 역시나 아는 사람이다.
“저기….”
“엘레나씨?”
“네, 네! 안녕하세요.”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엘프. 오늘도 아름답다. 하지만 여긴 웬일이래. 의사를 때려치우고 목장에 취직하려는 건 아닐 테고.
“엘레나씨가 여긴 어떻게 오신 거예요?”
“그게 말이죠! 위, 위대한 존….”
나는 급하게 입에다가 손가락을 가져갔다. 크놀씨의 눈치를 보면서. 크놀씨는 다행히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니 면접관이라는 것 자체에 들떠서 실실거리고 있다.
“아! 죄송해요! 아무튼, 그분이 주무시고 계셔서…. 깨우면 큰일 날 것 같고 주방에는 아무도 없어서 돌아가려다가 푯말을 보고 여기 계신 거 같아서 살금살금 올라왔어요.”
뭔가 매우 웃긴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온 엘프. 나를 찾지만 없다. 그러던 중 테이블에 늘어져 고로롱거리는 드래곤을 보고 놀라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가, 잠들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후다닥 기어서 식당을 빠져나기 직전 푯말을 발견하는 슬랩스틱 코미디.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럼 식사하러 오셨어요?”
“아뇨? 그, 큰맘 먹고 전에 말씀하신 요리를 배우러 왔는데요….”
아, 분명히 멘트씨 병문안을 갔을 때 그런 말을 하기는 했다. 채소요리에 대한 열정이 드래곤에 대한 공포를 뛰어넘은 건가?
“그게 오늘은 조금 곤란하답니다. 목장 때문에 사람을 좀 뽑아야 해서.”
“아무래도 그렇죠? 방해해서 죄송해요! 그럼 이만 돌아가 볼게요!”
황송하다는 듯 수차례 고개를 꾸벅이는 엘프. 나는 크놀씨를 쳐다봤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크놀씨보다야 이 엘레나씨가 백배는 더 쓸모 있다.
무려 거짓을 꿰뚫어 보는 엘프족이니까. 면접관으로 이보다 좋은 인재가 어디 있겠어.
“잠깐만요, 엘레나씨. 잠시 시간 좀 내주실래요?”
“네?”
“사람을 뽑는 데는 인성이 중요하잖아요? 거짓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거짓말이요? 좋아요!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도울게요!”
엘레나씨는 두 손을 모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최선을 다할 테니까 믿어주세요.”
게다가 의외로 적극적이다. 의자를 가져다 자리를 마련해 주니 자리에 앉았다. 면접관은 3명이 되어버렸다.
잠시 후 드디어 진짜 면접 희망자가 하나 둘 등장했고 줄까지 만들어 졌다.
그렇게 시작된 면접.
“안 돼. 저놈 저번에 가게에 와서 시비를 건 놈이야.”
크놀씨가 그렇게 말하며 불합격을 선언했다. 쾅.
“저분 저한테 욕정을 품으셨어요!”
엘레나씨도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합격을 선언했다.
“저 놈 뭔가 눈매가 안 좋아.”
“맞아요. 저한테 욕정을 품으셨어요!”
불합격 쾅.
“저놈은 괜찮은데?”
“아니에요. 거짓말을 했어요!”
아이고. 이 사람들이?
불합격의 연속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뭔 들어오자마자 수고하셨다며 내보내곤 죄다 불합격이야.
엘레나씨는 난데없는 사명감에 불타면서 너무나도 적극적이다. 그 소심하던 성격은 어디가고 과격할 정도랄까.
엘레나씨에게 물어보니 그냥 자신에게 호의를 보내는 것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저속한 상상을 하는 경우는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엘레나씨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욕정을 품는다고 표현했다.
물론 마음속으로 뭘 상상하든 그거야 자유다. 하지만 일하겠다고 면접까지 보러 온 사람이 엘레나씨와 뒹구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건 당연히 불합격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할 일이 없다. 질문이라도 좀 해보자 싶어서 두 사람에게 지그시 말했다.
“이번엔 제가 판단할 테니 가만히 좀 있어 봐요.”
오